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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룡은 왜 사라졌나

천체 충돌설 산소과다설 등 갖가지

생물 종들은 언젠가 멸망한다. 그 비워 놓은 자리에 새 종이나 새 무리들이 들어서는 자리바꿈의 형식으로 진화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룡이 절멸한 것 자체는 크게 이상할 것이 없다.

공룡 멸망의 원인설은 공룡의 명성만큼이나 풍성하다. 기후의 한냉화가 원인이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더위로 죽었다는 설이 있었다. 백악기말의 한냉화의 중거는 있으나 세계적으로 기온 상승이 있었다는 중거는 없다. 덥고 강우량이 줄어 늪이 말라 붙었기 때문에 생활 터전을 잃었다는 설이 있으나 무슨 전지구적 건조화의 증거가 있어서 나온 설이 아니다.

브론토사우루스 같은 대형 공룡이 체중을 이기기 위해 물 속에서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를 이용하며 반쯤 떠서 살았기 때문에 늪이 공룡의 주 무대라고 잘못 알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발자국 크기 등을 연구한 결과 그들이 능히 땅 위에서 체중을 지탱했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브론토사우루스는 쥐라기의 공룡이고 공룡이 절멸한 백악기 말에는 그런 대형 공룡은 이미 없었다.
 

공룡의 입에는 칼과 같은 이가 줄지어 있어서 먹이들이 한번 물어뜯기면 마치 쇠덫에 끼인 것처럼 빠져나가지 못했다.


풍성한 공룡 절멸설

지구상에서 상당히 광범위하게 한냉화가 있었다는 증거가 있다. 근래의 심해저시추 결과는 K/T 경계(백악기와 제3기의 사이) 시기에 탄산칼슘 해수 용해 수준이 갑자기 상승했음올 보여주는데, 이는 해수 온도의 저하를 의미하는 것이다. 브라운 대학의 임브리(John Imbrie)교수는 이 한랭화를 호주가 남극대륙으로부터 분리된 사건의 결과라고 해석했다. 남극해가 그때 형성돼 현재와 같은 해양순환(해류체계)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 전에는 테티스 바다의 난류가 덥혀 주던 바다들에 한랭한 남극 심해류가 멀리 흘러와 치솟으면서 수온과 기온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건은 마치 1983~85년간의 엘 니뇨(El Nino)해류가 그랬던 것처럼 해양화학과 해양 생물 및 세계 기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대서양의 심해저 시추 코어의 기록을 읽으면 갱신세(Pleistocene)에 약 9℃의 오르내림이 있었는데, 이는 육상의 기온상승의 자료와 일치한다. 그러므로 이 설은 공룡뿐 아니라 대량절멸 자체의 유력한 설명이 된다.

대기중에 산소가 과다해져서 멸망했다는 설이 있다. 백악기에 현화식물이 번성하면서 그들의 한충 능률적인 탄소동화작용 때문에 산소가 너무 많이 생산돼 공룡의 생리작용에 파탄이 왔다는 가설이다. 그러나 공룡이 적응하지 못할 만큼 갑자기 현화식물이 번성했던 것은 아니다.

반대로 대기중에 산소가 부족해서 멸망 했다는 설도 있다. 백악기 말에 바다에 떠서 살던 미식물이 대량 절멸했다는 것은 널리 인정된 사실인데, 로스앤젤레스의 캘리포니아대학교 타판 교수는 그 부유 미식물의 대량 절멸로 인해 산소생산이 갑자기 줄어 신진대사가 왕성하던 새끼 공룡들을 질식시켰을 것이라 했다.

대기중 산소량의 변동은 지질시대를 통해 늘 있던 일이다. 그러한 자연적인 중거나 감소가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확인된 경우는 없다. 뿐만 아니라 공룡의 절멸은 미식물의 대량 절멸 이전에 시작됐다. 중요한 점은 왜 미식물도 절멸했나를 동시에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룡만을 문제 삼아서는 안된다.

