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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모두가 제각각 은하의 모습

진화 거치며 모양 달라져

 

허블우주망원경이 보여주는 다양한 은하의 모습.구형,타원형,막대형 등 수없이 다양한 은하들을 볼 수 있다.


누구나 한번쯤 우주에 얼마나 많은 별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여름날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들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별들이 수천억개씩 모여있는 집단을 ‘은하’라고 부른다. 은하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에는 수천억개의 별 외에도 가스와 먼지 같은 성간물질, 그리고 아직 정체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는 암흑물질이 있다.

한편 천문학자들은 은하를 ‘우주의 생태계’라고 부르기도 한다. 별들이 성간물질로부터 태어나고 진화하고 죽는 보금자리가 바로 은하이기 때문이다. 우주에는 이런 은하들이 수없이 많이 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어 보낸 심우주 사진은 우주가 온통 은하로 가득 차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은하들의 생긴 모양새가 모두 제각각 다양함을 알 수 있다.

모양으로 분류

이렇게 다양한 형태를 지닌 은하를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분류한 사람은 허블이었다. 허블의 분류법은 기본적으로 은하를 겉보기 모양과 크기, 그리고 특성에 따라서 분류하는 방법이다. 생물학적 분류법이 생물의 생김새와 구조, 기능 등을 먼저 조사하고 진화라는 틀 속에서 종을 분류하듯이, 은하의 분류도 형태학적인 분류에서 시작됐다.

은하의 물리적인 특성을 정확하게 모르는 상태에서 은하의 형태를 분류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좋은 첫 출발점이 될 것이다. 간단한 관측에서 나타난 은하들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바탕으로 분류를 하고, 이를 물리적 특성과 비교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거치면서 보다 체계적이고 물리적 바탕을 둔 분류법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동안 은하를 형태학적으로 분류하려는 시도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현재에도 허블이 1926년에 제안한 은하의 형태학적 분류법의 큰 틀 속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크게 거대타원은하, 보통은하와 활동성은하, 왜소은하, 그리고 특이은하로 나누어서 설명하기로 한다.

1.거대타원은하

거대타원은하는 주로 은하단의 중심에서 발견되는데, 흔히 cD 은하라고 불린다. 은하단 내에서 뿐만 아니라 우주에서도 가장 밝고 큰 은하에 속한다. 은하단 중심에 몰려 있던 은하들이 서로 충돌하고 합쳐지는 과정을 통해서 생겨났다고 여겨지고 있다. 중심에 은하들의 합병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생각되는 두 개의 핵을 갖고 있는 cD 은하도 자주 볼 수 있다.

2.보통은하(정상은하)

보통은하는 정상은하라고도 부르는데, 보통은하는 다시 겉보기 형태에 따라서 타원은하, 렌즈형은하, 나선은하, 그리고 불규칙은하로 세분된다.

● 타원은하


타원은하NGC4564


타원은하는 생김새가 타원형이어서 ‘타원은하’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전통적으로 타원은하는 겉보기 찌그러진 정도에 따라서 E0, E1, ..., E7으로 세분된다. E0는 원형의 은하를, E7은 가장 찌그러진 타원은하를 나타낸다. 최근에는 타원은하의 밝기와 물리적 특성이 연관돼 있다는데 착안한 수정된 세분법이 제안되기도 했다. 나선팔이 전혀 보이지 않는 이 은하에서는 가스나 먼지 같은 성간 물질의 양이 아주 적고, 젊고 뜨거운 별들도 잘 발견되지 않는다. 최근 허블우주망원경 등의 관측에 따르면 타원은하의 중심부에서 약간의 가스나 먼지 성분이 발견되기도 한다. 타원은하는 주로 회전보다는 복잡한 무질서 운동을 하는 나이가 많은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 평균적으로 나선은하보다 더 큰 질량을 갖고 있다.

● 나선은하


나선은하NGC2997


나선은하는 납작한 원반에 가스와 먼지, 그리고 별로 이루어진 나선팔을 갖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중심부에는 타원형의 중앙팽대부(bulge)를 갖고 있다. 이외에도 넓은 영역에 걸쳐서 이들을 둥글게 둘러싸고 있는 헤일로(halo)가 존재한다. 나선팔을 따라서 새로운 별의 탄생이 진행 중인데, 비교적 젊고 뜨거운 별들이 이곳에서 발견된다. 나이가 많은 별들은 중앙팽대부와 헤일로에 주로 위치하고 있다.

