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신경계가 발달한 동물일수록 뇌를 휴식시키는 수면형태가 발달돼 있다.
사람은 하루 보통 7, 8시간을 잔다. 요즘은 평균수명이 연장돼 70~80년을 산다고 하면 25년 가까이 잠을 자는 셈이다. 아까운 인생의 1/3을 잠으로 허비하는 것이다. 왜 인간은 25년씩 잠을 자지 않으면 안될까. 또한 사람이외의 동물은 어떤 방식으로 잠을 자는 것일까. 다음은 '과학아사히' 최근호에 실린 수면에 관련된 기사를 요약발췌한 것이다.
수면의 정의는 쉽지 않다. 상식적으로는 생명활동의 저하기 또는 휴지기라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생명체는 '휴식과 활동'이라는 두가지 생체리듬을 반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1일을 기준으로 반복되는 휴식/활동 리듬은 식물을 포함해 생물 전체에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휴식의 특수한 영역이 바로 수면이다. 발달한 중추신경계를 가진 생물이 뇌를 휴식시키기 위해서 특별히 취하는 행동이 바로 수면이라고 할 수 있다. 척추동물 중 어류나 양서류는 아주 원시적인 형태의 수면 이외는 존재하지 않는다. 뇌파의 패턴으로 확실히 수면 상태라고 판정할 수 있는 잠은 어류나 포유류 이외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무척추동물에게는 수면과 유사한 휴식패턴이 보여진다. 예를 들면 누에나방은 날개를 접은 상태로 휴식하는데, 이때 건드리기만 하면 툭 떨어져 버린다. 이를 일종의 수면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단순한 휴식, 즉 정지활동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진화 과정을 따라 수면의 모습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자. 어류는 근육이 굳어진 상태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근육이 풀어지면서 물 속을 헤엄쳐 다닌다. 양서류도 거의 같은 형태로 휴식하는데 활동상태와 비교해 뇌파의 변화가 거의 없다. 파충류에 이르면 근육을 이완시키는 수면 패턴이 조금씩 우위를 점하게 된다. 이를 '중간 수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항온동물에게는 본격적인 수면이 나타난다. 렘(REM)수면과 비렘(nonREM)수면 두종류를 가지고 있다. 렘수면은 근육은 느슨하게 풀려져 있는 반면에 뇌는 깨어 있을 때와 비슷하다. 렘수면과 꿈이 관계가 있다고 주목하는 학자들도 많다. 어찌보면 렘수면은 전통적으로(고등동물로 진화하기 전) 생물이 가지고 있던 휴식/활동 리듬의 휴식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를 '생물시계'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비렘수면은 숙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렘수면을 취할 때는 체온이나 호흡, 혈압이 흐뜨러지기 쉬운 반면에 비렘수면일 때는 항온성을 유지하면서 호흡이나 혈압이 전체적으로 잘 조절된다. 활동성이 매우 떨어지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돌고래는 렘수면을 전혀 취하지 않는다. 바다에 살면서 허파호흡을 하는 돌고래가 근육이 완전히 풀어지는 렘수면을 할 경우 생명에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높은 나무에서 잠자는 조류도 렘수면은 생략한다.
왜 잠자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완전한 해답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항온동물이 뇌를 휴식시키는 부분을 왜 발달시켰는가 문제다. 변온 동물이라면 외계의 환경변화에 부응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정도의 휴식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항온 동물은 내부에서 스스로 조절기능을 가져야 하므로 휴식과 각성의 피드백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우리의 수면이 1시간반을 주기로 생물시계와 같은 휴식으로 부터 독립성을 갖는 형태의 수면으로 변한다. 고등동물의 수면은 내부환경에 충실하면서 뇌를 휴식시켜야 하는 임무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계와 내분비계의 양쪽으로부터 복잡한 조절작용을 받는다. 앞으로 수면에 대한 연구가 수면물질의 세포 차원에서 더 진행된다면 좀더 명확한 결론에 이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