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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에도 '왼손·오른손잡이'있다

5억년전 삼엽층은 오른쪽으로 몸 피하는 본능 지녀

비대칭적 행동은 종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 뱁콕 박사의 주장이다.
 

오른쪽 부위에만 물린 상처가 남아있는 삼엽충 화석
 

5억년보다 훨씬 이전부터 동물들은 이미 한쪽 방향을 선호하는 '일방선호성'을 갖는 쪽으로 진화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근착 '뉴욕타임스'는 아주 오래된 고대 갑각류 화석의 물어뜯긴 상처가 이에 대한 분명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일방선호성'이란 대부분의 사람이 한쪽 손을 다른 손보다 더 잘 사용하는 행동과 같은 것을 지칭한다.

오하이오주립대 고고학 교수인 로렌 뱁콕 박사와 캔사스 대학의 고고학 교수 리차드 로빈슨 박사의 연구 대상은 삼엽충. 5억 5천만년전 경에 번성하다가 공룡시대 바로 직전인 2억3천만년 전에 멸종된 고대의 갑각류다.

삼엽충은 딱딱한 껍질에 싸여 있어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침적암의 화석 형태로 잘 보존된 채 발견되곤 한다.

3백개 이상의 삼엽충 화석을 연구하면서 뱁콕 박사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 몸에 나 있는 물어뜯긴 상처가 아문 듯한 흔적의 약 70% 이상이 오른쪽 후미에 몰려 있었던 것이다.

최근의 고고학회지와 자연사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뱁콕 박사는 삼엽충의 후미 부분에 난 물린 상처의 패턴이 먹이 사냥꾼의 공격을 피할 때 생겨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오른쪽 편으로 난 상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은 한쪽을 선호하는 방향감각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다.

즉 대부분의 삼엽충이 오른쪽을 선호해서 어떤 공격으로부터 몸을 피할 때 본능적으로 오른쪽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다른 설명도 가능한데, 그 먹이 사냥꾼이 압도적으로 왼쪽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삼엽충의 오른쪽 후미를 공격했을 수도 있다. 세번째 가능성으로 먹이 사냥꾼이나 사냥감이 모두 나름의 선호하는 방향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화석 증거들을 통해 볼 때, 삼엽충의 기관은 원래 대칭이므로 먹이 사냥꾼이 삼엽충의 어느 한쪽만이 특별히 맛있다고 여기게 할 만한 어떠한 물리적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어떤 종이 삼엽충의 먹이 사냥꾼이었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삼엽충의 물어뜯긴 상처의 크기와 모양을 볼 때 아마도 둥글고 단단한 턱을 가진 아노말로카리스라는 원시 생물의 입에 의한 것이라고 추정된다. 길이가 20cm 정도 되는 이 생물도 이미 멸종되어 그 후손을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아노말로카리스의 화석은 매우 풍부한 데, 주로 삼엽충과 같은 침적암에서 발견되고 있다.

뱁콕 박사에 따르면 이러한 비대칭적 행동은 종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고, 따라서 생명체가 생겨나던 바로 그때부터 일방선호성은 동물이나 식물, 박테리아나 심지어 균류에도 공통적으로 존재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이러한 '일방선호성'을 가진 생물은 인간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이 이러한 방향감각을 지닌 사실은 분명하지만 다른 종에서 이러한 경향을 밝혀내기는 지극히 어려웠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한쪽 방향을 선호하는 행동은 몸체 구조가 비대칭이거나 생물의 신경체계가 지닌 기능이 비대칭적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가령 오른손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뇌의 좌반구에 의해 더 많이 지배되고 있다고 믿어진다. 오른손을 선호 하는 사람은 왼손보다 오른손이 약간 더 크며 그래서 장갑 만드는 사람들은 대개 왼손의 장갑보다 오른손용 장갑을 4%정도 더 크게 만든다고 뱁콕 박사는 지적한다.

가재를 비롯한 갑각류는 일반적으로 한쪽 집게발만을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비대칭적인 신경 체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가재의 경우 큰 집게발에 문제가 생기면 나머지 집게발을 선호하도록 순화될 수도 있다.

생물체가 일방선호성을 가지게 된 기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널리 통용되는 가설에 따르면 화학적 원인에 의한 것으로 여겨진다. 화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생체에 필요한 많은 분자들이 화학적 일방선호성을 띠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생체기관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왼쪽 혹은 오른쪽의 선호성을 갖는 분자쌍으로, 각 쌍은 서로에 대해 거울에 반사되는 것처럼 대응하고 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어떤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유기체는 왼쪽 방향을 선호하는 아미노산만을 만들어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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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말콤 브라운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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