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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안하지 않으면 한순간도 살아갈 수 없다.

위기 탈출의 고급 생리현상

 

산속에서 호랑이를 만났을때 느끼는 두려움은 호랑이의 오판을 유도하고, 잠재된 극한의 능력을 이끌어낸다. 불안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는 심리적 방어기제다.


현대는 복잡하고 신경 쓸 일이 많다. 예를 들어 개인에게는 큰 시험이나 할 일들이 산재해 있고, 정치적으로는 남북의 긴장 상태가 최고점에 달아있다.

게다가 사회적으로는 IMF의 금융구제를 받으면서 대량 실업사태가 벌어졌다. 이럴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하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불안하다’는 말이다. 도대체‘불안하다’는 말은 어떤 뜻일까.

막연한 근심 + 신체적 증상

불안이라는 단어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만큼 그 뜻도 사용하는 경우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그렇다면 ‘불안’ 의 근본적인 정의는 무엇일까. 심리학적 용어로 불안은 “광범위하며 막연한 근심으로, 개인은 매우 불쾌한 느낌을 느끼게 되면서 여러 가지 신체증상들이 나타나게 되는 상태”로 정의된다.

불안(anxiety)은 두려움(fear) 또은 공포(phobia)와 혼동되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불안은 대개 두려움의 대상이 막연하거나, 혹은 위험이 심리적 갈등에서 유래되는 상황을 말한다. 반면 두려움이나 공포는 두려워하는 것이 실존하는 것이며 눈앞에 놓여있는 경우다. 예를 들면, 칼로 위협하거나, 높은 건물의 옥상 끝에 서있을 때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 혹은 공포인데 반해, "이유없이 그냥 가슴이 뛰며 어쩔줄을 모르겠다"는 느낌이나, 내일 군중 앞에서 연설할 것이 걱정되는 느낌 등은 불안이다.

불안을 느끼는 상황에서는 막연한 근심스러움 등의 심리적인 감정 외에도 여러 가지 신체적인 증상들이 함께 나타난다. 사람이 불안을 느낄 때 신체 반응을 관찰해 보면 혈압이 상승하고, 가슴이 뛰며 답답해지고, 땀이 나고, 눈동자가 커지며, 손발이 떨리게 된다. 또한 안절부절하고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며 초조해 하는데 이것은 자율신경계가 활성화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불안의 정의는 주관적인 느낌 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여러 증상들이 함께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그림1) 불안을 관장하는 중추인 변연계와 시상하부


불안, 생존에 꼭 필요

불안은 왜 느끼는 것일까? 불안이 없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쉽고 편해질까. 시험 걱정도 안할 것이고 모르는 사람 앞에서 더 이상 떠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하지만 결론은 이와 정반대다.

불안이 없다면 사람은 한순간도 살아갈 수 없다. 불안은 위험 상황에 직면했을 때 우리로 하여금 탈출구를 찾아 주는 역할을 하는, 매우 정상적이며 꼭 필요한 심리적·생리적 반응이다.

산속에서 호랑이를 만난 경우를 생각해보자. 두려움의 감정이 없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생각할 것이다.

"호랑이는 사람을 잡아 먹는다. 내가 여기 있다가는 호랑이에게 잡혀 먹힐수 있으니, 어서 빨리 도망쳐야 겠다"이런 식으로 복잡한 논리를 전개한 끝에 뒤로 돌아서 자기가 최대한 달릴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산속을 뛸 것이다. 이때의 결과는 뻔하다. 먹이임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맹렬한 기세로 달려드는 호랑이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두려움이라는 ‘방어책’ 이 있는 경우는 다르다. 사람은 산속에서 호랑이를 만났을 때, 호랑이임을 알아챔과 동시에 엄청난 두려움에 휩싸여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만다. 달아나는 동물을 반사적으로 뒤쫓는 호랑이의 본능에 대해서 이 방법은 최선이다.

