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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분 동굴의 유해, 인류최초의 매장 증거인가?

12만년 전 네안데르탈인 여성

타분동굴. 가장 밑바닥층의 형성시기는 20만~50만년 전일 것으로 추정된다.


약 12만년 전에 살았던 이 여성은 35~40세의 나이로 사후에 정중히(?) 매장됐다.
 

타분동굴에서 발굴된 부싯돌. 발견된 지점에 따라 그 생성시기가 다르다.


이스라엘의 하이파시(市) 남쪽에는 카멜산이 있는데 이곳의 타분(Tabun)동굴은 선사시대 유적지로 유명하다. 이 타분동굴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29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고고학자 도로시 가로드박사가 5년간의 작업끝에 찾아낸 것이다. 발굴된 동굴의 깊이는 20m로 7층 건물 높이였다.

1950년대에 탄소-14 연대측정법을 사용, 이 동굴유적지에서 채집한 부싯돌 도구의 연령을 측정했는데 약 6만년전의 것으로 밝혀졌었다. 부싯돌이 발견된 지점 바로 밑에는 한 여성의 유골이 묻혀 있었다. 당시 학자들은 이 여성의 생존시기는 부싯돌이 제작된 시기보다 조금 앞선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그 여성이 정중히(?) 매장돼 있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그냥 아무렇게나 버려진 시체가 아니었다. 그 증거로 학자들은 여성의 유골이 잘 보존돼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만약 매장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유골은 야생동물들에 의해 크게 훼손됐을 것이다.
따라서 이 타분동굴의 여인은 이스라엘에서 가장 오래된 매장의 역사를 보여준다고 평가됐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학자들은 세계 최고(最古)의 매장증거로는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탄소-14 연대측정법이 5만년 이내의 연대측정만을 정확히 해낼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타분동굴도 다시 그 생성연대를 검증받아야 했다. 케임브리지대학의 물리학자 레이너 그룬과 대영박물관의 고고학자 크리스 스팅거가 이 일을 2년에 걸쳐 수행했다.

그들은 두가지 첨단의 연대측정법을 활용했다. 즉 타버린 부싯돌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을 측정하는 열발광법(thermoluminescence)과 전자스핀공명장치를 사용한 것. 그 결과 타분동굴의 여성은 지금부터 12만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판명됐다. 또 동굴에서 가장 오래된 곳, 즉 밑바닥층의 형성시기는 20만~50만년 전일 것으로 추정됐다.

"따라서 타분동굴의 여성은 인류최초로 매장된 여성중 한명일 것이다"라고 케멜동굴을 15년 이상 발굴한 하이파대학의 고고학자 아브라함 로넨은 말한다. 남아프리카에서도 타분동굴의 여인과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유골이 발견됐으나 이 유골이 매장됐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으며, 또 이라크 등지에서 발견된 유골은 그 유품으로 보아 매장된 것은 분명하나 그 연대가 확실치 않다.

타분동굴의 여성은 매장 당시 나이가 35~40세 가량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학자들은 이 여성이 네안데르탈인이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네안데르탈인이 매장의 풍습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그들과 한동안 생존시기가 겹치고 종국에는 그들을 계승한 카멜산 동굴에 살았던 인류의 선조들, 즉 호모 사피엔스도 죽은 자들을 매장했을 것으로 보인다. 카멜산의 동굴에서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오랫동안 함께 살았지만 그들간의 혼혈아는 태어나지 않았다.

로넨교수에 따르면 타분동굴의 발굴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하는데 따라서 이 지역에서 살았던 고대인들의 생활상 역사 등이 앞으로 더욱 생생하게 밝혀질 것이다.
 

네안데르탈인 여성이 매장됐던 곳. 여러가지 매장의 증거물들이 출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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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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