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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반입자와 반물질

'잃어버린 짝' 을 찾아서

디랙이 처음 예견했던 반입자가 1932년 처음 발견된 이후 반입자와 반물질(反物質, antimatter)에 대한 관심이 계속 커져 왔다. 반입자들로만 이뤄진 반물질의 세계는 가능한지, 또 현재까지 반물질들을 만들기 위한 연구는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알아본다.
 

우주 생성 초기에는 물질과 반물질의 양이 똑같았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와 지구.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생물을 포함한 모든 사물들은 다 물질로 구성돼 있다. 또 그 물질은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의 입자들로 구성돼 있다. 가장 간단한 물질인 수소원자는 양성자 1개와 전자 1개가 전자기력에 의해 결합돼 있다. 물론 더 복잡한 원자나 분자, 생체 등의 물질은 더 많은 입자들로 구성돼 있다.

20세기 초 기존의 물리학 개념을 뛰어 넘는 양자이론이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영국의 물리학자 디랙은 1928년 수소원자의 상대론적 양자이론을 발표했는데, 그 이론은 당시 실험 결과들과 잘 일치했다. 그러나 그의 이론에 따르면 전자에 대한 반입자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 반입자는 전자와 질량은 같지만 전하가 반대인 성질을 가져야 했다. 당시 그러한 입자는 알려지지 않아 그의 이론은 많은 저명한 학자들로부터 거부당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1932년 미국의 앤더슨박사는 우주에서 날라오는 입자 중에 이러한 성질을 가진 입자가 존재함을 발견했다. 이는 현재 반전자 또는 양전자(positron)라고 불리는 전자의 반입자다. 곧 학자들은 양성자나 중성자 등의 모든 입자에도 마찬가지로 각각의 반입자가 존재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1956년 양성자의 반입자인 반양성자가 버클리대학의 가속기에서 발견됐다.

그후 반입자와 이러한 반입자들로 구성된 반물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많은 이론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반우주, 반지구, 반수소원자가 존재할 수 있을까"와 같은 호기심에서부터 "과연 반물질은 일반적인 물질들과 똑같은 물리법칙을 따를까" 등의 심각한 의문이 생기게 됐다.

더욱이 반물질은 우주의 생성 과정과 밀접히 관련돼 있어 현재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예를 들면 우주가 생성된 초기에는 물질과 반물질의 양이 같았다. 그런데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우주에서는 왜 반물질을 찾을 수 없을까. 또 물질과 반물질은 지구의 중력장 내에서 자유낙하시켰을 때 같은 속도로 떨어질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은 과연 어떤 과정으로 반입자들이 입자들로 변환돼 현재의 상태에 이르렀고, 또 그 배후에는 어떤 '새로운' 힘이 작용하는 것일까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그래서 반물질에 대한 연구는 매우 중요하며 앞으로 해결돼야 할 하나의 성배(Holy Grail)로 남아 있다.
 

수소원자, 반수소원자


서울대와 하버드대 공동 연구

입자(물질)와 반입자(반물질)에 관한 성질은 반양성자가 발견되 이듬해인 1957년 뤼더스박사가 처음으로 발표한 'CPT 불변성'이라는 대칭성에 함축돼 있다. CPT 불변성이란 전하, 패리티, 시간에 관한 것으로 물리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대칭성 중의 하나다.

만일 CPT 불변성이 사실이라면 입자와 그에 대한 반입자는 서로 동일한 질량과 수명, 크기를 가지지만, 서로 반대 부호의 자기쌍극자를 가져야 한다는 예측에 도달하게 된다. 현재 이 CPT 불변성에 바탕을 둔 양자장론이 지극히 성공적이라는 사실 때문에 거의 모든 물리학자들은 이 불변성을 자연의 깨지지 않는 대칭성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 CPT 불변성이 완전히 검증된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CPT 불변성의 정확한 실험적 검증들은 미미한 실정이다. 그 주된 이유는 반입자(반물질)들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얻을 수 없고, 거대한 고에너지입자가속기에서만 체계적으로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반입자의 수명은 수억분의 1초로 매우 짧다. 반입자(반물질) 자체는 안정하지만 공기 중의 다른 입자와 충돌하면 곧바로 소멸되기 때문에 그 성질을 연구하려면 매우 낮은 진공상태를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기초과학의 발전과 함께 이뤄진 기술의 발달로 이러한 난관들은 계속 해결되고 있다. 지금까지 유일하게 발견되지 않았던 톱쿼크를 최근에 발견하는 개가를 올린 미국의 페르미연구소는 양성자와 반양성자가 충돌하는 가속기를 가동하고 있다. 그리고 스위스의 유럽핵물리연구소(CERN)는 전자와 양전자를 충돌시키는 가속기를 가동 중이다.

