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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스테롤의 정체

각종 성인병의 배후조정자

HDL과 LDL, 식물성 지방과 동물성 지방은 콜레스테롤의「선악」을 구분지어준다.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현재의 체중과 혈압이 어떤 눈금을 가리키는가를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간기능상태를 알려주는 GOT GPT(간의 활성을 나타내는 효소들)치와 그리고 혈중(血中) 콜레스테롤(cholesterol) 수치를 기억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사실 요즘같은 '성인병시대'에 살면서 혈중 콜레스테롤치에 대해 둔감한 것은 이만저만한 자기방치가 아니다.

콜레스테롤이라고 하면 무조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특히 낙농업자나 계란생산업자들은 악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일반인들도 그저 '건강에 해로운 물질'쯤으로만 생각해 막연한 거부감을 내비친다.

그러나 이것은 편견이다. 만일 콜레스테롤이 체내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를 제대로 알면 콜레스테롤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지방의 일종인 콜레스테롤은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들(60조개나 된다)의 '울타리'인 세포막을 만드는 재료중 하나다. 따라서 이것이 부족하면 튼튼한 세포가 되지 못한다. 또 콜레스테롤은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의 제조원료로 쓰이므로, 이 물질이 결핍되면 '남성다움'과 '여성다움'도 잃게 된다. 그리고 부신피질호르몬의 원료이기도 하므로 콜레스테롤의 부족은 막바로 스트레스와 질병에 대한 저항력 약화로 연결된다.
우리 몸이 필요한 콜레스테롤의 약 3분의 2는 간에서 합성된다(간은 하루에 1, 2g의 콜레스테롤을 만든다). 나머지 3분의 1 정도를 섭취한 음식으로부터 얻게 되는데 이것이 늘 문제가 되는 것이다.

나이가 어릴 때에는 왕성한 신진대사를 하기 때문에 콜레스테롤이 혈액 내에 남아있을 틈이 없다. 실제로 대변을 통해 매일 1~1.5g씩 빠져 나간다. 그러나 40대 이후에는 대사기능이 떨어져 혈액에 과잉잔류할 가능성이 커진다.


(표) 각 식품별 콜레스테롤 함량표


HDL과 LDL

이런 저런 이유로 혈중 콜레스테롤치가 높아졌다 할지라도 무턱대고 겁부터 낼 필요는 없다. 오히려 건강에 이로운 콜레스테롤도 있으므로 그 콜레스테롤이 어떤 분포를 가졌는가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이를테면 LDL(저밀도리포단백, Low Density Lipoprotein)과 HDL(고밀도리포단백, High Density Lipoprotein)의 비율을 따져보는 것이 급선무다.

몸안에서 콜레스테롤은 HDL과 LDL, 이 두종의 운반체를 타고 간과 혈액 사이를 옮겨 다닌다(LDL보다 한수 더떠 V(Very))자까지 붙은 '악당', VLDL이 있긴 하지만).

둘중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져 있는 HDL은 혈액내의 콜레스테롤을 간장으로 운반,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떨어뜨린다. 반면 '나쁜 콜레스테롤'로 통하는 LDL은 간장에 잘 저장돼 있는 콜레스테롤을 혈액으로 옮겨 와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높인다. 이 두 콜레스테롤 운반체의 정체는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사실 어떤 특정한 리듬이나 이유없이 LDL에서 HDL로, 또 HDL에서 LDL로 바뀌는 두 '변덕꾸러기'를 포착하기란 그리 용이한 일이 아니다.

아무튼 최근에는 혈액검사의 결과를 통보할 때 총콜레스테롤치와 HDL을 구별해 알려주기도 한다.

생체내에서 콜레스테롤이 어떤 일을 하는가는 19세기 말부터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무렵 독일의 화학자 에른스트 빈터스타인이 콜레스테롤의 화학적 구조를 연구했는데 그는 콜레스테롤이 공기중에서 오랫동안 순수한 물질로 남아있지 않음을 알아냈다. 수시간 내로 산소와 결합해 다른 물질로 변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

그후 1913년 러시아의 의학자 니콜라이아니츠코프는 토끼에 콜레스테롤을 먹여 동맥경화를 인위적으로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그로부터 몇십년이 지난 후 미국 보스톤의 병리학자 티모시 레리는 콜레스테롤에 관한 두가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중 하나는 콜레스테롤은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으므로 모두 음식물로 섭취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는데, 오늘날 이 견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져 있다. 다른 하나는 콜레스테롤을 다량 섭취하면 동맥경화에 걸리게 된다는 주장이었다.

지방섭취의 「마지노선」

최근 우리가 콜레스테롤에 대해 부쩍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아마도 우리의 식단이 점차 서양식으로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지방의 섭취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데 기인한다.

현재 우리의 지방섭취량은 총열량의 10%수준이다. 양으로 환산하면 1일 30g 정도(1g의 지방이 내는 열량은 같은 양의 단백질이나 탄수화물이 내는 열량의 약 두배인 9.45㎈이므로 우리가 하루에 쓰고 있는 열량중 몇 %를 지방으로 충당하고 있는가를 한번 계산해 보라). 아직도 서양인(총열량의 40%)에 비해 지방의 섭취가 훨씬 적은 편이지만 그 섭취량 증가속도는 괄목할만하다. 1969년의 지방섭취량이 16g이었는데 최근에는 30g 이상으로 조사되고 있으므로 20여년만에 두배 가까이 는 셈이다.

