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현상 중에서 마찰만큼 재미있는 것도 드물다. 어떤 경우엔 커야 좋고 어떤 경우는 작아야 좋다. 우리 생활 속에서 마찰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함께 탐구해 보자.
사람의 한쪽 발은 27개의 뼈와 19개의 근육, 1백 7개의 인대를 가지고 있다. 또 일생동안 약10만 4천km를 걷는데, 지구를 두번 반도는 셈이다. 발의 역할을 감안하면 발을 보호하는 신발을 신중히 골라야 할 것이다. 신발을 살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까.
신발선택, 무엇이 우선인가
학생들이 가장 많이 신는 4가지 운동화를 선택해 어떤 것이 가장 좋을지 실험을 통해서 조사했다.
■ 미끄럼 검사 : 널빤지 위에 신발을 두고 널빤지를 점점 기울여 신발이 미끄러질 때의 각도를 기록했다.
■ 바닥면 검사 : 콘크리트 바닥에서 1분에 20번씩 신발을 앞뒤로 움직이게 하는 장치를 만들어서 각 신발 바닥의 골이 닳아서 없어지는 날짜를 기록했다.
■ 방수 검사 : 같은 양의 털실을 신발 안에 넣고 위쪽을 완전히 막은 다음, 30분 동안 각 신발 위로 물을 뿌린뒤 털실을 다시 꺼내 늘어난 무게를 측정했다.
■ 신발끈 검사 : 신발끈이 끊어질 때까지 추를 매달아 끊어질 때의 무게를 측정했다.
■ 신발코검사 : 기계장치를 이용해 신발 코부분을 나무에 문질러서 다 닳을때까지의 시간을 측정했다.
■ 디자인 검사 : 1백명의 학생에게 어느 것의 모양이 가장 좋은지 물었다.
(표1)은 이번 실험에서 나타난 조사결과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신발을 택할 것인가. 고등학교 1학년 학생 50명에게 "만일 신발의 품질에 관한 정보가 있다면, 그 정보를 이용하겠는다" 라고 물었더니, 단지 16명만이 "이용하겠다" 고 대답했다. 학생들은 평소 맘에 드는 디자인(33명), 가격(7명), 착용감(4명)의 순으로 신발을 선택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신발의 미끄러짐이나 내구성 등은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도 시중에 나와있는 신발이 모두 품질이 양호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운동선수들은 신발을 선택할 때 미끄러짐이나 충격흡수 등을 고려한다. 황영조 선수가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우승할 때, 일본제 신발을 신었다는 사실은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 후 코오롱에서 4년 동안 10억이 넘는 개발비를 들여 액티브 마라톤화를 만들었고, 황영조는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신발을 신고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했다.
이 신발을 개발한 실무진들은 "완벽한 충격흡수, 충분한 지면 반동, 적절한 마찰계수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시켰으며, 이를 위해 보스턴, 뉴욕 등 국제마라톤대회가 열릴 때마다 현지에 가서 외국선수들의 신발을 훔쳐봤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발의 품질이 경기력에 이바지하는 바는 매우 크다.
마찰의 본질
우리가 느끼기에 매끄러운 면일지라도 배율이 큰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울퉁불퉁하게 보인다. 겉으로 볼 때 완전히 맞닿은 두 물체도 현미경으로 보면 높은 지점만 서로 닿아있다. 마치 백두산을 거꾸로 뒤집어서 한라산 위에 올려놓은 것처럼 보인다.
접촉점에 있는 원자들이 서로 밀착되어 있다가 물체가 밀리면 이 밀착이 파괴되고, 새로운 밀착점이 생겨나면서 물체의 운동을 방해한다. 이 튀어 나와있는 부분들 사이의 충돌로 인해 물체의 운동이 방해받기도 한다. 압력에 의해서 모양이 크게 변하지 않는 두 물체 사이의 마찰력은 접촉한 면적과는 무관하며 물체간에 수직으로 누르는 힘에 비례하고 또 접촉면의 성질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므로 자동차의 광폭타이어가 접촉면이 넗다고 제동거리가 짧은 것은 아니다.
