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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 혜성 충돌

 

소행성과의 충돌


"어스레한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에 온 나라의 사람들이 그것을 볼 수 있었다. 갑자기 서쪽 하늘에 나타난 거대하고 창백한 하얀 별을!"

지금부터 1백년 전인 1897년에 발표된 웰스의 단편소설 '별'에 나오는 구절이다. 외계에서 날아온 천체가 지구와 부딪힌다는 설정을 다룬 모든 SF들의 원형이 되는 고전이다.

소행성이나 혜성과 같은 천체가 지구 충돌 코스로 날아오는 일은 엄밀히 따지면 외계인이나 시간여행을 다룬 SF 소재들보다 훨씬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최근 서구의 천문학자들이 지구로 다가오는 소행성들을 발견해 경고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또 이런 재난을 다룬 SF 영화도 여럿 발표되고 있다. 당장 '딥 임팩트'와 '아마게돈' 두편이 국내에서 동시에 소개되고 있다. 핵전쟁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결정적으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이 '천문학적 재난'이 그동안 SF에서는 어떻게 묘사돼 왔는지 살펴보자.

19세기 대중적 관심 증폭 - 소행성 관측으로 상상력 자극

외계의 천체가 지구로 날아와 충돌하는 일은 관측천문학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대중들의 관심사로 떠오른 적이 없다. 별은 아득히 먼 밤하늘에 떠있을 뿐 가까이 날아오는 존재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19세기 들어 소행성들이 속속 발견되면서 SF적 상상력이 새롭게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태양계 안에는 수천, 수만개가 넘는 조그만 소행성들이 우글거리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 중에는 지름이 수백km에 달해 한반도보다 큰 것이 있는가 하면, 수십-수백m짜리 작은 것은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웰스의 단편 소설 '별'은 19세기 말 이와 같은 천문관측 사실에 바탕을 두고 집필됐다. 당시에는 아직 시베리아 퉁구스카의 대폭발(1908년)이나 핼리혜성의 지구 접근(1910년)으로 인해 커다란 소동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돋보이는 이유는, 짧은 단편에서 예상해 볼 수 있는 모든 세세한 부분을 빠짐 없이 설득력있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지구로 날아오던 천체가 목성을 비롯한 다른 천체들의 영향을 받아 궤도가 변할 가능성, 지구의 기후와 지형들이 어떤 양상으로 변화할지에 대한 예측, 다가오는 천체가 지구에서는 어떻게 보일 것이며 달과 태양 사이에서는 어떤 시각적 효과를 나타낼까 또 사람들의 심리는 어떻게 변할까와 같은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뤘다. 이 작품에서는 지구로 돌진해오던 별이 다행히 충돌하지 않고 스쳐 지나간다.
 

'홉킨스의 기록'(1939)


20세기 전반 다양한 재난 예고 - 독가스의 위협

1933년 발표된 장편 '지구가 충돌할 때'는 이 방면의 걸작 고전으로서, 우리나라에도 아동용으로 편집돼 널리 알려졌다. 와일리와 볼머가 공동집필한 이 소설은 외계에서 별 두개가 지구로 날아온다는 설정 아래 인류의 필사적인 생존 노력이 긴박감있게 펼쳐진다.

1951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노아의 방주 로켓에 선발된 인간들과 동식물이 탑승하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현재 개봉된 영화 '딥 임팩트'는 바로 이 영화에 상당 부분 바탕을 두고 제작된 것이다. '지구가 충돌할 때'에서는 지구가 외계 천체와 충돌해 없어져버리지만, 날아온 별 두개 중 나머지 하나가 대신 자리를 잡아 제2의 지구가 된다.

SF에서 외계의 천체는 꼭 지구와 부딪혀서만 일을 내는 것은 아니다. 대신 색다른 형태의 재난을 낳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1951년작 '트리피드의 날'을 들 수 있다.

어느날 밤 지구에 유성우가 쏟아지고, 이를 직접 본 모든 사람들의 눈이 멀어버린다. 그리고는 일부 식물에 이상한 돌연변이가 생겨 트리피드라 불리는 괴물로 탈바꿈한다. 이들은 제발로 걸어다니면서 독을 뿜고 사람을 잡아먹는다. 장님들 천지가 된 사회는 완전히 붕괴되고, 트리피드는 나날이 늘어나 마침내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한다. 1963년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관심을 끌었다.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유명한 추리작가 코난 도일은 SF소설도 여러편 발표했다. 그 중에 '독가스대(帶)'라는 작품은 지구 전체가 우주의 독가스 영역으로 들어간다는 얘기를 담고 있다. 소설의 후반부에서는 독가스의 위협이 생각했던 것만큼 치명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 작품은 1913년에 발표됐는데, 1910년 핼리혜성 소동에서 영감을 받아 쓰여지지 않았나 추측된다.

핼리혜성은 76년마다 지구에 접근하는 궤도를 타고 태양을 공전한다. 최근에는 1986년에 지구 가까이 지나간 적이 있다. 그 때는 이미 크기가 줄어들고 도시의 불빛 때문에 눈으로 관측하기가 무척 힘들었지만, 1910년에는 밤하늘에 커다랗게 눈에 띄어 일대 장관을 이루었다.

