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만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나는 비만 치료를 위한 것이지만, 다른 하나는 비만 치료를 하다 몸을 망친 경우다. 비만에 대한 지식은 몸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식습관이 점차 서구화되고 있다.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식품의 소비가 크게 증가하면서 비만한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 늘고 있는 추세다. 더구나 자동차 이용의 증가와 엘리베이터 TV 등 문명의 이기(利器)들은 비만증 환자의 증가에 한몫을 한다. 비만은 어른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배가 나오고 뚱뚱한 체형을 어린이나 청소년에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비만에 대해서 정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엉뚱한 방법으로 체중을 조절하거나 무리한 살빼기로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성인의 30%가 비만인 미국에서조차 "비만 치유율이 암 치유율보다 낮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비만 치료는 어렵다. 비만이란 어떤 것이고, 올바른 체중 조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1 뚱뚱해도 비만이 아니라는데 - 체지방 구성률 남자 20%, 여자 30% 이상일 때만
우리는 과체중(overweight)과 비만증(obesity)을 구별없이 쓴다. 그러나 두 말엔 차이가 있다. 비만은 몸 안에 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돼 있는 것을 뜻하는 의학용어다. 우리 몸은 수분 55-60%, 단백 15%, 지방 15-25%, 무기질 등 기타 물질 5-10%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체지방의 구성률이 남성은 20%, 여성은 30% 이상일 때'를 비만이라고 한다.
흔히 비만을 질병으로 보는 것은 다른 질병들처럼 유전적 환경적 요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체중이 많이 나간다고 해서 모두 비만은 아니다. 키 1백65cm, 체중 80kg의 역도 선수는 과체중이지만, 근육단백이 상대적으로 많고 체내 축적된 지방량이 적기 때문에 비만은 아니다. 반대로 체중은 정상이지만 운동 부족으로 근육량이 적고 지방량이 많아 비만인 경우가 있다.
30대 후반의 어느 남자가 지방간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키 1백68cm, 체중 69kg으로 그리 뚱뚱하지 않았지만 체지방을 재보니 놀랍게도 27%나 됐다. 이 비만 환자는 의사의 권유로 조깅을 꾸준히 했다. 2개월 후 그의 체중은 2kg밖에 줄지 않았지만 체지방이 20%로 크게 감소했다.
지방 1kg을 7천7백kcal의 열량을 가지고 있다. 이론대로라면 하루 2천5백kcal를 섭취하는 사람이 꼬박 3일을 굶어야 지방 1kg이 빠진다. 그러나 식이요법으로 1주일에 5kg의 체중을 뺐다면 이중 50%는 수분이 빠져 나가고 나머지는 지방과 단백이 빠져 나간 것이다. 식이요법을 그만두면 금새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비만을 진단하거나 치료할 때 단순히 체중계의 눈금만 보고 판정해선 안된다.
2 비만은 만병의 원인인가 - 정상인보다 심장병 발병률 40%나 높아
비만한 사람은 몇가지 질병에서 특히 발병률이 높다고 한다. 고혈압은 20-44세의 연령층에서 비만한 사람이 보통사람보다 5.6배가 높으며, 45-74세에서는 2배 가량 더 높다. 비만이면서 고혈압인 젊은 환자들을 연구한 결과, 이들 모두 심장 비대가 잘 생기는 경향을 보였다. 몸무게를 줄였더니 혈압도 크게 감소했다. 체중이 혈중 콜레스테롤과 관계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동맥 경화의 발병 위험도 높다.
당뇨병은 유전적 원인이 있는 질환이다. 그러나 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은 체중조절을 통해 그 발생을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다. 미국 암협회에 따르면 비만한 남자는 대장암과 전립선암, 비만한 여자는 자궁암과 유방암이 더 잘 생긴다고 한다.
하버드 의대는 30-55세의 여성 11만5천명을 대상으로 8년 동안 심장병 발병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당뇨병이나 흡연 등의 다른 요인 없이 '비만' 위험 요인만을 갖고 있는 그룹에서 심장병 발병률이 40%나 높게 나타났다. 심할 경우엔 70%가 더 높았다. 또한 18세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성인이 되면서 체중이 늘어난 사람들의 경우 발병률이 높았다. 체중이 수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3 우리 몸의 지방은 어떤 역할을 하나 - 에너지 창고, 무리한 살빼기 절대 금물
지방세포는 여분의 칼로리를 보관하는 저장탱크다. 또 장기를 보호하는 쿠션과 추위를 막아주는 보온 역할을 한다. 다음에 사용하기 위해 여분의 에너지를 저장하는 능력을 진화의 기적이라고 할 만하다. 저장된 지방으로 동물들과 원시 인간은 음식이 부족한 넓고 황량한 지역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다.
