대학입시에 낯선 시험이 등장했다. 다름아닌 심층면접구술고사. 2001학년도에 첫 시도된 이 시험이 2002학년도에는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2001학년도 심층면접을 평가해보고 2002학년도의 대비책을 모색해보자.
1 정답 외우기보다 과정 파헤쳐라
20개 대학 면접시험 비중 15%이상
2002학년도 대학입시에 면접구술고사를 도입하는 대학이 64개로 늘었다. 2001학년도에는 서울대 자연계 수험생 61%가 어렵다고 평가했던 심층면접. 2001학년도 면접구술고사를 파헤쳐보자.
최근 여러 대학에서 2002학년도 대학입시요강을 잇달아 발표했다. 학생을 선발하는 방법이 대학마다 각양각색일 뿐 아니라 한 대학에서도 시기별로 틀리다.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무려 1백여가지나 될 만큼 복잡하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다단계 전형과 면접구술고사를 도입한 대학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2001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서울대, 포항공대, 아주대 등의 대학이 시험적으로 실시했던 심층면접구술고사가 2002학년도에는 본격적으로 도입돼 총 64개 대학이 시행할 예정이고 반영비율도 커진다. 구체적인 반영비율은 논술을 폐지한 서울대가 이공계의 경우 25%(인문사회계는 15%)로 늘어난 것을 비롯해 중앙대, 한국교원대 등 20개 대학이 15% 이상, 서울교대, 경희대, 성신여대 등 26개 대학은 10%, 숙명여대, 동국대, 경북대 등 17개 대학이 5% 이하다. 특히 9월에 실시되는 서울대 수시모집의 경우 전체선발인원의 30%를 뽑는데, 2단계에서는 100% 심층면접구술고사만으로 학생을 최종 선발한다.
심층면접을 도입하는 대학은 현재의 5분 내외에서 20-30분으로 면접시간을 늘리고 인성과 태도, 논리적 사고력, 문제해결 능력, 전공수학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자연히 면접방법도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2002학년도 대학입시요강이 발표되자 대학입시와 관련된 학생, 부모, 교사들은 굉장히 당황해 하고 있다. 이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수능만이 아니라 교과영역과 비교과영역의 학생부, 논술, 면접구술고사, 추천서, 자기소개서, 수학계획서, 실기고사 등을 섭렵해야 하는‘만능’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5월부터 수시모집이 이뤄지고 각종 경시대회에도 신경써야 하는 등 1년 내내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한다.
일찍 전공분야 결정해야
입시관련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일찍 자기 적성에 맞는 전공분야를 선택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래야 전공분야에 맞는 경시대회, 논술, 면접구술고사 등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공계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경시대회나 논술도 문제지만 심층면접구술고사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과연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
지난해 3학년 담임을 맡았던 서울 K여고의 N교사는“난감하다. 학교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변화하는 대학입시제도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심층면접구술고사의 경우 2001학년도에는 치르지 않는 대학으로 학생들에게 진학지도를 했는데 2002학년도가 걱정이라고 한다. 한편 뜻있는 교사와 원하는 학생들이 방과후 심화학습을통해 심층면접에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나름대로의 대비책을 제시했다.
서울대 자연계 수험생 61% “까다롭다”
2002학년도 대학입시의 심층면접구술고사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2001학년도에 실시됐던 면접구술고사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2001학년도 면접구술고사를 치렀던 학생들의 반응을 보자.
구술교육관련 벤처기업이 1월 9일과 10일에 실시된 서울대 면접구술고사를 치른 수험생 1백78명(자연계 85명, 인문계 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면접구술고사의 난이도에 대해서는 52%가‘까다롭다’고 답변한 반면,‘ 쉬웠다’고 대답한 대상자는 8%에 그쳤다. 특히 까다롭다고 답한 수험생들은 자연계가 61%로 인문계의 42%보다 많았다.
조사수험생의 69%가‘별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반면, 31%만이‘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별도 준비 방안(복수응답)에 대해서는 45%가 평소 시사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44%가 토론 습관을 생활화해야, 31%가 많은책을 읽어야 한다는 순으로 응답했다.
