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3 보호해야 할 '시험관 생명'

실험용 이식에서 상업용 수정란까지


(그림1) 시험관 아기 탄생과정


1978년 7월 25일,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어머니의 몸 밖에서 수정된 아기가 태어났다(체외수정). 수정이 안돼 아기를 갖지 못하는 불임부부들의 처지에서 볼 때 이 아기의 탄생은 과학의 개가, 아니 메시아의 복음이었다. 오늘날의 유전자조작(가능성)에 비하면 별것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당시로는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와 같은 세상이 실제로 다가오고 있다는 우려와 공포을 낳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5년 10월,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에서 어느 부인이 처음으로 체외수정에 의한 쌍둥이 분만을 한 것을 필두로 이제는 웬만한 산부인과 전문병원에서는 체외수정이 일상적인 일로 됐을 정도다. 현재 이 쌍둥이 남매는 정상적으로 잘 자라고 있다.


(그림2) 난자제공 임신과정


그러나 이 현상이 보편화되면서 여러가지 법적 윤리적인 문제가 생기고 있다. 첫째 체외에서 수정된 수정란의 생명 여부를 둘러싼 법적 논란이다. 미국의 생명보호운동(Pro Life Movement)등은 막 수정된 수정란부터 엄연한 생명으로 간주해 법적으로 보호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체외수정란이 어머니 몸으로 돌려지지 않고 파괴된다면 큰 물의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어느 부인이 자신의 체외수정란을 파괴한 의사와 병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 있다. 이는 형사법적인 문제가 될 소지도 있다.

둘째 체외에서 수정된 나머지 수정란의 '학문적 이용'을 둘러싸고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학자들이 수정란을 다른 동물에 이식하는 등 여러 연구를 하고 파기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구체적인 법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인류 전체로 보아 더욱 크고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우생학적으로 '우월한 쌍'의 수정란을 상업적으로 제공하는 수정란은행이 생겨 이로부터 시험관 아기들이 양산될 수 있다. 이때 전통적인 가계가 파괴되고 그에 따른 사회질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또한 대리임신 문제도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많다.


(그림3) 대리모 임신과정


족보 혼란시키는 '근친 대리모'-부산에서 대리모 공개 모집

올해 초 이탈리아에서는 사망한 여인의 아기가 시누이의 몸을 빌려 출생, 교황청과 과학자 간 격렬한 윤리논쟁을 일으켰다. 원래 불임이었던 아기 부모는 시험관 수정을 시도, 수정란을 냉동 보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내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아버지의 친누이가 수정란을 받아 아기를 낳은 것.

교황청은 "아기를 제품처럼 만드는 세상이 됐다"고 통탄했고 생물윤리위원회의 한 위원은 "사망한 여인의 수정란을 슈퍼마켓 물건처럼 나누어 준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노벨상수상자 리타 레비 몬탈치니 박사는 "죽음으로 거부당한 모성 욕구가 가족의 사랑으로 되살아난 것"이라며 이를 적극 옹호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친딸이나 여동생 등 근친의 난자를 제공받아 아이를 출산하려는 부부들이 생기고 있다. 이들중 여동생의 난자를 받아 체외수정을 한 20대 여성도 있고, 이혼한 전남편과의 사이에 태어난 딸의 난자를 재혼한 남편 정자로 체외수정하기 위해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 아이의 족보는 어떻게 되는 걸까.

국내에서는 얼마전 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대리모를 공개모집,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산부인과는 선·후천적으로 임신이 불가능한 부인의 난자와 정상적인 남편의 정자를 시험관에서 체외수정시킨 것을 자궁에 옮겨 10개월간 임신했다가 출산해 줄 대리모를 지난해부터 찾고 있다. 병원과 의뢰자들은 대리모 자격을 자연분만 경험이 있는 35세 이하의 건강한 여성으로 제한하고 있다. 국내 대리모 임신은 지난 89년 처음으로 이뤄진 이래 92년 14건, 93년 7건이 성공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5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황상익 교수

🎓️ 진로 추천

  • 의학
  • 법학
  • 철학·윤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