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저장능력을 지닌 CD-ROM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서는 '영양가 있는' 정보의 수집이 필수적이다. 국내외에 나와있는 각 분야의 CD-ROM 타이틀에 대해 알아보자.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하드웨어 중심적 사고는 팽배해 있다. 이것은 CD-ROM 드라이브와 CD-ROM 타이틀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나온 타이틀이 얼마 없으니 드라이브를 장착해본들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컴퓨터 판매점에서 멋지게 돌아가고 있는 CD-ROM에 반해 덜컥 구입하기도 하지만, 아뿔사! 쓸만한 타이틀이 하나도 없다면….
이렇게 되면 큰 맘먹고 구입한 사람들의 상당수가 자신들의 성급한 구매를 후회할지도 모른다. 사실 국내에서 개발된 타이틀만 생각한다면 CD-ROM 드라이브의 구매는 성급하다. 왜냐하면 국내에서 개발된 타이틀이 몇개 안되는데다 대부분 학습용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타이틀에 대한 정보마저 없다면 CD-ROM 드라이브는 그야말로 장식품으로 전락해버기 십상이다. 따라서 값비싼 CD-ROM 드라이브를 무용지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CD-ROM 타이틀에 대한 폭넓은 정보는 매우 중요하다. 자신에게 쓸만한 타이틀이 단 몇개라도 있다는 것을 찾을 수 있다면, 그리고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다면 CD-ROM은 엄청난 생산력을 보장하는 위력적인 수단일 것임에 틀림없다. 자 이제 죽어있는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CD-ROM 타이틀에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CD-ROM 타이틀의 효시는 지난 1986년 미국에서 제작된 '글로리아 백과사전'이다. 백과사전은 말 그대로 세상의 모든 정보가 총 망라된 훌륭한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그 크기가 너무 커 활용도가 매우 낮다는 맹점을 가지고 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CD-ROM으로 된 백과사전이다.
이 글로리아 백과사전은 12권 분량의 책을 단 한장의 CD-ROM 타이틀에 담음으로써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글로리아 백과사전을 필두로 제작되기 시작한 CD-ROM 타이틀은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약 1만여종 가량 나온 것으로 집계돼 있다.
하지만 1만여종 모두가 시판되는 것은 아니고 단지 절반정도인 5천여종만이 판매되고 있다.
국내제작된 것은 학습용 위주
종류별로는 백과사전과 각종 특허 내지 통계정보, 혹은 주소록이나 인명록 등 소위 OFF-LINE 데이터베이스(컴퓨터 통신을 이용하지 않고 저장매체에서 검색한다는 뜻)가 가장 많고 컴퓨터교육 의학정보 어학교재게임 소설류 등 다양하다. 요즘에는 어느 나라에서건 게임용 CD-ROM 타이틀의 개발이 한창이다.
한편 CD-ROM 타이틀을 구동가능한 시스템 환경이라는 측면에서 구별해볼 때 IBM전용과 매킨토시 전용, 그리고 IBM과 매킨토시 혼용이 있으며 IBM용에도 도스전용, 윈도우전용 그리고 도스나 윈도우 어느쪽에서나 구동이 가능한 것들이 있다.
이제 국내에서 구입이 가능한 CD-ROM 타이틀을 종류별로 알아보기로 하자.
우선 타이틀 중에서 가장 무게가 나가는 백과사전류부터 살펴보자. 백과사전의 대명사는 브리태니커 대 백과사전일 것이다. 이것을 멀티미디어판으로 제작해 낸 것이 COMPTON'S MULTI-MEDIA ENCYCLOPEDIA다.
이 사전에는 8박87만4천개의 단어와 1만5천장 이상의 삽화, 5천장 이상의 도표, 4천장 이상의 지도가 수록돼 있다. 글로리아 전자 백과사전에는 책으로 21권 분량인 3만 3천 항목, 9백만 단어가 수록돼 있다. 이밖에도 어렸을 때 자주 보던 동물도감이나 식물도감도 CD-ROM 타이틀로 제작하기 좋은 소재다. 실제로 포유동물에 대한 백과사전인 MAMMALS는 포유류에 속하는 모든 동물에 대한 포괄적인 사전으로서 학습효과가 매우 크다.
