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포함, 1백8개국이 참여한 대전 EXPO는 세계 과학기술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점 뿐만 아니라 종래의 어느 엑스포보다 많은 국가가 참여했다는 점에서도 돋보였다.
국제관의 구성을 보면 선진국의 경우 우주항공기술 등 첨단과학기술의 진수와 함께 지구환경의 보호와 자원재활용기술에 초점을 맞춘 각종 전시물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고유의 문화와 전승기술, 자연환경 등의 소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자국을 소개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러시아관
우주정거장 '미르'로 대표되는 '우주에서의 36년'
'우주에서의 36년'이란 주제 아래 러시아 우주항공기술의 진수를 보여준 러시아관은 그 전시품목의 양과 질에서 단연 돋보였다.
러시아관 입구에 전시된 화성자행기구 '화성 96'은 화성표면을 스스로 이동하면서 채집 분석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장비. 또 우주착륙선 '베네라 10호' '베네라14'호 등이 실물크기 모형으로 전시돼 있다. 최초의 여성비행사 테레스코바가 탔던 우주비행선 보스토그 6호를 비롯, 한때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각종 우주기기들을 실물크기로 관람할 수 있다.
러시아관에 전시된 우주장비는 지금까지 발사된 것뿐 아니라 앞으로 발사를 목표로 개발중인 것도 포함된다. 우주공장 '테코스'의 경우 1995년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지구의 근거리궤도에서 의학 생물학적 약재와 반도체 결정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약 8백만종의 악재를 싣고 발사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 불가리아 프랑스 체코 등이 함께 참여한 태양탐사계획 '포보스' 프로젝트 등도 소개돼 러시아뿐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의 우주항공의 내일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러시아관의 백미는 야외에 따로 전시된 미르 우주정거장이라 할 수 있다. '평화'라는 뜻의 이 우주정거장은 1986년 처음 우주에 발사되었고 총중량은 1백27t이다. 미르 본체와 크반트, 크반트2, 크리스탈의 4부분으로 구성돼 있으며 다른 기능의 모듈 등과 연결될 수도 있다.
미르 본체는 무중력 상태에서 의식주생활과 우주선 조종, 지상과 통신 등을 하는 공간이다. 샤워시설 운동시설 식탁 화장실 등이 구비돼 있어 우주인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크반트1은 천체와 지상을 관측하는 곳이다. 크반트2는 미르 본체에 필요한 과학장비 식량 산소연료 등을 보관하는 곳으로 우주선 수리 등을 위해 우주로 나갈 수 있는 곳이다. 우주인은 이곳으로부터 우주 오토바이를 타고 우주로 나간다.
크리스탈에서는 생태학 실험, 생의약품 제조, 희귀광물 연구, 반도체 산업등의 다목적 연구가 각국의 과학자들에 의해 수행된다.
중국관
베일에 가려져있던 중국 과학기술의 진면목 과시
중국 과학기술의 오늘과 내일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구성된 중국관 역시 우주항공기술 전시에 많은 공간을 할애해 우리나라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했던 중국 첨단과학기술의 진면목을 자랑했다.
지난 40년간 중국은 원자탄 수소탄 미사일의 시험에 성공했고 인공위성의 발사와 회수, 탑재로켓의 발사 등을 이루었다. 특히 지난해 오스트레일리아의 통신위성 2대를 우주에 쏘아 올렸다는 '장정' 묶음식 운반 로켓은 중국 우주과학기술의 꽃이다. 장정-1, 장정-2, 장정-3 등 일련의 운반용 로봇 모형과 동방홍-1, 동방홍-2 등 인공위성 모형 등이 중국의 우주공학을 가늠케 하고 있다.
중국 서남쪽 사천성에 세워진 서창(西昌) 위성발사센터 모형이 전시되기도 했는데, 지구동기 궤도위성운반로켓과 위성성능측정 준비작업장, 보조설비를 갖춘 발사장, 2개의 발사대가 정교한 모형으로 전시되고 있다.
중국은 70년부터 36대의 인공위성을 띄웠는데, 이중에는 서창센터에서 발사한 지구동기 통신위성 11대, 태원(太原)에서 쏘아올린 태양동기 기상위성 2대 ,주천(酒泉)에서 띄운 반환식 과학위성 14대와 과학실험위성 9대 등이 포함돼 있다.
중국은 1975년 14개의 반환식 위성을 발사했는데, 회수 성공률이 100%였다. 위성회수 기술을 장악한 3대국 중 하나라는게 이들의 자부심이다.
중국정부는 1992년 3월 향후 30년간의 중국 하이테크 발전의 전략목표 등에 대한 계획인 '국가 중장기 과학기술 발전 강요'를 공표했다. 생체공학 우주비행 정보 레이저 자동화 에너지 신재료 마이크로전자 해양 등의 영역에서 하이테크 연구계획이 진행중이기도 하다.
