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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주생활 24시

100가지 우주식과 완전수면 실현

무중력 공간에서 활동하는 우주비행사들의 활동은 매우 제한된다. 게다가 하루에 지구를 10여차례씩 돌기 때문에 낮과 밤도 지구와는 다르다. 우주에서 생활하는 우주비행사들의 보금자리는 어떻게 꾸며져 있을까.

오랜 기간 중력에 견디며 직립보행을 해온 인간이 무중력상태인 우주공간에서 생활하려면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인체의 근육은 중력으로부터 해방돼 무기력해지고, 그 결과 키도 몇cm 정도 커진다. 따라서 우주비행사가 되려면 무중력상태에 대한 적응훈련이 필요하다. 또 우주선이 발사될 때 경험하게 될 중력가속도의 약 3배에 해당하는 힘을 견디는 훈련도 받아야 한다.

우주공간에서 작업하기 위한 우주유영(EVA, ExtraVehicular Activity)은 지구 상에서 비슷한 조건을 만들어내는 대형 수조 내에서 적절한 부양물을 가지고 미리 연습한다. 특히 국제우주정거장과 같이 모든 모듈의 조립이 우주공간에서 이뤄질 경우 이에 대한 연습은 필수적이다. 우주비행사들이 받아야 할 교육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과학실험을 위해 탑재체에 대한 조작교육도 받아야 한다. 우주왕복선이나 우주정거장에 설치된 각종 장치의 조작교육을 받는데는 일반적으로 수천시간이 든다. 이런 교육을 무사히 이수해야 우주비행사들은 우주선(또는 우주왕복선)을 타고 우주로 날아오를 수 있다.

우주아파트 미르의 생활공간

초기의 우주선은 생활공간의 아닌 작업공간의 개념으로 제자됐다. 제미니나 머큐리와 같은 우주선은 당시의 발사능력 한계 때문에 중량과 부피가 제한됐다. 따라서 극한 우주환경으로부터 우주비행사를 보호하는 차원에 머물렀다. 이를 두고 제미니 10호를 탔던 마이클 콜린스는 두명이 앉는 조종석을 폴크스바겐(독일의 국민차)의 운적석에 비유했다. 그후 발사된 아폴로의 내부공간은 그 전에 비해 두배 정도 커졌다. 또 따뜻한 물을 사용할 수 있었고, 경직된 근육을 이완시키기 위한 운동공간도 확보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생활성보다 작업성을 우선해 제작했기 때문에 우주비행사들은 어지간한 불편은 참고 지낼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 오랫동안 머물 우주정거장이 건설되면서 우주생활공간도 크게 개선됐다. 우주정거장과 우주왕복선이 만들어질 때는 우주비행사들의 편의를 위해 화장실, 주방, 그리고 운동시설을 갖춘 공간이 생겨났다. 러시아의 미르에는 생활공간으로 식탁이 있는 식당, 주방, 그리고 의자와 슬리핑백을 갖춘 객실이 있다. 또한 화장실과 샤워시설도 갖추고 있다.

1백여가지 주문요리 우주특별식단

우주비행사들의 식사 문제는 초기 유인우주선이 계획될 때부터 무엇보다 관심을 모았다.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우주공간에서는 체력 소모가 지상보다 크다. 또 무중력상태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 뼈에서 칼슘이, 근육에서 질소가 빠져나간다. 균형있고 영양가 있는 식단이야말로 우주비행사들이 오랫동안 우주공간에서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우주식은 기술적인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부피도 작고, 발사시에 부스러지지 않아야 하며, 오랫동안 신선도를 유지해야 한다. 초기 아폴로에 실린 우주식은 우주비행사들의 식욕을 떨어뜨릴 만큼 그 질이 나빴다. ‘소시지 맛이 겨우 나는 고무를 씹는 듯한’ 우주식으로 몇일을 견뎌야 했던 우주비행사들에게는 먹는 일이 정말로 고문이었다. 초기 음식물들은 치약과 같은 튜브에 들어있어 입에 짜 넣었다. 그러나 경험이 쌓이면서 우주식은 점차 개선돼 아폴로 8호에 이르러서는 칠면조 요리와 고기국물을 숟가락으로 먹을 수 있었다. 또 냉장고와 같은 식사와 연관된 공간도 점차 확보됐다.

현재 우주왕복선에는 1백여가지의 우주식이 준비돼 있다. 다만 바나나, 배, 딸기 등 물기가 있는 음식물들은 발사시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진공 속에서 건조시켜 포장된다. 이것들은 먹기 바로 전에 수분을 공급해 먹는다. 주스와 같은 음료수도 가루의 형태로 보존된다. 과자류는 지상과 마찬가지 상태로 운반된다. 우주비행사들은 식사를 할 때 원하는 품목을 꺼내 물을 붓고, 필요한 경우 자동가열장치를 켜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요즘은 다양한 메뉴를 바탕으로 풍부한 식탁을 장만할 수 있다. 지상과 유사한 비프스테이크 등으로 구성된 풀코스 식사도 가능하다. 식사를 할 때는 구두바닥에 부착된 장치를 이용해 몸을 고정시킨 후 서서 한다. 지상과 같이 앉아서 할 경우 몸이 자꾸 뒤로 기울어지기 때문이다.

