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겨울잠의 신비 밝혀 인간질병 고친다

골다공증 신장장애 치료 새 방법으로 떠올라

 

동면중인 곰의 체내에서는 뼈가 계속 자라나며 요소는 단백질로 재환원된다.

 

동면중인 곰


매년 4월말이면 곰들은, 어빙의 단편 소설에 나오는 '립 반 윙클'(Rip Van Winkle)에 맞먹을 만큼 긴 잠을 자고 굴에서 어슬렁거리며 나온다. 거의 다섯달 동안 곰들은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대변이나 소변도 보지않는다. 아무런 영양섭취도 없지만, 쓸 데 없는 체력소모도 없이 매년 봄이면 비틀거리기는 해도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겨울잠을 자는 곰들은 포유동물에게는 아주 기본인 생리학적 법칙을 무시할 수 있는 것 같다. 인간이 다섯달동안 아무 활동없이 지낸다면 뼈가 위험할 정도로 가늘어지겠지만, 곰에게는 아무 해가 없다. 곰들은 1백일이상이나 그 큼직한 근육을 사용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동굴속에서 야윈 몸무게를 늘린다. 그리고 곰은 몇달동안 겨울잠을 자면서 소변을 보지않지만 몸에 요소가 축적되지 않는다. 요소는 단백질의 신진대사 결과 발생하는 유독성 폐기물인 셈인데 일반적으로 콩팥에서 제거된다.

최근 동면중인 곰의 내부 화학작용을 연구하는 한 과학자그룹이 이 곰들의 생존비결, 즉 재활비결을 밝혀냈다고 한다. 동면중의 곰들은 뼈가 약해지면서 나오는 물질들을 새로 뼈를 만드는 데 사용하고, 소변에서 나오는 폐기물로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골다공증과 콩팥장애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 곰에게서 밝혀진 화학작용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알려진대로 골다공증에 걸리면 뼈가 계속 약해지고 콩팥장애가 있으면 소변에 있는 유독물질이 축적돼 목숨이 위태롭게 된다.

최선의 환경적응 방법

"동면하는 곰을 연구할 기회는 일년에 한번밖에 없지만, 모든 연구는 천천히 진행시킬 수 있다." 20년간 곰의 생리를 연구해온 칼 재단의 연구책임자 랄프 넬슨박사의 말이다.

그는 "우리가 곰에게서 일어나는 새 뼈의 성장촉진작용을 재현할 수 있다면 인간에게 일어나는 뼈의 감소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콩팥장애가 있는 사람의 요소 재활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 투석장치가 필요없을 것이다"고 한다.

이러한 생화학 작용에 대한 단서를 찾기 전에도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곰의 겨울잠을 일종의 기적으로 생각해왔다. 겨울잠을 자는 대부분의 동물들은 체온을 현저히 떨어뜨려 동면중 영양섭취를 해야 할 필요성을 없애버린다. 이런 겨울잠을 깊은 동면(deep hibernation)이라 부르며 다람쥐나 북미산 마못같은 동물들은 이렇게 겨울을 보낸다. 그러나 곰들의 경우에는 체온이 아주 조금밖에 떨어지지 않으며, 하루에 4천cal의 열량을 소비한다. 마치 선(禪)가에서 수도를 하는 모습과도 비슷하다. 곰들은 어느 순간 침입자에 대항하기 위해 일어날 수도 있고, 새끼들을 옮기거나 돌보기도 한다.

"곰들이 새끼를 밴채로 몇달동안 굶을 수 있다는 것은 경이적인 일이다." 넬슨박사의 말이다. 인간은 단식중에는 임신을 유지하기 위한 호르몬조차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한다.

동굴에서 지내는 동안 필요한 것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곰들은 굴에 들어가기 전에 지방을 비축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이 지방을 동면중 아주 높은 효율로 사용한다.

"동면은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중 아주 놀라운 것이다." 몬태나 대학의 곰연구가인 크리스토퍼 서빈박사의 말이다. "곰이 즐겨 먹는 음식의 90%는 식물성이다. 그리고 북아메리카 대부분 지역에서는 겨울동안 이 먹이를 구할 수 없다. 따라서 곰들은 동굴속에서 겨울잠을 자는 것이다." 이런 지역의 곰들은 늦가을부터 3월 말이나 4월초까지 겨울잠을 잔다고 한다. 플로리다나 애리조나의 곰들은 겨울동안에도 먹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곰의 생화학작용에 대해 지금까지 밝혀진 연구결과는 대부분 넬슨박사가 잡은 세마리 곰으로부터 나왔다. 유피(U.P.) 카루소 알몬조라 불리는 이 흑곰들은 위스콘신과 미시건 주에서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혀 7년전 생포됐다. 의학박사인 넬슨박사는 곰들이 겨울잠을 자는 동안 어떻게 몸을 유지하는지를 이해하게 되면 인간의 질병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넬슨박사는 곰이 뼛속의 주요 무기물인 칼슘을 조절하는 독특한 기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 동면중과 동면후에 채취한 곰의 혈액 샘플에서 혈중의 칼슘 농도가 거의 변하지 않는 것을 알아냈기 때문. 이는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인간을 포함하여 다른 포유동물의 뼈는 오랫동안 하중을 받지 않으면 혈액속으로 칼슘이 흘러 들어가며 점차 가늘어지기 때문이다.

불용성 골다공증(disuse osteoporosis)으로 알려진 이 현상은 뼈를 만드는 세포와 뼈를 분해하는 세포사이의 불균형으로 생기지 않나 추측된다. 뼈는 이 세포들로부터 계속 만들어지고 분해돼가며, 정상적인 활동기간에는 이 세포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심한 운동을 오래 하고난 후에는 뼈의 생성이 분해보다 많아지게 돼 뼈의 무게가 늘어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안에는, 즉 예를 들어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뼈의 생성세포가 활동이 둔화되며 심지어 기능을 멈추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뼈는 쉽게 부러진다.