관절, 바퀴, 공기 베어링
기계의 가장 큰 적은 마찰이다. 마찰 때문에 쇠가 닳고 에너지가 낭비되며 열이 발생한다. 마찰을 방지하기 위해 기계의 접촉면에는 그리스와 같은 윤활유를 뿌려준다. 만일 윤활유가 없으면 마찰열 때문에 금속이 팽창하여 맞닿은 두 면이 달라붙는다.
우리 몸도 기계와 마찬가지로 많은 움직이는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뼈와 뼈가 맞닿아 미끄러지는 부분인 관절은 마찰을 줄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관절을 이루고 있는 뼈는 대개 한쪽은 볼록하고 다른 한쪽은 오목한데, 뼈의 끝부분은 연골이라는 부드럽고 탄성이 좋은 막으로 덮혀있다. 관절은 윤활막으로 감싸여 있으며 이 속에 차있는 윤활액이 윤활유의 역할을 한다.
실험에 따르면 이 윤활액은 인간이 만든 가장 좋은 윤활유보다 10배나 더 미끄럽다고 한다. 미끄러운 뼈들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뼈는 인대라고 하는 탄력적이고 질긴 줄로 연결되어 있다. 인대와 연골이 모두 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관절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이다.
얼음판은 운동장보다 더 잘 미끄러진다. 운동장에서 스케이트를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퀴를 사용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물체가 굴러가면 미끄러지는 것보다 마찰이 줄어든다. 롤러 스케이트가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무거운 기계를 옮길 때 바닥에 둥근 철봉을 까는 이유는 마찰을 줄여 손쉽게 옮기기 위해서다.
상위에 국그릇을 올려 놓으면 이 그릇이 쉽게 쭉 미끄러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릇바닥의 움푹 패인 곳에 있는 공기가 팽창해 그릇을 밀어올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금속을 자르거나 금속면을 갈기 위해 강력한 공기를 뿜어내어 두 물체를 떨어지게 하는 공기베어링 장치를 쓰기도 한다. 공기가 탄성이 좋은 무마찰층을 이루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는 땅이나 바다 위에서 공기층을 두어 떠다니는 호버크래프트라는 탈것에도 이용된다. 에어테이블은 마찰을 극소화한 장치인데, 테이블 아래면에는 구멍이 수백개 뚫려있고 이 구멍으로부터 바람이 불어나와서 뜨게 되는 것이다.
로진백의 원리
야구경기에서 투수가 자주 흰가루를 손에 묻히는 것을 볼 수 있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타자가 방망이에 무엇인가를 뿌리기도 한다. 이러한 장면은 평행봉 선수나 볼링 선수에게도 볼 수 있다. 흰가루를 묻히는 것은 마찰을 키워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투수의 변화구는 모두 손과 공사이의 마찰을 이용해 스핀을 거는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철봉, 평행봉, 역도, 장대높이뛰기, 원반던지기 등의 경기에서 손이 미끄러지면 위험하다. 마찰이 성가신 존재이지만 때로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신발 바닥과 땅사이의 마찰로 인해서 우리는 쉽게 걷고 멈출 수 있다. 마찰이 작은 얼음위에서는 쉽게 걸을 수 없는 것이다.
발바닥과 지면 사이의 마찰의 크기는 시간에 따른 다리의 피로도에 영향을 준다. 단거리 선수는 스파이크를 사용하지만 장거리 선수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것은 스파이크의 무게 때문만은 아니다. 땅에 닿았다 다시 떨어지는 과정에 일어나는 근소한 마찰이나 미끄럼과도 관련이 있다. 즉 장거리 경주에서는 미끄럼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피로도에서 득을 얻겠다는 뜻이다.
