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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 발로 서고 석기 쓰며 사람형태로

식물에서 동물로 식생활 큰 변화 도구쓰면서 두뇌용적 급속 팽창

인류가 직립보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사람의 손이 해방됐다. 그러나 직립보행과 도구의 사용이 동시에 일어난 것은 아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출현하고 약 2백만년이 지난 뒤에야 석기가 나타났다. 이 석기도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사용한 것이 아니고 이보다 진화한 호모들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라고 부르는 이 지구상의 생물에는 현재까지 크게 두 가지 속(屬 : 생물을 구분하는 단위로 종보다 더 큰 개념)이 있다. 하나는 현재 살고 있는 사람을 포함한 호모(Homo)이며 또 다른 하나는 지금으로부터 약 1백 50만년 전에 절멸한 것으로 알려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다. 이 두 가지 사람들은 곧추 서서, 즉 직립보행을 하며 살았다. 이처럼 곧추서서 보행하는 것은 사람의 생물학적인 정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직립보행을 함으로써 사람의 손이 해방됐고 이 손은 지구상에 살았던 그 어느 생물도 이루어내지 못한 문명을 이룩했다. 오늘날 자연을 변화시키는 엄청난 능력은 모두 사람의 자유로운 손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앞서 언급했듯이 다윈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손을 해방시키기 위해 직립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직립보행과 도구의 사용이 동시에 일어난 것은 아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나타나고 약 2백만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에야 석기가 나타났다. 그리고 이 석기들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사용한 것이 아니고 이보다 더 진화한 호모들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파렌시스는 분명 직립한 고인류이며 지적인 능력은 현재의 침팬지와 다를 바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두개골의 모양이나 용적이 침팬지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인류의 공통조상 아파렌시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현재 다섯가지 종(種)으로 구분하고 있다. A. 아파렌시스, 아프리카누스, 보이지아이, 에이치오피쿠스, 로부스투스 등이 그것이다. 이 중 가장 오래된 것이 아파렌시스다. 이 아파렌시스는 1974년 에티오피아의 아와시계곡에서 발견된, 거의 완전한 사람을 복원할 수 있는 화석인골 '루시'에 의해서 처음으로 확립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한 종이다.

아파렌시스는 이 화석인골이 아파르 삼각지대에 발견됐다고 해 명명된 것이다. 그리고 루시는 별칭으로 이 화석인골을 발견하고 돌아오는 시각에 캠프에서 울려나온 비틀즈의 노래 제목(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의 여인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이는 화석인골의 주인공이 30대 초반의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이 아파렌시스는 분명 직립한 고인류이며 지적인 능력은 현재의 침팬지와 다를 바가 없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두개골의 모양이나 용적이 침팬지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아파렌시스로 분류된 고인류화석들은 그 크기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두 가지 이상의 종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학자들과 루시로 대표되는 아파렌시스가 인류의 공통조상이고 여기에서 다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들이 진화한 것으로 주장한 루시의 발견자들(버클리소재 캘리포니아대학 인류기원연구소의 도날드 조핸슨과 인류학과의 티모시 화이트)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 이러한 논쟁은 주로 턱뼈나 이빨의 모양과 크기에서 보이는 차이가 같은 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와 한편으로는 이러한 차이가 단순히 성별에서 오는 체격의 차이로 해석하는 견해 사이에 일어난 것이었다.

현재 알려진 아파렌시스화석들이 두 가지 이상의 고인류가 남긴 것이라는 주장은 리처드 리키와 일군의 학자들이 제기한 바 있다. 아파렌시스화석들 중에는 호모의 조상으로 분류돼야 하는 것들이 포함돼 있어서 호모의 계통과 아프리카누스의 계통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며 결국 현재 설정된 아파렌시스는 인류의 공통조상의 위치에 설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은 최근 에티오피아에서 캘리포니아대학의 인류기원연구소 팀이 발견한 새로운 자료에 의해 성별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보는 것이 유력하게 됐다.

아파렌시스를 인류의 공통조상으로 보는 것은 현재 대부분의 인류학자들 사이에 일치된 견해이지만, 이후 아파렌시스가 다른 종의 오스틀랄로피테쿠스나 초기 호모의 형태로 진화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가지의 진화과정이 제시됐다.

가장 유력하고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파렌시스가 약 3백만년 전에 아프리카누스로 진화한 다음 호모로 진화하게 되고 또 한편으로는 약 2백만년 전 이전에서 약 2백만년 전 사이에 아파렌시스가 에이치오피쿠스로 진화하고 이들이 다시 로부스투스와 보이지아이로 갈라서서 이들은 모두 절멸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아파렌시스가 이 두 가지 갈래의 공통조상의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프리카누스와 에이치오피쿠스들은 약 3백만년 전 이후에도 호모와 공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인류가 시작된 다음에도 어떻게 각기 다른 두 종류의 인류가 공존하고 있었을까? 왜 이들은 유전적 교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둘로 나누어지게 됐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결국 인류의 문화가 어떻게 시작됐는가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정체에 대한 대답도 될 것이다.

