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하고 뒤틀리고 내던져지는 놀이기구가「공원의 왕좌」를 1백여년간 지켜온 비결은 무엇일까?
은하열차 88열차 청룡열차 블랙홀…. 그 공통점을 한번 맞춰 보자. 정답을 말하면 모두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놀이기구의 이름이다. 과천 서울랜드, 잠실 롯데월드, 용인 자연농원, 서울어린이대공원, 드림랜드, 경주 도투락월드등에 가면 이 놀이기구를 타려고 길다랗게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더 가까이 다가가면 그들 중 대다수는 몸이나 손발을 떨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또 "돈내고 이런 겁나는 경험을 하다니…"하는 탄식의 소리도 들린다. 농담삼아 유언을 남기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마치 주사실이나 가스실에 들어가는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뒤집히고 뒤틀리고 내던져지는 놀이기구를 타려고 줄을 서는 사람이 많을 때는 하루에 5천~6천명이나 된다"고 서울랜드의 한 시설관리자는 들려준다. 은하열차와 같은 놀이기구를 흔히 롤러코스터(roller coaster)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서양에서 지난 1백년 동안 '공원의 왕'으로 군림해 왔다.
프랑스에 처음 등장해
롤러코스터의 기원은 3백년 전 러시아에서 제작된 바퀴달린 눈썰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후 19세기 초에 프랑스 파리에 처음으로 극히 초보적인 롤러코스터가 등장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롤러코스터가 제작된 것은 1880년대에 이르러서였다. 미국 뉴욕 근처의 코니아일랜드에 선로와 도약장치(lift)를 갖춘 본격적인 롤러코스터가 첫 선을 보인 것. 그로부터 1세기가 지나도록 롤러코스터가 대중의 인기를 꾸준히 받고 있는데 그 비결은 무엇일까. 아마도 뭔가 두려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고유한 심성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롤러코스터의 '끔찍한' 여행은 탑승자가 열차에 앉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잠시 후 열차는 선로를 타고 리프트(lift)의 최정점을 향해 서서히 이동한다. 이렇게 열차를 고지까지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막대한 위치에너지가 생기게 된다. 마침내 리프트의 가장 높은 곳에 이르면 열차가 선로를 따라 여행을 마치고 정거장에 되돌아올 때까지 필요한 모든 에너지가 확보된다. 물론 이때 탑승자는 위치에너지의 증가를 느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그들은 온 신경을 곧 이어 닥칠 하강에만 집중시키기 때문이다.
열차는 리프트 꼭대기에 잠시 머물다가 마치 뒤에서 민 것처럼 갑작스런 요동과 함께 아래로 추락하기(?)시작한다. 이때 열차의 속도는 계속해서 빨라진다. 가속도가 붙기 때문이다. 선로의 경사도가 가속도의 크기를 좌우한다. 즉 경사가 가파르면 가파를수록 가속도는 커진다. 따라서 만약 열차가 수직으로 떨어지고 있다면 최고의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이 순간에 적용되는 유일한 힘은 중력 뿐이다.
"경사각이 θ˚인 선로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선로 아래로 작용하는 힘의 크기는 W sin θ다(W는 비탈면 위에 놓인 열차의 무게). 따라서 열차가 수직으로 떨어진다면 W sin90˚(sin 90˚=1)의 힘이 가해진다. 다시 말해 이 경우 중력과 가속도가 같아진다"고 서울대 물리학과 김두현교수는 설명한다.
이렇게 탑승자를 수직하강시키는 '괴물'이 있긴 하다. 자유낙하(Free Fall)라는 놀이기구가 그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탑승자를 무자비하게 수직으로 떨어뜨리는 롤러코스터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설계상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열차가 리프트 정상에서 선로 아래로 가파르게 떨어져 내려갈 때 탑승자는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거의 자유낙하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자신의 몸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열차가 밑바닥에 이르러 곡선형태의 선로를 만나는 순간 우리 몸은 갑자기 심한 중압감에 빠져든다. 내려올 때는 평소보다 가볍게 느껴졌던 몸이 갑자기 정반대로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각자 중고등학교 물리시간에 배우는 역학을 동원해 그 이유를 밝혀 보자).