서울에 있는 D학원의 L평가관리실장은“2001학년도에 치러진 면접구술고사가 기존의 단순면접과 전혀 다른 심층면접”이라고 평가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이공계의 경우 수학과 과학을 평소 학교에서 배우는 과정에 깊이있고 폭넓게 공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교과내용을 실생활과 연결해 알아두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문제를 해결하는 추론과정 중요
출제와 관련된 대학측의 입장은 어떨까. 2001학년도 포항공대 면접구술고사를 준비한 포항공대 학생선발팀은“변별력이 떨어지는 수능보다 심층면접이 학생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있다”고 밝히고 심층면접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실제 면접위원으로 참가한 H교수는“심층면접을 하면 개개 학생에 대해 대학에서의 수학능력, 특히 사고능력이나 추론능력을 알아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예를 들어 운동하는 두 물체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물리의 기본법칙을 적용해서 어떤 결과를 도출하는 문제를 던졌을 때 심층면접에 임한 학생들의 반응을 보자. 물론 정답을 구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피상적으로 결론만 아는 학생과, 추론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학생의 실력은 눈에 띄게 비교된다고 한다. 주입식 교육을 통해 결론만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내용 하나라도 평소에 깊이 있게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다.
2001학년도 서울대 이공계 면접구술고사에서도 결론을 외우기보다 정답으로 향해 추론하는 과정을 중시했다. 수험생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면접에서 질문이 단계별로 심화됐고 문제를 잘 모르는 경우에는 문제에 대한 설명이 주어지기도 했다.
특히 자연대에서는 면접시험에 임한 수험생이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중에서 한 분야를 선택하면 그 분야에서 두가지 유형의 문제가 제시됐다고 한다. 두가지 유형은 같은 주제의 문제로 난이도의 차이만 있었다. 수험생이 쉬운 난이도의 문제를 선택해 제대로 풀면 좀더 어려운 난이도의 나머지 질문도 주어졌다(물론 제대로 답변을 못하면 더 이상 질문이 주어지지 않았다). 이것도 잘 대답하면 또다른 추가질문이 주어졌다.
예를 들어 식혜에 관한 문제라면‘식혜가 단이유’와‘식혜 제작 3단계를 바꾸면 식혜가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의 두가지가 제시됐다고 하자. 수험생이 식혜가 단 이유에 관한 문제를 풀겠다고 선택해서 제대로 답변하면 좀더 어려운 식혜 제작에 대한 문제가 주어졌다. 만일 식혜제작에 대해 전혀 모르는 학생이라면 제작과정을 설명해주고 나서 제작단계를 바꾸면 식혜가 만들어지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게 했다고 한다.
역시 정답보다 학생의 이해도와 문제해결능력을 파악하려는 의도였다.
이해도 높이는 토론식 수업 도입해야
2001학년도 서울대 면접구술고사의 자연대출제위원장으로 알려진 K교수는 수험생들이 약간 황당해하는 문제에 대해“평소 자연과학도가 되려는 학생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내용”이라며“무조건 외우는 공부보다 재미있는 공부를 하라”고 강조했다.
과학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은 하나 하나가 모두 중요한 원리이며 아울러 현실 속에서 응용되는 측면을 갖고 있다.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생활과 관련지어 살펴보면 그 중요성을 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과학공부가 재미있어진다. 실생활에 응용된 사례를 파악하면서 무조건 원리를 외우는 일보다 원리 자체뿐만 아니라 도출이나 응용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거울은 물체를 반사하는데 통나무는 왜 반사하지 않는지, 수성이 지구보다 구덩이가 많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과 같은 문제에서 보듯이 하나의 원리에 대해 평소에 깊이있고 폭넓게 생각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교과서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데만 그치지 말고 내용 속에 담긴 숨은 뜻을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통합적인 사고력을 길러야한다. 요즘 과학 연구는 한 분야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들에서 함께 이뤄지고 있다. 과학의 여러 분야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다. 왜 철기시대는 청동기시대보다 나중에 왔을까, 식혜 제작 3단계를 바꾸면 식혜가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과 같은 문제에서 보듯이 흔히 접하던 지식에 통합적인 사고가 필요한 것이다.