그리고 그는 생각한다. "호랑이다! 도망가자" 두려움 그 자체로 그는 자기가 달릴수 있는 속도 이상으로 뛰기 시작한다. 이것은 두려운 마음에 의해 자율신경계가 크게 활성화 돼 평소보다 심박수도 증가되고, 반사신경도 빨라지며, 근육에 긴장이 가해져 평소 능력 이상으로 신체 활동이 증가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그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불안도 이러한 맥락에서 비슷하다. 시험을 앞두고 있는 동안 불안은 사람을 더욱 긴장시켜 시험준비에 전념하도록 한다. 낯선 상황을 대하는 경우도 사람으로 하여금 더 열심히 준비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는 모두 정상적인 수준의 불안이며, 지나치지 않은 경우만을 간주했을 때 그렇다는 말이다.

즉 불안은 실제로 닥쳐올지도 모르는 더 두려운 상황, 즉 시험을 완전히 망치게 되는 상황, 군중 앞에서 실수를 하게 되는 상황들에 대한 일종의 경계신호이다. 따라서 근래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은, 정말로 더 두렵고 걱정스러운 상황을 미리 예방해 줄 것이다.

죄책감을 느끼는 초자아 불안

오래전부터 인간이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 특히 불안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들이 이뤄져 왔다. 현재는 "어떻게 인간이 불안을 느끼게 되는가"에 대해 여러 가지 이론들이 제시되고 있다.

1900년대 초반부터 프로이트에 의해 거론되기 시작한 정신분석학적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크게 본능(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로 구성돼 있다. 인간이 보다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위의 세가지 구성요소들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만약 균형이 조화롭지 못하면, 불안을 느끼게 된다. 인간은 유아기 동안 어쩔수 없어 겪게 되는 몇가지 불안 상황, 예를 들어 어머니가 곁에 없어 젖을 먹고 싶다는 본능이 충족되지 않아 느끼게 되는 분리 불안, 자신의 잘못에 대해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초자아 불안 등을 경험한다.

위와 비슷한 관점으로부터 발달된 학습이론에 따르면, 어렸을 때 잘못을 저질러 벌을 받으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불쾌한 느낌들은 기억 속에 남아 후에 유사한 상황이 예상되면 불안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인지이론에서는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인지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불안을 느끼는 과정을 인지적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렸을 때 형성된 자동적이며, 비현실적이고, 자기패배적인 사고방식이 그대로 고착돼 스스로 고통받는 상태를 들 수 있다.
 

(그림2) 불안의 메커니즘^대뇌 피질의 감각 신경들이 편도핵으로 연결되고, 다시 여기서부터 뇌하수체 쪽으로 신경세포가 연결돼 있다. 편도핵과 시상하부는 자율신경계와 내분비계를 자극해 불안증상을 유도한다.


불안 중추 대뇌 피질

초기에는 불안의 발생 메커니즘에 대해, 불안을 유발시키는 사건이 있은 후 이것이 대뇌 피질에 인식돼 말초기관이 자극되면, 자율신경계가 활성되고 불안과 관련된 증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근래에는 우리가 경험적으로 느낄 수 있듯이, 어떤 상황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하기에 앞서 생리적 반응이 먼저 일어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다음과 같은 이론을 제시했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먼저 심박동수의 증가나 땀의 분비 같은 생리적 반응이 나타나고, 이런 상황을 대뇌 피질이 인식해 불안한 상태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즉각적인 신체적 변화상태가 표지자가 돼 여러 가지 사건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불안의 경로(route)가 형성된다. 즉 교육과 사회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비슷한 과정을 반복해 경험함으로써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는 자동적으로 ‘불안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학습되어진 불안의 경로를 관장하는 중추는 어디인가. 이는 여러 신경계 간의 매우 복잡한 연결에 따른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곳은 대뇌 피질이며, 불안으로 생기는 신체 증상이 관련된 곳은 자율신경계이다. 현재까지 이 두 영역을 연결해 주는 시스템은 변연계와 시상하부인 것으로 추측된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로 나뉘어 눈동자, 심장, 혈관, 땀샘, 위장관, 호흡, 방광 등의 신체기관에 영향을 주고, 내분비계와도 상호작용을 해 여러 호르몬들을 분비시킨다.