열차는 다시 언덕을 향해 쏜살같이 달리고 있다. 동시에 운동에너지(속력과 질량의 에너지)는 위치에너지(높이의 에너지)로 변해간다. 이때 우리는 의자에서 튀어올라 마치 붕 떠있는 듯한 기분을 만끽하게 된다. 몸이 무척 가벼워짐을 느끼는 것이다. 롤러스코터가 곡선의 선로를 따라 움직일 때 생기는 중요한 힘은 중력과 구심력이다. 하지만 열차의 위치에 따른 중력과 구심력을 계산하고,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가장 간단한 놀이기구중 하나인 회전목마에서 두 힘의 작용하는 원리를 알아보자. 실제로 회전목마는 원운동을 하는 모든 놀이기구들의 기본원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면과 수평을 이루면서 한 가운데에 있는 수직의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는 마룻바닥, 즉 회전목마를 누구나 한번 쯤은 타 보았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돌고 있지 않은 회전목마 위에 서 있다면 이때 작용하는 힘은 중력(지구가 우리를 끌어당기는 힘) 뿐이다. 이 경우 각자의 체중이 중력의 크기를 나타낸다.
그러나 목마가 돌기 시작하면 새로운 힘이 하나 추가된다. 원심력이다. 이 힘의 크기는 각(角)속도 그리고 우리가 서 있는 곳까지의 거리에 의해 결정된다. 이를테면 원심력은 회전목마의 둥근 마룻바닥에서 우리를 밖으로 내던지려 하는 힘이다. 하지만 회전목마를 타다가 밖으로 내팽개쳤다고 투덜거리는 사람은 아직 없다.
"원심력은 가상적인 힘에 불과하다. 회전목마를 탄 사람이 실제로 받는 힘은 회전축을 향하는 힘, 곧 구심력이다"라고 김두현교수는 말한다.
'뭔가가 돌고 있다'는 말은 '속도가 변하고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회전시에는 속도의 변화, 즉 가속도가 생기게 된다. 롤러코스터나 회전목마가 원운동을 할때 우리가 받는 힘은 원심력이 아니라 원의 중심(회전축)을 향한 가속도, 구심력이다. 탑승자를 밖으로 떨어져 나가게 하는 원심력은 실제로 존재하는 힘이 아니므로 안심하고 타도 된다는 말이다. 여기서 구심력과 원심력은 힘의 크기는 같지만 힘의 방향은 정반대로 작용한다.
로터의「마술」
우리를 회전목마의 마룻바닥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는 힘은 하나 더 있다. 신발과 마룻바닥 사이에서 작용하는 마찰력이다. 만약 우리가 회전목마의 마룻바닥에 덜썩 주저 앉았다면 아마도 엉덩이 부분과 마룻바닥 간에 마찰력이 생길 것이다. 마찰력은 탑승자의 체중에 비례하므로 그 크기가 거의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회전목마 위의 사람은 곡선경로의 힘과 직선경로의 힘을 모두 받기 때문에 자칫하면 마룻바닥 밖으로 내밀릴 수도 있다. 다행히 신발과 마룻바닥 사이의 마찰력이 충분히 큰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곡선경로를 따라 움직이게 되지만 회전목마가 도는 속도가 빨라져 직선경로쪽의 힘이 마찰력(이 힘은 대개 고정돼 있다)보다 더 커지면 마룻바닥에서 떨어지게 될 것이다.
아직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지만 로터(rotor)라는 놀이기구도 원운동의 '마술'을 잘 보여준다. 로터는 직경 약4m의 둥근 마룻바닥에 천정이 뚫려있는 원통형 놀이기구다. 사람들은 이 속에 들어가 벽에 등을 대고 선다. 잠시 후 로터의 정가운데에 있는 회전축을 중심으로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회전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사람들은 자신이 벽에 더 밀착되고 있음을 느낀다. 잠시 후 밑바닥이 떨어져 나가지만 사람들은 공중에 붕 뜬 채 벽에 매달린 상태가 된다.