나선은하는 중앙팽대부의 상대적 크기, 나선팔의 감긴 정도, 별 탄생 영역의 크기 등에 따라서 다시 Sa, Sb, Sc, Sd 등으로 세분해서 분류된다. 아주 큰 중앙팽대부와 꽉 감긴 나선팔을 갖는 나선은하를 조기형, 중앙팽대부가 거의 없고 느슨하게 열린 나선팔을 갖고 있는 것을 만기형이라고 부른다. 조기형인 Sa 나선은하에서 만기형인 Sd 나선은하로 갈수록 중앙팽대부의 중요도가 떨어지고, 나선팔의 감긴 정도가 느슨해지며, 성간물질과 젊은 별들이 더 많이 발견되는 경향이 있다.

빠르게 회전하고 있는 나선은하는 중심부에 막대 모양의 성분이 있는지에 따라서 또 보통나선은하와 막대나선은하로 나뉘어진다. 막대나선은하는 중심부에 막대 모양의 성분이 존재하고, 막대의 끝에서 나선팔이 뻗어나가는 형태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막대 성분의 생성은 은하가 형성될 때의 안정성 문제와 관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막대를 나타내는 영문자 ‘B’를 추가해서 SBa, SBb, SBc 등으로 표시한다. 우리는 ‘우리은하’라고 불리는 막대나선은하의 중심으로부터 약 3만 광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밖에도 나선은하와 거의 같은 형태와 특성을 갖고 있지만, 은하의 표면밝기가 무척 어두워서 잘 발견되지 않는 은하들도 존재한다.
 

시퍼트은하NGC2264^활동성은하인 시퍼트은하는 강력한 전파원을 가지고 있다.아래 사진은 위 사진의 확대.


● 렌즈형은하

렌즈형은하는 타원은하와 나선은하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형태를 보이는데 S0로 표시한다. 원반은 존재하지만 나선팔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가스와 먼지 같은 성간물질이나 젊은 별들은 적은 양만 관측되고 있다. 막대 성분이 존재하는 경우 막대렌즈형은하로 따로 분류하기도 한다. 막대렌즈형은하는 SB0로 표시한다.

● 불규칙은하

불규칙은하는 보통은하에 비해서 작고 일정한 모양을 갖추고 있지 않으며, 성간 물질과 비교적 젊은 별들이 섞여 있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잘 발달된 나선팔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은하에서 가까운 마젤란은하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보통 Irr로 표시된다.
 

불규칙 은하 M82


3. 활동성은하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 이외의 자외선, 적외선, 전파, X-선, 감마선 등의 다른 파장에서 강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은하들이 있는데, 이들 은하들을 활동성은하라고 부른다. 별빛이 아닌 다른 에너지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에너지원의 특성에 따라서 시퍼트은하(Seyfert galaxy), 마카리언은하(Markarian galaxy), BL Lac 천체, LINER, 전파은하, 퀘이사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들 은하의 중심에서는 격렬한 현상이 대규모로 발생하는 것으로 관측되는데, 어떤 경우는 은하들이 서로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활동성은하의 주된 동력원은 이들 은하의 중심부에 위치한 블랙홀로 생각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의 관측 결과에 따르면, 활동성은하의 중심에 태양 질량의 1억배에 달하는 거대한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허블우주망원경의 관측은 더 먼 과거에는 더 많은 활동성은하가 존재했고 상호 작용하는 은하의 수도 아주 많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실제 밝기는 무척 밝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별처럼 보이는 퀘이사는 은하 중심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어서 보내온 사진에서도 퀘이사가 다양한 형태의 은하에 포함돼 있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활동성은하의 관측은 초기 우주에서의 은하의 형성과 진화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4. 왜소은하

보통은하보다 작고 어두운 왜소은하는 형태와 특성에 따라서 왜소불규칙은하, 왜소구형은하, 왜소타원은하, 왜소나선은하, 청색왜소은하 등으로 세분되기도 한다. 어둡고 작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에 있는 왜소은하들만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작은 성간물질 구름으로부터 왜소은하 크기와 비슷한 작은 은하들이 먼저 만들어지고 이들 은하들이 서로 충돌하고 합쳐지면서 보통은하가 형성됐다는 은하 형성 이론이 각광을 받으면서, 은하 형성 기본 단위로서 왜소은하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왜소은하M32^국부은하단에 속하는 왜소타원은하다.