나아가 배운 내용을 자신의 말로 풀이하고 이야기를 엮어보는 일도 실제 통합적 논술이나 심층면접구술에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학교에서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토론식 수업이 병행돼야 한다.
2 2002 이공계 심층면접 실전대비
가상문답 전자기파/화학결합/물의특성
심층면접이 이공계에는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만 보더라도 2002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심층면접의 반영비율이 인문계보다 높은 25%이기 때문이다. 이공계의 특성에 맞는 실전대비책을 만나보자. 이번호에는 기존에 출제됐던 주제인ㄴ 화학결합과 물, 그리고 출제와 예상되는 주제인 다양한 전자기파에 대해 다뤘다.
①전자기파
전자기파는 파장에 따라 γ선, X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전파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각각의 전자기파는 많은 시사적인 소재들과 결부돼 있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형태의 문제로 출제될 수 있다. 파장이 짧은 것부터 말하자면 γ선과 X선은 방사선의 일종으로서 발암요인이자 비파괴검사 시 사용되는 것이고, 자외선은 오존층, 적외선은 온실효과와 연관된다(그림1). 전파는 통신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이용되며, 일부는 음식을 요리하거나(전자레인지에서 쓰는 마이크로파) 신체에 악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휴대전화∙컴퓨터∙송전선 등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문: 방사선 중에 γ선, X선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답: X선과 γ선은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며 파장이 자외선보다 짧은 전자기파를 통칭하는 말이 X선이고(대략 파장 ${10}^{-3}$-10nm 사이, 1nm=${10}^{-9}$m) 이 중에서 파장이 짧은 영역을 γ선이라고 부릅니다. 진동수(ν)가 크므로 비교적 에너지(hν, h는 플랑크상수)가 크고 투과력이 강해서 암치료, 비파괴검사 등에 사용되며, DNA를 손상시켜 돌연변이 또는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각종 물질의 결정에 쪼여주면 산란돼 회절무늬를 나타내는데, 이를 이용해 물질의 구조를 분석하는데 활용합니다.
문: 오존층 파괴는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자외선의 특징과 연관시켜 말해보세요.
답: 자외선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은 전자기파입니다(약 10-3백80nm). 피부를 그을리는 성질이 있고 살균력을 가져 인공 선탠기나 살균용으로도 사용됩니다. 특히 자외선 중에서 파장이 짧은 영역(약 2백70nm 이하)은 지구대기 오존층에 존재하는 오존(O₃)에 의해 집중적으로 흡수돼 지표까지 도달하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자외선은 X선과 유사하게 DNA를 변형시켜 돌연변이(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됩니다. 따라서 오존층 파괴로 인한 자외선의 증가는 육상생물 전체에 심각한 위협이 됩니다.
문: 태양광선 중에서 가시광선이 제일 많다는 것이 지구생물 진화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요?
답: 가시광선(파장 약 3백80-7백70nm)은 6천K(절대온도)의 표면온도를 가진 태양이 가장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영역입니다. 따라서 태양 주위에 사는 동물들은 이 가시광선을 감지하는 방향으로 진화되는 것이 유리했으며, 식물 또한 가시광선을 이용해 광합성을 하게끔 진화됐습니다.
문: 적외선의 성질에 대하여 말해보고, 이를 온실효과와 연관시켜 설명해보세요.
