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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백인승 중형항공기 선보인다

한국항공산업 40년

1954년 공군수리창에서 L-19급소형기 「부활」을 자체개발한 후 40년, 한국은 현재 5인승 경항공기 「창공91」을 개발해 시험비행중이며 F-5E/F 전투기(제공호)를 조립생산한데 이어 한국형 초등훈련기 KTX-1을 개발해 시험비행중이다. 이를 토대로 90년대 말까지는 50-1백인승 중형항공기를 자체개발할 예정이다.

20세기 초 항공기의 실용화에 이어 선진 각국에서는 항공산업 및 관련 기술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특히 양대 세계대전을 거친 후에는 소리보다 빠른 속도의 항공기까지 개발해 현재 항공 선진국들에서는 뉴욕-서울 구간을 2-4시간정도 걸리는 극초음속 항공기의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형 민항기의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돼 미국의 보잉사, 맥도널 더글러스(MD)사와 유럽의 에어버스사 등 3개 회사만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도 국제 시장의 확보와 개발에 따른 공동개발을 추진하는 중이고 항공후발국들에서는 기존 항공기의 부품을 하청생산하거나 중·소형 항공기를 개발하는 추세다.

이처럼 항공산업은 국제적인 분업화와 다국적 기업화가 추진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와 유사한 입장에 있는 대만 인도네시아 스페인 등은 정부 주도산업으로 항공산업을 육성, 현재 독자적인 설계 및 개발능력을 확보하고 항공 선진화를 추진하면서 국제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한편 항공기 관련기술은 무장계통을 제외한 대부분이 민·군 공용이므로 일단 확보된 항공기 관련기술은 자주국방 능력의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항공기 구조물들뿐만 아니라 전방감시레이더 자동운항장치 관성항법장치(INS) 등의 항공기 탑재품 대부분이 기종에 따라 설계목적, 성능과 외형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제품의 설계 제작 및 유지관리에 필요한 기술은 민·군용의 경우가 거의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항공산업 및 기타 첨단 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뿐만 아니라 자주국방의 강화측면에서도 항공산업에 대한 정부차원의 투자는 필수적이다.

또한 항공기 개발 자체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될지라도 경제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의 항공관련 전문인력도 현재 상당수 축적돼 있어 기술적으로 개발이 가능하다 해도 세계 항공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지 못하면 산업으로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90년대 말까지 중형항공기 자체개발
 

(표1) 국내 민간 항공산업의 양적 팽창
 

우리나라에서도 독자적인 항공기 개발의 역사가 있었다. 6·25 직후 1954년 공군 수리창에서 L-19급 소형기인 '부활'을 자체개발했다. 1970년에는 PL-2를 역시 공군수리창에서 제작했고 500MD 헬리콥터를 면허생산했다. 1980년대에는 항공공학계의 세계적 권위자인 장극 교수와 과학기술원이 경항공기를 설계 제작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 이후 계속적인 과학기술처의 지원 아래 현재의 5인승 경항공기인 창공 91을 개발해 시험 비행중이다.

또한 1980년대에 들어 F-5E/F전투기(제공호)를 조립 면허생산한 데 이어 90년대에는 첨단 전투기인 F-16을 기술도입 면허생산할 계획이며 한국형 초등훈련기 KTX-1을 개발해 현재 시험비행 단계에 있다. 그리고 B747 B767 A300 시리즈 MD8O 등 세계적인 대형 여객기들의 기체부품들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이러한 토대 위에 정부에서는 국내 항공산업계의 기술 및 인력 등을 총동원해 1990년대 말까지 50-1백인승 중형항공기를 자체개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항공기 자체 생산국의 위치에 들 수 있도록 해 국민적인 자긍심을 높이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항공산업의 내수규모가 '92년 24억달러를 상회할 만큼 급격한 성장을 거듭해 왔으나 (표1), 국내수요의 90% 이상을 미국 등 해외로부터 수입에 의존하는 취약한 산업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즉, 국민소득 수준의 향상에 따라 국민들의 항공기 이용이 급증하고 있으며 그 결과 1992년의 국내선 항공기 이용객 수가 1천8백만명, 국제선 이용객 수가 1천1백 40여만명에 이르렀고 아울러 항공기 수요도 크게 증가함에 따라 많은 항공기를 수입하게 됐다.

