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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레온처럼 변화무쌍한 특수잉크

색 표현에 자유를 준다

 

카멜레온처럼 변화무쌍한 특수잉크


잉크라고 하면 흔히 만년필을 떠올린다.하지만 이런 보통잉크와는 달리 날마다 보면서도 대부분이 알지 못하는 잉크가 있다.바로 특수잉크다.생활 곳곳에 자리한 특수잉크를 찾아보자.

따가운 햇살 때문에 여름과 초가을은 곤혹스러운 계절이다.하지만 이 계절들은 그 햇살 때문에 다른 계절보다 사람들을 더 화려하게 만들어준다.바로 눈부신 햇살이라는 빛이 색을 더 두드러지게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다른 때보다 사람들이 색에 더 민감하고 색상 옷을 즐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색이 두드러지는 원색 계열의 옷이 여름에 주로 유행한다. 최근에 유행하는 머리 염색도 여름에 더 다양하고 화려하며, 많은 사람들이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불편한 점도 있다. 눈부신 햇살이 눈을 매우 피로하게 만드는 점이다. 태양이 눈부시게 내리쬐는 여름이 다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가을에도 햇살의 뜨거움만이 약해질 뿐 눈부심은 계속된다.

실내에서는 안경, 실외에서는 선글라스


실내에서는 안경, 실외에서는 선글라스


여름이나 가을 중 눈부심이 강한 날에는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눈을 보호하기 위해 야외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다닌다. 하지만 안경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시력을 보정해주는 선글라스를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생긴다. 더욱이 실내에서는 사용할 필요가 없어서 다시 안경으로 바꿔서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두개를 번갈아가며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다.

그런데 특수처리가 된 안경을 사용하면 이런 불편이 일거에 해소된다. 즉 실내에서는 안경으로, 실외 같이 빛이 강한 곳에서는 안경의 색이 변해 선글라스로 변한다. 이런 안경을 조광렌즈라고 하는데, 이것은 물질의 구조가 빛에 의해 변해 색이 변화하는 포토크로믹(photochromic) 잉크를 이용한 경우다.

이 원리는 자동차 유리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선탠작업, 필름 같이 빛의 투과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 특수코팅에 의한 장식물, 광디스크의 포토모드(photomode) 기록재료 등에 응용돼 사용되고 있다. 포토크로믹 잉크는 빛에 의해 색이 변한다. 이것은 광학이성질체인 물질이 빛을 받으면 다른 형태로 변하는 특성을 활용하거나, 염화은처럼 자외선 빛을 받으면 색이 진해지고, 실내등과 같이 약한 빛에서는 색이 연해지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화학물질 중에는 화학식은 똑같지만 전혀 다른 성질을 보이는 이성질체라는 것이 있다. 화학구조식으로 구별되는 이성질체는 트랜스(trans)형과 시스(cis)형으로 나뉜다. 이중 한가지 형태가 안정적이어서 대부분 한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하지만 빛이나 외부의 다른 에너지를 받으면 다른 형태의 이성질체로 변형된다.

포토크로믹 잉크의 경우 빛을 받지 않을 때는 잉크구조가 트랜스형으로, 빛을 받으면 시스형으로 변화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때 트랜스형이 시스형보다 에너지 면에서 안정해 주로 트랜스형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래서 트랜스형에 빛을 비추면 빛에너지에 의해 트랜스형 물질이 활성화에너지를 얻어 전이상태를 거쳐 시스형으로 변형된다.

빛이 약하거나 없을 때는 변형될 때 필요한 활성화에너지가 없어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에너지상태가 높은 시스형은 열운동에 의해 쉽게 트랜스형으로 바뀐다. 이때 트랜스형과 시스형 사이에 빛을 흡수하는 스펙트럼이 다르면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색도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 마찬가지로 염화은도 자외선같이 강한 에너지를 지닌 빛을 받으면 은과 할로겐의 반응속도가 높아져 염화은을 만들어 색이 진해진다. 반면 적외선이나 형광등 같이 약한 빛을 받으면 은과 할로겐으로 분리돼 색이 옅어진다.

입장객과 비입장객 구분하는데 유용

시드니 올림픽이 있는 9월. 선글라스 겸용 안경을 끼고 햇살이 눈부신 호주의 시드니로 응원을 가자. 한국의 많은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하며 뜨거운 함성과 박수를 보내주면 더 좋은 성적을 올리게 되지 않을까.

그런데 스포츠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운동장(스타디움)이라는 한정된 구역 안에서만 활동해야 한다. 운동장 밖에 있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또는 주차장에 세워둔 차안에서 중요한 물건을 꺼내러 가기 위해선 새로 입장권을 사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입장객과 비입장객을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영화관이나 음악회, 야구장처럼 입장권을 내고 들어가는 장소는 대부분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된다. 그래서 한번 들어갔다가 나가면 다시 들어가는 것이 대부분 불가능하다. 그런데 국내의 어느 놀이공원에서는 입장객이 나갔다 다시 돌아올 경우, 그 사람의 손에 도장을 하나 찍어준다.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 도장을 찍어주고는 출입을 마음놓고 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

단 다시 입장할 때는 자외선을 비추는 장치에 손을 넣어서 손에 찍힌 마크를 보여줘야 한다. 나갈 때 찍어준 눈에 보이지 않는 도장이 특수장치에서는 보이게 돼 입장객과 비입장객을 구분해준다. 이때 사용된 마크는 우리가 색을 느끼는 가시광선 영역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자외선을 비추면 나타나는 화학물질을 이용한 특수잉크다.