CD-ROM으로 된 백과사전은 책자로 된 백과사전과는 많은 점에서 다르다. 일단 책에서는 지원되지 않는 생생한 음성이 지원돼 검색대상에 대한 시청각적 체험도 가능하다. 이 밖에도 수십권에 달하는 방대한 부피와 무게를 단 한장의 얇고 가벼운 CD-ROM으로 줄임으로써 얻는 휴대의 편리성과 어떤 단어라도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신속성 등을 고려한다면 CD-ROM 판 백과사전은 가장 매력적인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한글로 된 백과사전이 없다는 점과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게 아쉽다.
다음으로 학습용 타이틀이 있다.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이 학습용 타이틀이다. 이중에는 어학학습용으로 개발된 타이틀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유아 교육용 타이틀이나 입시참고서를 대체할 수 있는 타이틀도 매우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 해 동아출판사에서 제작 판매한 오성식 생활영어는 학습용 CD-ROM타이틀 제작 열품을 불러일으킨 주역으로서 상당한 매출을 올렸다.
교육용 소프트웨어의 경우 책을 컴퓨터 화면에 옮겨놓은 것 같던 초기의 문제점을 개선해 음성과 애니메이션 기능을 담거나 사용자가 직접 프로그램 속의 주인공이 되도록 하는 등 CD-ROM만이 갖는 특성을 충분히 살려 기술적으로도 한 단계 진전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솔빛 조선미디어의 '즐거운 놀이방'은 3-8세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놀이형식의 CD-ROM 타이틀이다. 이것은 시각 미각 후각 촉각 등 오감을 발달시키는데 적합한 멀티미디어용 제품으로 산수놀이 카드놀이 노래놀이 동화책 그림그리기 영어공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 제품이 매우 많은 이 분야의 타이틀을 좀더 소개하자면 멀티테크의 '멀티미디어 전래동화집', 삼성전자의 '다이내믹 잉글리시'와 '액티브 잉글리시', 또 SKC의 'SKC 중학영어', 디지털임팩트의 '신나는 ABC나라', 세광데이타테크의 '앵무새 영어 첫걸음', '현대 서양미술사', 위스정보의 '컴퓨터 교실' 등이 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의 수학능력시험 대비용 영어학습 프로그램 '패스게이트'등 입시생을 위한 타이틀도 있고, 세광데이터테크사의 '컴퓨터 음악 교육 프로그램'과 같은 예능 교육용 타이틀도 있다.
하지만 교육용 타이틀중에는 기능이 미흡한 것도 많아 컴퓨터 전문가들은 "교육용 소프트웨어가 뿌리 내리려면 컴퓨터의 특성을 살려 시뮬레이션 기능과 애니메이션 기능이 대폭 보강돼야 하며 최근 보급되고 있는 고성능 PC와 운영체계에 적합한 시스템이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컴퓨터와 관련된 갖가지 쉐어웨어나 프로그램 소스등 컴퓨터 매니아들이 좋아할만한 방대한 양의 소프트웨어를 모아놓은 공개소프트웨어 위주의 타이틀도 나와 있다. 이 타이틀 안에는 컴퓨터 그래픽이나 게임 유틸리티 통신 교육 등 여러 분야의 비상업용 소프트웨어가 약 1만5천개에서 2만개 정도 들어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PC-SIG Library를 꼽을 수 있다. 이런 타이틀은 매우 싼 가격으로 제공되므로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기 위해 통신서비스의 자료실을 뒤지고 다니면서 장시간 동안 전화비를 낭비하던 컴퓨터 매니아들은 시간상으로나 금전상으로 크나큰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프로그래밍에 필요한 각종 자료, 즉 소스코드라든지 라이브러리 등을 모아놓은 타이틀도 있어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만든 모든 소프트웨어에 대한 레퍼런스 매뉴얼을 종합해놓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나 Microsoft Programmer's Library등은 프로그래머에게 매우 유용한 타이틀이라 하겠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분야가 바로 탁상출판(DTP)용으로 제공되는 그림모음(클립아트)들이다. 하나의 타이틀에는 대략 2천개에서 6천개의 그림이 들어가 있는데, 파일형식도 PCX TIF GIF EPS PIC 등 다양하다. 사용자는 이 그림을 그대로 이용하거나 약간의 변형을 거쳐 핵 속에 끼워 넣을 수 있으면, 이로써 출판과정에서 필요한 간단한 일러스트나 사진을 전문가의 손을 빌리지 않고서도 제공받을 수 있다.
