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도는 인공위성과는 달리 행성탐사선은 행성과 행성간의 중력을 고려해 궤도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른다.
인류가 우주를 개발하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이 지구를 떠나 다른 별에 가보기 위함이다. 마치 인간이 배를 만든 것이 바다 건너에 있는 다른 나라를 탐험하기 위함과 같다.
어렸을 때 밤하늘의 많은 별을 쳐다보며, 저 별들은 어떻게 생겼으며, 어떠한 생명체가 있을까, 다른 별들도 달의 표면처럼 분화구가 있는 것일까, 태양 같이 뜨거운 별일까, 지구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까를 생각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로켓을 이용하면 우주선을 지구 밖으로 보낼 수 있다는 방법이 알려지면서, 대형 로켓을 만들 수 있는 미국과 옛소련은 외계로 우주선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외계탐사의 첫 목표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달이었다.
달까지 3일
1958년 6월부터 시작된 외계탐사용 우주선은 몇번의 실패 끝에 1959년 6월 2일 소련에서 발사한 루나 1호가 달로부터 7천9백64㎞ 빗겨 지나갔다. 지구를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는 달로 우주선을 발사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다. 달 탐사에 이용하는 비행 궤도는 지구와 달의 두점을 초점으로 하는 타원궤도를 이용하며 편도 비행시간은 보통 3일 정도 걸린다.
달은 한달에 한번 자전겸 공전을 하기 때문에 지구에서는 달의 뒷면을 볼 수 없었다. 지구에 아무리 성능이 좋은 망원경이 있다 해도 달의 뒷면은 볼 수 없었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가끔 지구에 출현하는(?) UFO(미확인 물체) 기지가 달의 뒷면에 있다는 소문이 날 지경이었다.
달뒷면은 1959년 10월4일 발사된 소련의 루나 3호가 처음으로 촬영했다. 이러한 일들은 우주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듯 외계를 탐험하는 우주선은 우주에 대한 지식, 즉 우주의 신비를 푸는데 필요한 많은 자료를 제공해준다.
초기 외계탐사의 주 대상이 달이었던 것은 달이 지구에 가까이 있었고, 또한 인간의 달 탐험에 대비한 많은 자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달 탐험에 대비하여 달로 발사된 무인우주선을 살펴보면, 옛소련이 루나 존드 등 모두 30회 발사하여 20회 정도 성공하였으며, 미국은 레인저 서베이어 루나오비트 파이오니어 등 모두 24회 발사하여 14회 성공하였다.
미국과 옛소련의 무인달탐사 위성의 특징을 살펴보면 미국은 아폴로 유인 달탐사를 준비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주로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할 후보지역을 찾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이에 필요한 각종 사진촬영 및 과학적인 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위해 달 주위에 우주선을 보내 달의 위성으로 만들거나 아니면 달의 표면에 직접 착륙시켜 사진 촬영, 토양 분석, 지질 조사 등을 실시하였다.
한편 옛소련은 유인 달 탐사가 취소되면서 무인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켜 달의 흙 샘플을 채취한 뒤 지구로 되돌아 오게 하거나 달에 조사용 무인 차량을 보내 달 표면을 조사하게 하는 등 사람이 달에서 할 일을 대신하도록 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미국과 옛소련에 이어 일본까지도 달에 우주선을 보내기도 하였다.
호먼궤도
태양계의 행성탐사는 달 탐사와는 달리 일반적으로 호먼궤도를 이용한다. 호먼궤도는 독일의 과학자인 월터 호먼(Walter Hohmann)박사가 '천체 도달의 가능성'이라는 논문에서 처음 발표된 궤도로 현대의 행성탐사의 기본 비행궤도로 이용되고 있다. 호먼궤도에 의한 행성탐사는 지구의 궤도와 가려고 하는 행성의 궤도중 서로 1백80도 되는 각각의 지점을 연결하는 태양을 중심으로 한 타원 궤도를 만들어 비행하는 것이다 (그림 1). 이러한 까닭으로 행성탐사는 가능한 시간이 한정돼 있는 것이다. 가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출발할 수 없는 것이다.