최근 스위스에 있는 유럽핵물리연구소는 서울대와 하버드대의 공동연구 결과로 양성자와 반양성자의 관성성질(질량)이 10억분의 1의 측정오차 내에서 서로 동일하다는 것을 발표했다. 아직은 그 대칭성이 유효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앞으로 더 정밀한 실험이 요구되고 있다.

한걸음 나아가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반물질을 생성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반양성자 1개와 양전자 1개를 결합시키면 반수소원자가 만들어진다. 이것은 가장 간단한 반물질이다. 이를 이용해 물질과 반물질 사이의 대칭성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들에 대한 연구는 앞에서 언급한 여러 의문들에 대한 실험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된다.

그리고 만일 수소와 반수소 사이에 서로 다른 성질이 있음을 발견할 경우 현재의 물리학 기초를 뒤흔들어 놓을 계기가 될 것이다. 비록 가능성은 적지만 만일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전혀 새로운 물리학이 등장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원자보다 작은 입자들을 어떻게 보나
가속기의 원리


17세기 말 네덜란드인 레벤후크가 광학현미경을 만든 이후 현미경은 계속 발전돼 원자를 볼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원자를 볼 수 있는 현미경은 주사형터널링전자현미경(STM)이라고 하는데, 원자의 크기(1Å)보다 수백배나 작은 물질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원자의 내부를 볼 수는 없다. 원자의 내부를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 원리는 이렇게 출발한다. 광학현미경은 물체로부터 반사된 빛(광자)을 본다. 파장이 작은 광자를 충돌시킬수록 더욱 작은 물체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원리를 확대하면 파장이 매우 작은 물질(모든 물질은 빛처럼 파장의 성질을 지님)로 보고자 하는 물체에 충돌시켜야 한다. 그런데 파장의 크기는 에너지와 반비례 관계에 있다. 결국 원자 내부를 보려면 원자보다 작은 파장을 지닌 물질로 원자 내부물질과 충돌시켜야 한다. 에너지가 더욱 커지면 더욱 작은 물질을 볼 수 있다. 이것을 응용한 것이 가속기다.

가속기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선형가속기이고, 다른 하나는 원형가속기인 싱크로트론이다. 선형가속기는 주로 전자를 가속시킬 때 사용한다. 선형가속기 중에서 전자를 5백억eV까지 가속시키는 가속기가 스탠퍼드연구소에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크다.

싱크로트론은 양성자를 가속시킬 때 주로 사용한다.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에 있는 테바트론은 양성자를 9천억eV까지 가속시킬 수 있다. 또 2003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하드론충돌가속기(LHC)는 양성자를 7조eV까지 가속시킬 수 있으며, 링의 반지름만 해도 4km에 달한다.

가속기에 사용하는 전자, 양성자, 그리고 반입자들은 어떻게 얻어내는 것일까 궁금할 수 있다. 그러나 원리는 간단하다. 전자는 금속을 가열하면 방출된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것이 TV의 음극관이다. 그러고 보면 집집마다 가속기 하나씩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양성자는 수소를 이온화시키면 쉽게 얻을 수 있다. 반입자는 먼저 높은 에너지로 물체를 때리면 광자와 글루온 단계를 거쳐 입자와 반입자의 쌍이 만들어지는데, 자기장을 사용해 이를 분리한다.
 

원자보다 작은 입자들을 어떻게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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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제원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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