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1) 우주탄생 비밀 캐는 새방법 제시

모든 물체 통과하는 시공간의 파동

중력파를 이론적으로 예측한 아인슈타인^이 업적으로 9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아인슈타인이 이론적으로 예언한 지 77년만에 이제 겨우 존재 가능성만을 확인한 중력파. 중력파의 실체는 무엇일까.

1974년 MIT의 조세프 테일러와 대학원생 러셀 헐스는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에 설치된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을 통해 쌍둥이 펄사 PSR 1913+16을 발견했다. 이 쌍성펄사는 매초 16.9회전(자전)하면서 초속 3백㎞로 8시간마다 한번씩 돈다(공전). 지구와 달사이 5배 거리를 유지하면서. 이들의 공전주기는 조금씩 느려지는데 테일러와 헐스는 4년 동안 0.000414초만큼 느려짐을 알아냈다.

쌍성중성자별은 중력파로 에너지를 조금씩 잃는다. 그 결과가 공전주기의 감소로 나타나는 것이다. 테일러와 헐스가 관측한 데이터는 일반상대성이론 방정식으로 계산한 결과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올해의 노벨상은 중력파의 존재 가능성을 확실하게 밝힌 테일러와 헐스에게 돌아갔다. 가능성만을 확인한 것으로 노벨상이 수여되는 중력파. 중력파란 어떤 존재이며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아인슈타인이 그 존재를 이론적으로 예측한 지 올해로 77년이 되지만 아직까지도 이론의 영역에 머물고 있는 중력파의 실체를 자세히 알아보자.

포도주 한병 내기

1981년 프린스턴의 천체물리학자 오스트라이커와 그의 라이벌인 칼텍의 손은 포도주 한병을 걸고 내기를 했다. 내기의 내용은 2000년까지 중력파가 검출될 것인지 여부. 오스트라이커는 불가능에, 손은 가능하다는 쪽에 걸었다. 물론 둘다 중력파의 존재를 인정 한다. 다만 2천년까지 검출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갈린 것이다. 과연 누가 포도주를 가져갈 것인가.

이러한 내기가 가능한 것은 중력파란 존재가 너무나 미약해 검출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질량을 가진 존재가 움직이면, 즉 사람이 움직여도 돌을 던져도 중력파가 발생하지만 파가 너무 약해 검출이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뉴턴의 중력이론에는 중력파가 존재할 여지가 없다. 그 이유는 두 물체간의 중력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할뿐 시간에는 전혀 무관하기 때문이다. 즉 아무리 멀리 떨어진 물체라도 중력은 순간적으로 미친다. 그런데 이 사실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에 위배된다. 아인슈타인은 이 모순점을 해결하기 위해 10년을 고민하다가 일반상대성이론이란 걸출한 작품을 완성시켰다." 서울대 소광섭 교수의 설명이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모든 질량을 가진 물체는 그 주위에 중력장을 형성시킨다. 그 중력장은 물체의 움직임에 따라 물결치는데 그 움직임이 바로 중력파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시공간이 구부러진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이 말은 중력장이 휜다는 의미이며, 이 물결을 통해 중력파가 전달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중력파란 시공 그 자체의 파동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력파가 어떤 좁은 공간을 통과하게 되면 그 공간은 섬세하게 늘어나거나 수축된다. 그 공간에 놓인 물체도, 공간을 지나는 빛의 경로도 늘거나 줄어든다.
 

뉴턴이 생각한 공간은 정적이지만(위) 아인슈타인의 우주는 매우 동적이다. 무거운 물에에 의해 시공간이 구부러진다(아래).


중력파와 전자파

중력파를 좀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조금은 익숙한 전자파와 비교해서 설명해보자.

보통 전하가 진동하면 90도로 교차된 전기장과 자기장이 복합된 파동이 광속으로 방사된다. 이것이 바로 전자파다. 전자파에는 전파 이외에도 마이크로파를 비롯 가시광선(빛) 적외선 자외선 감마선 엑스선 등이 모두 포함된다.

전자파는 1864년 영국의 맥스웰에 의해서 처음 예언됐다. 맥스웰방정식은 그동안 따로 놀던 전기력과 자기력을 하나로 통합시켜 맥스웰방정식을 만들었다. 이 방정식에는 전파의 존재가 예언돼 있었던 것이다. 이 예언이 있고나서 24년 후에 독일의 헤르츠는 인공적인 전파를 만들어 전파의 존재를 실증했다. 1895년에는 이탈리아의 마르코니가 무선전신을 발명함으로써 전파의 실용화시대가 활짝 열렸다. 그후 1세기 동안 인류는 전파를 이용한 무수히 많은 제품(텔레비전 등)을 만들어 실생활에 응용했던 것이다.

중력파는 어떤가. 질량이 진동하면 시공간의 파동인 중력파가 퍼져 나간다. 중력파는 시공간을 빛의 속도로 통과하는 파동이다. 이 점에서 전자파와 같으나 전자파와는 달리 모든 물체를 뚫고 지나간다. 전자파는 진공이나 공기 등은 잘 뚫고 지나가나 물속이나 쇳덩이는 잘 통과하지 못한다. 장애물에 흡수되는 경우도 많다. 전파가 도달하지 못하는 흔히 '전파의 골짜기'라 불리는 난시청지역 또는 통신 불능 지역도 있다.