아프리카누스가 동아프리카나 남아프리카에서 사라진 약 2백만년 전에는 이 지역에 크게 다른 두 종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하나는 머리의 내부용적이 크고 이빨이 작고 비교적 갸름하게 생긴 사람들과 한편으로는 얼굴이 넓적하고 턱과 어금니가 대단히 크고 머리의 모습이 우람하게 생긴 강건한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전자가 호모로 분류된 사람들이며 후자가 강건형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 두 집단은 약 1백50만년 전까지 거의 50만년 정도나 공존하고 있었다. 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가 두 종류의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게 됐을까 ?


조핸슨(왼쪽)은 아파렌시스가 인류공통의 조상이며 여기서 다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들로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남쪽에 사는 원숭이」오스트랄로피테쿠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1920년 남아프리카에서 처음 발견됐다. 남아프리카의 석회암지대에서 석회암을 채석하던 중 동굴에서 어린 아이의 뼈가 발견됐다. 이를 해부학교수 레이먼드 다트가 "이것이야말로 인류의 기원형태"라고 주장하면서 학명을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고 붙였는데, 이는 '남쪽에 사는 원숭이'라는 뜻이다.

당시에는 이러한 화석에 대해 그다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다트교수와 몇몇의 동료학자들은 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으며 이들이 발견되는 여러 석회암동굴에 대한 연구도 계속했다. 일부 동굴에서 인류화석과 함께 많은 뼈부스러기가 출토되는 것을 보고 이러한 뼈부스러기들은 인류가 동물을 잡아먹을 때 사용한 도구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러한 골각기가 인류 최초의 도구들이라고 생각했다. 고인류들은 애초부터 도구를 사용해 동물을 잡아먹고 살고 없었다고 생각했다. 다트의 생각은 당시까지 인류의 기원형태에 대한 다윈의 생각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아파렌시스나 아프리카누스가 살았던 시기에는 도구들, 즉 석기들이 발견된 바가 없다. 인류 최초의 석기는 약 2백30만년 전의 동아프리카유적에서 발견되고 있다. 따라서 인류가 아프리카에 출현한 이후 오랜 기간 도구를 본격적으로 제작해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오늘날 침팬지에서 보듯이 자연물을 도구로 이용하거나 간단한 제작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침팬지의 도구제작 수준을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트가 생각한 아프리카누스의 골각기문화는 사실 하이에나 등의 동물이 씹은 뼈다귀들로 밝혀졌다.

남아프리카의 브레인이라는 인류학자는 남아프리카의 고인류화석 동굴의 하나인 스와르트크랜스 유적에 남아 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다트의 생각대로 도구를 가지고 표범과 하이에나들을 사냥해 먹고 살았던 것이 아니고 표범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잡아서 하이에나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자기의 처소인 동굴앞 나무 위에 걸쳐 놓았던 것이 결국 떨어져 동굴속에 쌓이게 된 것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브레인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두개골에서 표범의 송곳니 자국(구멍)을 확인함으로써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분명 표범을 잡아먹은 사람이 아니고 오히려 표범에 잡아먹힌 사람임을 확인한 셈이다. 두개골에 남은 구멍이 동굴에서 발견된 표범의 송곳니의 크기와 정확히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초기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들은 모두 오늘날의 유인원과 비슷한 생활을 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과실 등 식물성 음식을 채집해 먹고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약 2백만년 전후의 시기에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는데 있다. 점차로 기온이 하강해 빙하시대에 근접, 주변환경이 바뀌게 됨에 따라 식물성 음식채집이 어려워지는 경향이 지속됐다. 채집자원이 희귀해질 뿐 아니라 점차로 질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당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절대절명의 명제였을 것이다. 오늘날 알려진 고고학적인 자료로 볼 때 이러한 적응은 두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하나는 음식 종류를 바꾸는 일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질이 나빠진 음식을 그대로 먹으면서 이에 소극적인 적응을 하는 것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약 1백50만년 전에 절멸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은 아프리카누스의 복원도
 

날카로운 석기 이용해 동물성 단백질 섭취

질이 나빠진 음식을 먹으면서 소극적인 적응을 한 집단이 곧 강건한 형태를 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즉 로부스투스 보이지아이 그리고 에이치오피쿠스 등이다. 이들은 얼굴이 접시모양을 하고 두개골의 정수리에 닭벼슬 모양의 돌출부가 있으며 곳곳에 근육이 붙은 자리가 남아 있다. 이것은 턱뼈를 움직이는 근육이 붙었던 자리다.