즉 교감신경계의 활성화에 의해 혈액내 아드레날린 함량이 증가하고, 간에서 당분유출이 많아지면서, 혈압과 맥박이 증가하고 때로는 안구돌출증까지 나타난다. 그리고 피부는 창백해지고 땀이나고 입이 마르며, 호흡은 깊고 잦아지며, 근육은 이완되면서 떨린다.

최근에는 여러 중추신경계 내 신경세포들의 상호작용에 관여하는 물질, 즉 신경전달물질 수준에서 연구가 진행됐다. 신경전달물질이란 신경세포들이 시냅스라는 연결부위를 통해 생리적 자극을 전달할 때 관여하는 물질이다.

어느 한 신경세포가 자극되면, 그 자극은 전기적 으로 전환되고, 이 전기적 활성은 신경세포의 세포막을 타고 신경세포 말단으로 전파된다.여기서 전기적 자극은 시냅스라는 빈 공간을 통과해 자극을 다음 신경세포로 전달해 주기 위해 신경전달물질을 시냅스쪽으로 분비시키는 방법을 취한다.

어떻게 대처하나

불안은 결코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정서 반응이다. 불안의 느낌은 주관적이어서 어디까지가 정상적인 불안이고, 어느 정도를 병적인 것으로 봐야 하는 지에 대해 객관적인 수치가 없다. 다만 이것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현대인들은 그 어느때 보다도 불안을 많이 느끼며 살고 있다. 비록 원시 생활에서 느꼈던 불안을 경험하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에서 계속적으로 부과되는 다른 종류의 불안 유발 상황이 있다.

현대인이 겪는 불안은 주로 과중한 스트레스나 심리적인 갈등의 소산이다. 현대인이면 누구나 생활에서 어느 정도 불안을 겪으며 살고 있다. 따라서 이 불안을 대처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대응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먼저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정말로 불안인가를 생각해 본다. 이때 과연 내가 느끼는 불편함이 일반인들에 비해 유별난 것인가 되새겨 보라. 남들과 비슷한 정도의 불안이라면, 이것은 내가 그 일을 더 잘 수행해 내기 위해 꼭 필요한 '마음가짐'인 것이다. 학생이라면 시험공부를 더 열심히 할 수 있고, 사회인이라면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불안의 정도가 지나친 경우에는 역효과가 나타나 자신의 일에 열중할 수 없고, 능률도 떨어지게 된다. 이 경우엔 내가 무엇을 그토록 걱정하고 불안해하는가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다.

많은 경우는 예측되는 더 끔찍한 미래의 결과에 대해 자신의 준비가 부족해서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웬만한 불안들은 스스로의 재확인과 안심하기, 자신감 회복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행동요법이나 인지요법이 필요하다. 군중앞에 나서는 것이 두려운 사람은 스스로 강하게 마음을 먹고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해보는 것이 좋다. 불안을 만성적으로 느끼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긴장상태를 모니터 해본다.

만일 자신의 뒷목 근육이 단단하게 긴장돼 있고 휴식 시간에도 스스로 긴장을 풀고 있지 않다고 느끼면 근육이완법 같은 행동요법이 유용하다. 만일 자신이 지나치게 걱정하는 타입이라고 판단되면, 자신의 생각과 판단 중 어떤 점이 잘못되고 과장된 것인지를 알아내 교정해 보는 인지요법이 필요하다.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 중 일부는 그 불안감이 극도에 다다르거나 혹은 아무런 이유없이 계속적으로 불안이 지속될 수 있는데, 이때는 약물요법이 필요하다. 흔히 벤조디아제핀계열의 약물이 처방되고 있으나, 이런 약물은 중추신경계에서 작용하는 물질이므로 전문가의 처방하에 지나치게 남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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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민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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