1962년 11월 1일 옛소련이 마르스(Mars)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이래 지난 88년 옛소련의 포보스(Phobos) 2호까지 화성탐사선은 모두 18회 발사됐다. 옛소련이 마르스(7회) 존드(1회) 포보스(2회) 등 10회, 미국이 마리너(6회) 바이킹(2회) 등 8회다. 그런데 옛소련은 10회의 발사에서 거의 모두 실패하였다. 미국은 8회의 발사중 6회에 걸쳐 성공하였다. 미국과 달탐사 경쟁에서 뒤진 옛소련은 화성탐사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야심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하였으나 실패를 거듭한 것이다.
붉은 별인 화성은 '붉은 별의 나라'인 옛소련에서 오는 우주선을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듯이 반갑게 맞이하지를 않았다. 그동안 많은 우주과학자들은 화성에 대하여 달 만큼이나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관측하고 연구하였다. 혹시 생명체라도 존재하지 않을까 해서였다. 망원경으로 지상에서 보면 전체가 붉은 색으로 보이며, 운하 같은 것이 보이기도 하고, 태양계에서 지구에 가깝게 있어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었다. 물론 금성도 지구에서 가까운 별이지만 태양에 가깝기 때문에 생명체가 존재하기에는 너무 뜨거운 별이었다.
이러한 까닭으로 우주과학자 천문학자들 이외에 일반인들도 화성탐사에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1964년 11월28일 발사된 미국의 마리너 4 호는 2백28일 동안 53억3천만㎞를 비행하여 화성으로부터 9천7백78.8㎞ 떨어져 지나가며 22장의 화성표면 사진을 찍어 지구로 보내는데 성공하였다. 이 사진 결과 화성의 표면도 달과 같은 많은 분화구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1971년 5월30일 발사된 마리너 9호는 1백69일 동안 여행하여 같은 해 11월 14일 오전 9시 2분 화성 근처에 도착한 후 역추진 로켓을 분사, 속도를 줄이면서 원지점 1만1천7백㎞, 근지점 1천3백50㎞의 화성 타원궤도에 진입했다. 인류가 다른 행성에 처음으로 인공달(위성)을 만든 것이다. 마리너 9호는 화성표면 전체의 70%를 6천장의 사진으로 찍어 지구로 보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지구에서 망원경으로 보면 2개의 점으로 보이던 2개의 화성 달 중 하나인 포보스(Phobos)의 사진을 찍는데 성공한 것과 강 혹은 운하처럼 생긴 화성표면을 자세하게 촬영한 것이 큰 수확이었다. 큰 고구마처럼 불규칙적으로 생긴 포보스에도 분화구가 있었던 것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화성의 주위에 인공위성을 만드는데 성공한 미국은 한걸음 더 나아가 화성에 직접 무인 우주선을 착륙시키기로 계획을 세워 1975년 8월20일과 9월9일 바이킹(Viking) 1호와 2호를 발사했다.
1976년 6월19일과 8월 7일 화성의 궤도에 도착한 바이킹 1호와 2호는 궤도 모선에서 분리하여 화성에 착륙하는데 성공하였다. 두 우주선은 화성에 착륙한 뒤 4년동안 4천5백 매 이상의 사진, 표면의 온도, 대기의 밀도, 바람의 속도 측정 및 토양 분석 등 수많은 실험을 스스로 진행하였고 그 결과를 지구로 송신하였다.
1986년 7월21일 바이킹 1호와 2호가 화성에 착륙한 지 10년후 바이킹 1,2호가 보낸 자료를 연구 분석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발표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 생명체 : 바이킹 1,2호가 착륙지점에서 수집한 흙을 분석한 바에 다르면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한 적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유기물질이 화성표면에는 없으나 땅속 깊은 곳에 존재할 가능성은 있다고 발표했다.
■ 표면 : 바이킹 1호는 여러 종류의 화산암과 먼지를 발견했으며, 바이킹 2호는 돌이 깔린 황갈색의 사막을 발견했다. 적회색 화성의 지질은 자력이 강하고 성분면에서 지구의 화산암과 비슷하다.