이것도 포토크로믹 잉크처럼 물질이 자외선을 받으면 에너지 준위가 높아지면서 색을 띤다. 보통 이중 또는 삼중결합이 있는 화합물이 자외선을 비추면 파란색을 띠는 성질을 가진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페닐기(C6H5)를 가진 벤젠 화합물이 여기에 속하며, 카보닐(C=O) 등이 있다.

안쓰이는 곳이 없는 UV잉크

한국에서는 경기장 안에 들어갈 때 막대풍선을 받기도 한다. 막대풍선을 이용하면 손바닥을 이용해서 응원하는 것보다 훨씬 힘차서 관중과 선수들이 스포츠의 재미를 한층 더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 도구에도 잉크가 사용된다. 또 야구장에 들고가는 과자나 음료수를 담는 용기에도 글자와 색을 표현하는 잉크가 이용된다.

이때 이용하는 잉크를 자외선을 이용한다고 해서 UV(ultraviolet)잉크라고 한다. 그러나 이 특수잉크는 입장권 사용에 제시된 것과는 전혀 다르며, 실생활에서 매우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UV잉크는 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은 자외선 영역의 빛을 받은 경우 반응을 해 굳어지는 현상을 이용한 특수잉크다.

잉크는 도료와 안료 성분이 섞인 액체 성분으로 종이나 색을 입히려고 하는 물체에서 잘 말라야 한다. 즉 잉크가 쓸모있기 위해선 종이나 신문에 사용됐을 때 빨리 말라야 한다. 17세기에 영국에서 최초로 색이 있는 잉크를 제조했다. 그러나 19세기가 돼서야 화학적으로 잉크를 빠르게 말릴 수 있는 건조제가 개발됐다. 그때부터 다양한 유색잉크용 안료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에 다양한 굳기를 가진 건조제인 니스가 개발돼 여러가지 종이와 출판물에 쓰일 수 있는 잉크가 만들어졌다. 니스가 잉크를 인쇄물에 잘 묻게 해주고, 잘 마르게 해주는 광유로 대체돼 고속으로 인쇄해야 하는 신문에 사용됐다. 이 잉크의 기름 성분은 신문 용지에 빨리 침투되고 건조된다.

반면 UV잉크는 보통 잉크와 달리 기름이 없다. 그래서 다른 보통 잉크처럼 기름이 증발하면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또한 저온에서도 잘 마르기 때문에 열에 약한 플라스틱 같은 재료에도 많이 응용된다.

특히 금속 같은 딱딱한 재료에 잘 인쇄된다. 또 UV잉크는 굳어질 때 잉크막이 생겨, 다른 잉크보다 글자나 색이 단단하게 새겨진다. 우리가 손쉽게 접할수 있는 사례로 셀룰러폰이나 PCS폰의 숫자판을 들 수 있다. 인쇄된 글자가 두껍고, 마찰에 잘 견디고, 내구성이 우수하다.

하지만 UV잉크는 색을 내는 성분에 따라서 굳어지는 속도가 달라 일반잉크에 비해 적용범위가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또 가격이 비싸서 주로 부가가치가 높은 인쇄물에 사용된다.


신용카드,은행카드,전화카드,지하철 패스 등에 널리 쓰이고 있는 자성잉크.


돼지꿈 실현시키는 스크래치잉크

경기가 끝나면 신나게 관람한 경기에 대한 뒷얘기와 함께 집이나 다른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그리고 이 중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을 이용한다. 몇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대부분 잠시 기다려야 한다. 이때 기다리는 사람중에 무언가를 열심히 긁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돼지꿈을 꾼 것일까. 너무나도 진지한 그들을 보면 복권이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생각을 잊게 된다.

이런 복권을 즉석복권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사용되는 특수잉크가 스크래치잉크다. 이것은 잉크보다는 구성을 특수하게 한 경우다. 즉 용지에 그림을 인쇄하고, 그위에 얇은 니스를 입힌다음 마지막으로 은성분이 포함된 스크래치잉크로 그림을 은폐한다. 이 스크래치잉크를 동전이나 손톱으로 긁으면 은폐된 그림이 나타난다.

목적지에 다와서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려고 승차권을 꺼낼 때, 또다른 특수잉크인 자성잉크를 만나게 된다. 신용카드, 항공기 탑승권, 고속도로 통행권, 현금카드, 지하철 승차권, 병원의 진료권 등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얇은 도구이다. 특수장치를 이용해야만 기록하고 판독이 가능한 특수잉크를 이용한 것이다.

