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생명체 보존 위해 세포가 자살한다

이상 생긴 것 없애 건강한 것으로 대체

이른바 '세포 자살'이라 불리는 아포토시스는 생물체를 진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과 나비의 변태에도 아포토시스가 관련한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가 죽는다면 그것은 바로 생명이 끊기는 것으로 이해 된다. 생명체가 살아 있다는 것은 바로 그 생명체를 이루고 있는 세포가 증식을 계속하고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젊은 사람일수록 상처가 난 부위가 쉽게 아물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새살이 돋아나는 것은 바로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가 끊임없이 증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세포의 정상적인 메커니즘과는 반대로, 생명체를 유지하고 그 수명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자살하는' 세포에 대한 연구가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병에 걸려 세포가 죽는 것과는 전혀 다른, 유전자가 제어하는 생리적인 죽음. 아포토시스(apoptosis)라 불리는 이 현상은 암세포와도 관련이 깊은 것으로 밝혀졌다. '니케이사이언스' 93년 6월호에 게재된 아포토시스에 관련된 최근 연구결과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세포는 세포분열에 의해 증식한다. 증식과는 반대로 세포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세포의 죽음이다. 세포의 죽음을 보통 회사(necrosis, 세포가 국부적으로 죽는 것)라 부른다. 즉 세포가 손상을 받아 병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는 병리학적인 죽음을 의미한다. 회사가 병리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는 수동적인 세포의 죽음이라면, 어떤 조건이 변했을 때 생물체의 통제기구에 의해 프로그램을 작동시켜 세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바로 아포토시스다.

아포토시스의 개념을 확립하고 이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병리학자는 스코틀랜드의 커 박사와 와일리 박사. 이들에 따르면 회사가 일어날 때는 세포가 팽창하지만 아포토시스는 오히려 세포가 축소된다고 한다. 아포토시스의 원래 뜻은 분리돼 떨어진다(falling off)는 의미. 가을에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이 자연스런 현상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사실 아포토시스의 개념은 오래전 부터 병리학 분야에서 취급돼 왔다고 할 수 있다. 어떤 나비라도 애벌레 시절이 있다. 애벌레는 필연적으로 변태과정을 거쳐 아름다운 나비로 성장한다. 애벌레 시절 연동운동을 담당했던 근육은 퇴화하여 단시일 내에 없어지고 만다. 올챙이가 개구리로 성장할 때도 주요 운동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꼬리는 단시간 내에 없어져버린다. 이 때 근육세포의 죽음은 병적인 것이 아니고 생물의 변태 분화 발생에 불가피한 생리적인 세포의 죽음이다. 이를 의학자들은 병적인 세포의 죽음과 구별하여 '프로그램 세포사'(programmed cell death)라 불렀다. 지금 연구자들 사이에는 '프로그램 세포사'와 아포토시스의 차이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비슷한 것으로, 한쪽에서는 서로 다른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많은 의학자들이 아포토시스에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이 현상이 다세포생물의 진화 과정에서 비교적 초기에 획득한 생체조절기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생물들은 세포에 생긴 이상을 해결하기 위해 두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하나는 훼손되거나 이상이 생긴 세포를 수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상이 생긴 세포를 아예 제거해버리는 방법이다. 때에 따라서는 훼손된 부분을 치료하는 것보다는 아포토시스에 의해 이상세포를 제거하고 건강한 세포로 대체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 때가 많다. 예를들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DNA의 유전정보에 이상이 생겼던 세포는 제거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조절기능이 있기 때문에 다세포생물이 생존하고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아포토시스가 관심을 끌게됨에 따라 세포가 죽음에 이르는 다양한 과정이 연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사선 조사에 의한 세포의 죽음, 암세포에 의해 위협받는 정상세포 등과 아포토시스는 어떤 상관관계를 가질까,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흥미있는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3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의학
  • 화학·화학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