그리고 어금니들도 크고 넓적해 무엇을 깨물어 바수는 작업에 용이하도록 돼있다. 나무뿌리나 단단한 열매들을 잘 씹어 소화할 수 있도록 이빨이나 턱근육의 구조가 바뀌었다.

그런데 일군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의 후예들은 먹는 음식의 종류를 식물성에서 동물성으로 전환했다. 당시 아프리카의 사바나지역에는 곳곳에 맹수들이 먹다 버린 동물시체들이 남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시체에서 고기나 뼈 속의 골수를 채취해 섭취,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응함으로써 살아남게 되고 결국 새로운 형태의 인류, 즉 호모로 진화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호모로 불리는 이 집단들은 고기를 먹기 위해서 두터운 동물가죽을 찢어야 했다. 또한 고기를 가족들이 있는 곳까지 운반하자면 동물 시체로부터 뜯어내야 했는데, 이러한 작업은 날카로운 날이 없다면 불가능했다. 날카로운 날을 얻기 위해 돌을 이용하게 됐고 결국 석기의 제작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석기를 사용해 동물시체를 도살한 것은 올두바이유적이나 동아프리카의 유적들에서 석기가 동물뼈와 함께 발견될 뿐 아니라 동물뼈에 석기를 이용해 고기를 떼어낼 때 남긴 흔적들이 남아 있어서 알 수 있다. 이처럼 호모 집단은 분명 석기를 이용해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게 됨으로써 당시의 열악해져가는 환경에 적응하게 됐다.

이는 도리어 그들에게 좋은 영양을 공급받을 수 있어서 진화의 속도가 이전보다 훨씬 빨라지게 했다. 그래서 5백㏄ 내외의 두뇌용적이 6백30㏄ 정도로 급격히 팽창하는데, 이는 석기를 지속적으로 제작함으로써 더욱 더 가속이 붙게 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결국 사람은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문명의 씨앗을 심게 됐으며 이처럼 아주 미미한 도구의 사용이 결국 오늘날의 문명을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이다.

에티오피아서 초기인류 두개골발견 인류 초기 형태 둘러싼 논쟁 종식될 듯

인류가 유인원과 갈라져 나온 이후 가장 오래된 인류조상의 두개골화석이 이제까지 알려진 것들보다 가장 완전한 형태로 에티오피아 오지의 건천 둑에서 발견됐다. 유인원처럼 눈두덩이가 불룩하고 입이 튀어나오고 두뇌가 작은 이 두개골은 분명 지금으로부터 약 3백만년 전에 살았던 남자의 것이다.

이 두개골은 1974년에 발견된 머리없는 '루시'에서 처음으로 확인되고 유명해진 새로운 종(種)의 얼굴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인류진화 초기과정을 이해하는 데 심각한 공백을 메꾸어주고 있다. 지금까지 두개골이 없어서 인류학자들은 고인류의 모습을 확인할 방도가 없었으며 루시가 인류 진화의 계통에서 어떠한 위치에 있는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번의 발견은 3백90만년 전에서 3백만년 전의 시기에 해당되는 다양한 형태의 인류 화석들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라고 하는 하나의 종에 소속되는 것인지, 형태나 행위가 다른 두셋의 다른 종을 나타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이제까지 벌여 온 열띤 논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발간된 '네이처'지의 기사에 따르면 발견자들은 이 두개골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가 당시의 유일한 종이었음을, 다시 말해서 인류화석들이 두 가지의 다른 종이 아니고 한가지 종에 소속된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견자들은 이 두개골은 약 1백만년 동안 북으로는 에티오피아와 남으로는 탄자니아에 걸쳐서 살고 있던 아파렌시스로 가장 연대가 내려오고 가장 클 뿐 아니라 유일하게 비교적 완전한 형태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탄자니아의 레이톨리유적에 남아 있는 발자국들은 아마도 약 3백50만년 전에 아파렌시스 성인과 아이가 남긴 것이다. 이것이 인류의 선조가 남긴 가장 오래된 직립의 증거다.

