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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살 길 찾아 아시아·유럽으로

사막 면적 넓어지자 식량난 심각 불 사용 추위막고 언어로 의사전달

흔히 직립원인으로 부르는 고인류 호모 에렉투스는 진보된 석기제작기술을 터득함으로써 당시로서는「하이테크 문명」을 소유했다. 이러한 문명생활은 지구상에서 그들의 고향 아프리카 말고 너 넓은 세계로 눈을 돌리게 했다. 그러나 그들이 아프리카를 떠난 시기와 과정은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적어도 지금으로부터 1백 50만년 전 유라시아대륙에는 인간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과거 한동안 인류의 기원지가 알려지지 않았을 때는 막연히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지역인 파미르고원이 인류의 발상지일 것이라고 학교에서 가르친 적이 있다.

사실 중국에는 아직도 중국이 인류의 기원지였다고 믿는 인류학자가 있는 모양이지만 현재까지의 고고학적인 자료에 의하면 사람은 아프리카에서 시작돼 수백만년동안 그곳에서 살고 있었음을 말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인류는 언제 그리고 왜 아프리카를 떠나게 됐는가?
 

석기문화의 발달과정
 

동아시아지역에서 처음 확인된 호모 에렉투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 헤빌리스로 진화하고 난 이후 인류는 이 지구상의 어떤 동물도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가지고 자연을 개척하고 자기자신을 획기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호모 헤빌리스가 사용하기 시작한 도구들은 돌의 일부를 깨뜨려 그대로 사용하거나 약간의 가공으로 날을 세워서 사용한 것들인데, 이러한 석기공작을 올도완 석기문화라고 한다.

이 석기들은 대단히 원시적이어서 인공적으로 만든 것처럼 보이지 않을 때가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러한 석기문화는 약1백50만년 전이 되면 세련된 모습을 갖춘 아슐리안이라고 부르는 주먹도끼문화로 나타나게 된다.

이 석기문화는 호모 헤빌리스에서 한 단계 진화한 호모 에렉투스, 흔히 직립원인으로 부르는 고인류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이 단계는 이미 사람의 손이 눈과 협동해 정교한 작업이 가능했음을 보여준다. 이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이전의 올도완 문화에 비해서 엄청나게 진보된 석기제작기술로서 당시로서는 일종의 '하이테크 문명'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석기는 타원형이거나 물방울 다이아몬드모양으로 생겼는데, 전면을 가공해 여러모양의 날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석기의 제작에는 석재의 채집에서 완성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만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아슐리안은 원래 프랑스의 생 타슐이라는 유적에서 처음 발견돼 아슐리안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1970년대까지는 이러한 석기가 유럽과 아프리카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우리나라 전곡리 유적에서도 발견돼 아슐리안형의 문화가 아시아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호모 에렉투스는 동아시아지역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다윈이 진화론을 제창한 이후 인류의 조상을 발견하기 위한 탐사노력이 지속됐는데, 동남아시아에서는 다윈과 함께 진화론을 제창한 월리스에 의해서 동물과 식물이 조사되고 있었다. 중국 남부지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지역은 이때부터 인류의 발원지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었다.

네덜란드의 의사 유진 드보아는 이러한 생각을 믿고 인도네시아의 자바에서 조사를 계속하던 중 1896년 처음으로 사람과 원숭이의 중간단계라고 생각되는 두개골을 발견했는데, 이를 피테칸트로푸스라고 명명했다. 이것이 처음으로 발견된 직립원인 화석이다.

자바는 아직도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직립원인 화석이 발견된 지역이다. 트리닐에서 발견된 화석 이외 상기란에서도 이보다 더 오래된 직립원인 화석이 발견됐다. 이 자바의 직립원인을 미국 인류학자 포프는 약 1백20만년 전의 사람이라고 주장했지만 대략 80만년 전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최근 모조케르토의 직립원인(아이화석)의 연대를 재측정한 버클리대학의 커티스와 스의셔박사는 이 두개골의 연대가 약 1백80만년 전이라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호모 에렉투스가 이제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이전에 아시아지역에 들어왔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인류의 진화 및 확산 과정을 이해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자료다. 만일 이러한 연대가 사실이라면 우리가 이제까지 이해해 왔던 호모 에렉투스의 능력과 그 확산시기는 엄청나게 다른 것이다.
 