체내 지방세포의 발달은 아주 세밀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세포의 수(성인의 경우 평균 3-4백억개)는 잘 조절된다. 출생하기 3개월 전부터 태아는 지방세포를 축적하기 시작함으로써 자궁 바깥 세상의 불확실성에 대비한다. 출생 후 6개월 동안 지방세포의 수는 계속 증가한다. 그러나 아동기가 되면 증가 속도가 느려진다. 세포의 전체 숫자는 유전적 환경적 영향에 좌우되며 특히 영양요인이 중요하다.
"어린 시절 비만이면 평생동안 비만일 확률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뚱뚱하다고 모두 비만한 성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춘기에 이르면 지방세포의 수가 다시 크게 증가하는데, 남자보다는 여자에게서 더 두드러진다. 여자의 몸은 임신과 수유시의 필요에 대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춘기 때 무리한 살빼기를 해선 안된다. 체내 지방이 많이 쌓이는 것은 정상적인 성장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성인의 지방세포는 이때 거의 대부분 만들어진다. 이후의 체중 증가는 일반적으로 지방 세포의 수가 증가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크기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주 심한 비만증의 경우는 예외다.
뉴욕 록펠러(Rockefeller) 대학은 쥐를 이용해 비만 테스트를 실시했다. 거의 음식을 먹지 않은 쥐들은 죽기 직전까지 지방 세포의 크기만 줄 뿐 세포의 수는 줄지 않았다. 그러나 쥐의 근육과 장기 조직은 크게 손상됐다.
4 살이 찌는 이유, 살이 안찌는 이유 - 먹는 양보다 식생활 습관이 좌우
왜 뚱뚱한 사람이 존재하고, 왜 마른 사람이 존재하는지는 현대의학이 아직 풀지 못한 불가사의다. "많이 먹으니까 살이 찐다"는 말은 맞지만, 이 말은 비만의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음식을 닥치는 대로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이 있다 연구자들은 비만한 사람들이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실제 이들은 비만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덜 먹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과식보다 더 중요한 비만 요인은 현대인들의 생활 습관일 것이다. TV와 자동차 문화가 발달하면서 활동량이 준 까닭이다 인종 성(性) 경제수준 유전과 같은 다른 요인들도 작용한다. 비만이 가족성을 보인다는 점은 잘 알려졌지만, 최근까지도 이것이 식습관 때문인지 유전 때문인지 확인된 바는 없다.
미국의 스턴카드(Albert Stunkard) 박사는 "성인의 비만은 유전적인 영향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면, 가족이라는 환경 자체는 중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는 과거에 입양아였던 중년 5백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입양아의 체질량지수(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로 비만의 지표로 이용함)는 양부모의 지수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었다. 친부모와의 연관성 조사에서는 아들보다 딸이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
그러나 유전 때문에 비만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은 없다. 가족성말고도 여러가지 요인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 유전적으로 살이 안찐 동물도 스낵을 많이 먹이면 살이 찌고, 유전적으로 살이 찌게 돼있는 동물들은 똑같은 음식을 먹여도 살이 더 쪘다. 그러나 두 실험군 모두 다시 정상적으로 먹였을 때는 살이 빠졌다. 게다가 유전적으로 살이 찌는 동물들도 신체 활동을 증가시키면 살이 찌지 않았다. 가족이 비만일 때 이런 지식을 활용하면 좋다. 활동적인 생활을 하고 저지방식과 적절한 칼로리를 섭취하도록 노력하면 얼마든지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
비만을 결정짓는 요인 가운데 '기준점 이론'(set point theory)이 있다. 우리 몸에는 기준점이 미리 설정돼 있어 체내 지방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칼로리 섭취가 줄어들면 체내 대사율을 떨어뜨려 에너지 소비를 줄임으로써 체중이 주는 것을 막는다. 이와 반대로 칼로리 섭취량이 많아지면 대사율을 높여 체중이 계속 늘지 않도록 한다.
칼로리 섭취를 줄여도 이 기준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 기준점이 높게 설정돼 있는 사람들은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이론은 다이어트가 왜 어렵고, 다이어트를 멈추면 왜 바로 체중이 느는지를 설명해 준다. 그래서 비만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똑같은 수준의 활동을 하더라도 에너지 소비율이 더 낮다고 한다.