한편 중국관에서는 중국에서 건설에 들어간 장강(長江)수력발전소의 모형과 수력발전소 건설기술이 소개되기도 했다. 중국을 가로지르는 양츠강의 물을 막아 세워질 이 댐이 완공되면 3백50마일에 이르는 길이에 1만7천7백 메가와트의 발전용량을 가질 것으로 추측돼 말 그대로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다.
프랑스관
교통·환경문제 통합적인 해결 의지 뚜렷
'첨단기술과 보다 풍요로운 삶'을 주제로 한 프랑스관은 환경보호와 지구자원 절약에 관련된 프랑스의 노력을 보여준다.
프랑스가 과학 기술 분야의 선도자임을 보여주기 위해 입구에는 역대의 프랑스 출신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의 모습과 표준 원기 실물이 전시됐다. 입구를 통과하면 만나는 TGV는 우리 고속 전철 사업 참여자로 결정된 터라 낯설지 않다.
프랑스관은 교통과 환경 관리분야에 강조점을 두었다. 철도 교통외에도 파리지하고속도로 건설 계획, 전기 자동차, 스마트자동차로 이어지는 교통수단들은 도시의 자동화된 대중교통시스템으로 교통혼잡을 해결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들은 연료를 절약하고 대기 오염을 줄이며 방음기술에 의해 소음공해를 해결하는 등 교통문제에 통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선보인 1인승 자동차는 92년 영국 실버스톤 경주에서 1L의 연료로 2천6백 90km를 달려 연비 세계기록을 수립한 자동차로, 라졸리브리 고등학교의 학생들에 의해 제작된 것이다.
환경 관리 분야에서는 쓰레기 압축 트럭과 자동차범퍼 이동수거 분쇄차, 폐역회수 소각기 등이 선보이며 도시쓰레기 및 유독 산업폐기물 처리기술 등의 첨단시설이 소개됐다. 한가운데 마련된 시골쥐와 서울쥐 인형의 대화 역시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전통적인 원자력 발전 강국답게 클린 에너지 개발과 관련된 전시도 눈에 띤다.
캐나다관
95년 발사예정인 인공위성 레이더샛 모형 등장
국제관 중에서는 유일하게 움직이는 극장을 마련한 캐나다관의 테마는 '더 나은 세계를 위한 동반자'다.
캐나다관은 대륙횡단 여행을 관람하는 극장 외에 통신관 에너지관 교통전시관 관광전시관의 4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통신관에서는 지구촌 교환대를 통해 캐나다의 12개 도시와 통화를 할 수 있으며 에너지관에서는 원자력 발전으로 불이 켜진 대규모 축척의 미래도시 모형을 만날 수 있다. 교통전시관은 캐나다에서 만든 제트기의 실물 동체안에서 이 나라의 교통산업 현황을 영상자료를 통해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캐나다의 항공산업과 신체장애자를 위한 첨단 승용차 등이 등장한다. 관광전시관에서는 캐나다가 개발한 가상현실 기술을 응용해 만든 비치발리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세계적으로 우주항공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캐나다는 이번 전시에서 오는 95년 쏘아올릴 위성 레이더샛(radasat)을 소개했다. 이 위성은 지구표면이 구름으로 덮여 있거나 어두워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원격감지장치를 이용, 홍수조절, 항해, 농수산물의 수확 측정 등에 사용될 것이다.
미국이 발사한 우주왕복선 앰배서더호에 장착돼 동체수리 등에 활약했던 로봇팔의 모형도 전시돼 관심을 끈다.
미국관
"달로 가는 도중에 인간은 지구를 발견했다"
'미국은 자원을 재활용한다'(The US Recycles)라는 주제 아래 구성된 미국관은 한 국가와 국민 개개인이 환경과 자원 재활용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우주과학기술, 자원재활용, 예술을 통해 다루었다.
폐품 또는 쓰레기가 새로운 재활용 제품으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주는 각종 전시물이 들어선 '재활용 및 환경실'을 지나면, 재활용을 주제로 한 작품전시실로 들어서게 된다.
이곳에는 사진 회화 소묘 판화 비디오와 조각 등 현대 미국작가의 작품 32점이 전시돼 있다. 특히 전시실 중앙에 놓여진 미엘 레더만 유크리스의 작품 '신서비스 산업 종사자를 기념하는 아치'는 많은 이의 관심을 끌었는데, 철로 만든 아치에 못쓰는 무전기 푸대자루 계측기 등과 함께 여러 관공서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서명이 새겨진 장갑이 장식으로 사용됐다.