아슐리안 주먹도끼. 올도란 문화에 비해 엄청나게 진보된 석기제작기술을 보여준다.
 

지적 능력 확장돼 새 대륙으로 이동

호모 에렉투스는 호모 헤빌리스보다 두개골의 용적이 훨씬 크다. 초기 호모 에렉투스의 두개골 용적은 약 8백50㏄에서 9백㏄ 정도이지만 그 이후의 것들은 1천㏄가 넘으며 어떤 것은 1천1백㏄ 이상 되는 것도 있다. 호모 에렉투스는 두개골의 천정이 낮고 눈두덩이가 불룩하게 튀어나온 것이 특징적이다.

호모 에렉투스는 동아프리카의 동투르카나호수지역에서는 약 1백80만년 전에 나타난다. 이들이 나타나는 시기는 빙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에 출현한다. 이들은 호모 헤빌리스와 달리 많은 문화적 능력을 구비했던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중 중요한 것은 불의 사용이다. 불을 사용한다는 것은 고인류들이 환경에 적응하는 데 많은 이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보다 추운지방에도 적응할 수 있을 것이며 어둠을 밝힘으로써 활동의 시간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냥능력을 획기적으로 확장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 함께 맹수의 위협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데 불을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당시까지 먹지 못하던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할뿐 아니라 음식물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높임으로써 고인류의 영양상태가 좋아지게 되고 신체적인 적응능력을 높이게 됐을 것이라는 것이다.

아직 불을 사용한 연대가 호모 에렉투스의 연대만큼 오르지는 않지만 페닌지 등 약 1백만년이 넘은 유적에서 불을 사용한 흔적으로 보이는 흙덩이가 발견되고 있다. 중국의 주구점유적이나 스페인의 토랄바유적 같은 데서는 불을 이용해 조리한 것이라든지 사냥한 흔적들이 남아 있다.

불의 사용 말고도 두개골의 구조로 보아 언어능력이 상당히 진화했을 것으로 본다. 특히 아슐리안석기의 제작능력으로 볼 때 이들은 왼쪽 대뇌의 사용이 많았을 것이다. 이 부분은 결국 언어능력과 관계된다는 점에서 언어 능력이 발달했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기도 하다. 언어능력이 확장된다는 것은 환경적응에 큰 장점이 되는 것이다. 음식물의 분포에 대한 정보교환과 사냥에서의 협동작업에 커다란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슐리안 주먹도끼의 제작에서 보여주듯이 일련의 작업과정을 사전에 미리 구상하고 석기를 제작했다는 것은 이들의 미래에 대한 예측의 정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는 계절적인 변화를 미리 알고 행동하는 등의 적응에 필요한 대비를 미리 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 능력의 확장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됐을 것으로 추정되며 결국 아프리카를 떠나 새로운 대륙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아프리카를 왜 떠났는가? 어떻게 하여 인류가 그토록 오랜 기간 동안 머물고 있던 아프리카를 떠났을까? 사실 지금까지 호모 에렉투스들이 아프리카에 나타난지 거의 1백만년에 가까운 기간동안 그토록 충분한 적응능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에 왜 남아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앞서 언급한 자바 모조케르토 유적의 화석이 약 1백80만년 된 것이라면 이러한 의문은 쉽게 풀릴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호모 에렉투스가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지 그토록 짧은 시간내에 유라시아대륙에 깊숙이 퍼져나갈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떠오를 것이다. 그 시간이야 여하간 '어떻게' 라는 의문은 아직도 고고학의 숙제인 셈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진화한 호모 헤빌리스의 두개골(위) 호모 헤빌리에서 한 단계 진화한 호모 에렉투스의 두개골(아래)
 

아시아로 넘어온 과정 아직도 미스터리

아프리카 북부에는 사하라라는 광대한 사막이 펼쳐져 있다. 이 사막은 오랜 시간 동안 인류의 움직임을 조절해 왔다. 이 사막은 지구의 기후변동에 따라서 팽창과 수축을 거듭해 왔다.