5 비만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데… - 남자는 사과, 여자는 서양배
피하지방이 축적되는 과정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르다. 남자는 대개 아랫배가 나오기 시작해 몸통 사지 얼굴 순으로 진행된다. 반면 여자는 엉덩이와 허벅지부터 살이 찌기 시작한다. 아랫배가 나온 비만을 '사과형' 비만, 엉덩이와 허벅지에 살이 찐 비만을 '서양배형' 비만이라 한다.
'복부비만'이라고도 하는 사과형 비만은 서양배형 비만에 비해 관상동맥질환(협심증 심근경색증과 같은 심장질환) 뇌졸중 고혈압 당뇨병 등의 발병 위험이 높다. 흔히 아랫배가 나온 남자들에게 '술배'라고 놀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남자들은 여자들과 달리 여분의 지방을 복부에 축적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것과 관계없이 아랫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남녀의 차이 때문에 성호르몬이 지방의 분포를 결정짓는다고 학자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여자들도 사과형 비만이 될 수 있다. 유전적인 요인과 신체활동 정도가 체형을 결정짓는 또다른 중요한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둔부나 허벅지 부위에 있는 지방은 주로 피부아래 저장되는 반면, 복부 지방은 몸 깊숙한 곳에 저장된다. 복부 지방은 지방산을 더 많이 분비해 혈중에 일부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를 올리고 체내 인슐린 활동을 방해한다. 당뇨병의 위험이 증가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유방암 위험이 증가하는 것도 복부비만과 관련이 있는데 에스트로겐의 작용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복부비만은 허리와 엉덩이의 둘레비(WHR, waist/hip ratio)로 판정한다. WHR은 줄자로 배꼽 부위에서 허리 둘레를 재고, 엉덩이 둘레가 가장 넓은 부위를 재서 이 두 수치의 비를 낸 것이다. 남자는 0.95이상, 여자는 0.8이상이면 복부 비만으로 본다.
6 다이어트 식품 효과 있나 - 식이요법의 한계, 더 비만하게 될 수도
젊은 여성들은 비만 치료보다 몸매 관리에 더 관심을 가진다. 의학적으로 보면 비만하지 않는데 많은 여성들이 시중에 나도는 각종 다이어트 식품으로 무리한 살빼기를 시도한다. 이런 방법들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적게 먹고 많이 활동하는 것이 체중 조절의 키 포인트'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체중감량법들을 찾아다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정상적인 방법이 실천이 어렵고 단기간에 크게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1주일에 10kg 감량'과 같은 자극적인 선전 문구에 눈길이 돌려진다.
보통 체중 감량은 2단계를 거친다. 먼저 적절한 수준으로 체중을 줄이고, 그 다음 체중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인데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다이어트법들은 쉬운 첫번째 단계만 강조한다. 그러나 빨리 살을 빼주는 다이어트법일수록 감량된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가 더 어렵다. 더 쉽게 윈래 체중으로 돌려 놓기 때문이다.
식이요법을 쓸 경우 체중 조절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음식의 섭취량을 줄이면 우리 몸은 대사율을 떨어뜨려 빠르게 위기상황에 대처한다. 그래서 지방을 태우기가 더 힘들어진다. 식이요법으로 5kg을 뺐다면 우리 몸은 그러한 제한 식이에 '익숙해져' 버린다. 비록 식이요법을 시작하기 전보다 덜 먹더라도 우리 몸은 섭취 과다로 인식해 여분을 지방으로 저장하게 된다. 다시 체중이 늘게 되는 것이다.
체중 감소나 증가에는 무엇을 먹느냐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 하버드 의대에서 34-59세의 여성 1백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칼로리 섭취량은 체중과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초과 체중은 지방 섭취량(특히 동물성지방)과 관련이 있지만 칼로리 섭취량과는 무관했다.
지방 1g은 탄수화물 1g보다 2배 이상 많은 칼로리를 내고 칼로리 자체는 서로 차이가 없다. 만일 소비하는 것보다 많은 양을 섭취하면 여분의 칼로리는 지방 단백 탄수화물 등 어느 영양소에서 왔든지 모두 지방의 형태로 저장된다. 그러나 최근 '효율'이란 문제가 대두되면서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최근 학자들은 우리 몸이 탄수화물(녹말이나 설탕)을 체지방으로 바꾸는 것보다 지방을 체지방으로 바꾸는 것이 훨씬 쉽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단순히 지방만을 줄인 식이요법으로 체중을 확실하게 줄일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좋은 체중조절 방법은 섭취량을 줄이기보다 활동량을 더 늘이는 것이다. 다만 칼로리가 높은 고지방 음식보다 고섬유질 저칼로리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7 거식증과 대식증은 왜 걸리나 - 지나친 다이어트 의식한 결과
'신경성 식욕부진증' 혹은 '거식증'은 미국의 유명 가수 카렌 카펜터의 죽음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날씬한 몸매를 원하는 10-20대의 젊은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병이다. 처음에는 살을 빼기 위해 의식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하지만 오래 계속되면서 점점 먹는 것에 대한 혐오감이 생기고 식사를 거부하게 된다. 결국 심하게 마르고 무월경 저혈압 등이 나타난다. 그러나 심한 체중감소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스스로를 비만하다고 인식해 전혀 먹으려 하지 않는다. 결국 이중 약 10%가 목숨을 잃는다.
