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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온도 음파측정 돌연 중단

"해양 동물 해 끼친다" 환경그룹 거센반발


음파를 이용, 세계 대양의 수온을 재는 프로젝트가 환경단체의 항의로 일단 중단됐다.
 

세계 대양의 수온을 재는 3천5백만 달러(약2백80억원) 상당의 새 프로젝트가 실시를 앞둔 지난 3월 말 돌연 연기됐다.

근착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는 고래와 바다 속 포유류에 해를 입힐 수 있다는 환경단체의 주장 때문이었다. 이를 둘러싼 논쟁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운동단체'와 '위기에 처한 동물을 지키는 단체' 등 두개의 환경운동 단체들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싸운다는 점에서 특이했다.

이 실험은 미국 캘리포니아 라 졸라에 있는 스크립스 해양학협회에서 추진해 왔는데,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프랑스 러시아 뉴질랜드 남아공 미국 등 세계 7개국이 참여한다. 예정된 바에 따르면 2년간 적어도 하루 한번씩 태평양을 건너 각지에 바다 속 스피커로 소리를 보낼 예정이었다.

소리는 찬 물보다는 따뜻한 물에서 더 빨리 전해진다. 프로젝트의 가설에 따르자면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소리의 속도 속에서 변화를 포착할 수 있는데, 이 변화는 화씨 1백분의 1도 정도의 섬세한 온도 변화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심해저 수천 마일을 가로지르는 이같은 방법은 그 지리학적 범위가 워낙 넓다는 점에서 상당히 특이하다. 그래서 이 연구는 대기중 오염가스의 축적 때문에 일어나는 지구온난화 현상을 잡아내려는 연구자들에게는 많은 성과를 가져올 '노다지'처럼 비쳤다.

지구온난화 현상의 손꼽히는 분석가이자 고다드 우주 연구소 소장인 제임스 한센 박사는 "대양은 기후시스템의 '회전조절용 바퀴'다. 대양은 상승온난기류의 관성저항을 만들어낸다. 또한 대양은 기후변화를 찾는 가장 좋은 장소인데, 변화가 천천히 일어나기 때문"이라며 이번 소리실험이 매우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실험에 대해, 바다 속 스피커가 시끄럽게 울릴 캘리포니아의 몬테레이 해안에서부터 하와이 섬에 이르는 당사국에서는 거센 항의가 일어나고 있다. 생물학자와 환경그룹은 고래와 해양포유류에 해를 입힐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들의 주장은 이 실험이 포유류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장 경종을 울리는 것은 그 소리가 고래들의 귀를 멀게 해 항해나 먹이 찾이를 못하게 할 수 있다는 몇몇 전문가의 주장이다.

반면 기후 전문가들은 이 주장을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치부하며, 그 같은 혐의에 분개하고 있다.

스크립스의 과학자들은 이 실험을 통해 나는 소리는 그 강도가 큰 상선이나 크루즈선이 내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만에 하나 고래가 그 중 하나에 접근한다 해도 그 영향은 사람에게 있어서 소리가 좀 큰 록 밴드를 듣는 것보다 해롭지는 않으며 단지 그들을 불편하게 하는 정도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 논쟁의 중재자는 국제해양어류서비스사인데, 1972년 해양 포유류 보호운동을 강조하기도 했던 국제해양학 기후협회의 지부로, 이 계획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 3월 22일 워싱턴에서 공청회를 열었다. 그 뒤 팩시밀리와 편지, 전화 항의, 특히 캘리포니아 상원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 등이 이어졌다. 이들은 결국 계획의 실시시기를 5월이나 6월로 미룬 채 캘리포니아에서 1회, 하와이에서 2회 등 3번의 대중 공청회를 잡아놓고 있다.

스크립스의 과학자들은 이 과정에 정치적 색채가 가미돼 계획 자체가 무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 논쟁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밝히려는 기후학자들의 입장과 멸종위기의 해양포유류를 지키려는 동물보호주의자의 입장을 절충할 수 있는 획기적 방안이 제시되지 않는 한, 실험실시는 연기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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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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