답: 적외선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전자기파인데(약 7백70nm-1mm), 이 중 파장이 가시광선에 가까운 것을 근적외선, 반대편의 것을 원적외선이라 합니다. 적외선은 특히 많은 물질에 잘 흡수돼 온도를 쉽게 높이기 때문에 열선(熱線)이라고도 부르는데, 최근 맥반석 등에서 방출되는 원적외선을 이용한 찜질방이 유행이지요. 지구가 방출하는 복사에너지는 대부분 적외선이므로 인공위성에서 지구 사진을 찍을 때는 적외선을 감지해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습니다. 온실효과란 지표가 방출하던 적외선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수증기 등의 온실기체에 흡수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인데, 적외선의 형태로 에너지를 흡수한 대기는 그중 상당량을 역시 적외선의 형태로 방출합니다. 따라서 지표는 온실기체가 없을 때에 비해 상당량의 적외선을 더 받게 되고, 더 높은 온도를 나타내게 됩니다. 최근 들어 화석연료 사용량이 증가함으로써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해 온실효과가 심화되고 있는데, 이는 비유하자면 더 두꺼운 옷을 입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로 인해 지구 평균온도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관련단원
가시광선 중 특히 적색∙청색 영역이 식물의 광합성에 사용된다는 점은 엥겔만의 실험을 통해 밝혀졌으며(공통과학 및 생물Ⅱ), 적외선은 온실효과(공통과학 및 지구과학Ⅱ), 자외선은 오존층(공통과학 및 지구과학Ⅱ)과 연관된다. X선은 방사선의 일종으로(공통과학 및 물리Ⅱ)으로 배우게 된다. 다른 한편 플랑크 곡선과 슈테판-볼츠만 법칙, 빈의 법칙을 통해 천체의 파장별 에너지분포를 살펴볼 수 있으며, 도플러효과의 사례인 적색편이와 청색편이를 확인할 수 있다(지구과학Ⅱ).
생각해볼문제
∙ 전자기파 중 가장 파장이 짧은 γ선, X선은 방사선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이를 어떤 용도에 활용하는가?
∙ 암이란 무엇인가? 방사선이나 자외선이 암을 일으키는 이유를 설명하라.
∙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어떤 조처를 취해야 하는지 두가지 이상 말하라.
② 화학결합
원자와 원자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서로 붙어있는 것을 화학결합이라 한다. 두원자가 어떤 방식으로 화학결합하고 있는지에 따라 생성물의 성질이 크게 달라지며, 이로 인해 물질의 녹는점·끓는점, 용해와 이온화 여부, 액성(pH), 전기전도성 등 중요한 화학적 성질들이 좌우된다. 화학결합은 이렇듯 물질 일반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핵심적인 개념이므로, 자연과학, 공학, 농학, 의학등 자연계열의 모든 모집 단위에서 공통적으로 질문될 수 있다. 특히 화학, 생물학, 농학, 의학, 재료공학, 금속공학 전공 단위에서 출제 가능성이 높다. 화학결합을 공부할 때에는 각각의 결합특성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결합들의 특성을 서로 비교해 논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대 공대 응용화학부에서 2001학년도 정시전형 심층면접으로 화학결합의 종류에 대해 묻는 문제를 출제한 바 있다.
문: 소금결정을 이루는 입자들 사이에는 어떤 힘이 작용하죠?
답: 소금의 주성분은 나트륨(Na)와 염소(Cl)인데, 이들은 소금결정 속에서 나트륨이온(${Na}^{+}$)과 염화이온(${Cl}^{-}$)상태로 존재합니다(그림1). 이러한 양(+)이온과 음(-)이온 사이에서는 쿨롱의 법칙에 따라 전기력이 작용하는데, 이로인해 형성된 결합(그림2)을 이온결합이라고 합니다.
문: 그렇다면 나트륨은 왜 양이온이 되고 염소는 왜 음이온이 되지요?
답: 그것은 옥텟(octet) 규칙에 따른 것입니다. 모든 원자들은 가장 바깥쪽 전자껍질에 8개의 전자를 가져 가장 안정한 상태인 옥텟을 이루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러한 성질은 주로 전형원소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이로 인해 나트륨과 같은 금속원자는 전자를 잃어 양이온이 되며 염소와 같은 비금속원소의 원자는 전자를 얻어 음이온이 됩니다. 이 이온들 사이의 결합을 이온결합이라고 부릅니다.
문: 그렇다면 결합은 이온들 사이에만 존재하나요? 예를 들어 염화수소(HCl)에서 수소와 염소는 이온상태인가요?
