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눈, 가벼우면서 힘이 좋은 날개, 육식성 먹이만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강한 턱을 가진 잠자리의 생태를 자세히 알아보자.
약 4억년 전 스코틀랜드의 고생대 데본기 상부 지층에서 발견된 톡토기의 일종(Rhyniella praecursor)이 곤충화석으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그러나 곤충의 기원은 좀더 빠른 실루리아기(약 4억4천만년전)로 학계에서는 추정한다. 날개가 달린 유시곤충(有翅昆蟲)은 상부 석탄기의 지층에서 대량으로 출현하기 시작하여 고생대가 끝나는 페름기까지 현재 주요한 목(目)의 대부분이 출현한다. 이들의 유충은 모두 수생(水生)생활을 한다.
몸길이 38cm의 거대곤충
석탄기와 페름기(약3억5천만년~2억7천만년전)의 곤충화석들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들은 원시잠자리목. 잠자리의 조상으로 보이는 이들 화석중 원잠자리류 메가네우라는 메가네우로프시스 아메리카나(Meganeuropsis americana)와 페루미아나(M. permiana), 몬니(M. monyi) 등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잠자리와 생김새가 비슷하다. 날개를 편 길이는 6백40~7백50mm 정도이며 몸길이가 3백80mm의 거대한 곤충이었다는 것은 유명하다.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잠자리는 날개를 편 길이가 20~1백50mm에 불과하다. 이들 원시잠자리들이 마치 새나 다른 날아다니는 척추동물들처럼 공기를 빠르게 가르며 활동하는 모습은 과히 장관이었을 것이다.
원시잠자리류의 화석 표본은 대부분 이렇게 큰 종류들로 프랑스와 미국 캔사스 오클라호마 등의 고생대 지층 암석에서 발견됐다. 입틀은 씹는 저작형 구기이며 다리부절은 우리가 현재 볼 수 있는 잠자리들과 똑 닮았다. 그들은 틀림없이 날아다니면서 먹이를 잡고, 양치류나 지금은 사라진 식물에 앉아 먹이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을 것이다.
현재의 잠자리(dagon-filies)와 실잠자리(damsel-fly)와 유사한 그들은 잠자리의 조상임에는 분명하나 지금의 잠자리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고시군(古翅群)의 분화가 시작된 석탄기의 끝 무렵에 날개를 접을 수 있는 신시류(新翅類)가 화석으로 출현하기 시작하는데, 이 신시류는 날개를 몸 위에 겁쳐서 좁은 장소에서 활동이 가능케 된다. 따라서 먹이의 선택과 생활방식의 다양화, 기능의 분화가 이루어져 소형화 추세로 진화해 간다.
곤충의 몸이 소형이라는 것은 먹이의 양이 적어도 살며, 생활장소가 좁아도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몸의 크기가 작을수록 한세대의 생존기간이 짧은 경향이 있고, 각양각색의 환경에 적응이 가능해 형태뿐만 아니라 생리(生理)나 생태까지도 현저하게 다양해졌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5천종이 분포
잠자리목은 원시적인 곤충의 하나로 날개를 복부 뒤로 접을 수 없는 고시군(古翅群)에 속한다. 고생대 후기까지는 고시군에 속하는 몇개의 목(目)이 있었으나 현재는 하루살이 목과 잠자리목만 남아있다.
현재 잠자리의 종류는 세계에 약 5천여종이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는 약 95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곤충학계에 보고돼 있다. 앞으로 연구 결과에 따라 약 10여종이 더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잠자리는 계통학적으로 절지동물문(Arthropoda) 곤충강(Hexapoda) 유시아강(Pterygota) 잠자리목(Odonata)으로 분류된다. 잠자리목의 분류는 1차적으로 날개의 특징을 기초로 분류한다. 잠자리아목에는 왕잠자리상과 장수잠자리상과 잠자리상과가 있고 실잠자리아목에는 실잠자리상과 청실잠자리상과 물잠자리상과가 있다.