조사단은 3백90만년 전의 아파렌시스 화석과 3백만년 전으로 밝혀진 이번의 두개골과 다른 화석들 사이에 진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음을 주목하면서 아파렌시스의 장수(長壽)는 대단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조사팀은 버클리의 인류기원연구소 소장 도날드 조핸슨박사, 동 연구소 고인류학과 장 월리웜킴벌, 그리고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대학 요엘라크박사가 이끌고 있다. 조핸슨박사는 이번 두개골이 발견된 지점에서 약 1마일정도 떨어진 아와시강변에서 루시화석을 찾은 바 있어서 이번의 발견으로 거듭 개인적인 영광을 누린 셈이다. 그는 이번의 보고에서 과학적인 입장을 강조했지만 한 인터뷰에서 감정적인 문제도 무시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두개골을 찾아서 손에 들고 보여주지 않으면 내가 새로운 종의 고인류를 찾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런던의 유니버시티칼리지의 고생물학자인 레슬리 아일로 박사는 "이번에 발견된 두개골은 아파렌시스가 하나의 종으로서 2중의 체격크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장차 인류의 초기 형태를 둘러싼 열띤 논쟁을 종식시킬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도전받는 가설

단일종(單一種)가설은 아파렌시스 화석들의 개별 크기의 격차가 너무 커서 단일종으로 보기엔 어렵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에 의해서 도전받아왔다. 이 견해는 뼈가 굵은 화석들의 주인공들은 '강건형'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데, 이들은 현재 절멸했고 반면에 루시로 대표되는 작은 모습의 고인류가 호모로 진화하게 돼 현생인류로 연결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견해는 또 두 가지 다른 진화과정-즉 하나는 현생인류로 연결되고 다른 하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진화해 약 1백만년 전에 절멸하게 되는-은 이미 3백만년 전에 벌어지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다른 고생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킴벌은 원시적으로 직립보행을 하고 있던 이 두개골의 주인공들은 약 2백50만년 전까지는 갈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의 화석자료를 분석하고 난 후 킴벌박사팀은 화석들의 개별 격차를 성별크기 차이에 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성이 루시와 같은 여성보다 컸을 것이다. 여성은 기껏해야 1백5㎝에서 1백20㎝ 정도의 키에 34㎏의 체중을 가졌을 것이며 남성은 1백50㎝의 키에 50㎏의 체중을 가졌을 것이다."

아일로박사에 의하면 "이러한 성별 2중 체격성향은 단지 아파렌시스 뿐 아니라 유인원들에게도 두드러지는 현상이며 심지어 오늘날의 현생인류에게도 지속되고 있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매년 에티오피아의 사막에서는 계절적인 강우가 땅을 침식해 많은 화석을 노출시키고 있다. 2년 전에는 야영할 곳을 찾던 중 돌더미 속에 흩어진 2백여 점의 화석을 발견하기도 했다. 라크박사에 의하면 이 뼈들은 그 위치로 보아 하나의 개체에서 유래된 것이다.

"주의가 필요하다"

초기의 조사에서 조핸슨박사에 의해 구성된 완전한 형태의 모습을 갖춘 유일한 아파렌시스 골격조차도 여러 개체의 것을 조합해 복원한 것이다. 고생물학자들은 이 골격에서 아파렌시스 두개골의 용적을 알아내고 또 다른 체질적인 특성을 복원했는데, 그것들이 이번의 두개골에서 대체로 확인됐다.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의 알란 워커박사는 "이번의 두개골의 이마부위 덕분에 3백90만년 전의 화석과 3백만년 전의 화석을 연결시켜 이 기간 동안의 모습을 복원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러나 주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워커박사는 이 새로운 지점의 풍부한 화석에 대해 극찬하고 있다.

"금광과 같다. 결국에는 어떠한 식으로든 현재의 논쟁을 진척시켜 아파렌시스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두개골이 아파렌시스라고 확인된 것과 이것이 아파렌시스가 단일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주장은 모두 에티오피이와 탄자니아에서 발견된 화석들과의 비교에서 얻어진 결론이다.

동조자들을 얻은 새로운 화석

루시의 공동발견자인 버클리캘리포니아대학의 팀 화이트박사는 작년에 아와시강 계곡의 마카에서 새로운 화석들을 발견했는데, 이는 아파렌시스가 성별 2중 체격 성향이라는 주장에 동조자들을 얻는 계기가 됐다. 뉴욕의 미국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원인 이안 타터샐박사는 이 화석만 가지고 아파렌시스가 단일종이라는 주장에 대한 논쟁을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뼈와 이빨은 유사하지만 개별적인 화석의 모습은 대단히 다르다. 정말로 그들이 서로 같은 종이라고 여겼을까?"

다른 고생물학자들은 조핸슨박사팀이 제시하는 해석을 받아들이고 있다. 아일로박사는 "이제 아파렌시스 화석들에 여러 종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는 주장으로 되돌아가려면 강력한 증거를 들이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렇지만 가끔씩 인류고생물학에는 이상한 일도 벌어지기도 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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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배기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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