즉 빙하시대가 되면 아프리카에서는 얼음이 쌓이지 않는 대신 비가 많은 시기가 돌아와서 사막의 많은 부분이 초원지대 등의 생물이 살 수 있는 지역으로 바뀌었다. 반대로 기후가 따뜻해지면 사막이 넓어지게 되고 결국 이 지역에 살던 생물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도록 압박을 받았다. 이러한 사막의 팽창과 수축은 이 지역에 살던 고인류의 이주를 유발시키게 됐다.

아마도 호모 에렉투스는 이러한 환경변동의 영향으로 사하라의 북서쪽 이집트지역을 경유 중동지방으로 튕겨져 나온 최초의 인류일 것이다. 실제 레바논의 우베이디아라는 유적은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약 1백만년에 가까운 연대를 보이고 있으며 석기문화도 발전형의 올도완문화다.

그런데 아프리카를 떠난 호모 에렉투스가 어떠한 과정으로 아시아로 퍼져 나오게 됐는지는 아직도 전혀 해답의 실마리가 없는 미스터리 중의 하나다. 왜냐하면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자바 사이에는 아직도 이 시기에 근접하는 유적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최근에 인도에서 시대가 올라가는 유적들이 알려지기 시작하지만 아직도 전혀 호모 에렉투스의 이동경로를 파악할 방도가 없다. 현재로서는 중동과 남아시아지방을 거쳐서 동남아시아로 이주했으며 중국의 남부지방을 거쳐 북부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한편 유럽지역에서는 현재 두 가지의 상반된 학설이 공존하고 있다. 하나는 유럽에는 호모 에렉투스가 없고 유럽에서 나타난 이제까지의 모든 화석은 호모 사피엔스의 화석이며 또 하나의 주장은 유럽에도 호모 에렉투스가 먼저 들어왔다는 주장이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빠른 시기의 유적들은 대부분 지중해의 연안에 분포하고 있다. 이는 유럽으로 들어간 초기 인류의 이동 경로가 지중해를 따라서 이루어진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대단히 오래됐다고 주장하는 유적들에서 고인류의 화석이 나타난 바가 없어서 그 문화의 주인공을 파악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서 유럽지역에 약간 의문스러운 인골들이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호모 에렉투스의 화석은 동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발견된다고 보고 있다.

언제 아시아로 들어왔는가? 그리고 언제 동북아시아, 즉 중국북부로 이주할 수 있었는가? 아시아로 들어온 시기에 대해서 최근의 연대측정자료는 앞서 언급한 바대로 약 1백80만년 전으로 나타났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동경로의 미스터리는 점점 더 커지게 된다. 왜냐하면 이동성 생활을 하는 호모 에렉투스가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한다면 동아프리카에서 동남아시아까지의 거리를 움직이는 것은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지속적으로 다른 환경에 적응하면서 이동할 경우 많은 시간이 소용될 것이지만 수만년 내지 수십만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이들의 이동성에 대해 아란 워커는 호모 에렉투스가 사냥을 하고 고기를 먹게 되면서 훨씬 많은 거리를 움직이게 됐을 것이며 이동의 속도도 빨랐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남아시아에 들어온 호모 에렉투스는 왜 자바에 그토록 오랜기간 머물고 있었는가? 사실 동아시아에서 1백만년 전 이전의 유적은 극히 적다. '언제'라는 문제는 앞으로 이 지역에서 보다 많은 화석이 발견되고 연대측정의 방법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전에는 확실한 대답을 기대하기 어렵다.

동북아시아지역도 호모 에렉투스가 일찍부터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다. 물론 인류화석은 자바의 유적들보다 늦은 시기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북위 40도에 가까운 지역인 북경의 서북쪽 지역에서 약 1백만년 전의 것으로 보이는 석기들이 채집되고 있다.

니하만의 동곡타와 소장량유적에서는 많은 동물뼈들과 함께 석기가 발견됐는데, 대략 1백만년 전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유적들이 고인류의 진화와 호모 에렉투스의 확산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이 지역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사계절이 뚜렷하고 겨울에 상당히 추운 지방이다. 이러한 환경은 계절에 따라 음식물의 공급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고 추위에 충분한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점에서 이미 호모 에렉투스는 1백만년 전에 열악한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지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추정된다. 또 동남아시아지역에서 일찍부터 그 영역을 북쪽으로 확장해 동북 중국지역까지 진출했다고 믿어지며 이 지역에서 상당한 기간 동안 진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주구점유적의 북경원인을 통해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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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배기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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