잠자리의 머리에는 3~7마디의 짧은 더듬이가 있다. 커다란 눈(複眼)은 반구상으로 부풀어 올라 1만~3만개의 낱눈으로 구성된 겹눈과 정수리에 3개의 홑눈이 발달돼 있어 먼 곳을 잘 볼 수 있다. 막대기 끝에 앉아 있던 깃동잠자리가 갑자기 날아 올라 날아가는 곤충을 잡아 입에 물고 원위치의 막대기 끝으로 되돌아 올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눈의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잠자리 재주넘기'라는 말도 있듯이 공중으로 날아오른 후 급히 몸을 뒤집는 행동은 보통 먹이를 잡기 위한 것이다. 입틀의 구조는 씹어 먹는데 알맞게 저작형이다. 튼튼한 큰턱과 윗입술을 갖추고 있다. 왕잠자리에게 손가락을 물리면 대단히 아프고 때로는 피가 나는 경우도 있다.
가는 목은 머리를 회전시킬 수 있고, 가슴에는 3쌍의 다리가 있다. 잠자리는 공중생활을 주로 하기 때문에 걸어다닐 필요가 없어서인지 다리가 연약한 편이나 6개의 다리에는 예리한 털 가시가 많이 나 있어 다리를 모으면 먹이를 잡아서 가둘 수 있는 망 구실을 한다.
배는 10마디로 이어져 있고 수컷은 제 2, 3마디의 아랫면에 교접기가 돌출해 있다. 꼬리 끝에는 1~2쌍의 부속기가 있다. 이를 제1성기 제2성기라고도 부른다.
날개는 가슴의 중심에서 약간 앞쪽에 붙어 있다. 항공역학적으로 볼 때 4개의 날개는 따로따로 움직이며 공중에서 정지할 수도 있고 또 힘차고 빠르게 날아다닐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잠자리를 보면 곧 헬리콥터를 떠 올리게 된다. 길고 시맥(翅脈)이 매우 많은 막상(膜狀)으로 구성된 4개의 날개에 제각기 근육이 붙어 있기 때문에 급회전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공중을 날자면 날개를 움직여서 공기를 뒤로 밀어야 한다. 그러자면 날개는 자연히 엷고 가볍고 튼튼해야 한다. 잠자리 날개는 유충의 기문(氣門)의 상측에 발달한 아가미가 기능전화한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불완전탈바꿈의 묘미
잠자리는 번데기 단계를 거치지 않고 알-유충(幼蟲)-성충으로 탈피하는 불완전탈바꿈을 한다. 완전탈바꿈을 하는 곤충(나비 딱정벌레 등)들의 날개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몸속에서만 커져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번데기로 탈피할 때서야 외부에 나타난다. 그에 비하면 잠자리는 참으로 정직한 곤충으로, 유충단계에서부터 날개의 모양을 찾을 수 있다.
잠자리 유충의 시아(翅芽)는 유충이 허물을 벗을 때마다 점점 크게 자라고 최후의 성충으로 탈피시에는 급격히 커다란 날개를 가진다. 유충은 물속에서 살고 장구벌레 실지렁이 올챙이 송사리 등 자신의 몸 크기에 알맞는 먹이를 잡아먹으며 산다. 종류에 따라 호흡은 꼬리에 있는 기관아가미와 직장의 아가미를 이용하여 물속의 산소를 호흡한다. 보통 7~8회 정도의 허물을 벗는 탈피과정을 거치며, 종류에 따라 짧은 것은 2개월, 보통은 1~2년, 긴 것은7~8년의 유충기를 물 속에서 산다.
잠자리의 성충이 우화(羽化)하기 시작하는 계절은 종류에 따라 대개 일정하다. 유충기가 긴 종류는 주로 봄에 많고, 유충기가 1년이내의 것들은 여름인 6~8월에 가장 많이 우화하나 부정기적으로 우화하는 경우도 있다.