답: 아니오, 염화수소에서 나타나는 결합은 공유결합이라고 부릅니다(그림3). 이온결합에서는 어느 한쪽이 전자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다른 쪽은 전자를 하나 더 얻는 식으로 옥텟을 이루는데, 염화수소에서처럼 비금속원자끼리 결합할 때는 양측이 자신의 전자를 그대로 가진 채 옥텟을 이루는 방식으로 결합합니다. 즉 각 원자들이 가진 가장 바깥쪽 궤도의 전자들 가운데 하나씩을 양측에서 내놓고, 이로인해 만들어지는 전자쌍을 두원자가 공유함으로써 두원자가 모두 옥텟을 이루는 것입니다.
문: 염화수소를 예로 들어 좀더 자세히 설명해보세요.
답: 수소의 원자가전자(제일 바깥쪽 전자) 하나와, 염소의 원자가전자 하나가 이루는 전자쌍을 ‘:’이라는 기호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수소와 염소의 결합은 H:Cl(또는 H-Cl)이라고 표시합니다. 여기서 ‘:’를 이루는 두점(전자)가운데 하나는 수소가, 또하나는 염소가 내놓은 것이지요.
문: 그런데 염화수소가 물에 들어가면 수소이온(${H}^{+}$)과 염화이온(${Cl}^{-}$)으로 이온화되지요. 즉 염산이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공유결합 물질에서 이온이 나온다는 얘긴데….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요?
답: 원래 공유결합과 이온결합은 칼로 자르듯이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 아닙니다. 흔히 공유결합은 비금속원소끼리의 결합이고 이온결합은 금속원소와 비금속원소의 결합이라고 하는데, 어떤 원소가 금속인지 비금속인지가 그리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이른바 알루미늄(Al), 아연(Zn), 주석(Sn), 납(Pb) 등이 속한‘양쪽성’원소의 경우 말입니다. 즉 이온결합과 공유결합이 명확하게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이온결합과 공유결합을 양끝으로 하는 연속적인 스펙트럼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염화수소의 경우는 공유결합이지만 이온결합에 비교적 가까운 공유결합이고, 그래서 물 속에서는 이온화될 수 있는 것입니다.
문: 지금 막 말한 것을 ‘전기음성도’와 연관시켜 설명해보세요.
답: 전기음성도란 공유결합을 이룬 상태에서 각 원자가 공유전자쌍을 끌어당기는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염화수소에서 수소는 전자쌍을 끌어당기는 힘이 약하고 염소는 전자쌍을 끌어당기는 힘이 세기 때문에, H:Cl에서 가운데 있는 공유전자쌍은 염소 쪽에 치우치게 됩니다. 이것을 염소의 전기음성도, 즉 전자쌍을 끌어당기는 힘이 더 세다고 말합니다 염소의 전기음성도는 3.16, 수소는 2.20임, 그림5). 결합하는 두원자의 전기음성도 차이가 클수록 이들 사이의 결합은 이온결합에 가깝고,차이가 작을수록 공유결합에 가깝습니다. 즉 이온결합과 공유결합은 칼로 자르듯이 엄격하게 나눠지지 않는 것으로, 편의에 따라 구분해놓은 것입니다(그림4).
문: 그렇다면 이온결합과 공유결합은 ‘본질적인’차이는 아닌 것이군요? 그렇다면 두 개념사이의 구분은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요?
답: 공유결합과 이온결합 사이의 차이는‘본질적인’차이라기보다‘정도의’차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그림6). 하지만 두개념을 구분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건 지나친 해석입니다. 진화의 경로에서 사람과 유인원의 명확한 경계선을 긋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람과 유인원의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완벽한 경계를 그을 수는 없지만 개념 구분 자체는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약
이온결합과 공유결합은 두원자가 옥텟을 이뤄 안정적으로 결합하는 두가지 방식이다. (1)이온결합은 전자를 잃어 양이온이 된 원자와, 전자를 얻어 음이온이 된 원자가 서로 결합하는 것이고, (2)공유결합은 두 원자가 한쌍의 전자를 공유함으로써 결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온결합과 공유결합의 차이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이온결합은 극성 공유결합의 극단적인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관련단원
고교 교과과정 중에서는 화학Ⅱ의 ‘화학결합과 화합물’ 중 화학결합 및 결합의 극성에 대한 단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온결합과 공유결합 이외에 교과과정에 소개되는 또하나의 주요한 결합이 금속결합인데, 금속결합에 대한 이론적인 이해는 의외로 어려워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거의 설명할 수 없고, 따라서 깊이 있는 질문은 나오기 어렵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금속의 기본 특징들이 금속결합에 의한 현상이라는 정도로
알고 있으면 된다. 특히 전기전도성은 금속결합 물질이 가진 자유전자에 의해 설명된다.
