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무상이라더니, 지난 4월 회갑을 맞았다. 이날 제자들은 나를 위해 회갑기념논문집을 봉정해주었으니, 고마운 마음과 함께 제자들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제자들은 이제 대학의 교수와 학장으로서, 또 연구소의 연구실장과 책임연구원으로서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1년 미국 브라운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해 경희대학교 교수로 부임했을 당시, 대학 강단에서의 활동을 막 시작한 나는 그야말로 열과 성을 대해 물리학 강의와 연구에 몰입했다.
그 당시 대학에는 연구시설이 빈약했던 터라 태릉에 있던 원자력연구소의 핵자기공명장치를 이용해 아미노산과 다이펩타이드의 NMR 연구를 수행했다. 이와 함께 나는 한국과학기술원과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강의를 나가고 있었는데, 하루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의 권녕대 교수님께서 부르시는 것이었다.
교수님은 "이군, 자네가 대학원생 석사 논문을 지도해줘야겠네"라고 말씀하셨다. 이것이 인연이 돼 서울대학교에서 대학원생 6명의 석사 논문을 지도하게 됐고, 지난 77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내 연구 활동의 절반은 석·박사 과정생을 지도하는 일이었다.
후학을 길러낸다는 것보다 더 큰 보람이 있을까. 제자들과 매년 한두번씩 모임을 갖고 사제간의 정을 쌓는 것은 내게 또다른 기쁨이다. 삶의 보람은 학문하는 일과 제자를 양성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