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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블랙홀은 검지 않다'-은하 밝기 맞먹는 거대한 에너지 방출

수수께끼 천체 블랙홀 최신정보

태양질량의 1백만배가 넘는 거대블랙홀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 은하전체의 밝기로 빛나면서 숨바꼭질하는 이 괴물 천체가 거대 블랙홀이라고 추정된다.

이제 블랙홀(black hole)은 국민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모두 알 정도로 유명한 말이 되어버렸다. 이는 곧 블랙홀이 현대과학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상의 하나라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 이루어진 블랙홀에 관한 관측적, 이론적 진전사항을 정리해보기로 한다.

블랙홀 후보들

블랙홀을 찾아내고자 선진국의 관측천문학자들은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블랙홀은 잘 알려지다시피 X선 영역의 빛에서 검출된다. 블랙홀에 친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하여 이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쌍성에서 질량이 더 큰 별은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만일 두 별사이의 거리가 충분히 가깝다면 강한 중력을 가진 블랙홀은 상대적으로 구조가 허술한 다른 별로부터 물질을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질량에 변화가 없더라도 천체의 크기가 작아지면 중력은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별은 서로 공전하고 있어야하므로 끌려오는 물질은 곧 바로 블랙홀로 떨어지지 못하고 주위에 원반을 형성하게 된다. 이 원반을 우리는 유입물질원반(accretion disk)이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방출되는 높은 에너지의 X선을 관측 위성으로 포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지상에서 관측할 수 없는 이유는 물론 지구의 대기가 X선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백조자리에서 제일 먼저 발견된 X선을 내는 천체인 백조X-1(Cyg-1)으로, 푸른 별과 보이지 않는 동반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관측 결과 동반성의 질량은 최소한 태양질량의 6배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앞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백색왜성이나 중성자별의 한계질량을 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백조 X-1을 블랙홀을 가지고 있는 쌍성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70년대 중반 주로 연구된 백조 X-1의 뒤를 이어 80년대 들어서도 많은 블랙홀 후보들이 활발하게 관측되었다.

대마젤란 은하(LMC, Large Magellanic Cloud)에서는 1987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머리기사를 장식했던 유명한 초신성이 발견되었다. 대마젤란은하는 소마젤란 은하(SMC, Small Magellanic Cloud)와 함께 남반구의 밤하늘을 장식하고 있는데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둘 다 보이지 않는다.

이 은하의 X선을 내는 천체들인 LMC X-1과 LMC X-3도 블랙홀을 가진 쌍성들로 판명되고 있다. 대마젤란 은하는 소마젤란 은하와 함께 우리 은하를 공전하는 위성은하이기 때문에 거리가 약 16만광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LMC X-1과 LMC X-3는 비교적 수월하게 계속 추적되고 있는 중이다. 현재까지 나와 있는 결과로는 LMC X-1의 동반성의 질량은 태양질량의 약 4배, LMC X-3의 경우는 태양질량의 약 10배 정도로 추정된다.

최소 태양질량의 약 3배에 이르는 동반성을 갖는 것으로 여겨지는 A0620-00 별도 역시 최근 블랙홀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외에도 컴파스 X-1(Cir X-1)이나 SMC X-1과 같은 X선을 내는 천체들, 그리고 X선을 내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고 질량이 큰 동반성을 지닌 마차부자리 ε별(ε Aur)이나 거문고자리 β별(β Lyr), 오리온자리의 BM별(BM Ori) 등도 블랙홀의 후보(최소한 중성자별의 후보)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제트를 분출하는 거대블랙홀

블랙홀에 관한 최근 관측적 진전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대부분의 은하 중앙에 있는 것으로 믿어지는 거대한 블랙홀들에 관한 것들이다. 블랙홀에 관한 책을 고를 때 거대한 블랙홀 이야기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것은 출판된지 적어도 10년이 넘었다고 보면 틀림없다. 여기서 거대한 블랙홀이란 적어도 태양 질량의 1백만배 이상 되는 것들을 의미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거대한 블랙홀이 천문학계에 등장하게 된 것은 퀘이사*(quasar)와 같은 활동성 은하핵들이 방출하는 거대한 에너지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즉 크기는 겨우 우리 태양계만한 어떤 괴물이 은하의 중앙에 숨어서 은하 전체의 밝기에 버금가는 에너지를 내면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천문학자들은 이 괴물의 정체를 거대한 블랙홀이라는 '심증'을 굳힌 후 여러가지 '물증'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거대한 블랙홀 주위에도 유입물질원반이 형성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유입물질원반은 자기장을 가지고 있어 우주에서 가장 큰 자석인 셈이다. 유입물질원반의 중앙은 태양의 총복사에너지보다 약 1천억배(!)나 더 큰 엄청난 에너지가 블랙홀로부터 추출되어 빛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중앙에 숨어 있는 태양계만한 블랙홀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유입물질원반은 스스로의 열복사에 의해 빛나게 된다.