■ 대기권 : 엷은 층으로 된 화성의 대기권은 95%가 이산화탄소로 구성되며 나머지 중 약2.5%가 소량의 산소와 아르곤을 포함한 질소다.
■ 기후 : 바이킹호가 촬영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표면에 강과 무엇이 범람한 흔적이 나타나 있어 옛날에 화성의 기후 활동이 매우 활발했음을 추측케 하고 있다.
■ 기상 : 여름철 기온은 영하 32도~73℃ 이며, 겨울철은 영하 1백43℃까지 내려 간다. 바람은 시속 16㎞정도지만 가끔 시속 64㎞의 돌풍도 있다고 발표하여 생명체가 있었다는 근거라도 기다리는 사람들을 실망시키기는 했으나 아직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미국과 옛소련에서는 앞으로 많은 우주선을 화성으로 발사할 예정이다.
한편 1988년 7월10일 미국의 한 과학자가 바이킹 우주선이 찍어 보낸 사진을 자세히 분석하여 보니 문명의 흔적과 비슷한 것을 찾아냈다고 발표하여 흥미를 끌기도 하였다. 즉 화성의 사이도니아 지역에서 발견된 '사람 얼굴 형상'의 지형과 그 근처에 있는 '피라미드' 형상의 지형이 바로 그것인데, 우연히 생긴 지형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재미있는 지형이다(사진참조).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사람 얼굴 형상'은 상하 길이가 약 2.5㎞, 폭 2㎞ 정도이며, 코 끝까지의 높이는 약 4백m로 이집트의 스핑크스의 얼굴과 비슷하다. 또 이곳에서 남서쪽으로 20㎞ 떨어진 곳에는 4각이나 5각뿔 형태의 피라미드 구조물들이 여러개 있고, 한개의 피라미드 주위에는 직선의 성벽같은 것이 나타나 있어 더욱 흥미롭다. 과학자들은 이 구조물들이 어떤 문명의 흔적이거나 혹은 자연적으로 생긴 지형이라고 보고있다. 90년대 중반에 있을 화성탐사에서 좀 더 자세히 이 지역을 관찰해보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갈릴레오의 스윙바이 비행
미국은 1989년 10월 18일 목성 탐사 우주선인 갈릴레오(Galileo)를 우주왕복선 애틀란티스호에 실어 발사하였다.
갈릴레오는 목성 탐사를 위한 우주선으로 직접 목성으로 비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금성-지구-가스프라(Gaspra : 소행성)-지구-아이다(Ida : 소행성)-목성을 지나는 복잡한 궤도(그림2)를 비행하게 된다. 갈릴레오의 비행중 금성과 지구를 지날 때마다 지구의 중력을 이용하여 갈릴레오를 계속 가속시키는 스윙바이(swingby)라는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다.
비행경로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89년 10월 18일 금성으로 발사
▲1990년 2월 10일 금성을 지나감
▲1990년 12월 8일 지구를 스쳐 지나감
▲1991년 10월 29일 지름 16㎞의 소행성 가스프라 지나감(속도 초속 8㎞)
▲1992년 12월 8일 2차로 지구를 3백20㎞ 스쳐 지나감
▲1993년 8월 28일 지금 32㎞의 소행성 아이다(Ida)를 스쳐 지나감
▲1995년 7월 목성 표면 탐사용 탐색기 갈릴레오 우주선으로 부터 분리
▲1995년 12월 7일 탐색기 목성 도착
1조원짜리 갈릴레오 우주선은 그 동안 미국에서 만든 가장 비싼 외계 탐사용 우주선으로 1995년 12월 7일 목성에 도착하면 22개월 동안 목성을 10번정도 선회하여 목성 및 그 위성의 사진을 찍는 등 목성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외계 탐사용 우주선은 최첨단의 각종 실험 장치를 싣는 가장 발달된 인공위성이다. 우리나라도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국제 행성탐사 계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태양계 전체를 훑고 태양계 밖으로 나간 보이저 1,2호를 비롯 태양탐사선 율리시즈 등이 있으나 다음번에 소개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