내수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수입의 대부분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운송사의 대형 여객기 구매가 차지하며 '91년의 경우에만도 B747-400 4대, A300 4대 등 15대의 여객기가 수입됐다. 특히 국내여객기 수요는 '87년 이후 매년 10억달러 이상을 나타내고 있어 우리나라 무역수지적자의 큰 요인 중 하나로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계획에 의하면 1999년까지 1백 10여대 (1백 5억 달러 상당)의 여객기를 구입할 예정으로 있어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무역적자폭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생산은 '86년 이후 연평균 32.5%의 성장을 보이고 있으나 생산규모는 아직까지 미약한 수준이다. 1992년에는 국내생산이 최초로 5억달러를 초과하는 기록을 나타냈는데, 이중 39%를 수출한 바 있다. 부문별로는 기체분야 68%, 엔진분야 24%, 그리고 항공전자분야 8%로 대부분의 국내생산은 기체 및 엔진 구성품 생산이다. 항공전자 전기계통 기계보기(bogie) 등의 하부구조 및 소재분야의 생산활동은 극히 미흡하다.
 

(표2) 국내 항공 3사의 현황
 

창정비부문은 선진국 수준

국내 항공산업체는 대한항공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등 항공 3사를 중심으로 30개 정도의 업체가 활동중이다. 이중 항공3사의 매출 투자 및 고용이 국내 항공산업 전체에서 각각 86%, 85%, 78%를 차지하고 있다. 기타 항공전자 기계보기 및 소재분야의 22개 업체가 항공산업에 참여중이나 그 규모는 작은 실정이다.

항공 3사의 경우 회사매출중 항공분야의 비중은 삼성항공의 28%를 제외하면 대한항공 대우중공업이 각각 6%, 3% 내외의 수준이다. 항공 소재부품분야는 삼선공업 대신금속 한국로스트왁스 서울엔지니어링 등이 있으며 치공구(治工具)제작을 위한 영세 하청업체가 다수 있는 형편이다.

한국의 항공우주산업체의 규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항공3사(삼성항공 대한항공 대우중공업)를 전부 합해도 (표2)에서 보듯이 생산액 매출액 종업원수 등에서 외국 일류기업 한 개 회사의 규모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의 발전에 따라 우리나라는 항공기 창정비(廠整備) 부문에서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는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으며 조립기술도 상당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1980년 중반 이후로 500MD, F5-E/F 등의 절충교역 (OFF-SET) 수출과 함께 민항기 부품수출을 통해 항공기 부품생산 기술도 많은 진전을 이루었다. 반면 설계분야는 전반적으로 극히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으나 최근 들어 KTX-1 초등훈련기, 창공 '91 경항공기 등의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어 기초적인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표3)과 같이 기계 판금가공 표면 열처리등과 같은 항공기 부품생산기술은 어느 정도기술기반을 구축한 상태인 반면 항공기시험 및 평가, 시스템 종합 및 관리와 요소기술별 설계능력은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한 현실이다.
 

(표3) 국내 항공기술 수준 평가
 

항공우주산업 참여국중 최하위권
 

(표4) 세계 항공산업 참여국
 

지난 40년간 우리나라의 항공우주산업이 선진국과 달리 문자 그대로 무에서 시작해 오늘날까지 대단히 발전해 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거시적 입장에서 항공우주산업을 조망해 보면,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의 규모와 수준이 우리나라의 공업력이나 국력에 비해 터무니없이 낙후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세계 10위권의 자동차 공업이나 세계 3위의 반도체 공업, 그리고 세계 1·2위를 달리는 조선공업을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규모의 0.1%에 불과한 항공우주공업과 비교해 볼 때 이는 더욱 그러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항공우주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는 옛 공산권국가를 제외하고 30여개국에 달하며 한국은 이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현재 우리는 20년간에 걸친 하청 면허 생산 단계를 끝내고 거의 동시에 기술도입 공동생산(F-16) 단계와 저급기종(KTX-1 및 창공 91) 독자재발 단계에 겨우 발을 들여놓은 형편이다.