우주정거장에 필요한 물자는 우주왕복선이나 유인우주선이 조달한다. 미르의 경우 러시아의 소유즈와 프로그레스, 미국의 우주왕복선이 그 일을 해내고 있다. 미국의 우주왕복선인 애틀랜티스호가 러시아의 미르에 조달한 품목을 살펴보면, 인체에 매우 중요한 물, 산소, 질소, 음식, 그리고 기타 과학장비들이다. 이런 물품들은 우주왕복선과 우주정거장이 정기적으로 도킹해 조달한다. 이때 승무원의 교대도 함께 이뤄진다.

공중에 붕붕 뜨는 배설물처리

식사와 마찬가지로 우주비행사의 생활에서 중요한 문제는 바로 배설이다. 무중력상태에서 소변을 보면 공중에 뜨게 된다. 그래서 이를 처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우주왕복선 내에 있는 화장실은 지상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게 설계돼 있다. 용변 중에 책을 볼 수 있도록 돼 있으며, 지구를 내려다볼 수 있는 창도 있다. 물론 용변 시에는 몸이 떠돌아 다니지 않도록 벨트로 몸과 발을 고정시켜야 한다. 지상의 화장실과 다른 점은 수세식이 아니라 공기를 이용해 배설물을 빨아들인다는 점이다. 배설물은 우주공간에 노출시켜 냉각건조시킨 다음 보관된다.
 

국제 우주정거장에 설치될 화장실.


우주식 칼로리 계산법

우주를 여행할 때 도시락은 얼마나 싸야 할까. 이것은 발사중량을 줄이는 문제와 연관돼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줄일 수도 없다. 그래서 우주왕복선을 발사할 때 우주비행사 한 사람당 하루에 필요한 음식물의 양을 정하기 위해 기초에너지소비량(BEE)을 계산한다. 이는 남녀의 경우가 다르다.

만약 나이 20세, 키 1백70cm, 몸무게60kg인 여자에게 필요한 기초에너지소비량은 약1천4백칼로리이다. 또 같은 경우의 남자라면 1천6백칼로리가 된다. 그러나 사람마다 음식물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에 칼로리로 음식물 양을 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우주왕복선에서는 한사람당 하루 먹을 음식량을 1.7kg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기초에너지소비량은 규정식단을 만들 때 활용한다. 규정식단은 1주일단위로 반복된다.

■기초에너지소비량 계산법
●여자의 경우 BEE=655+(9.6×몸무게(kg))+(1.7×키(cm))-(4.7×나이(년))
●남자의 경우 BEE=66+(13.7×몸무게)+(5×키)-(6.8×나이)

물방울 공중 분산 우주식샤워

짧은 기간 동안 활동하는 우주왕복선에는 샤워시설이나 목욕탕과 같은 편의시설이 없다. 단지 몸을 닦을 수 있는 몇장의 물수건이 지급된다. 따라서 우주비행사들은 그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랫동안 머물러야 하는 우주정거장에서 샤워는 우주왕복선보다 심각한 문제다. 샤워시설은 현재 계획 중인 국제우주정거장의 필수생활시설로 장착할 예정이다.

미국의 스카이랩 우주정거장에 설치됐던 샤워시설은 우리가 지상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시설과 별로 다르지 않다. 우주비행사는 원형의 통 안에 들어가 샤워 커튼을 치고 샤워기를 이용해 사워하면 된다. 이때 공중에서 분산된 물방울은 진공장치를 이용해 빨아들인다.
 

초기우주정거장의 샤워시설.


지상보다 편한 잠 수면시설

우주비행사를 위한 수면시설은 앞서의 경우보다 훨씬 더 간단하다. 우주비행사들은 지상에서보다 훨씬 편안하게 잠을 청할 수 있다. 무중력상태이므로 지상과 달리 누웠을 때 등에 가해지는 압박이 없고, 전신에 걸쳐 완전무결한 상태에서 잠에 들 수 있다. 그러나 잠잘 때는 수면마스크를 쓰고,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시키거나 칸막이가 있는 공간을 이용해야 한다.

우주비행사는 우주공간에서 적절한 운동을 해야만 한다. 장기간 우주를 여행한 후 지구로 귀환했을 때 우주비행사들은 때때로 병상에 눕거나 쓰러지기까지 한다. 대표적인 증상은 뼈와 근육이 약해지고, 움직이면서 한 물체에 눈을 자연스럽게 고정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인체의 세포가 중력의 효과가 없어짐에 따라 많은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초기의 제미니나 머큐리 등과 같이 우주선에 몸전체를 고정해 비행했을 때에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주정거장이나 우주왕복선과 같이 몸을 고정하지 않고 보다 넓은 공간에서 활동했을 경우에는 앞서 말한 우주적응증후군(Space Adaptation syndrome)이 나타났다. 따라서 근육의 이완 등을 막기 위해 우주비행사들은 필수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 계획 중인 국제우주정거장에서도 오락과 운동시설이 설치될 예정이다. 현재 우주왕복선에서는 답차(treadmill)라는 운동기구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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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진희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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