유충의 가슴 등쪽 중앙이 세로로 갈라지면서 성충이 빠져 나온다. 먼저 다리로 몸을 떠받치고 껍데기에서 복부를 뽑아낸다. 우화의 모습은 거꾸로 매달리는 도수형(到垂型, 실잠자리 등)과 직립형(直立型, 왕잠자리 등)으로 크게 구분된다. 성충으로 변하는 유충의 극적인 탈바꿈은 보는 이의 마음에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잠자리의 수명은 다른 곤충에 비해 긴 편으로 1~6개월 정도. 묵은실잠자리처럼 추운 겨울을 성충인 상태로 겨울잠을 자는 것도 있다. 성충은 우화 직후 날개와 복부가 굳어지면서 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초원이나 산으로 생활권을 옮겨가 먹이를 충분히 잡이먹으면서 성숙해진다. 몸의 색상도 점점 변해 우화 직후와는 다른 경우가 있다. 고추좀잠자리속과 밀잠자리속에서 그런 경향을 많이 볼 수 있다.
잠자리는 성충이나 유충이나 일생동안 육식성이다. 산 계곡에 사는 잠자리무리는 주로 하루살이나 각다귀과의 곤충을 먹고 살며, 연못이나 저수지에 사는 잠자리무리는 파리와 같은 곤충을 먹고 산다. 왕잠자리과의 잠자리는 실잠자리나 고추좀잠자리속의 잠자리를 잡아먹기도 하나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먹이를 잡아 먹는 시간대는 주로 아침과 저녁. 낮 동안은 물가로 나가 번식을 위해 암컷을 획득하거나 자기 영역의 방위에 소비한다.
하트형의 우아한 교미
암컷이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면 잠자리만이 할 수 있는 아주 독특한 고리 모양의 하트형 자세로 교미를 시작한다. 수컷의 꼬리끝에 있는 부속기를 암컷의 머리 뒷쪽이나 앞가슴에 연결하고 암컷이 복부를 구부려서 제9절에 있는 생식기를 수컷의 제2,3절에 있는 제2성기에 접함으로써 가능해진다. 수컷은 제9절의 제1성기에서 정자를 제2,3절의 제2성기로 옮기기 때문이다. 결국 잠자리의 교미는 암컷의 도움없이 수컷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교미가 끝나면 암컷은 산란행동으로 들어간다. 종류에 따라 암컷 혼자 단독 산란하는 경우도 있으나 왕잠자리과와 실잠자리과 일부는 암수가 연결된 채로 연결산란을 한다. 이런 행동은 암컷을 경호한다는 의미도 있으나 연결 상태로 산란을 하면 다른 수컷에게 암컷을 새치기 당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암컷의 정자 저장기관에 비축돼 있는 정자(精子)는 다른 수컷에 의해 제거되기 때문이다. 암컷이 단독으로 산란하는 종류도 수컷이 옆에서 망을 보고 다른 수컷이 접근하면 쫓아내는데, 이런 행동을 산란경호(産卵警護)라고 한다.
종류에 따라 산란행동도 가지각색인데, 아열대와 열대지방에 살고 있는 물잠자리류 중에서는 암컷이 완전히 물속에 잠수해 들어가 식물줄기에 산란한다. 이를 잠수산란(潛水産卵)이라고 한다. 대다수의 잠자리들은 수면에 알을 떨어뜨리는 타수산란과 식물조직내에 산란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자손을 남기기 위해 암컷을 둘러싼 수컷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는 잠자리에 관한 동요로 이런 것이 있다.
잠자리 날아다닌다.
장다리꽃에 앉았다.
살금살금 바둑이도
잡다가 놓쳐 버렸다.
짖다가 놓쳐 버렸다.
이 동요를 마음 속으로 따라 부르다 보면, 저녁 해질 무렵 붉은 놀 아래 잠자리가 떼를 지어 날아다니던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그런 잠자리를 쫓아다니며, 잡아서 손가락 사이에 날개를 끼고 신기하게 바라보는 어린이들을 요즘에는 보기 힘들다.
잠자리는 환경지표생물로서 이용되기도 하는데, 그들이 점점 우리 주위에서 사라져 간다는 것은 그만큼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를 우리들은 항상 의식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