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가 피를 빨고 공수병을 옮긴다는 잘못된 인식때문에 박쥐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박쥐보호에 미국의 두 여성이 적극 나서고 있다. 벌써 '박쥐엄마'라는 별명을 얻은 크리스틴 스코트와 패트리셔 윈터스가 그들. 이 두 여성은 직접 병든 박쥐를 치료해주고 자신들의 집에 박쥐의 숙소(?)를 마련해 주었다. 또 캘리포니아박쥐보호기금을 설립하고 대중홍보를 통해 박쥐가 왜 보호받아야 하는가를 널리 알리고 있다.
윈터스와 스코트는 수년 전 캘리포니아야생동물보호센터에서 처음 만났는데 여기서 그들은 상처입은 동물들을 치료해주는 일을 했다. 이곳에서 우연히 박쥐에 관한 강의를 들은 것이 두 사람이 함께 박쥐보호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들은 영리하고 유익한 동물인 박쥐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데 대해 큰 안타까움을 나타낸다. 비록 아직까지는 포유류 중 쥐 다음으로 그 숫자가 않지만 현재의 격감추세로 보아 오래지 않아 멸종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북아메리카에서는 지난 20년간 박쥐인구의 80%가 줄어들었다.
박쥐의 인구가 급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사람의 피를 빨고 공수병을 옮기는 동물로 박쥐를 잘못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편견은 박쥐가 '드라큐라' 같은 공포영화에 자주 등장한 데서 비롯됐을 것이다.
스코트와 윈터스는 박쥐가 인간의 피를 좋아하고 공수병의 주전염원이라는 생각은 전적으로 틀린 것이라고 강조한다. 뱀파이어(vampire)라는 흡혈박쥐가 있긴 하지만 불과 3종 뿐이며 지역적으로도 남미대륙에 국한해서 분포한다는 것(3종의 흡혈박쥐중에서도 인간을 공격하는 것은 1종 뿐이다). 또 박쥐가 가끔 공수병을 옮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 스컹크 여우 등이 공수병(흔히 광견병이라고 한다)의 주감염원이고 박쥐에 의해 공수병이 전파되는 경우는 공수병 전체발생건수의 0.5%에 불과하다고 한다.
'박쥐엄마'들은 또 박쥐가 포유류 중에서 유일하게 야행성 해충을 잡아먹는 이로운 동물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박쥐가 줄어드는 것은 곧 밤에 나돌아다니는 해충의 박멸이 훨씬 어려워짐을 뜻한다. 예를 들어 전세계적인 박쥐집단거주지인 미국텍사스주의 고사리동굴(Bracken cave)에서 사는 4천만마리의 멕시코똥박쥐들은 매일 밤 2백50t의 벌레를 먹어치우는데, 만약 이들이 사라진다고 하면 그 결과는 해충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나타날 것이다.
또 박쥐는 야생식물의 수분(授粉)에도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이처럼 박쥐가 우리 생태계에서 유익한 일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바로 알려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박쥐에 대해 지녔던 선입견을 누그러뜨린다. 하지만 아직도 박쥐를 어떻게 죽이는 것이 더 효과적인가를 묻는 사람이 적지 않아 안타깝다"고 스코트는 말한다.
사실 인간들의 맹목적인 혐오감에 기인한 대량살상이 박쥐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다. 아울러 박쥐거주지의 파괴와 살충제의 광범위한 살포가 박쥐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많은 주가 이제는 박쥐를 보호대상으로 지정해 살상행위를 법으로 금하고 있다.
스코트와 윈터스는 병든 박쥐에 주사를 놓아 무기질과 비타민을 공급하기도 하고 몇몇 박쥐들을 집에 데리고 와서 기르기도 한다.
전세계적으로 박쥐는 1천여종이나 있지만 국내에 서식하는 것은 28종(특산종 2종 포함) 정도다. 이들은 한결같이 해충을 잡아먹는 유익한 박쥐이므로 행여 동굴탐사를 하다가 박쥐를 만나더라도 겁먹을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