자동차도 역시 마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타이어는 가능한 한 커다란 마찰이 생기게끔 만들어진다. 만일 바퀴와 땅 사이에 마찰이 없으면 바퀴는 계속 헛돌아 조금도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움직이던 차라면 브레이크를 밟아도 계속 미끄러질 것이다.
젖은 도로에서는 바퀴와 땅 사이에 얇은 물의 층이 생겨서('수막현상'이라고 함) 차가 멈추는데 더 많은 거리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수막현상을 줄이기 위해서 타이어면에 고랑이 파여져 있지만, 그래도 비오는 날에는 미끄러지기 때문에 속력을 줄여서 운전해야 한다.
만일 모든 마찰이 없어진다면 못이나 나사못은 벽에서 미끄러지고 무엇 하나 손에 쥘 수 없으며 조그만 바람도 결코 멎지 않을 것이다. 또 어떠한 소리도 반사를 계속하면서 사라지지 않는 메아리가 될것이다. 지구의 모양도 들쑥날쑥한 부분이 전혀 없는 완벽한 구가 될 것이다.
탐구활동/운동종목마다 신발이 다른 이유
축구와 야구는 거의 비슷한 조건의 그라운드에서 하는 경기이지만 착용하는 신발의 바닥은 다르게 생겼다. 신발바닥은 각 운동선수의 동작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다음은 이를 알아보기 위해 설계한 탐구활동의 예다. 이것은 글자 그대로 '예'일 뿐, 고정관념으로부터 훨씬 자유로운 학생들은 이를 참고로 더욱 다양하고 적절한 탐구방법을 찾아낼 것으로 생각한다.
친구들과의 토론
▲축구, 야구, 농구 경기중 선수들이 가장 많이 하는 동작은 무엇일까. ▲여러가지 동작중 선수들의 발은 어떻게 놓여져 있으며, 어떻게 움직이며, 또 어떤 힘을 받을까. ▲발의 어떤 부위에 어떤 방향으로 힘이 가해질까.
이를 토대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린다. 모두가 합의한 것과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한 것을 각각 정리해 둔다. 그리고 이것들을 어떻게 확인할지 알아보고 가능한 실험을 설계한다.
정보사냥
필요한 자료를 찾아본다. 자료를 구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선 문의할 만한 곳은 부산의 신발피혁연구소와 서울 태릉의 스포츠과학연구소이다. 한편 발바닥이나 발가락 변형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의료용 신발을 제작하는 회사가 있다. 동화약품 포티아텍센터가 그곳이다. 포티아텍은 골프화, 육상화, 스키화 등의 제작에 사용되고 의료용에도 이용된다.
이 밖에도 컴퓨터통신을 통해 국내외에 있는 스포츠화 제작회사에 문의하거나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공개토론을 열어볼 수 있다. 자료를 구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시도했고,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 그리고 실패했던 경험과 성공했던 경험을 모두 구체적으로 기록한다.
선수들의 동작분석
실제로 경기장에 가거나 텔레비전 경기를 녹화해 선수들의 특정 동작이 나타날 때 그 수를 표에 기록한다. 경기장에선 한 선수를 택해서, 녹화된 경기라면 화면에 나타난 선수의 동작을 기록한다. (표2)는 선수들의 동작분석표를 예로 만든것이다.
조사활동 정리
각각의 동작들이 발과 발바닥에 미치는 힘의 크기와 방향은 어떨까. 직접 그 동작을 해보면서 서로의 느낌을 말해보자. 사람마다 다르게 말한다면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각 운동을 직접하는 동안 미끄러지거나, 발의 특정한 부분이 경기 후에도 오랫동안 아팠던 경험이 있는지 서로 이야기해 본다.
실제 선수들이 발에 부상을 입는 정도와 형태를 조사하고, 어떤 동작을 할때 그러한 부상을 입기 쉬운지 알아본다. 이들을 토대로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지 판단한다. 더 필요한 정보나 실험이 있는지 토의해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