개체가 노화하듯이 종족도 유년기 장년기를 거쳐 노화하다가 마침내 죽는다는 개념이 있다. 공룡은 종족적으로 1억 수천만년간 살아 오는 동안 종족 자체가 노화해 거대한 몸집이 되거나 트리케라톱스 같이 세 개의 뿔과 목덜미의 기괴한 골판들을 가지게 된 경우 등 이상발달로 인해 오히려 생존에 불리하게 돼 멸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몸길이 1m의 작은 공룡도 있었고 날씬하고 잘 달리던 것들도 있었는데 모두 절멸했던 것은 왜 인가?

먼저 먹이 때문이었다는 주장이 있다. 예를 들면 공룡은 나자식물에 적응했었는데, 현화식물이 번성하게 됐을 때 미처 식생활을 고치지 못했다는 설이 그것이다. 그러나 사실 일조일석에 식물계가 대치된 것이 아니다. 현화식물이 점차로 번성했기 때문에 충분히 새 먹이에 적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알칼로이드설이란 것이 있다. 현화식물의 어떤 종류는 유독성 알칼로이드 성분을 함유 했는데, 포유류는 미각과 후각이 발달해 피할 수 있었으나 공룡은 둔해 그 중독으로 멸망했다는 설이다. 그러나 알칼로이드를 함유한 식물은 공룡 절멸시기보다 5백만년도 더 이전에 이미 생겨났었다.

포유류가 공룡의 알을 먹게 돼 공룡이 멸망했다는 설이 있다. 그렇다면 공룡의 알에 의지하던 포유류는 공룡과 함께 사멸해야 할 것 아닌가? 이 설은 공룡이 멸망하자 오히려 포유류가 성해지면서 공룡의 자리를 차지했던 사실과 모순된다. 전염병으로 멸망했을 것이라는 설도 있으나 역사상 전염병으로 인해 한 종, 속 혹은 과가 멸망한 예가 없다는 경험에 비추어 타당성이 없어 보인다. 현화 식물에 기생하던 곰팡이가 공룡에게는 병원균이 돼 치명타를 입혔을 것이라는 설도 나와 있으나 이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지각운동이 멸망시켰다는 설이 있다. 조산운동은 지리적 변화를 가져와서 생활장소와 생태계에 변동을 주는 까닭에 생물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세계적으로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한 지역의 운동 기간에도 반드시 평온한 타지역들이 있게 마련이다.

최근 전지구적인 해수면 상승의 여러 시기가 알려졌지만 대량절멸의 시기와 일치하는 경우도 있고 무관한 경우도 있다. 백악기 말에는 세계적인 해침이 있었다. 공룡은 육상의 동물이므로 생활 장소가 좁아졌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해수면이 상승할 때는 늘 점차적으로 일어나는 까닭에 해침도 천천히 일어나서 동물들은 생활장소를 옮길 시간 여유를 가진다.
 

뿔용류는 공룡 중에서 마지막까지 번성한 종류다.


천체 충돌 가설

초신성 폭발 때에 우주로부터 치명적 방사선이 와서 공룡뿐 아니라 많은 생물을 동시에 멸망시켰을 것이라는 설이 암모나이트 전문 학자였던 독일의 스윈데볼프 교수에 의해 제창됐었다. 이 가설은 멸망의 원인행위가 외계로부터 왔다고 보는 점에서 현재 대성황인 천체 충돌의 가설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천체충돌 가설은 처음 캐나다의 디그비 맥라렌 박사가 1970년에 데본기 말의 대량절멸을 설명하기 위해서 시도했던 것이다. 데본기 말에 얕은 바다에 살고 있던 무척추동물의 약 80%의 종이 절멸했다.

1979년 버클리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알바레즈(Luis 및 Walter Alvarez) 교수 부자(父子)와 그의 동료들은 K/T경계 혹은 경계 아주 가까이에서 특별히 많은 백금족 미량원소들을 가진 광범한 점토층을 발견했음을 발표하고 그 원소들은 지구에 충돌한 소행성에서 왔을 것이라는 것과 이 사건이 공룡과 기타 많은 생물들을 멸망시켰을 것 이라고 결론했다. 그 미량원소는 이리듐(iridium)과 기타 오스듐 금 백금 등인데 이들의 양비(量比)는 지각의 1백배 혹은 그 이상인 반면, 운석과 흡사해 외계 천체에서 왔을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그 후 무수한 과학자들이 이 문제에 모여 들어 연구에 매달린 결과 이제 세계 각지의 80개 이상 지점의 K/T 경계 혹은 경계 가까이에서 '이리듐 이상(異常)'이 발견됐다.