블랙홀의 양극 쪽으로 뻗어나가는 제트(jet)는 블랙홀에 의해서 밖으로 강하게 펌프질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 제트는 수만 광년, 보통 은하의 지름 정도의 거리까지도 쭉쭉 뻗어나갈 정도로 강하게 분출된다. 실로 우주의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최근의 이론적 진전에 따르면 은하 중앙의 유입물질원반은 내부압력이 증가함에 따라서 두꺼운 유입물질원환제(accretion tours)의 형태를 가질 수도 있으므로 제트를 설명하기가 더 쉬워진다. 즉 중앙에서 생성되는 고에너지 입자들이 유입물질원환체의 대칭축 주위에 꽈배기처럼 꼬여 있는 자기력선에 의하여 가속되면 가늘고 강한 제트를 수월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우주궤도에서 활약 중인 허블(Hubble)망원경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는 블랙홀이 숨어 있는 여러 은하들의 중앙을 관측하는 일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한 은하의 중심에서 유입물질원반과 같은 구조를 관측했다는 결과가 발표된 바도 있다.

하지만 1광년 이내 은하 중앙의 상세한 모습은 여러 천체들과 성간구름 등으로 가리워져 있을 뿐 아니라 허블망원경의 분해능 한계 때문에 얻어낼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을 한 은하의 중앙으로부터 출발한 빛은 직접 관측되는 것이 아니고 여러 복사과정을 거쳐서 우리에게는 결국 은하핵으로만 보여지게 된다. 예를 들어 블랙홀 주위에서는 X선으로 복사되었다고 해도 그 빛은 천문학자들에게 전파의 형태로 보일 수 있다.

현대 천문학에서 가장 큰 이론적 구멍은 은하의 진화이론이다. 앞에서 다룬 별의 진화이론은 이미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도 소개가 되고 있을 정도이지만 은하의 진화이론 분야는 아직도 황무지나 다름이 없어 어디에도 소개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은하의 진화를 이해하는 일에 결정적 열쇠가 될 수밖에 없는 은하핵의 연구는 앞으로 세계각지에 세워질 8m급 초대형 지상망원경들의 중요한 임무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퀘이사 같은 우주의 지평선 근처의 천체들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되면, 방정식 몇 개로 주어지는 무미건조한 우주론 결과들보다는 더 선명한 우주의 이미지를 우리는 엿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거대블랙홀이 분출하는 제트는 수만광년의 거리까지 뻗어 나간다.
 

놀부 블랙홀과 흥부 블랙홀
 

블랙홀 주변에 유입물질원반이 형성되는 과정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모습. 주변의 물질을 급격히 빨아들이면서 원반을 형성하며 이 과정에서 입자들이 부딪치면서 고에너지 X선이 분출된다.


1915년 아인슈타인(Einstein)이 상대론적 중력방정식을 발표하자 슈바르츠실트(Schwarzschild)는 바로 그 이듬해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에 관한 풀이를 알아냈다.

하지만 회전하는 블랙홀에 관한 풀이는 1963년에 이르러서야 커(Kerr)에 의해서 밝혀졌다. 이 예는 블랙홀 이론의 진전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잘 설명하여 준다.

이후 블랙홀 이론은 서서히 찬드라세카르(Chandrasehkar) 펜로즈(Penrose) 호킹(Hawking) 등에 의하여 수학화되어가는 경향이 강했다. 이에 부산물로 나오게 된 것이 SF 작가들이 애용하는 웜홀(worm hole)을 통한 우주여행이다. 웜홀이란 이름은 벌레구멍이란 뜻으로 벌레가 사과의 한 표면으로부터 구멍을 통하여 반대편 표면으로 가면 지름길이 된다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웜홀여행이 가능하다고 믿는 천문학자들은 거의 없다. 무엇보다도 웜홀의 한쪽 끝 블랙홀에 로켓을 타고 접근하면 조종사가 강한 중력 때문에 가루가 되기 때문이다.

"블랙홀은 그다지 검지 않다"(Black holes arn't so black)는 호킹의 유명한 말은 블랙홀이 모든 것을 흡수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내놓기도 한다는 뜻이다. 즉 '놀부 블랙홀'과 '흥부 블랙홀'의 양면성을 강조한 말이다.

블랙홀을 엄청난 에너지 덩어리로 표현하는 것도 바로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즉 맹렬하게 회전하는 블랙홀로부터 우리는 에너지를 꺼내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론천문학계에 커다란 반향을 가져왔던 호킹의 이 업적도 발표된 지 이미 20년이 다 되어간다.