사람들이 벽에서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찰력 때문이다. 회전목마의 바닥에서 미끌어 나가지 않게 하는 마찰력과 같은 종류의 힘 덕분에 벽에 붙어있게 되는 것이다. 만일 벽이 아주 미끄럽다면 마찰계수가 작아지므로 이때에도 계속 사람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더 빠른 회전속도가 요구된다. 회전목마의 경우 회전속도를 높이면 사람들이 마룻바닥 밖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허둥대겠지만 로터에 탄 사람은 오히려 회전속도를 빠르게 해야 벽에 착 달라붙는 안정감을 누리게 된다. 이처럼 같은 힘이라도 응용하기 따라서 정반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새로운 놀이기구를 만드는 아이디어다.
다시 롤러코스터로 화제를 돌려 보자. 중력코스터(gravity coaster)라고도 불리는 이'놀이기구의 왕'은 회전목마를 비롯해 원운동을 하는 모든 놀이기구에서 적용된 역학(力學)을 총망라한 것이다.
롤러코스터에 탄 사람이 받는 여러 힘들은 회전목마나 로터의 탑승자가 체험하는 힘들과 본질적으로 같은 종류의 것이다. 단지 롤러코스터의 경우 이 힘들을 가장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열차가 정지해 있거나 위로 올라가거나 아래로 떨어지거나 곡선의 선로를 주행할 때, 다시 말해 롤러코스터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내내 동반하는 힘은 중력이다. 아울러 원운동을 하는 만큼 구심력도 작용한다. 또 탑승자를 의자에서 붕 뜨게 하거나 의자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느낌을 주는 힘도 존재할 것이다.
또 롤러코스터에 분명히 작용하긴 하지만 탑승자가 선로여행을 하고 있을 동안 느끼는 감각(예컨대 두려움 붕 뜨는 느낌 만족감 등)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힘도 있다. 그것은 열차의 전진을 방해하는 힘인데 여기에는 마찰력과 바람에 의한 항력(抗力)등이 있다. 그중 마찰력은 선로 위에서 바퀴가 굴러갈 때 생기는 선로-바퀴간 마찰력과 바퀴가 회전할 때 바퀴의 베어링들 사이에서 생기는 마찰력을 합한 것이다.
롤러코스터 설계자들은 이 마찰력을 최소화하는데 골몰하고 있지만 선로가 길 경우 수많은 바퀴가 달려있기 때문에 열차가 앞으로 힘있게 나아가는데 있어 적지않은 방해요인이 될 수 있다. 바람에 의한 항력은 열차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열차의 속도가 2배 빨라지면 항력은 4배나 커진다. 물론 바람에 의한 항력은 열차모양을 바꿔 크게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외양을 유선형으로 날씬하게 설계하면 그 열차가 공기 속을 더 쉽게 미끄러져 갈 것이다.
인기만점의 롤러코스터가 되기 위해선 모름지기 그 규모가 커야만 할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아주 재미있고 스릴넘치는 소형 롤러코스터도 허다하다. 그렇지만 초대형 롤러코스터는 그 웅장한 외관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화제의 대상이 되곤 한다. 지난 해부터 영국의 블랙풀 플레저비치에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롤러코스터(기구이름은 블랙풀라이드)가 건설되고 있다. 이 초대형 롤러코스터가 완성되면 해변에서 70m 높이까지 열차가 기어 올라간 다음 갑자기 65˚의 급경사 선로 아래로 곤두박질하는 섬뜩한(?)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해변의 모래사장을 거의 스치듯이 떨어질 때의 열차속도는 평균시속 1백5㎞를 기록할 예정. 바람의 도움을 받으면 시속 1백 25㎞까지도 무난하다고 한다. 이쯤 되면 선로의 최저점에서는 거의 무중력상태를 보일 것이다.