생각해볼문제
∙ 공유결합과 이온결합의 차이와 공통점에 대해 설명하라. 전기음성도란 무엇인가?
∙ 화학결합의 극성(이온성)에 대해 전기음성도 개념을 통해 설명하라.
∙ 왜 소금은 녹는점∙끓는점이 그토록 높은가?
③ 물의 특성
물은 화학적, 생물학적으로 극히 중요한 물질이다. 물은 극성분자로서 우수한 극성용매이며, 따라서 이온들과 극성분자들이 물에 안정적으로 녹아있을 수 있다. 또한 분자간력이 매우 강력해(이때의 분자간력을‘수소결합’이라고 부른다) 비열과 기화열이 크다. 특히 물의 이런 특성은 생명현상과 직결되는데, 사람 몸의 70%가 물이라는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물은 생물체의 성분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체내의 여러 물질을 녹일 수 있는 탁월한 용매다. 또한 물은 지구 표면의 상당 부분을 덮고 있으며 대기의 성분(수증기)이자 기상 현상(구름, 눈, 비)의 주요인이기도 하다. 이 주제를 출제할 가능성이 있는 모집 단위는 거의 자연계열 전영역에 걸쳐 있으며, 2001학년도 정시전형 심층면접에서는 서울대 공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에서 물의 특성에 대해 묻는 문제를 출제한 바 있다.
문: 물은 인체의 70%를 차지하고 있지요. 체내에 물이 많기 때문에 유리한 점은 무엇인가요?
답: 물은 매우 좋은 극성용매입니다. 극성용매는 극성분자들과 이온들을 잘 녹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자연상태에서 볼 수 있는 분자들 중 에는 무극성분자보다 극성분자가 훨씬 많은데, 극성분자들은 물에 잘 녹을 수 있지요. 그리고 우리 몸의 여러가지 생리작용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양의 이온들이 끊임없이 출입해야 하는데, 서로 끌어당기는 개별적인 양이온과 음이온이 서로 달라붙지 않고 따로따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물분자가 이들을 둘러싼 상태로 존재하고 있어야 합니다(그림1). 또한 물은 비열이 커서 열을 잃거나 얻어도 온도가 별로 변하지 않기 때문에 체온 유지에 유리하지요.
문: 물이 왜 극성을 갖고 있는지를 전기음성도와 관련해서 말해보세요.
답: 전기음성도란 어떤 원자가 다른 원자와 결합했을 때 공유전자쌍이 얼마나 한 원자에 치우쳐 존재하는지를 보여주는 값입니다. 플루오르(F)가 제일 크고 산소(O), 질소(N) 등이 전기음성도가 상당히 큰 원소들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이 원소들이 수소원자와 결합할 경우 공유전자쌍은 플루오르, 산소, 질소 쪽으로 상당히 치우쳐 존재하게 되지요(그림2). 산소와 수소가 결합된 물분자(H₂O)의 예를 들어 보면, 산소는 공유전자쌍 말고 비공유전자쌍도 갖고 있으므로 결국 물분자의 전자들은 전반적으로 상당히산소쪽에 몰려있는 셈입니다. 물분자와 같이 전자가 한쪽으로 치우쳐 존재하는 분자를 극성분자라고 합니다.
문: 아까 체온 유지와 관련된 역할을 이야기했는데, 좀더 자세히 설명해 보세요.
답: 물은 상당히 비열이 큰 물질이지요. 따라서 열을 얻거나 잃어도 별로 온도가 높아지거나 낮아지지 않는 편입니다. 이런 성질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문: 그렇다면 물은 왜 비열이 크지요?
