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알레르기 환자가 속출하는 계절이다. 봄에 많이 나타나는 알레르기는 꽃가루로 인한 것이지만, 이 밖에도 알레르기의 원인물질과 증상은 다양하다. 알레르기의 정체를 살펴보자.
인간은 외부의 물질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능력을 타고 났다. 이를 면역이라 한다. 우리 신체는 면역 덕분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수많은 외부환경(세균 바이러스 독소 등)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때때로 잘못된 면역반응의 한 형태인 과민반응으로 우리 몸에 해를 주는 현상이 생길 수 있는데, 이를 '알레르기'라고 한다.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반응에는 세포면역과 체액면역(항체면역)이 있다. 세포면역은 T임파구와 단핵구 대식세포들이 관여하며 체액면역에는 B임파구와 여기서 분비된 면역글로블린이 담당한다.
지나친 면역반응
세포면역과 체액면역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우리 몸을 보호하고 있다. 체액면역을 수행하는 면역글로블린에는 면역글로블린 A, G, M, D, E(IgA, IgG, IgM, IgD, IgE) 등이 있는데, 이중 IgA, G, M은 우리몸을 보호하는 작용을 하나 면역 글로블린 E(IgE)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알레르기란 말은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되는데, 알레르기성 질환에는 기관지천식 알레르기성비염 아토피성피부염 두드러기 식품알레르기 곤충알레르기 약물알레르기 접촉성피부염 등이 있다.
알레르기성 질환중에서 유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특정한 면역 글로블린 E가 관여하는 질환을 아토피성 질환이라 한다. 여기에는 기관지 천식 알레르기성비염 아토피성 피부염이 들어간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알레르겐이라고 한다.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곰팡이포자, 바퀴벌레배설물, 애완동물(고양이 개)의 배설물들이 대표적인 알레르겐이다.
집먼지진드기 바퀴벌레 애완동물은 대부분 계절과 관계없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므로 통년성 알레르기의 원인물질이라 할 수 있다. 반면 꽃가루 곰팡이포자는 계절적 알레르기의 원인 물질이다.
계절성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은 알레르기가 있는 특정시기에만 증상을 보인다. 예를 들어 나무꽃가루(참나무 아카시아 플라타너스 삼나무 버드나무 등)는 3-5월경에 꽃가루를 공기 중으로 날려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목초꽃가루는 6-7월 경에 수분작용(pollinosis)을 한다.
꽃가루중 가장 심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잡초꽃가루(돼지풀, 쑥 등)는 8월말부터 11월까지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인체의 호흡기 점막(코 기관지 등)에는 면역글로블린 E와 비만세포(Mast cell), 호염기구(basophil)가 존재한다. 비만세포나 호염기구는 히스타민 같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화학매개체를 함유하고 있는 세포를 말한다.
비만세포나 호염기구의 표면에는 면역글로블린 E가 존재하고 있다가 특정한 알레르겐(집먼지진드기의 배설물이나 꽃가루 등)이 호흡을 통해 들어오면 면역글로블린 E에 알레르겐이 결합한다. 이어 비만세포나 호염기구에서 히스타민 등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이 분비되어 기관지천식이나 알레르기성 비염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유전과 밀접한 관계
기관지천식 알레르기성비염 아토피성피부염 등의 아토피성 질환은 유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부모 양쪽에 모두 아토피성 질환이 있으면 자녀의 약 60-75%가 이 질환을 가지며, 부모 한쪽이 아토피성 질환을 가지면 자녀의 약50%에서 나타난다.
그래서 아토피성 질환을 가진 환자의 직계가족에서는 아토피성 질환이 일어나는 빈도가 높으며, 한가지 알레르기성 질환을 가진 사람은 다른 알레르기성 질환을 동반하거나 차후 동반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 기관지천식
기관지천식은 3세 이전에 처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20세나 30세 이후에도 천식의 증상이 처음 생길 수 있다. 기관지천식의 특징은 기관지의 과민반응과 염증반응으로 인해 기관지의 수축이 나타나고 환자는 호흡곤란과 기침 가래 호흡시 쌕쌕거리는 천명음을 갖게 된다.
기관지천식은 알레르기의 유무에 따라 외인성 천식과 내인성 천식으로 나뉜다. 외인성 천식은 알레르기성 천식으로 30대 이전의 천식 대부분이 여기 속한다. 반면 30대 이후의 천식은 절반 가량만이 알레르기성 천식이다.
내인성 천식은 특정 알레르기의 원인이 규명되지 않는 비알레르기성 천식으로, 30대 이후의 천식의 절반가량이 이에 속하며 외인성 천식보다 심한 경우가 많다.
소아기의 기관지천식은 성장하면서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가 있는데, 소아기 천식환자의 50% 가량에서 만 14세가 되면 증상이 소실된다. 그러나 이중 많은 환자에게서 30대 이후에 다시 기관지 천식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의학이 계속 발전하고 있으나 대기오염의 악화로 천식의 빈도와 이로 인한 사망률은 계속 증가되고 있다.
● 알레르기성 비염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코와 눈주위의 가려움증 등을 동반한 알레르기성 비염은 10대 이후에 처음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1년내내 증상이 있는 통년성 알레르기성 비염과 특정 계절에만 증상이 있는 계절성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다.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기관지천식과는 달리, 알레르기성비염은 생명에 지장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소아에서는 부비동염(축농증)과 중이염 등을 합병할 수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과 유사한 증상을 가지나 특정 알레르기 원인인자가 규명되지 않는 질환 중 혈관운동성 비염이 있다. 이는 온도 습도 등의 기후변화시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의 비염 증상이 나타난다.
