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실내에 있는 불특정 다수의 건강을 위협하는 분명한 공격행위이며 위해행위다.
프로메테우스로부터 불씨를 선물로 받았던 구석기시대 인류는 스스로가 만든 오염물질에 의한 최초의 희생자가 돼야만 했다. 추위와 바람과 맹수들을 피해 동굴 속에 안식처를 정한 구석기시대 사람들은 동굴 깊은 안쪽에 불을 피웠다. 휘몰아치는 바람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동굴 깊숙한 곳에서 나뭇가지가 탁탁 타들어가는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그들은 불을 쬐었다. 사람들은 그을음과 나뭇재로 오염된 동굴 속 공기를 마시면서 살아야만 했다. 그러나 그 공기 속에는 높은 농도의 오염물질들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많은 사람들이 폐암에 걸려 죽어 갔다.
실내 공기오염 인식부족
동굴인류에게 폐암이나 기타 폐질환이 많았을 것이라는 추측에는 믿을 만한 증거가 있다. 뉴기니의 원주민 중에는 아직도 폐쇄된 오두막에서 불을 지피며 살고 있는 부족이 있다. 이 부족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거의 전부가 40세 정도 되면 폐질환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응접실에 벽난로를 피우고 운치를 즐기게 된 여유있는 현대인에게는 이런 동굴 속 상황이 우습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대인들도 구석기시대 인류 못지 않게 심각한 실내공기 오염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루 24시간중에서 80-90% 정도를 실내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노출되는 오염물질도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루 종일 생활하고 있는 공간을 한번 더듬어 보면 이런 사실은 아주 분명해진다. 집과 사무실, 작업장과 공공건물, 지하도와 주차장, 지하상가, 음식점, 자동차, 지하철 등 우리가 하루를 보내는 장소는 대부분 공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그 속에서 순환되는 실내공기는 더욱 오염될 수 밖에 없게 됐다. 더구나 새로운 건축자재에서 의외의 오염물질들이 방출되기도 하고 여러가지 다양한 생활용품에서도 뜻밖의 오염물질들이 실내공기로 방출되고 있다.
실내공기중 오염물질은 외부 공기로부터 유입된 것일 수 있고 실내에서 발생된 것일 수도 있다. 라돈, 포름알데히드, 석면, 연소가스, 담배연기, 미생물 등이 실내공기오염의 주범인데, 오염물질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일시적 혹은 만성적인 질병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실내공기 오염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족해 이에 대한 대책이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실내공기 오염은 오히려 대기오염보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실내공기오염에 대한 법적인 규제가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어두컴컴한 지하 다방 구석자리에서 한 사내가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듯 폐부 깊숙한 곳으로부터 담배연기를 뿜어내고 있다면 그는 멋있다는 찬사 대신 구류나 벌금형을 받아야 마땅하다.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다방 안에 있는 불특정 다수의 건강을 위협하는 분명한 공격행위이며 위해행위이기 때문이다.
줄지 않는 이기적 흡연자들
지난 한해동안 우리나라 담배 소비는 국산 46억9천만갑, 외산 2억5천만갑으로 총 49억4천만갑에 달했다. 이 담배개비를 일렬로 이어 놓는다면 길이가 8백만㎞가 넘는데, 이는 지구를 2백번이나 돌고도 남는다. 만약 경부고속도로에 늘어 놓는다면 서울 부산을 1만번이나 왕복할 수 있다. 우리나라 흡연자는 전체 인구의 25%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자의 68%, 성인 여자의 5%가 흡연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루의 80%를 실내에서 보낸다고 가정할 경우 이렇게 엄청나게 소비되는 담배의 80%가 실내에서 연소되는 것이다.
흡연은 폐암뿐만 아니라 구강암 후두암 등의 암질환과 심장질환, 만성폐질환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것이 역학적 조사연구와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흡연인구는 줄어들기커녕 늘어 나고 있다. 담배 속 유기물질은 완전히 타지 않기 때문에 담배연기를 통해 일산화탄소, 니코틴, 타르, 이산화질소, 암모니아 등 약 4천7백여종의 화학물질들을 방출한다. 담배 연기 속에서는 이제까지 43종류의 발암물질이 확인됐고 많은 유전자 변이성 물질도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이 담배연기를 들이마시게 되는 것을 환경 흡연이라고 부른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 주위에 있는 사람이 들이마시는 간접 흡연의 영향에 대해서도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데, 비흡연자의 체내에 담배연기 성분이 흡수되는 것을 실험적으로 밝혀냈다. 부모가 흡연을 하는 가정의 어린이는 각종 호흡기 질환 발생빈도가 높게 나타나고 폐의 성장이 부진하는 등 직접 간접적인 원인관계가 제시되기도 했다. 배우자가 흡연을 하는 비흡연자는 배우자가 흡연을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약 30%정도 폐암 발생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도 한해에 2만여명 이상이 폐암에 걸려 사망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환경흡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담배연기는 흡연자가 폐 속에 들이마셨다가 내뿜는 연기와 담배 자체가 타면서 방출되는 연기로 구분되는데, 담배 자체가 연소할 때 해로운 성분이 더 많이 방출된다. 담배자체가 탈 때 일산화탄소의 경우 8.1배, 타르는 4.3배, 암모니아는 73배나 많이 방출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담배 유해성에 대한 경고와 금연운동이 세계각국으로 확산된 지는 오래 됐지만 간접흡연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한 금연조치는 최근에 들어서야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연지역이 많이 늘어나고 흡연장소가 따로 마련되고 있지만 아직도 다른 사람의 건강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흡연자들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정구역 이외 모든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규제하는 법률을 마련하고 있는 구미 각국의 적극적인 금연 대책은 앞으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문득 입에 불(담배)을 피워물고 싶은 동굴 인류의 후예들은 담배에 소비되는 엄청난 돈의 절반이면 모든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유엔 보고서의 한 줄을 상기하면서 욕망을 억눌러 보는 것이 어떨까. 옛말에 욕망이 식으면 지혜가 온다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