수록된 그림들은 주제별로 잘 정리돼 있으며 사람이 손으로 직접 그린 그림은 물론이고, 흑백 및 컬러사진이나 3차원 그림, 탁상출판을 위한 다양한 변형서체 등이 망라되어 있다. 예를 들면 '클립마스터 프로'라는 타이틀에는 약 5천개의 그림이 들어 있는데, 여기에는 여러가지 형태로 변형된 알파벳, 동물그림 50가지, 비지니스와 관련된 그림 3백가지, 재미있는 캐리커쳐 1백가지, 컴퓨터 그림 30가지, 패션에 관련된 클립아트 3백50여가지, 음식과 요리 주방에 관련된 클립아트 4백여개, 결혼이나 결혼기념일 생일 등 각종 기념일과 관련된 그림 5백여가지 등등이 하나의 타이틀에 몽땅 들어가 있다.
타이틀 이용해 실감나는 해부학 공부
음악타이틀을 살펴보자. 주로 수록된 것은 클래식 연주곡으로, 어떤 곡을 단순한 소리에서 벗어나 그 곡의 주변적인 요소로서 음악을 이해하는데 불가결한 요소들을 적절히 배치해 음악감상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타이틀에는 곡에 대한 설명과 배경사진 및 작곡의 역사적 배경, 음악에 대한 비평등이 화면 상에서 함께 지원돼 음악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CD-ROM 드라이브가 아닌 일반 CD플레이어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도 있으므로 새로운 차원의 음악감상용 타이틀이라 하겠다.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을 담아놓은 타이틀이 대표적이다.
게임분야도 무시 못할 부분인데, 내용은 디스켓 형태로 담겨져 있는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애니메이션 처리를 좀더 생생하게 한다든지 사운드를 입체적으로 지원한다든지 해서 게임의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동안 유명했던 게임들이 대부분 CD-ROM 타이틀로 개작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윙코맨더, 룸, 윌리의 모험 등이 있다.
이밖에도 전문분야와 관련된 타이틀이 매우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영역이 바로 의학관련 CD-ROM 타이틀이다. 의대생들이 가장 어렵게 여기는 부분중의 하나인 해부학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인체의 해부도를 다양하게 보여주는 의학용 CD-ROM 타이틀은 의학분야 전문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아왔다. 대표적인 타이틀은 A.D.A.M(Animated Dissection of Anatomy for Medicine)은 미국은 ADAM사가 개발한 해부학 프로그램이다. 마우스로 인체 어느 부분이든 단계적으로 해부할 수 있으며 그 부분에 관련된 세포학, X선, 단층촬영 단면 등의 자료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의대생의 학습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이 CD-ROM 타이틀에 들어있는 내용을 임의적으로 편집, 보관할 수 있다. 또한 전문 분야별 서적을 연계시켜 사용할 수 있는 북 기능으로 수술과정이 알기 쉽게 애니메이션으로 묘사돼 환자진료에도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법률가를 위해 판례를 모아놓은 판례집 타이틀도 있고 지구의 구석구석에 대한 지리정보를 망라해놓은 지리정보 타이틀도 있다. 셰익스피어 전집을 하나의 CD-ROM 타이틀에 망라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소설의 텍스트만을 입력해놓거나 신문을 그대로 이미지데이터베이스로 처리한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분류가 무색할 정도로 갖가지 종류의 타이틀이 개발되어 있거나 개발중인데 책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세상만사가 분류되듯 CD-ROM 타이틀의 분류도 책의 분류만큼이나 복잡해질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기존의 책이 갖는 성격에다 영화나 비디오가 갖는 영상이 결합되고 여기에 컴퓨터의 소프트웨어적 측면이 가미되면 책도 아니고 영화도 아닌 소위 '가상현실'과 같은 시뮬레이션 영역이 CD-ROM 타이틀의 독자영역으로 구축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CD-ROM 타이틀을 판매하는 곳 몇군데를 소개하겠다. 우선 IBM 호환기종용 타이틀의 판매원은 사운드 블라스터 수입업체인 JC현, 옥소리를 개발한 삼호전자, 오디오스펙트럼을 수입판매하는 샘전자, NEC의 CD-ROM 드라이브를 수압판매하고 있는 이지컴퓨터, 고속을 자랑하는 텍셀의 CD-ROM 드라이브를 판매하는 미디&코스모스 등이 있다.
한편 매킨토시용 타이틀은 엘렉스컴퓨터와 아이맥, 미디어존, 컴퓨트로닉스, 이지컴퓨터 등에서 취급하고 있다. CD-ROM 타이틀의 가격은 제품에 따라 1만원대부터 수백만원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므로 반드시 타이틀의 내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미리 수집한 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며 가격이 적당한가를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