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저녁 남향으로 난 창가에서 지평선 위를 바라보면 은하수 서쪽에 낚시바늘 모양을 한 전갈자리가 보인다.
사냥꾼 오리온을 죽인 악명과 달리 전갈은 하늘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자리 중 하나다. 오리온을 죽인 힘을 자랑이나 하듯이 커다란 전갈자리는 기원전 2천년 경 바빌로니아 시대에 이미 만들어진 여름밤의 대표적 별자리다. 옛날부터 황도 12궁의 제8궁으로 중요하게 여겨졌고, 2천년 전에는 태양이 10월 22일-11월 21일에 이곳에 머물렀기 때문에 점성술에서는 이 시기에 태어난 사람을 전갈자리에 배당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실제 태양은 11월 24일부터 30일 오전 10시 사이에 이 별자리를 통과한다. 전갈자리와 오리온자리는 하늘에서 정반대에 위치하기 때문에 전갈이 뜨기 시작하면 오리온자리는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고 오리온이 떠오르면 전갈이 사라진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전갈자리를 3개의 별자리로 나누어 그렸다. 먼저 전갈의 머리와 앞발을 나타내는 일렬로 선 4개의 별-베타, 델타, 파이, 로(β,δ,π,ρ)별을 방(房)자리 4성으로 중앙 관청의 자리로 불렀다. 가운데 부분을 이루는 안타레스와 좌우의 3등성 두 별을 심(心)자리 3성으로 황제의 자리로 여겼다. 꼬리 부분의 9별은 미(尾)자리 9성으로 후궁들의 마을, 특히 뮤(μ)별을 신궁(神宮)이라 부르며 임금의 침실로 생각했다.
알파별 안타레스는 중국과 우리나라에선 대화(大火)성, 즉 큰 불이다. 붉은 빛깔 때문에 화성(火星)의 라이벌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 맨눈이나 쌍안경으로 보면 붉지는 않고 오렌지 빛깔이다. 내년 9월 중순에는 저녁 남서쪽 지평선 20도 안타레스의 바로 위에서 화성과 만나므로 화성과 붉은 색을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안타레스는 지름이 태양의 약 6-7백배로 목성 궤도를 채울만큼 부풀어 있는데, 오리온자리 베텔규스처럼 종말이 가까운 적색 초거성이다. 그러나 무게는 겨우 태양의 ${10}^{-15}$배에 불과하다. 전갈자리에서 2번째 밝은 람다별 샤울라는 1.6등성으로 전갈의 독침을 뜻하며, 그 아래에 있는 3등성 아이오타는 태양의 20만배 밝기를 가진 마치 우주의 등대처럼 밝은 별이다.
우리나라 설화 속에도 전갈자리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변장한 호랑이가 엄마를 잡아먹고 오누이까지 해치려 하자, 하늘에서 튼튼한 금줄이 내려와 오누이를 태우고 하늘로 올라가고, 호랑이는 썩은 동아줄에 매달려 올라가다 떨어져 죽었다는 이야기다. 이야기 속의 금줄이 전갈의 꼬리 부분이며, 람다와 웁실론별이 오누이가 변한 별이라고 전해진다.
M6과 M7, NGC6357-6334
전갈의 독침 위에 맨눈으로도 희뿌옇게 보이는 2개의 큰 산개성단이 있다. 이들은 나비성단이라는 별명을 가진 M6과 이보다 더 크고 밝은 M7이다. 두 천체 모두 소형 쌍안경으로 볼만한 가장 적당한 산개성단이다. M6은 6등성에서 10등성 사이의 별들이 50여개 보인다. 곤충의 촉수 같은 V자 모양의 별무리를 이루어 잠자리 모습과 더 닮았다.
M7은 메시에 천체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천체로 남중고도가 서울 17도, 부산 20도에 불과하다. ‘알마게스트’에도 성운으로 기록됐을 만큼 일찍부터 알려져 있었다. 사진 오른쪽에 2개의 발광성운 NGC6357과 NGC6334가 보인다. 위쪽 NGC6357에는 성운 중앙에 4개의 별이 세로로 나란히 줄지어 있는 재미있는 모양을 볼 수 있다. 200mm 망원렌즈면 네 천체 모두를 한 필름에 담을 수 있다.
안타레스 부근 3개의 구상성단 M4, M80, NGC6144
M80은 안타레스와 베타별 중간에 있는 작지만 매우 밝고 둥근 구상성단이다. M4보다 멀리 떨어져(3만6천 광년)있어 작고 어둡지만 실제로는 훨씬 크고 밝은 구상성단이다. 쌍안경으로는 별과 구별하기 어렵다. 망원경으로는 탁구공처럼 하얀 모습으로 보이지만 가장자리의 별들이 잘 분해되지 않는다. 이 구상성단 속에서 1860년 처음으로 7등급의 신성이 발견되기도 했다. 성단 왼쪽 위에 보이는 밝은 별은 8.5등급.
안타레스 오른쪽 위의 구상성단은 NGC6144로 쌍안경으로 보기엔 너무 어두운 대상이다.
더위는 더욱 심해지고 있지만 밤은 하지가 지난 뒤라 아주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하순 부터 시작된 장마가 이달 중순까지 계속되며 밤하늘을 구름으로 가리고 있고, 상순과 중순에는 달빛도 강해 관측회를 떠나기 어려운 시기이다. 실제 관측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날은 하현이 지나는 17일 이후로 주말인 18-19일이나 장마가 완전히 지난 25-26일이 가장 적당하다.
지구 원일점 통과
지구는 원일점(1.0166936AU)을 이날 통과하고, 7일은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석이다. 17일은 수성이 저녁 서쪽 하늘 석양 속에서 동방 최대이각(26도 41분)에 이른다. 밝기 0.4등급, 시직경 7.9초로 1백배 정도의 배율이면 반달 모양의 수성을 볼 수 있다.
알데바란 성식
동틀녘에 월령 26일의 그믐달이 황소자리 1등성 알데바란을 가리는 성식을 일으킨다. 서울에서는 이번 성식의 북방한계선 바로 아래에 위치하기 때문에 알데바란이 달의 끝에 가까스로 가려지면서 사라진다. 한편 이번 성식의 북방 한계선에 놓인 의정부, 일산, 김포, 인천 영종도를 잇는 선상의 지역에서는 알데바란이 달에 가리지 않고 스쳐 지나는 아주 보기 드문 접식이 일어난다.
해왕성의 충
현재 태양계 가장 바깥을 도는 행성은 해왕성이다. 명왕성의 궤도가 길쭉해서 내년 3월까지는 해왕성의 궤도보다 더 안쪽을 돈다. 해왕성은 24일에 태양, 지구와 일직선으로 놓여 충이 된다. 밝기는 7.8등급, 시직경 2.3초로 망원경으로 보아도 보통 별과 구별하기 쉽지 않다. 사진은 지난 5월 31일 새벽에 찍은 염소자리 모습니다. 쌍안경으로 찾아보면 지난 2개월 사이에 해왕성이 약간 이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8월 3일에는 염소자리 중앙에 있는 천왕성도 충이 된다. 거리 43억 5천 7백만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