● 아토피성 피부염
아토피성 피부염은 우리에게 태열이라고 더 잘 알려진 질환으로 가족력이나 병력을 동반한 피부의 염증성 질환이다. 신생아에게 잘 발생하는 습진성 질환이어서 '신생아 습진'이라고도 하며 알레르기 성향을 동반한 것이므로 '알레르기성 습진'이라고도 한다.
아토피성 습진은 몇가지 특징이 있는데 대개 생후 2개월 내지 3년에 처음 증상이 생기며 심한 피부가려움증을 수반한다. 그리고 만성적으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게 된다.
습진의 발생부위가 특징적인데 신생아나 소아에서는 얼굴과 두피 그리고 팔다리의 신장부에 많이 생기는 반면, 소아기 이후의 아토피성피부염은 피부가 겹치는 부위인 팔다리의 굴곡부와 목, 눈주위에 많이 생긴다. 환자는 다른 아토피성 질환의 개인병력이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아토피성 피부염은 성장하면서 호전되거나 없어지는 수가 많으나 많은 환자가 사춘기 이후에도 지속되는 습진으로 고통을 받는다. 기관지천식이나 알레르기성 비염을 동반한 환자나 여아, 그리고 태열이 심한 경우는 사춘기 이후에도 태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 식품 알레르기
음식물에 의한 면역반응 즉 알레르기성 반응에 의해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로, 병원균이나 이들이 만든 독소에 감염된 음식물을 섭취하는 경우 나타나는 식중독과 구분해야 한다.
회피요법 면역요법 약물요법 등으로 치료
가장 흔한 음식물 알레르기 증상은 두드러기, 혈관부종 등의 피부증상과 설사 구토 복통 등의 소화기 증상이며 드물게 기관지천식이나 알레르기성 비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음식물 알레르기를 잘 유발하는 식품에는 갑각류해산물(꽃게 새우 조개 바닷가재), 우유, 계란, 땅콩, 밀가루음식, 돼지고기, 닭고기 등이 있다. 소아에서 가장 흔하게 증상을 나타내는 음식은 우유와 계란이고 성인에서는 갑각류 해산물과 땅콩이다.
알레르기성 질환의 진단은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병력과 증상을 잘 조사 관찰하면 많은 경우에 진단이 가능하다. 알레르기성 질환의 원인물질 규명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피부반응검사로, 상당히 예민하고 정확한 진단방법이다.
때로 혈액검사(RAST 등)를 통해 원인물질을 규명하려는 경우가 있는데 민감도가 떨어지고 간격이 비싸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관지천식 환자에게는 흉부방사선 촬영과 폐기능검사 그리고 때로 기관지과민성을 증명하기 위해 기관지 유발검사를 시행한다.
알레르기성 질환 치료법은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회피요법, 약물요법, 면역요법이 그것들이다.
우선 회피요법을 위해서는 피부반응검사 등을 통해 원인물질의 규명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원인물질인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애완동물등의 경우를 살펴보자. 집먼지진드기는 크기가 0.3㎜ 가량이고 다리가 8개인 곤충이다. 사람의 비듬을 먹고 살며 습도에 상당히 민감하여 상대습도가 50% 이상인 곳에서 잘 번식한다. 성장에 적정한 온도는 18-25℃ 이다. 집먼지 진드기가 주로 서식하는 장소는 침구류(베개 매트리스 이불 등) 카펫 천소파 커튼 등이다. 그래서 집먼지진드기를 줄이는 방법은 상대습도를 40-45% 이하로 유지하고 천소파 대신 레저나 가죽소파를 사용해야 한다. 카펫은 제거하고 침구류는 비닐이나 폴리에스테르로 싸주고 침구류 커버는 10일에 한번 정도 60℃ 이상의 물로 세탁한다.
알레르기 환자의 침실은 침구류 등 꼭 필요한 물건 이외에는 두지 않는 것이 먼지를 줄이는 중요한 방법이다. 그리고 자주 물걸레로 청소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꽃가루는 특정 계절에만 증상을 유발하는 계절성 알레르기의 원인 물질로 효과적으로 피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증상이 심한 시기에는 외출을 삼가고 되도록 창문을 열지 않고 실내에서 에어컨 공기정화기 등을 사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애완동물은 고양이와 개다. 알레르기성 질환을 가진 사람은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환자가 고양이나 개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애완동물과 너무 정이 들어 멀리하기가 힘든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한 주에 1-2회 정도 자주 애완동물을 목욕시키고 효과적인 공기정화기를 사용하며 증상이 심한 경우는 면역요법을 시행하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여러가지 약물이 알레르기성 질환의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히스타민의 작용을 억제하는 항히스타민제 등이 사용되는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와 상담하여 약을 적절히 사용하는 경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알레르기의 가장 근원적인 치료법은 면역요법이다. 그러나 치료기간이 길고(3년-5년),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인체에 직접 주입했을 때 드물게 두드러기나 천식, 심한 경우 쇼크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신중하게 증상의 정도에 따라,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하여 시행되어야 한다.
현재 면역요법이 사용되는 알레르기성 질환에는 기관지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심한 곤충알레르기 등이 있다.
면역요법의 문제점을 피할 수 있는 요법이 최근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에서 개발되고 있다. '펩타이드'요법이 그것으로, 알레르겐(알레르기의 원인인자)의 아미노산을 모두 분석하여 그중에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아미노산만을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법이다.
주사를 맞아도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많은 양을 한번에 주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면역요법과는 달리 치료기간이 길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집먼지진드기와 고양이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어 수년 내에 인체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알레르기가 더이상 현대인의 생활에 불편을 주는 불치병이 아닐 수 있게 되는 날이 곧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