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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간과 기계를 통합시킨 사이버네틱스

 

사이버네틱스는 기술적, 생물적 또는 사회적 매체의 제약조건을 이해하고자 한다.


위너가 발표한 사이버네틱스 이론은 인간과 기계를 하나의 공통이론으로 설명하려던 과학계의 숙원을 해결함으로써 이 분야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되먹임 현상이 일어나는 시스템은 모두 동일한 차원에서 설명이 가능해진 것이다.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하면 어떤 사람들은 자동화를 떠올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쥐를 이용한 실험을, 또 어떤 사람은 수학이나 인공지능의 한 분야를 연상하기도 한다. 실로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 용어는 1948년에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1894-1964)에 이어서 프로세스 제어기술의 연속적인 형태로 발표된 것에서 출발한다.

원래는 '배의 조타수'(steersman)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이 용어는 요즘 들어 '인공두뇌학' 또는 '동물과 기계에서의 통신과 제어의 연구'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위너는 이 단어를 '행동의 목표지향적인 의도적 제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인간의 중추신경계는 환경 조건에 대한 정보와 상호작용한다.


되먹임이 관련된 모든 것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위너는 대공포의 제어를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다. 대공포는 목표물의 현재 위치가 아니라 비행물체가 포탄이 발사된 후 이동하게 되는 지점으로 발사되야 한다. 따라서 이 제어기는 비행체의 다음 경로를 예측해야 한다.

위너와 그의 동료인 줄리언 비겔로는 관측된 시계열의 가능한 향후 경로를 예측하기 위해 일반적인 수학적 지식을 동원했다. 그 결과 예측한 움직임과 실제 움직임 사이의 차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러한 차이들은 예측을 위한 입력으로 되먹임(feedback)돼 향후 예측을 보정하는데 사용될 수 있었다.

위너와 비겔로는 여기에서 보정 되먹임을 잘못 다루면 제어기 부분에 두가지 서로 다른 형태의 오동작을 유발시킬 수 있음을 알아냈다. 만일 제어기가 보정 되먹임에 충분히 민감하지 않다면 보정결과 차이가 줄어들지 않게 돼 예측한 움직임과 실제 움직임간의 간격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반면에 제어기가 되먹임에 지나치게 민감하면 보정값이 너무 커져 크게 진동할 것이다.

앞의 오동작은 인간이나 동물의 운동실조증(Ataxia)과 유사한데, 이것은 사지로부터의 내부 감각 되먹임이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에 발생한다. 위너와 비겔로는 의학자인 알투로 로젠블러스에게 두번째 유형의 오동작이 인간이나 동물에게서 일어나는지 여부를 문의했고, 로젠블러스는 즉시 소뇌에 상처를 입은 환자에게서 관찰되는 떨림증이 그러한 증상이라고 답했다.

위너와 비겔로, 로젠블러스는 이로부터 되먹임이 다양한 자연 및 인공시스템에서 유사한 역할을 하며, 목표지향적인 기계의 기능과 역기능을 밝히기 위한 학제적인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생물체에서 수행되는 유사한 메커니즘의 본질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밝혀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동물과 기계를 동일한 이론으로 탐구할 수 있는 수준'을 제어와 통신으로 정의한 사이버네틱스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가 됐다. 실제로 그 정의에 벗어나는 과학분야를 찾기가 오히려 어려울 지경이다. 예를 들어 예술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과연 예술은 사이버네틱스의 한 분야인가? 예술가들은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아이디어를 교환함으로써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정의상 예술도 사이버네틱스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위너가 채택한 정의를 받아들인다면 사이버네틱스가 서로 다른 많은 예술이나 과학을 통합하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심지어 사이버네틱스와 관련된 어떤 학술회의에서는 일부 화학반응도 되먹임 과정이 연관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사이버네틱스의 범주에 속한다고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따르면 어떤 형태로든 되먹임이 관련된 것이라면 모두 사이버네틱스의 일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이버네틱스의 원리는 인체의 작용과 제어방법에 대한 데카르트의 생각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인간과 동물의 신경계는 조절 시스템으로 작동하는데, 체온을 일정한 폐구간 내에서 유지시키는 것이 그 한 예다. 1940년대 중반에 이같은 작동이 온도 제어 시스템의 조절 장치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초창기의 시스템들이 할 수 있었던 기능은 중앙제어 메커니즘의 복잡도에 의존했다. 그러나 이를 수행하는 디지털 컴퓨터 역시 크기나 비용면에서 그리 효율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다양한 컴퓨터 기술로 말미암아 컴퓨터의 크기는 작아지고 성능은 더욱 강력해지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예술가들이 사회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이루고 있다는 면에서 보자면, 예술도 사이버네틱스의 한 분야라 할 수 있다.