그러나 (표4)와 (표5)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보다 작고 GNP 수준과 공업력이 뒤떨어진 나라에서도 우리보다 일찍 눈을 떠 수출산업육성, 첨단산업에의 참여, 국방, 국위선양, 지리적 특성의 보완 등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항공우주산업을 육성해 왔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같은 구미의 선진국들은 차치하고라도 일본을 비롯해 항공우주산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항공우주 중진국들은 우리나라와 경제수준이 거의 같거나 더 낮을 때 항공우주산업에 진입했던 것이다.
 

(표5) 후발 항공우주산업국의 항공우주산업 개발연도와 경제력 비교
 

선진국 국가의 주도산업으로 육성

혹자는 '항공우주산업은 대규모의 투자를 필요로 하는 거대한 산업이기 때문에 우리같은 작은 나라에서 투자하기에 알맞지 않은 산업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산업전후방 연관효과나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조정(고부가가치의 기술집약적 구조로)의 문제는 차치하고 일단 외국의 예를 더 들어보자.

중동의 소국 이스라엘은 나라 전체 수출액의 25%를 항공우주제품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미 지난 88년에 독자개발한 발사체로 인공위성을 발사한 바 있다. 유럽의 소국 네덜란드는 세계 커뮤터기(근거리 도시 사이의 왕복여행기, 40-59석급)시장의 3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그리고 인구 8백만에 불과한 스웨덴은 독자개발한 초음속 제트전투기를 운용하고 있으며 커뮤터기 시장에서도 맹활약중이다. 아시아의 대만과 인도네시아는 국방상 이유와 지리적 여건때문에 그렇다 하더라도 소국중의 소국인 스위스 필라투스(Pilatus)사의 훈련기가 세계적으로 호평받는 기종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세계의 소국들이 이러할진대 대국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G7 국가들과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해 항공우주산업의 규모나 R & D 지출규모를 살펴볼 필요는 없으나 다만 한가지 항공우주분야의 R & D 투자비 가운데 정부부담률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즉, 미국을 위시한 서방선진국(OECD국가)들은 항공우주분야 R & D 투자비의 30%에서 70% 정도를 정부가 지원한다. 또 이들 국가에서는 전체산업 R & D 중에서 항공우주분야가 10%에서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세계 각국이 항공우주산업을 국가의 주도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항공우주산업을 방치하지 않고 시장의 경제원리에 따라 국가가 직접 간여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이러한 국가의 (개발·생산비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유럽의 에어버스의 경우 이외에도 스페인 일본 대만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거의 모든 항공우주산업 후발국에서도 행해졌거나 행해지고 있으며 각종 비관세 장벽의 설치나 차별적 우대구매 같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자국의 항공우주산업을 보호·육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90년대 항공산업으로 국제경쟁력 높일 기회

항공우주산업은 근본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사업이 아니다. 항공우주산업은 최첨단 기술력, 막대한 자금수요, 높은 위험부담과 장기간의 자금 회임기간 등을 요구하는 진입하고 육성하기에 매우 힘든 산업이다. 따라서 다른 국가는 이 산업을 여타 산업처럼 민간기업들에게만 맡겨 놓지 않고 정부가 이 산업의 육성·보호를 위해 직간접으로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항공우주산업은 국내의 타 산업이나 제조업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공업력이나 경제규모와 걸맞지 않게 터무니없이 낙후돼 있으며 세계적인 입장에서 조망해 보더라도 항공우주산업 참여국의 말석을 겨우 차지하고 있는 지경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자 항공우주 정보통신 등의 연구개발집약형 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 이중 특히 항공우주산업은 전후방 기술파급효과가 큰 산업으로서 산업구조 저변확대와 첨단 제조기술을 견인하는 푸시풀(PUSH-PULL) 역할이 두드러지는 산업이므로 필연적으로 육성해 그 경쟁력을 강화시킬 당위성이 존재한다.

더욱이 과거에는 조선 가전 자동차산업 등이 그 나라의 경제를 이끌어 왔으나 앞으로는 항공우주부문의 시장확보가 국가발전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국내의 여건(국토 자원 기술인력)을 감안할 때 21세기의 시장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항공우주분야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향후 10년간 3배의 규모(7천2백억달러)로 급신장하리라 예상되는 세계시장, 그리고 KFP, UH-60, 중형항공기 개발사업 등의 대규모 국가적 프로젝트, 국제공동개발의 추세 등을 감안해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90년대야말로 정부 주도하에 항공우주산업을 육성해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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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염찬홍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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