그런데 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지구가 핼리혜성 꼬리의 가스부분과 만나게 될 운명이었다. 그래서 대기와는 다른 성분의 독가스를 마시면 인류가 모두 죽을 것이라는 공포가 널리 퍼졌다. 이 탓에 사회적으로 불안감이 확산돼 심지어 자살하는 사람까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핼리혜성은 2천5백만km까지 지구에 접근해 꼬리의 겉보기 각도가 1백25-1백50도까지 관측됐으나, 꼬리가 지구를 휘감을 정도는 아니었다.
 

1979년 제작된 영화 '지구의 대참사'의 비디오물 표지


20세기 후반 적극적 대처 묘사 - 우주 파수대와 핵미사일 등장

1967년 블리쉬와 나이트가 공동 발표한 소설 '폭발적인 국면들'은 소행성의 지구 충돌을 그린 전형적인 작품이다. 1조의 인구로 붐비면서도 8백년 가까이 균형잡힌 상태를 유지하던 미래의 지구 사회가 플라비아라는 소행성의 충돌로 일시에 종말을 고해버린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SF작가 아서 클라크는 1973년에 발표한 걸작 장편 '라마와의 랑데뷰'의 도입 부분을 운석 충돌과 그 감시 체제의 묘사에 전적으로 할애하고 있다. 2077년 지구에 떨어진 거대한 운석이 두개의 도시와 60만명의 인명을 앗아가고, 그 결과 '우주 파수대 계획'이라는 우주감시 시스템이 건설된다는 내용이다.

1979년에는 '지구의 대참사'(Meteor)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숀 코넬리, 나탈리 우드와 같은 호화배역진에 감독은 '포세이돈 어드벤처'(1972)로 이미 재난영화 연출에 명성을 얻은 로널드 니임이었다. 혜성과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생겨난 거대한 운석이 지구로 날아온다는 내용이다. 미국과 소련이 협력해 핵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그나마 피해를 줄인다. 하지만 이 영화는 특수효과나 연출력이 미흡해 졸작이란 평가를 받고 말았다.

1993년 아서 클라크가 발표한 장편소설 '신의 일격'은 '지구가 충돌할 때'와 함께 영화 '딥 임팩트'가 참고한 또 하나의 주요 작품이다. 사실적인 묘사가 특기인 클라크는 이 소설에서도 실제 사건을 예로 들면서 자연스럽게 줄거리를 끌어간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사건은 1972년 미국 오레곤 주에서 관측된 거대 운석. 그리고 북미대륙 아래에 위치한 멕시코만 남부가 사실은 거대한 운석의 충돌 흔적이라는 사실도 밝힌다. 클라크는 흔적이 6천5백만년쯤 전에 생긴 것으로 보고 있는데, 실제로 미국의 과학자들은 이 지역에서 운석 충돌을 증명하는 지질학적 증거들을 찾아냈다.

누구든지 세계 지도에서 이 지역을 찾아보면 원형의 해안선 지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신의 일격'에서는 22세기의 미래에 칼리라는 소행성이 공전 궤도를 이탈해 지구로 날아온다. 인류는 아틀라스라는 로켓을 칼리에 충돌시켜 위기를 넘기려 하지만 종교인들의 방해 공작으로 실패로 돌아간다.

임기응변으로 아틀라스를 싣고 간 로켓 골리앗을 칼리에 충돌시키고, 그 결과 칼리는 두조각으로 나뉜다. 그 중의 하나가 지구를 60km라는, 천문학적으로는 종이 한장 차이도 안 되는 간격으로 스쳐간다.

물론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지만, 칼리의 직접적인 충돌에 비하면 경미한 수준이다. 영화 '딥 임팩트'는 지구에 접근하는 혜성을 저지하는 과정의 상당 부분을 이 소설에서 얻어왔다.
 

1993년 발표된 소설 '신의 일격'의 표지. 지구에 다가오는 소행성에 로켓을 충돌시켜 두조각낸다는 내용이다. 영화 '딥 임팩트'에서 혜성을 저지하는 과정이 이와 유사하다.


충돌은 일어날 것인가 - 위험 대비해 특별 관리 중

SF작가이자 과학해설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노아의 홍수'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며, 그 원인은 다름아닌 거대 운석의 낙하 때문이었다는 주장을 폈다. 그리고 한때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이 멸망한 원인도 외계물체(소행성이나 혜성)의 충돌로 인한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 견해는 1980년 미국의 지질학자 알바레스가 처음 제시했는데, 당시에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설득력이 더해져 오늘날에는 타당성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지면 먼저 충돌 때 발생한 고열로 주변 지역이 완전히 초토화된다. 그리고 낙하한 코스를 중심으로 엄청난 대기의 교란이 생겨 흙먼지들이 하늘을 뒤덮는다. 그 결과 태양빛이 차단돼 평균기온이 내려가고 그 여파는 생태계에 치명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이 '겨울'은 몇년이나 지속된다.

한편 충격을 받은 지각에서는 지진과 화산, 해일이 일어나고, 기나긴 '겨울'이 지나면 이번에는 온실효과로 인해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한다. 극지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올라가서 해안 도시들은 모두 침수된다. 가히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도 남을 대재앙이다.

망원경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계속 새로운 소행성들의 접근이 발견되고 있다. 1989년 3월 23일에는 지름 약 1백m의 소행성(1989FC)이 지구로부터 80만km 지점을 통과했다. 미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이 소행성이 초속 10km 이상으로 지구와 충돌했다면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1천개 이상이 터지는 피해를 발생시켰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름 1백m짜리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1만년에 한번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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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씨제이 엔터테인먼트
  • 박상준 SF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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