이와는 반대로 짧은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정신없이 먹어대는 '대식증'도 있다. 배가 너무 불러서 아프거나 누군가가 말려야 겨우 식사가 끝난다. 그 다음에는 오히려 식사를 제한하고 스스로 구토를 하거나 설사약을 먹어 체중을 줄이려 한다. 자신의 의지로 먹는 행동을 그만둘 수 없지만, 야위고 싶은 마음 때문에 대식과 거식을 반복한다. 그래서 4-5kg 정도의 체중 변동이 수시로 일어난다.
이러한 섭식장애(攝食障碍)가 우리나라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여성의 체형이나 날씬함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서구 사회의 문화가 우리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젊은 여성들은 비만이 '건강의 적이 아니라 미용의 적'이라고 생각한다.
TV나 대중잡지에 등장하는 모델들의 늘씬한 몸매가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고, 닮고 싶은 욕구가 지나치게 강하면 대식증이나 거식증과 같은 마음의 병이 생긴다. 이런 환자들은 대개 중상류층이며 완벽주의를 추구하고 경직된 사고를 가진 경우가 많다. 가족이나 성격 요인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질환은 한참 성장해야 할 청소년기에 주로 나타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섭식장애 환자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위험집단'을 일찍 찾아내는 것이다. 날씬해지고 싶어 자주 식사를 거르는 청소년들을 찾아내어 신체의 변화와 성장발달에 대한 교육을 시켜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신체에 대해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엔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게 좋다.
청소년기는 성장과 신체적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시기다. 성장 속도는 개인마다 다르고 신체의 모든 부분이 균형있게 성장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은 자신의 체격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여자는 여성스러움을 만들어내기 위해 지방 조직의 증가가 두드러지므로 체중이 많이 는다. 따라서 성장과정에 있는 소녀가 성인 여성의 몸매를 동경해 이를 닮으려고 애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8 비만을 해결하는 확실한 방법은? - 유산소성 운동이 핵심
일반적인 다이어트 요법이 비만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의사와 영양학자들이 권하는 일반적인 식사요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적어도 하루 1천2백kcal 이상을 섭취한다. 둘째, 필요한 영양소가 골고루 섭취될 수 있도록 특정 음식만 먹거나 특정 영양소를 피하는 식습관을 버린다. 셋째, 저지방 저칼로리 음식을 먹는다. 과일 야채 곡류 생선, 그리고 기름기를 제거한 육류와 저지방 유제품과 같은 것들이다. 이런 식이요법은 결과가 서서히 나타나지만, 빠진 체중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주변에서 권하는 체중 감량 프로그램을 따르려고 한다면 다음과 같은 점을 살피는 것이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영양소가 풍부하고 저칼로리 저지방 식품인 것, 내용이 다양해 싫증이 나지 않는 것, 자신의 식습관과 비슷한 것, 요리가 쉬운 것, 식습관을 바꿔주며 체중을 서서히 줄이는 것, 식단이 영양학적 원칙에 맞는 것, 운동이 포함돼 있고 의사나 영양사의 의학적 관리가 이뤄지는 것 등이다.
그러나 책과 잡지에서 소개하는 유명 다이어트법들은 일부를 제외하곤 대개 과학적인 근거가 없고, 오히려 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좋지 않은 다이어트법들을 보면, 특정 식품(예를 들면 포도나 요구르트 등)만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몇 kg을 확실하게 빼준다고 장담한다. 특히 '1주일에 5kg'등 지나치게 많은 숫자를 제시한다. '최초' '최신' '쉬운' '빠른' 등의 표현을 쓴다. 그러나 체중을 줄이는 새로운 방법은 없다.