학자들은 충돌한 천체가 소행성만이 아니라 혜성도 된다고 생각하게 됐다. 대량 절멸은 충돌 자체로 인해서가 아니라 그것이가 져온 핵겨울 때문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충돌이 일으킨 먼지로 지구 표면의 온도가 3~6개월간 9℃쯤 내려가면 충분히 대량 절멸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먼지가 성층권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여러 달 동안 식물의 탄소동화작용이 중단되고 따라서 동물들은 먹거리가 없어 굶게 된다는 것이다.

충돌이 일으킨 먼지와 가스는 핵겨울보다 훨씬 더 큰 일시적 기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포유류, 새, 곤충, 저위도와 중위도의 식물들, 물에 사는 악어, 숨어 사는 뱀, 도마뱀, 거북 등이 해를 면했을 수 있는 정도의 한냉화에도 체온조절 능력이 아직 원시적이던 육지면의 공룡은 치명타를 받았을 수 있다.

생물의 치명적 과정은 다음과 같은 것이 제안돼 있다. ① 순간적 열파(熱波)로 데어 죽는다. ② 지속적 흑암과 추위(9℃쯤 내려감)로 장기간 최대의 피해를 입는다. ③ 충돌 때에 방출됐던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온실 효과를 일으켜 10℃쯤 기온이 상승해 더위로 타격을 입는다. ④ 질소산화물 과다(過多)와 산성비로 인해 피해가 있고 ⑤ 혜성의 기체로 인해 중독증이 따른다.

③ 항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주장도 나왔다. 현생 악어의 생태에 의하면 짝짓기 기간의 이상 기온은 성(性)결정을 좌우한다. 만일 공룡도 악어와 같았다면 기온상승 기간에 새끼는 수컷만 생겨나든지 혹은 암컷만 생겨나서 생식을 못해 멸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공룡은 사라졌을 뿐 죽지 않아"

충돌사건의 증거가 유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 그 충돌사건이 절멸사건의 직접 원인인가? 혹은 그것이 이미 진행중이던 절멸과 정에 박차를 가해 끝장냈을 뿐인가? 혹은 대량 절멸과 충돌사건은 아무 인과 관계가 없으면서 우연히 동시에 일어났을 뿐인가? 아직 풀리지 않는 의문이 많다.

공룡의 절멸은 갑작스럽고 대규모인 것 같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점차적이었고 소수 종류의 절멸이었다. 백악기의 막이 내릴 무렵에는 공룡은 소수 종류만이 살고 있었다.

모든 시대를 통해 생존했던 공룡은 약 2백 40속인데 백악기 최후 기간인 마이스트리히티안(Maestrichtian)의 중엽에는 많아야 15속(약 20종)만이 생존하고 있었다. 즉 그 무렵 이미 거의 모두가 절멸하고 없었던 것이다. 그때 공룡들은 주로 북미 서부 내륙에 살고 있었다. 이미 그들은 급격한 감소의 길에 들어서 있었던 것이다.

공룡은 소멸했다. 그러나 예일 대학교의 오스트롬 교수는 새들(조류)이 공룡에게서 갈라져 나왔다는 아주 유력한 학설을 발표 했다. 새는 온혈동물이다. 공룡 가운데는 체중이 가볍고 육식을 하던 날쌘 종류들 그리고 단체행동에 능했던 종류들이 꽤 많았는데, 오스트롬 교수는 이들이 모두 온혈동물이었으리라는 매우 그럴 듯한 학설을 발표했다.

필자는 아직 누가 이 학설에 이의를 달았다는 말을 듣지 못하고 있다. 온혈이 아니고는 지속적으로 민첩하게 움질일 수 없고 또 떼를 지어서 다니는 고등동물치고 온혈 아닌 것이 없다고 오스트롬 교수는 말한다.

"공룡은 사라졌을 뿐 죽지 않았고, 새가 되어 공중을 날고 있다."
 

공룡은 껍데기로 싸인 알을 낳아 번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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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장기홍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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