최근에는 하루가 다르게 급속히 발전하는 컴퓨터에 의존하여 중력방정식을 수치해석적으로 푸는 연구가 세계각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어서 성공한 예는 많지 않다. 블랙홀에 관한 한 유입물질원환체의 구조를 푼 경우 이외에는 역시 별 진전이 없어 보인다. 은하 중앙의 거대한 블랙홀에 관한 연구도 이론적으로나 관측적으로나 거의 이루어진 것이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실정이다.

모든 천문학 이론이 그렇지만 특히 블랙홀과 같이 고에너지에 관계되어 있는 천체에 관한 이론적 진전은 초대형 망원경이나 X선 관측위성 등에 의한 관측적 진전에 크게 의존한다. 이를 위해 일본의 경우 이미 네번째 X선 관측위성을 올해 우주궤도에 올려 놓았다. 최근에야 과학실험위성을 발사하고 있는 우리의 실정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은하의 중심부에는 제트모양의 고온가스가 분출하기도 한다. 이들이 바로 거대블랙홀 후보들. 사진은 제트분출을 전파망원경으로 촬영해 컴퓨터로 처리한 영상이다.
 

블랙홀 기초지식 3가지

[1] 뉴턴과 블랙홀

뉴턴(1642~1727)이 블랙홀을 예언했다면 믿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뉴턴은 블랙홀은 커녕 태양계를 벗어난 어떤 우주상황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갈릴레이가 만든 굴절망원경보다 상을 선명하게 맺는 반사망원경을 만들어 천체 관측에 큰 기여를 했지만 그의 한계는 '태양계'였다. 그의 한계가 아니라 그 시대의 한계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 블랙홀은 뉴턴역학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중력(만유인력)이론으로 부터 예언되고 있다. 어떤 물체가 지구중력권을 벗어나려면 많은 힘이 필요하다. 인공위성을 발사할 때 로켓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 보통 지구를 탈출하려면 속도가 초속 11.2㎞가 넘도록 힘을 주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지구보다 크기는 작지만 무게가 더 무거운 천체에서는 탈출속도는 더욱 커져야 한다. 그렇다면 가장 빠른 빛(초속 30만㎞) 조차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의 작고 무거운 별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이든지 빨아들이기만 하는 블랙홀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계산법에 따르면 현재의 무게를 그대로 지닌 채 태양이 반경 3㎞로 축소되고 지구가 1㎝로 축소된다면 블랙홀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물론 블랙홀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진 것은, 아인슈타인이 1917년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고 난 이후다. 일반상대론 발표 이후 곧바로 슈바르츠실트는 불가사의한 천체가 이 이론에 의해 예언된다는 것을 지적했고, 1969년에서야 비로소 미국의 휠러에 의해 정식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18세기에 이미 라플라스나 미첼에 의해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천체'는 논의되고 있었다. 이 논의가 바로 뉴턴의 중력이론에 근거를 둔 것이다.

[2] 블랙홀은 어떻게 관측하나

많은 사람들은 블랙홀이 빛조차 빠져 나올 수 없다는데 어떻게 블랙홀을 관측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대표적인 블랙홀 후보인 백조자리 X-1의 예를 들어보면 이 별과 쌍성을 이룬 HDE226868이 X-1에 끌려들어오면서 블랙홀 주변에 원반을 형성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고에너지의 X선이 방출된다. 이를 통해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다.

은하핵 속에 감추어진 거대블랙홀도 마찬가지. 블랙홀 주위에 유입물질원반이 형성되면서 거대한 에너지가 제트로 분출된다. 처녀자리 은하단의 M87이라는 은하에는 태양질량의 50억배나 되는 거대한 블랙홀이 존재한다고 예상되는데, 여기서 분출하는 제트는 4천광년거리에까지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관찰하면 블랙홀의 존재를 예언할 수 있다.

[3] 호킹복사란 무엇인가

70년대 중반 호킹은 블랙홀이 증발한다는 이론을 내놓았다. 그렇게 되면 블랙홀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내놓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블랙홀이 증발하면서 감마선을 분출한다든가……

블랙홀이 아주 작은 경우, 즉 팽창우주 초기의 고온고밀도 상태를 생각해보자. 이런 상황은 거대우주가 아니고 아주 좁은 공간이므로 양자역학이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입자와 반(反)입자의 쌍이 존재한다. 만약 이 입자의 쌍 중 하나가 블랙홀로 끌려들어가고 나머지 하나는 밖으로 뛰쳐나간다면 블랙홀은 음의 에너지를 가진 반입자를 끌어들임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블랙홀이 입자를 밖으로 내뱉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입자가 방출되면 블랙홀은 질량(에너지)을 잃게 되고 그에 따라 온도가 상승, 더욱 많은 입자가 방출된다. 마지막 순간에는 아주 짧은 시간에 엄청난 에너지를 폭발시키면서 블랙홀은 폭발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바로 블랙홀의 증발이며, 블랙홀이 에너지를 내놓는 과정이 바로 호킹복사다.

물론 이는 양자중력이론이 완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론으로 완성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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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박석재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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