답: 한마디로 분자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 즉 분자간력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물분자 사이에 나타나는 분자간력을 특히‘수소결합’이라고 하는데, 수소결합은 모든 분자간력 가운데 가장 크지요(그림3). 원래 극성분자들 사이에는 비교적 강한 전기적 인력이 나타납니다. 특히 전기음성도가 큰 플루오르, 산소, 질소 원자와 수소가 결합해 만들어진 분자들이죠. 물(H₂O)이나 플루오르화수소(HF), 암모니아(NH₃) 같은 것 말입니다. 이런 분자들 사이에 나타나는 분자간력을 수소결합이라고 합니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런 분자들에서는 전자가 전기음성도가 큰 플루오르, 질소, 산소 쪽에 워낙 치우쳐 존재하기 때문에, 한 분자의 양(+)극 부분(수소원자)과 다른 분자의 음(-)극 부분(플루오르, 산소, 질소 원자) 사이의 전기력(인력)이 상당히 큽니다.
문: 수소결합이라…. 그렇다면 이온결합이나 공유결합 같은 겁니까?
답: 엄밀하게는 그렇게 볼 수 없습니다. 이온결합이나 공유결합이‘원자들 사이’의 결합을 뜻하는데 반해 수소결합은‘분자들 사이’의 힘을 뜻하니까요. 단지 여타의 분자간력에 비해 매우 강력해서 편의상‘결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결국 수소결합은 이온결합이나 공유결합처럼 안정적인 결합을 뜻하는 건 아니고,‘ 유난히 강한 분자간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 그밖에 물의 수소결합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무엇이 있지요?
답: 수소결합이 분자간력 중에서 유난히 강한편이기 때문에, 수소결합을 극복하고 서로 떨어져나가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즉 증발되기 어렵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물은 공유결합 물질에 비해 녹는점과 끓는점이 비교적 높고, 증발되는데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또 수소결합으로 인해 얼음결정이 생기는데, 이때 얼음을 이루는 결정들 내부에 빈 공간이 생깁니다. 그런데 얼음이 녹으면 수소결합의 일부가 끊어지면서 분자들이 빈 공간으로 밀려들어가지요. 그래서 0℃ 부근의 물은 얼음보다 밀도가 크고, 밀도가 작은 얼음이 물 위에 뜨게 돼있습니다.
요약
물은 (1)극성분자로서 좋은 용매이므로 여러가지 극성분자와 이온들이 출입해야 하는 생명체 내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며, (2)수소결합이라는 유난히 강력한 분자간력으로 인해 ①녹는점∙끓는점이 높고 ②기화열(증발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이 크고 ③비열이 커서 열이 출입해도 온도 변화가 작으며 ④녹는점(0℃) 부근에서 고체(얼음)보다 액체(물)의 밀도가 더 크다. 이런 물의 성질은 생물의 체온 유지, 해륙풍∙산곡풍∙계절풍, 대륙성∙해양성 기후, 얼음이 물에 떠있는 현상 등과 직결돼 있다.
관련단원
고교 교과과정 중에서는 물의 성질과 연관된 단원이 많다. 일단 화학Ⅱ에서 분자간력, 특히 수소결합 부분을 집중적으로 볼 필요가 있으며, 물의 삼중점 그래프나 용액과 용해 단원(특히 이온성 고체의 용해 부분), 탄소화합물 단원에서 비누의 세척작용도 참고로 살펴보기 바란다. 또한 공통과학 및 물리Ⅱ의 열에너지 단원, 공통과학 및 지구과학Ⅱ의 날씨와 기후 단원 중 해륙풍과 계절풍에 대한 설명, 한국지리 및 세계지리에서 다루는 대륙성∙해양성 기후 부분이 모두 물의 비열이 크다는 점과 관련된 현상을 다루고 있다
생각해볼문제
∙ 왜 얼음은 물의 가장 아래쪽이 아니라 위쪽에서 얼기 시작하는지 설명하라.
∙ 대륙성∙해양성 기후의 차이는 무엇 때문에 나타나는 것인지 설명하라.
∙ 낮에 해풍이 불고 밤에 육풍이 분다. 왜 그러한가?
∙ 일교차가 큰 사막에서 선인장이 물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유리한 점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