한편 따로 전시된 나사의 우주왕복선 '앰배서더'도 많은 관람객들을 끌어모았다. 과거 소련과 우주공간에서 주도권을 다툰 바를 떠올릴 때 미국의 다른 우주항공기술 관련 전시가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감이 없지 않으나, 실물과 다름없는 앰배서더호를 통해 미국 우주기술의 진수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일본관
'로봇왕국'에 구현된 전통과 현대의 조화
이번 박람회의 부주제인 '전통기술과 현대과학의 조화'에 가장 충실한 전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공생의 시대를 열며-인간 자연 기술의 공존을 향하여'를 테마로 설정한 일본관은 도자기산업 소개를 통해 반도체 자동차 우주항공에 이용되는 첨단 소재인 파인세라믹스의 개발에 역사성을 부여하고 있다.
입구를 지나 처음 만나는 전시물은 형상기업합금을 이용한 동백꽃. 음악이나 조명의 변화에 맞추어 봉오리 상태에서 일제히 활짝피는 모습이 전개된다. 이어 흙을 반죽하고 물레를 돌리는 3명의 도공(陶工)이 나타난다. 가운데 있는 할아버지는 몸동작이나 얼굴 표정의 미묘한 변화를 정교하게 표현하는 유체제어로봇이다. 도공 로봇들은 관객을 향해 외국에서 일본에 전래된 기술과 문화가 일본의 것으로 수용되고, 이것이 오늘날의 첨단기술에 토대가 됐음을 설명한다.
로봇왕국이란 별명답게 일본관에서는 유체로봇 외에도 다양한 로봇을 만날 수 있다. 원자로 극한 작업 로봇은 실물이 전시돼 있으며 멀티 스크린을 통해서는 소방로봇 도장(塗裝)로봇 벽면보행 로봇 등이 소개된다. 특히 제 3전시구역의 실연(實演) 스테이지에서는 인류가 안고 있는 과제에 대한 기술개발의 방향과 전망을 제시하면서 맹도견 로봇이 등장한다. 맹도견 로봇은 일본 통산성 공업기술원이 자율제어 기술의 일부로 개발한 시각 장애자 보행용 로봇으로, 멀티 영상과 연동돼 불규칙하게 출현하는 장애물을 피하면서 장애자를 안전하게 안내한다.
전시관의 출구에는 일본이 2005년에 아이치(愛知)에 개최하려 하는 '21세기만국박람회' 홍보 코너가 있다.
볼만한 대전 EXPO 10월 행사
항공축제 '하늘에의 꿈'
청소년층의 우주항공에 대한 꿈을 심어 줄 EXPO'93 항공축제가 10월 3일부터 10일까지 대전 EXPO대회장 갑천 고수부지에서 펼쳐진다.
10월 3일 부터 5일간 예비행사, 8일부터 3일간 본행사로 나뉘어 개최되는 이번 항공축전은 첨단항공기의 시범비행과 곡예비행과 더불어 각종 전시회와 관련 행사들로 꾸며질 예정이다.
특히 항공축제의 본행사에서는 군항공기 98대를 포함, 8개국의 항공기 1백30여대가 참여 장관을 이룬다. F-16전투기를 비롯한 최첨단 전투기들이 오색연막 등을 사용하여 축하비행을 하며 초경량항공기, 미공군 C-5A, 헤리어기 등이 근접 저고도 시범비행을 보여줄 예정이다. 또한 항공기와 조종사의 기량이 하나가 되어 펼치는 곡예비행도 호주의 곡예비행팀을 초청, 선보인다.
또 제17회 고공낙하경연대회도 열리는데, 이는 세계 각국의 전문 스카이다이버들이 고공 1천2백m 상공의 CH-47 헬기로부터 강하하여 지상의 15cm 원형 안에 정밀착지하는 경기다.
이밖에 모형항공기 시범비행, 항공관련 전시회, 꿈돌이 글라이더 제작 워크숍, 종이비행기 날리기, 헬기 및 열기구 탑승, 민속연 날리기 등이 다채롭게 마련된다.
세계 마이크로로봇 경연대회
한편 오는 10월 7일 대전 엑스포 극장에서는 국제 마이크로 로봇 경연대회가 열린다. 산업 자동화의 핵심인 로봇 기술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개최되는 이 대회에는 지난 8월 28일 89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된 국내 예선을 통과한 6개팀을 비롯, 미국 캐나다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 참가한 전체 13개 팀이 기량을 겨룬다.
마이크로 로봇 경연대회는 참가자가 제작한 소형로봇(마이크로 마우스)으로 주어진 미로에서 목표지점을 찾는 소요시간을 겨루는 기록대회. 지난 77년 미국 전기전자학회에서 처음 실시됐으며 국내에서는 서울대 제어계측학과 주최로 83년부터 실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