5. 특이은하

형태학적으로 특이한 형태를 보이면 특이은하로 분류하곤 한다. 독립적으로 특이은하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특이은하는 활동성은하나 불규칙은하로 겹쳐서 분류돼 있다.

왜 모습이 달라졌나

이렇게 다양한 은하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생겨났을까? 왜 어떤 은하는 타원은하가 됐고 어떤 은하는 나선은하가 됐을까?

은하의 형성 과정에 관해서는 크게 두가지 이론을 들 수 있다. 첫째는 우주 초기에 거대한 가스구름의 중력수축 과정을 통해서 은하가 형성됐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서는 가스구름의 회전속도 차이에 따라 타원은하와 나선은하가 다르게 형성된다고 본다. 먼저 가스구름이 천천히 회전하면서 은하가 형성되는 경우, 원심력이 적은 반면 자체 물질의 중력수축에너지가 커서 물질은 빠르게 수축하면서 짧은 시간 동안에 별을 탄생시켰고, 이 과정에서 가스와 먼지 같은 성간 물질이 별을 만드는데 거의 소모되면서 타원은하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가스구름이 빠르게 회전하는 경우 원심력으로 인해 중력수축 과정이 천천히 일어나서 여러 세대의 별들이 천천히 생겨나고, 성간물질과 별이 모두 풍부하게 존재하는 나선은하가 탄생하게 됐다는 설명이 있다. 이 설명들은 타원은하와 나선은하가 모두 거대한 가스구름이 중력수축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보는 공통점이 있다.

한편 이와 달리 최근에는 여러 개의 작은 가스구름들로부터 작은 규모의 은하들이 먼저 형성되고 난 후, 이들이 서로 충돌하고 합쳐지면서 좀 더 큰 은하를 형성한다는 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타원은하는 먼저 형성된 나선은하끼리 충돌하고 합쳐지면서 생겨난다는 것이다. 자주 관측되고 있는 충돌하는 은하의 모습이나, 허블우주망원경으로 본 먼 과거의 은하의 모습에서 충돌하거나 합쳐지고 있는 과정이 더 많이 관측된다는 사실은 이 이론을 지지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는 현재 서로 가까워지고 있는데, 언젠가는 충돌하고 합쳐져서 하나의 타원은하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은하들의 충돌 장면^허블우주망원경에 잡힌 많은 은하들의 충돌장면은 충돌에 의해 은하가 성장한다는 이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컴퓨터로 은하 분류

최근 위성이나 전파망원경을 이용한 관측이 활발해지면서, 가시광선 영역을 벗어난 여러 파장에서의 관측 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은하의 형태학적 분류는 사진 건판에 나타난 은하의 모양을 보고 눈으로 하나 하나 분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우리은하를 여러 파장에서 관측한 결과에서 잘 나타나는 것처럼 한 은하가 다른 파장에서는 다른 형태로 보이는 경우가 많이 있다. 어떤 은하는 가시광선 영역에서 관측했을 때는 막대 성분이 보였는데, 적외선 관측에서는 막대 성분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다. 그래서 은하분류의 기준을 어느 파장에 두어야 할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지상망원경과 허블우주망원경의 등장으로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한 먼 은하의 관측 결과가 나오고, CCD(전하결합소자)를 이용해 전 하늘을 망라한 탐사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하룻밤 사이에 수백만 개의 은하가 새로 관측되는 등 관측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에 의존하는 기존의 은하 분류 방식은 이처럼 많은 은하를 소화하는데는 역부족이다.

또한 사람의 경험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에 주관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거리가 먼 은하의 경우는 형태학적 분류 자체가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이러한 새로운 관측 추세는 많은 은하를 한꺼번에 신속히 분류할 수 있는 자동화되고 객관적이며 정량적인 은하의 형태학적 분류 방법을 요구하게 됐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방법은 인공신경망을 이용해 마치 사람이 판단해서 은하를 분류하듯이 컴퓨터가 은하를 분류하도록 훈련시켜서 실제 분류에 응용하는 것이다. 같은 자료를 주고 전문가와 컴퓨터 프로그램이 각각 은하를 분류한 결과 프로그램과 전문가 사이에 정확도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은하 분류의 자동화는 많은 은하를 빠르고 객관적이고 정량적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현재 많이 이용되고 있다. 은하분류가 보다 정확해지면 은하가 갖는 특성들이 이론적으로 더 잘 규명될 수 있고, 나아가 우주의 진화를 설명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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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명현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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