94년 봄에 완공될 예정인 높이 70m의 블랙풀 라이드가 앞으로 당분간은 높이와 빠르기 그리고 무차별 겁주기에서 세계챔피언 자리를 지킬 것이다. 높이가 70m라면 발사대기중인 우주왕복선보다도 '키다리'다. 그렇다면 롤러코스터의 열차가 낙하할 수 있는 거리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이에 대해 "기계적 또는 물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롤러코스터의 높이한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김교수는 밝힌다. 단지 경제적 측면에서의 한계만 있을 따름이라는 것.
미국과 유럽 일본 등지에는 오랜 기간동안 기술을 축적한 롤러코스터 전문제작사들이 여럿 있다. 그런데 이 사업은 항상 위험이 따른다. 부품 하나만 잘못 써도 수십명의 사상자를 내는 대형참사를 부를 수 있고 그와 동시에 회사의 생명도 끝장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작사들은 매우 까다로운 자체 공정관리 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다.
롤러코스터제작사로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곳은 미국의 애로우 다이내믹사(社). 블랙풀 라이드의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는 애로우 다이내믹사는 그동안 색다른 롤러코스터를 수십개나 세운 경험이 있다. 예로 이 회사가 1990년에 제작한 바이퍼(Viper, 캘리포니아주에 있음)라는 롤러코스터는 7차례나 고리(loop) 모양을 그려 이 부문 신기록을 세웠다. 또 1991년에 오하이오주의 이리호 주변에 세운 매그넘×L200이라는 롤러코스터의 열차는 상공 61m까지 기어 올라갔다.
최근에는 롤러코스터를 어떤 소재로 제작할 것인지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신소재냐, 기존의 소재냐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가는 것이 아니라 둘다 구소재(?)인 철과 나무 사이에서 선택을 망설이고 있다.
블랙풀 라이드는 그 기본골격이 철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바다에서 불어오는 염분이 다량 함유된 바람이 이 철구조물을 부식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일본이나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세워진 롤러코스터보다는 부담이 훨씬 덜한 편이다. 지진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철이냐, 나무냐?
철은 가격도 적당하고 내구성도 뛰어나 롤러코스터의 소재로는 제격이다. 가끔 부식이 문제되기도 하지만 도금을 하면 이 문제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최근에는 격자(lattice)구조를 가진 철이 채택되기도 한다. 신축성이 큰 격자구조의 철을 소재로 삼을 경우 각종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력이 커진다. 그런데 격자구조의 철을 쓰고자 할 경우에는 그 지방항공당국의 허락을 먼저 받아야 한다. 격자구조의 철은 레이더에 잡이지 않아 항공기와 롤러코스터가 충돌하는 대참사를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양에는 나무로 만든 롤러코스터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보통 그것이 탑승자를 더 흥분시키고 살아있는 느낌을 주며 컴퓨터의 도움없이 제작되기 때문에 철제 롤러코스터보다 더 큰 호감을 갖는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멋진 목제 롤러코스터는 역시 영국의 블랙풀 플레저 비치에 있는 그랜드내셔널롤러코스터. 1934년에 세워진 이 롤러코스터는 쌍둥이 트랙으로 유명하다. 옆 선로의 열차에 탄 사람들의 비명과 공포에 찬 얼굴을 보게 함으로써 더 큰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이 쌍둥이 트랙의 설치목적이다.
영국에서는 지난 20년간 단 하나의 목제 롤러코스터도 제작되지 않았다. 1972년에 5명의 어린이가 죽음을 당한 비극적인 사건이 목제 롤러코스터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최근 새로운 목제 롤러코스터의 제작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롤러코스터 분야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인물은 로트 모건이라는 기술자다. 그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건너온 사람인데 1937년에 최초의 철제 롤러코스터인 스틸 스텔라(Steel Stella)를 제작했다. 시속 90㎞를 낸 스틸 스텔라는 거의 40년간 가동됐다.
미래에는 어떤 형태의 롤러코스터가 만들어질까. 한마디로 알 수 없다. 20년 전에는 위 아래로 굽이쳐가는 롤러코스터는 상상할 수도 없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