동물과 기계는 모두 시스템

본질적으로 사이버네틱스는 일종의 시스템을 다루는 분야다. 여기에서 고려될 수 있는 시스템의 종류는 워렌 맥컬럭(Warren McCulloch)이 잘 설명한 바 있다. 멕컬럭은 인간이나 동물의 신경계에서 정보가 어떻게 흐르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이것을 강물의 흐름과 비교했는데, 인간의 중앙 신경계에서도 인체환경의 조건에 대한 정보가 강물이 본류에 섞이는 것처럼 섞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멕컬럭의 비유는 동물 신경계의 행동을 독립적으로 고려하는데는 매우 유용하지만, 신경계는 결코 독립돼 있지 않다. 항상 능동적인 환경에서 작동하는 것이다. 환경은 신경계가 작동하는 토대가 되기도 하지만 신경계에 작용을 가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어쨌든 전체 시스템은 일종의 루프(되풀이 해서 실행할 수 있도록 이루어진 일군의 명령)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것은 인간이 만든 정형화된 제어 시스템과 달리 완전히 닫혀있는 루프는 아니라는 점이다. 대신에 이 루프는 다른 유사한 루프들이나 환경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사이버네틱스는 바로 그러한 루프들을 연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 중에서 정보 시스템의 복잡한 다차원 네트워크로 간주되는 것을 사이버네틱 시스템이라고 한다. 사이버네틱 시스템의 특성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복잡성 : 많은 이질적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복잡한 구조를 갖는다.
상관성 : 하부시스템간의 다중 상호작용을 실시간에 협조적으로 수행한다.
상보성 : 동시적 상호작용으로 다중 프로세스 및 구조에 작용하는 하부시스템을 구축한다.
진화성 : 최적으로 설계되거나 계획되기보다는 개선되는 방향으로 진화해간다.

한편 시스템 이론, 또는 시스템 과학은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가 아무리 복잡하고 다양해도 그 안에서 다른 유형의 조직을 찾을수 있으며, 그러한 조직이 특별한 영역과 관한 원리에 의해서 기술될 수 있다고 본다. 즉 동물이든 기계이든 외부로부터 정보를 받아 처리하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간주하고, 이를 관장하는 일반적인 법칙을 발견하면 어떤 영역의 문제라도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스템 이론과 사이버네틱스는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다. 굳이 둘 사이의 차이를 말한다면, 시스템 이론은 시스템의 구조와 그 모형들에 좀더 주안점을 둔 것이고, 사이버네틱스는 시스템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즉 어떻게 그 작동을 제여하고 다른 시스템과 통신하는지 등에 초점을 둔 것이다. 사실 어떤 시스템의 구조와 기능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둘은 동일한 방법의 두가지 면이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인공지능과 사이버네틱스

인공지능은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 기계지능을 구현하고자 하는 반면, 사이버네틱스는 인식론을 사용해 기술적, 생물적, 또는 사회적 매체의 제약조건들을 이해하고자 한다. 또한 인공지능 분야는 보편적 계산의 개념과 뇌의 추상화로 구축된 디지털 컴퓨터가 결합돼 등장했지만, 사이버네틱스 분야는 정보와 되먹임, 그리고 제어의 개념이 특수한 공학적 응용에서부터 생물체나 추상화된 지능적 과장을 포함한 시스템으로 일반화돼 나타났다.

이러한 인공지능과 사이버네틱스는 아이러니하게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기계지능의 탐색에 영향을 미쳐왔다. 사이버네틱스가 인공지능에 비해 앞서 시작됐으나, 인공지능이 지난 20여년동안 우위를 차지해왔다. 그러다가 최근들어 문제에 봉착해 있는 인공지능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시도로 과거에 사용하던 사이버네틱스의 접근방식을 이용해 해결책을 찾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메컬럭과 피츠(Pitts)가 그 가능성을 입증한 신경망은 뇌의 신경세포가 정보를 처리하는 메커니즘을 모형화해 생물의 정보처리체계를 보여준 것으로, 뇌의 기능모형에 근거한 인지 정보처리 구조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또한 이에 못지않게 인공생명이라는 이름 아래 생명의 행동을 컴퓨터등의 매체로 실현하기 위한 학제적 탐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인공생명은 1987년 미국의 산타페 연구소와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제1회 인공생명 워크숍'을 계기로 다시 한번 그 부흥기를 맞고 있다. 인공생명은 살아있는 시스템의 구성요소가 갖는 기본적인 행동패턴을 포착해 이와 유사한 행동을 인공적으로 구현함으로써 생명의 본질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다. 제대로만 된다면 이들 인공적 요소들의 결합으로 자연계에서는 많은 동적 행동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이버네틱 사회의 미래

위너가 원래 정의한 사이버네틱스는 동물과 기계의 제어 및 통신에 관한 연구였지만, 요즘에는 이 정의는 '인간과 기계 및 사회에서 계산과 통신 및 제어에 관한 연구'로 확장되고 있다. 이 관점에서 정보화 사회는 정보의 전달과 처리형태가 점차 중요해지는 사회이며, 현재의 컴퓨터와 통신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소위 사이버네틱 사회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사이버네틱스와 시스템 연구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컴퓨터인데, 복잡한 시스템의 분석과 그러한 시스템의 모형을 구현하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 바로 컴퓨터 과학의 개념과 컴퓨터 자원이기 때문이다. 컴퓨터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분석하고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의 복잡도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컴퓨터의 보급은 사회구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여러가지 형태의 컴퓨터 사용패턴이 가능할 것이고, 이 패턴 또한 기존의 사회구조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변화시키기도 하고 변화되기도 한다. 개인용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통한 이들의 연결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가능케함으로써 개방된 민주주의 사회의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초창기 사이버네틱스는 주로 기술적인 면에서 공헌돼 되먹임 제어장치와 통신기술, 생산과정의 자동화, 그리고 컴퓨터 등을 가능하게 했다. 그 이후로 관심은 곧 인간과 관련된 다양한 과학으로 이동돼 인지과정에 적용되기도 하고, 정신의학, 정보 및 의사결정시스템의 개발, 경영, 행정과 같은 실제적인 문제에 응용되기도 하며, 통신과 컴퓨터 네트워크를 포함하는 사회조직의 복잡한 유형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사용돼 왔다.

하지만 아직 사이버네틱스의 모든 가능성이 응용문제에서 다 실현됐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새로운 차원의 정보기술 구현을 위한 토대가 될 것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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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조성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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