반면에 중력파는 장애물이 없다. 우리 몸속을 그대로 통과하며 지구와 같은 물체도 거침 없이 통과한다. 지구상에서 중력파를 차단할 수 있는  물체는 아무 것도 없다. 중력파의 세기가 1/2로 줄어드는 거리가 물 속에서는 ${10}^{29}$㎞, 쇳속은 ${10}^{30}$㎞나 된다.

또하나 전자파와 다른 큰 차이점은 워낙 세기가 약해(전자파의 ${10}^{-39}$배) 검출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처음 중력파의 존재를 예언했던 아인슈타인 조차도 "중력파는 너무 미소하므로 인간은 탐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출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아이슈타인이 그 존재를 예언한 후에도 많은 학자들은 중력파가 존재하느냐에 대한 많은 토론을 가졌다. 초기에는 회의론자들이 우세했으나 50년대 들면서부터 중력파가 존재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974년에 올해 노벨상을 수상한 테일러와 헐스에 의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중력파의 존재가 확인된 것이다.

껍데기 정보와 알짜 정보

천문대 박석재 박사는 "현실적으로 중력파를 방출할 수 있는 곳은 거대한 질량을 가진 '운동권' 천체들이 존재하는 우주공간뿐이다"고 말하면서 "태양보다 4배 이상 무거운 별은 수소의 핵융합반응으로 빛을 내다가 수소가 헬륨으로 변하고 다시 탄소로 변한다. 점점 무거운 물질로 변하다가 니켈이나 철의 단계에 이르면 더이상 핵융합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중력의 응축력을 견딜 수 없어 중심부가 함몰하면서 외곽으로는 대폭발이 일어나며 중심부에서는 양성자가 전자를 흡수해 중성자로 변한다. 이 상황, 즉 초신성 폭발은 아주 짧은 시간에 일어나므로 중력파를 발생할 확률이 크다"고 밝혔다.

블랙홀이 충돌할 때도 중력파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질량이 m인 두 블랙홀이 충돌할 경우 최소한 0.001m의 질량이 E=m${C}^{2}$에 의해 중력파로 방출된다고 한다. 칼텍의 손은 "만약 두개의 블랙홀이 충돌한다면 일반 상대성이론을 검중할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다. 블랙홀이 어떻게 보여지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비교적 가볍게 움직이는 질량에 대해 시공간이 어떻게 춤추는가를 정확히 예언했다. 그러나 블랙홀이 충돌할 때의 시공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아인슈타인도 잘 알지 못했다. 손은 "아인슈타인 방정식은 비선형식(non-linear)으로 충돌 때의 상황이 블랙홀의 질량과 회전속도 궤도 등의 변수에 민감하게 변화한다"고 말했다.

전자파는 물체에 흡수되고 산란되지만 중력파는 물체를 그대로 통과하기 때문에 천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전자파가 가져다준 지금까지의 우주 정보는 천체 표면과 관련된 '껍데기' 정보에 불과하지만 중력파천문학이 가져올 정보는 별 내부와 관련된 '알짜' 정보일 가능성이 높다.

우주 탄생 초기에 발생한 중력파도 검출할지 모른다. 현재 이론가들은 빅뱅(대폭발) ${10}^{-42}$초 후에 최초의 중력파가 발생했다고 예측한다. 이 순간에 발생한 중력파는 우주공간을 자유로이 여행하면서 어느 물질에도 흡수되지 않고 우주 탄생의 초기 정보를 담고 있을 것이다. 이 중력파를 관측한다면 우주배경복사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대수확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확실한 중력파원은 앞에서 언급한 쌍성펄사다. 이는 우주에서 희귀한 존재로 전자파로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천문학자가 작성한 카달로그에는 약 4백개의 중성자별이 기록돼 있지만 우리 은하 내에서 확인된 쌍둥이는 4개밖에 안된다. 천체물리 학자들은 이 4개의 데이터에 기초하여 우주 공간에서 매년 몇개의 쌍성펄사가 충돌하는지를 예측하고 있다.

하버드의 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연구센터의 나라얀과 칼텍의 피니는 각각 독자적인 방법을 동원해 지구로부터 약 6억5천만 광년 이내에서 매년 수개의 쌍성 중성자별이 합쳐진다고 예측했다. 이럴 때 지구에서 중력공간의 구부러지는 상대값은 4x${10}^{-22}$에 정도. 중력파를 검증하기가 얼마만큼 어려운지 실감할 수 있는 수치다.

중력파를 검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수확은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또는 빅뱅의 내부 정보뿐만이 아니다. "진정한 성과는 현재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정보는 전자파에 의해 얻은 것일 뿐이다. 중력파가 인류 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는 지금까지는 꿈도 꾸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펼쳐 질지도 모른다." 포도주 한병을 놓고 자신의 라이벌인 오스트라이커와 내기를 하고 있는 칼텍의 천체 물리학자 손의 말이다.

중력파는 어떻게 움직이나

중력파는 공간과 물질을 수축시키므로 이를 통해 중력파를 감지할 수 있다. (그림)처럼 중력파가 원기둥을 통과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중력파가 원기둥의 한쪽 끝으로부터 다른 끝으로 진행해간다고 할 때 원기둥의 단면은 어디에서도 똑같지 않으며 같은 양만큼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는다. 한 단면을 생각해볼 때 한 방향으로 늘어난다면 그와는 수직한 방향으로 수축된다.
 

중력파는 어떻게 움직이나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3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 진로 추천

  • 물리학
  • 천문학
  • 기계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