과일과 곡류만을 배합해 사용하면 건강에 도움이 되고 체중도 뺄 수 있다고 그럴듯한 이론을 들어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식품 배합법은 과거부터 계속 있어왔던 이론이지만 그 메뉴가 저칼로리가 아니라면 체중조절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정 식품군이나 주요 영양소(예를 들면 탄수화물)를 제외시키는 경우도 문제다. 건강을 유지하려면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된 식품을 선택해야 한다. 한때 유행했던 고단백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은 지방함량이 높아 문제가 됐다. 이런 다이어트법은 초반에 체중 감소가 빠르게 나타난다. 그러나 체중 감소는 주로 물이 빠져나가는 것이고 자칫 지방보다는 근육 조직의 손실이 생길 수 있어 위험하다.
하루 1천2백kcal 미만의 식이요법을 권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하루 4-8백kcal의 극심한 저칼로리 요법이 일부에서 유행한다. 빠른 체중 감소를 보이지만 절대적으로 의사의 관찰이 필요한 방법이다. 식품에서 온 손실을 보충한다거나 '특별한 처방'이라면서 고용량(megadose)의 비타민과 미네랄 보조제를 판매하려 한다면 특히 의심해야 한다.
칼로리와 지방 섭취를 제한하는 것은 체중 조절의 한 방법에 불과하다. 규칙적인 운동이야말로 체중 감량과 빠진 체중을 계속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다. 체중조절을 하는데 '유산소성 운동'이 큰 도움이 된다. 유산소성 운동은 다리 근육이나 허리 근육과 같이 큰 근육군을 사용해 쉬지 않고 지속적으로 하는 운동이다. 조깅 수영 에어로빅댄스 자전거타기 빠르게 걷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방을 태우려면 산소가 필요한데 유산소성 근육에 산소를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운동은 칼로리를 소모하고 근육조직을 키워줌으로써 체중조절과 유지에 도움을 준다. 체중을 줄일 때 몇 kg을 빼느냐보다 어떤 부분을 줄이느냐가 중요하다. 지방 체중은 줄이고, 근육 뼈 장기와 같은 중요한 '제지방 체중'(지방체중을 뺀 나머지 체중)은 보존해야 한다.
학자들은 적당한 저열량식과 운동을 통해 지방을 많이 소모하면서 제지방체중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운동을 하면 증가한 대사율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 몸은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게 된다. 심지어 운동을 사로 있지 않는 상태에서도 항진된 대사율로 인해 지방이 소모된다. 그 결과 체내 지방은 감소하고 근육 형태는 그대로 유지된다.
소아비만, 성인병 예비 후보
최근 서울지역 국민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만 어린이가 15-20%나 됐다. 이 수치는 선진국 수준에 가깝다. 비만 어린이의 약 60-80%는 성인이 돼서도 계속 비만을 유지한다. 소아비만은 성인비만으로 연결되므로 이들은 성인병의 예비 후보생들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어른들은 아직도 뚱뚱한 어린이들을 몸이 건강한 것으로 잘못 생각한다. 그래서 비만 어린이들의 식사 조절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소아비만이 두드러지게 오는 시기는 '영아기'(출생-돌까지)와 '청소년기'. 이 시기에는 지방세포의 숫자가 크게 증가한다. 이는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져 비만이 되는 성인과 달라 체중조절이 더 어렵다. 그러나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지나치게 식사를 제한할 경우 성장발육 장애나 영양결핍이 일어날 수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
요요 현상 - 다이어트 반복하면 체중 감량 더 어려워져
다이어트를 시도했다가 실패를 맛본 사람들은 계속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그러다 보니 체중이 늘었다 줄었다 한다. 이처럼 체중이 고무줄처럼 줄었다 늘었다 반복되는 현상을 '요요현상'(yo-yo phenomenon, 요요는 실을 손가락에 걸고 아래로 내리면 다시 올라오는 아이들 장난감)이라고 한다.
비만 환자와 고등하교 레슬링 선수, 그리고 동물 실험에서 체중의 감소와 증가가 반복될수록 체중 감량이 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험쥐들은 두번째 체중 감량을 했을 때 처음만큼 줄이는데 2배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체중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시간은 오히려 3배나 빨랐다. 체중을 줄이는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체중이 느는 시간은 더 빨라진다.
다이어트를 멈추면 처음보다 더 많은 체지방을 얻는다. 우리 몸은 섭취량이 크게 줄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받아들여 생명유지에 꼭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칼로리 이용 속도를 늦추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요 현상이 반복될수록 우리 몸은 에너지를 아껴쓰기 위해 저장능력을 키우게 된다. 또 칼로리를 소비하는 근육세포의 손실로 연료인 지방을 태우는 능력이 떨어진다. 더욱 나쁜 소식은 다시 찌는 살이 하체보다 상체에 주로 쌓이기 때문에 심장병 발생 위험이 높은 '사과형' 비만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