자성잉크 문자해독기는 자기 신호라고 하는 기억수단을 사용해 기계로 기록하고 해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비밀을 보호하고 기록과 판독을 쉽게 해서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든 것으로 자기를 이용해 정보를 훨씬 단시간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자성잉크에는 잔유자기와 자력보존에 뛰어난 자성안료인 철분(Fe2O4 또는 r-Fe2O3)이 사용되고 있다.


맥주에 있는 온도계 기능은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시온잉크를 이용한 것이다.


카멜레온 흉내내는 시온잉크

경기의 흥분이 가시지 않으면 집 근처에 있는 음료수 가게를 들른다. 요즘은 가게에 보안을 위해서 감시카메라를 설치한 경우가 많다. 이 카메라들은 불이 켜진 곳에서 작동하는 일반적인 카메라지만, 은행같이 모두 퇴근한 후에도 감시를 위해서 사용되는 적외 선 카메라가 있다. 이처럼 주로 밤이나 불꺼진 실내에서 작동시키는 적외선 카메라는 사람의 몸에서 나는 열을 감지한다. 열이 적외선을 발산하는 특성을 활용해서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온도는 색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 잉크 중에도 온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시온잉크가 있다.

체온이나 열에 의해서 색이 변화하는 그림들은 모두 시온잉크를 이용한 것이다. 우리가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온잉크의 예로 몇 년 전에 한 맥주회사에서 광고한 제품이 있다. 병에 시온잉크를 사용한 라벨을 붙여 온도에 따라 마크가 푸른색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게한 것이다. 이 외에도 색변화를 나타내는 검은 띠 형태의 온도계에도 사용된다.

시온잉크는 특별한 기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쉽게 온도를 측정할 수 있어서, 다른 방법으로 측정할 수 없는 장소나 평면, 입체물의 온도분포를 아는데 유용하게 쓰인다. 낮과 밤, 실내와 실외, 햇빛이 내리쬐는 양지와 나무 그늘 등 모두에 온도 변화가 있기 때문에 시온잉크를 이용할 수 있다.

시온잉크의 재료로는 주로 유기화합물이 이용된다. 선글라스에 사용되는 포토크로믹잉크가 이성질체 성질을 이용한 것이라면 이것은 온도에 따라서 성분의 내용이나 결합방식이 달라지는 성질을 활용한 것이다. 즉 온도가 올라갈 경우 A라는 화합결합이 끊어지고, 온도가 내려갈 경우에는 다시 A라는 화학결합이 생기면서 물질에 따라서 다른 색을 띠는 경우다. 특히 포토크로믹과 달리 노란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는 것처럼 색상변화까지도 가능하다.

돌돌 말아서 들고 다니는 모니터

집에 돌아와 자신의 경험을 인터넷에 올리기 위해 컴퓨터를 켠다. 작업을 다 끝내고 액정모니터를 이용해서 다른 경기장의 생생한 장면을 보기 위해 뒤로 물러난다. 하지만 모니터의 각도에 따라서 색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에 맞게 모니터의 각도를 맞춰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 연구중인 전자잉크(ele-ctronic ink)를 이용하면 어느 각도에서나 좋은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전자잉크는 종이나 플라스틱 위에 인쇄된 작은 전구 또는 캡슐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 전구가 전기적인 신호를 받아 여러가지 색깔로 변하면서 글씨와 그래픽과 같은 정보를 전달한다. 마치 발광다이오드(LED)를 사용하는 전광판과 비슷한 원리다. MIT에서는 수많은 전자잉크 캡슐을 격자모양으로 종이에 인쇄했는데, 그 해상도가 컴퓨터 모니터나 신문과 비슷한 수준에 이른다.

이 기술은 가까운 장래에 우리 주변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버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전자잉크는 얇은 종이같은 막에 전기를 가하는 것만으로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이것은 도심에서 사용되고 있는 광고판의 두께를 보통 포스터를 붙인 것처럼 얇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노트북 컴퓨터에 연결된 액정화면을 그냥 종이처럼 말아서 주머니에 넣을 수도 있고, 그들이 입고 있는 티셔츠의 그림들이 수시로 다르게 변하게 할 수도 있다. 이것은 아직까지 상상 속의 일이지만 곧 실현될 가능성을 지닌 기술이다.

이처럼 특수잉크는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친근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보다 더 흔히 볼 수 있는 프린터, 복사기 등의 잉크도 있다. 그리고 앞으로 각종 물질과 반응해서 색을 띠는 성질을 응용해 의료분야에 적용할 가칭 진단잉크가 등장하고, 전도성 유기물을 이용해 축전지가 하나의 인쇄제품으로 바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잉크와 인쇄의 개념이 종이에 인쇄되는 문자나 그림에서 전자적인 디스플레이까지로 폭넓어진 현대사회.특수잉크는 단지 화학적인 성분을 지닌 액체잉크적 개념을 넘어 전자잉크로 변모하고 있다.정보사회가 발달할수록 더 다양하고 특수한 잉크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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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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