이렇듯 뼈가 가늘어지는 것은 오랜 기간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하는 환자들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반년동안 누워 지내면 뼈의 1/4이 줄어들며 무중력상태의 우주비행사들은 한달에 뼈의 2%를 잃는다. 깊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도 잠자는 동안 뼈가 줄어든다. 뼈가 줄어들면서 피로 흘러 들어가는 칼슘은 오줌으로 제거된다. 깊은 동면중인 동물들은 때때로 일어나 소변을 통해 칼슘을 방출한다.

그러나 오줌을 누지 않는 곰들이 혈중의 칼슘축적을 방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리고 봄에 겨울잠에서 깨어났을 때 수백 파운드나 나가는 거구를 지탱해야 하는 골격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방층을 효율적으로 이용

몇년전, 넬슨박사와 함께 연구하고 있는 정형외과의인 티모시 플로이드박사는 잡아온 세마리 곰에서 동면중인 여러 시기에 걸쳐 뼈 조직 검사를 실시해 어떻게 되는지를 알아봤다. 연구원들은 때때로 곰에게 해가 없는 두 종류의 형광물질을 주입해서 뼈에 축적되도록 했다. 새뼈가 만들어지면 뼈의 생체조직 샘플에 형광선이 나타나는 것이다.

뼈조직으로부터 알아낸 것은 곰들은 몇달 동안 움직이지 않아도, 그리고 동면중에도 뼈의 무게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곰의 뼈만드는 세포(osteoblast)는 곰이 훨씬 더 많이 움직이는 여름철의 뼈 성장률과 같은 속도로 뼈를 성장시키고 있었다. 뼈 골격의 한 부분에서 분해되어 흘러나오는 칼슘은 확실히 다른 곳의 새 뼈를 성장시키는 데 사용됐다.

연구원들은 동면중인 곰의 혈액에는 뼈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화학물질이 들어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이것을 열심히 찾고있는 중이라고 한다. 이들은 이것을 특허로 만들 생각이다.

이런 화합물이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뼈가 가늘어져 쉽게 부러지곤 하는 노인들을 생각해 볼 때 아주 큰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골다공증에 대한 몇가지 치료법이 있지만 이것은 뼈가 더 분해되는 것을 막아줄 뿐이고 새 뼈의 성장촉진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자신의 몸에서 만들어지는 요소를 다시 활용하는 능력 또한 포유동물 중에서 곰이 유일하다. 만일 인간이 며칠간 오줌을 누지않으면 혈액속의 요소농도가 높아져 결국 죽게 된다.

그러나 곰은 동면하는 동안 자기 몸을 지켜내고 있고 실제로 혈중의 요소농도는 올라가는게 아니라 떨어진다. 넬슨박사팀은 수많은 실험을 통해 이 수수께끼를 풀 실마리를 찾았다.

곰이 겨울잠을 자는 동안 곰의 방광에 카테터를 꽂아 조사한 결과 곰은 겨울동안 오줌을 아주 조금밖에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어쨌든 이 오줌은 방광에 차 있지 않고, 오줌에 포함돼 있는 요소와 질소는 방광벽을 통해 다시 흡수된다.

방광에서 사라지는 요소가 어떻게 되는 건지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원들은 방사능 분자를 포함하는 요소를 합성하여 동면중인 곰에 투입했다. 놀랍게도 방사능을 띤 요소는 사라지고 여러 종류의 단백질에서 방사능이 나타났다. 이런 단백질로는 혈액의 양을 조절하는 알부민과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이 있었다.

즉 동면중인 곰은 요소를 분리하여 단백질의 구성단위인 아미노산을 만드는 것이다. 이 놀라운 순환 프로그램에 필요한 에너지는 저장된 지방층에서 나온다. 연구원들은 곰이 체내에서 요소를 분해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일 것으로 믿고 있다.

인간은 신진대사결과 만들어진 요소의 25%를 창자에 있는 박테리아로 분해하여 새로운 단백질로 다시 사용하지만 나머지는 오줌으로 배출해야 한다. 그러나 동면중인 곰은 모든 요소를 다시 활용하고 나중에는 일부만 활용한다. 넬슨박사에 따르면 "겨울에는 곰이 요소를 만드는 속도보다 다시 활용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 그래서 이 동물은 동면을 시작할 때보다 끝낼 때가 단백질이 조금 더 많다"고 한다.

이런 순환 역시 인간의 치료에 응용할 수 있다. 신장장애가 있는 환자들은 신장에서 제거할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더 많은 요소가 체내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또 곰의 체내에서 이뤄지는 이 재순환 프로그램은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의 꿈이기도 하다. 한 넉달 잠을 자면 지방층이 없어지고 날씬한 몸매로 깨어나는 것이다.

한편 겨울잠을 자지 않는 북극곰들의 경우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도 재순환기능을 유지하고 있을 거라는 추측을 뒷받침해줄 증거들이 새로 나타나고 있다. 북극곰은 일년에 두세달 동안만 먹이를 먹고 나머지 기간은 부빙(浮氷)위에서 보낸다. 부빙위에서 지내는 동안 가끔 바다표범을 잡아 먹기도 하지만 그 때도 단백질이 풍부한 살코기는 버리고 지방층만을 먹는다.

넬슨박사와 공동연구중인 사스카치완대학의 램제이박사는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곰조차도 요소를 단백질로 전환시켜 체내의 단백질을 유지한다고 추측하고 있다. 줄어드는 단백질은 대부분 젖으로 분비된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2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엘리자베스 로젠탈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의학
  • 화학·화학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