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 유전자증폭기 선보여
30분이면 유전자 수 수십만배로 늘어난다.
국내기술로 유전자증폭기를 만들었다. 유전자증폭기란 한 유전자의 크기를 확대시키는 것이 아니라 특정 유전자의 수를 수십만배로 늘리는 장치다. 시간만 충분하면 50만배까지 증폭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에서 지난 88년에 처음 상품화되고 국내에 상륙한 지는 2년 정도 밖에 안되는 유전자증폭기의 국산화에 성공한 연구팀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허귀석박사팀. 이들은 미국 유타대 의대와 원광대 의대 연구팀의 지원아래 이 일을 해냈다.
"유전자증폭기의 작동원리는 사람의 몸속에서 유전자가 복제되는 것과 동일하다. 이 기기를 가동하려면 증폭중합효소와 '어느 특정부위에서 증폭을 시작하라'고 명령하는 마커(marker) DNA가 갖춰져야 한다"고 허박사는 말한다.
이번에 허박사팀이 개발한 '국산1호'는 기존 유전자증속기보다 두가지 면에서 앞서 있다. 첫째로 증폭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단축된다. 기존의 증폭기는 30번 증폭시키는데 3~5시간이 소요되지만 '국산1호'는 30분이면 충분하다. 모세유리관을 사용함으로써 반응용기의 열평형이 훨씬 빨리 이뤄지기 때문이다. 둘째로 반응에 필요한 시약이나 증폭중합효소의 양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10분의 1이면 족하다고 한다.
국산 모의비행장치 등장
실제 비행상황 그대로 재현해
비행훈련용 모의장치가 순수 국내기술로 제작됐다. 개발자는 한국항공기술연구원 윤석준박사팀.
이 장치를 자동차 운전연습장치쯤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모의비행훈련장치의 조종석 계기판은 실제 비행기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복잡하기 짝이 없다. 여기에 앉으면 여러가지 지형지물이 나타난다. 앞 창문을 내다보면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재현한 각종 상황이 펼쳐지는 것.
"모의장치를 이용할 경우 실제 항공기로 훈련할 때 생기는 소음 환경오염 연료비 등을 줄일 수 있고 운전미숙으로 인한 항공기추락 등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윤박사는 들려준다.
사람의 착각을 이용한 이 모의장치는 컴퓨터 그래픽의 도입으로 80년대 이후 비약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했다. 미국 등 이 분야 선진국에서는 11단계의 훈련장치를 마련해 단계별로 훈련시키고 있다.
국내에는 현재 외국에서 도입한 10여대(대당 가격 10억원대)의 모의비행훈련장치가 있는데 이번에 개발된 국산 모의장치로는 7단계까지의 비행훈련이 가능하다. 항공우주기술과 컴퓨터기술이 접목된 모의비행훈련장치는 조종사를 단기간에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EPA를 미생물에서 직접 뽑아낸다
등푸른 생선대신 시와넬라균에서
EPA란 물질을 들어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등푸른 생선에 많이 함유돼 있다는 고도의 불포화지방산이다. 주로 탄화수소로 이뤄진 스쿠알렌과는 다른 것이다.
이 EPA가 혈전(핏덩어리)을 용해하고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며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파괴한다는 사실은 이미 실험을 통해 증명된 상태. 따라서 동맥경화와 뇌졸중 예방에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상당한 약효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EPA를 인공적으로 얻을 수는 없는가. 한국과 일본의 미생물학자들은 해양생물의 몸안에서 사는 어떤 미생물이 EPA를 생산할 것으로 추정, 그 미생물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 이 미생물이 발견됐다. 한국해양연구소 김상진박사팀(해양미생물연구실)이 지난 해 10월부터 금년 7월까지 군산 목포 서천 속초 등지에서 잡은 고등어 멸치 정어리 청어 해삼 등 1백여종의 바다생물을 조사한 결과, 배양액 1ℓ당 약 3백mg의 EPA를 생산하는 세균을 찾아낸 것.
"이 세균이 시와넬라(Schwanella)균속이라는 것까지는 현재 밝혀졌다. 그러나 일본에서 추출된 바 있는 시와넬라 푸트리파시엔스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연구에 참여한 조기웅박사는 말한다.
스프링쿨러보다 우수한 자동소화기 개발
열 감지하는 폐쇄용 회로가 핵심부품
20년 이상 소방업무에 종사한 한 발명가에 의해 자동소화기가 개발됐다. 이것은 화재발생시 주변온도가 올라가면 자동으로 소화용 가스나 액이 발화지점을 향하도록 한 것이다.
"3년여 매달린 끝에 개발하게 되었는데 일반소화기나 스프링 쿨러에 비해 여러 장점을 소지하고 있다"고 발명자인 임석기씨는 밝힌다.
사실 일반소화기의 경우 막상 화재가 나면 당황하거나 사용하는 방법을 몰라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였다. 대형 현대식 건물의 경우 스프링 쿨러가 자동으로 작동하게 돼 있으나 이것은 설치가 어렵고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이에 비해 새로 고안된 자동소화기는 기존의 소화기에 열을 감지할 수 있는 폐쇄용 회로를 장착함으로써 화재발생시 즉각 대처하는 능력을 갖췄다. 주변온도가 72℃ 이상되면 발화지점을 향해 자동발사되는 것. 아울러 가스통에 충전된 가스가 다 사용되거나 누출돼 가스의 압력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부저가 울리게 돼 있다. 이 부저소리가 나면 재충전해줘야 한다. 이 발명품은 곧 상품화될 예정인데 임씨는 현재 화재발생경보기의 오작동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