한국인의 지방섭취량이 현재 과다하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학자들간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재미의학자인 이상구박사는 지금부터 지방의 섭취를 줄여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서울대 의대 채범석교수(생화학)는 "지방섭취량이 총열량의 25% 수준에 이르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현시점에서 일부러 양을 줄일 필요는 없다"고 반박한다.

한국영양학회에서 펴낸 '한국인을 위한 식사지침'을 보면 '지방질은 총열량의 20% 정도를 섭취하라'고 기록돼 있다. 국민전체로 볼 때 총열량의 20%라면 아직 여유가 있으나 현재의 지방섭취량 증가속도를 봐 우리도 멀지않아 20%시대에 접어들 전망이다.

현재 미국은 그 '마지노선'을 우리보다 10% 높은 30%로 잡고 있다. 식품에서 얻는 총열량의 30%이상을 지방이 차지하게 되면 국민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것은 너무도 명백하기 때문에 30%를 최후저지선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 내의 지방을 성분별로 나눠보면 중성지방(triglyceride) 인지질 콜레스테롤 유리지방산 등이 포함된다. 여기서 90%이상을 차지하는 중성지방은 당질이나 단백질로부터 합성된다. 즉 설탕 등 당질을 많이 함유한 식품을 먹으면 혈중 중성지방치가 높아진다. 흔히 한국인과 일본인 등 동양인은 지방의 여러 성분중 콜레스테롤 섭취량이 서구인에 비해 적으나 중성지방의 섭취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범위를 좁혀 콜레스테롤에 대해 알아보자.

의료보험관리공단이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혈중 콜레스테롤치는 1980년의 1백68㎎/㎗(이하 단위생략)에서 1988년에는 1백86으로 높아졌다고 한다. 또 다소 염려스러운 2백10 이상자는 80년의 9%에서 88년에 23%로 상승했다. 그리고 다른 통계에는 심장병발생 위험군이라 할 수 있는 2백40 이상자가 전체조사대상자의 1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미국은 20%).

물론 이 통계들이 한국인의 현재의 평균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완전히 반영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우선 조사대상인원이 적고 혈중 콜레스테롤치의 측정방법이 조사기관마다 약간씩 차이가 나 통계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

이렇게 기초적인 통계조차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어느 정도의 콜레스테롤치면 안심해도 된다'고 딱 떨어지게 말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의사에 따라 콜레스테롤의 적정치가 조금씩 달리 표현되는 실정이다.

미국의 NCEP(국립콜레스테롤교육프로그램위원회)는 최근 2백 이하의 혈중 콜레스테롤치가 바람직하다고 발표했다. 그들은 2백~2백39까지를 고(高)콜레스테롤혈증(혈중 콜레스테롤치가 기준치보다 높아져 어떤 증상을 구체적으로 나타내기 시작하는 상태)의 경계선, 그 이상을 고콜레스테롤혈증에 걸린 상태로 보았다. 아울러 경계부위에서는 식이요법만으로도 상태가 호전될 수 있으나 2백40이 넘어가면 식이요법을 1차로 해 보고 효과가 없으면 약물요법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미국인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보다 20 정도 낮으므로 바람직한 수준은 1백80, 치료를 요하는 수치는 2백으로 봐야 한다."

연세대 의대 이웅구교수(심장내과)의 말이다. 어쨌든 한국인의 콜레스테롤 기준치는 마땅히 미국인의 그것보다 낮아야 한다는 것이 국내 의료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채식에 오래도록 적응된 체질이나 식사습관을 갑작스럽게 바꿔 과다한 육류섭취를 하면 마치 급체하듯이 덜컥 콜레스테롤의 '심술'에 걸려들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NCEP는 20세 이상의 성인은 매 5년마다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점검해야 한다고 권한다. 물론 수치가 2백 이상인 사람은 매년 콜레스테롤치를 체크해야 한다.

그런데 국내사정은 너무도 딱하다. 혈중 콜레스테롤 기준치도 설정돼 있지 않을 뿐더러 신체검사나 건강진단을 실시할 때 아예 검사항목에서 빠져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신체검사나 건강진단시 콜레스테롤 측정을 의무화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5년마다 한번씩은 점검해야

혈액 내에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이 정상치보다 많이 포함된 상태를 가리켜 고지혈증이라고 한다. 따라서 고콜레스테롤혈증도 고지혈증에 포함되는데 이것은 그 자체가 병이라기보다는 뇌졸중 동맥경화 심장질환 피부지방침착증 췌장염 등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89년에 서울 고려병원에서 1만2천7백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고지혈증으로 간주할 수 있는 사람은 조사대상의 37.8%였다고 한다. 의사들도 우리나라 성인의 약 40%가 고지혈증세를 갖고 있다는데 대체로 동의한다.

경희대 의대 내과 최영길교수는 "고지혈증의 증세는 팔다리가 차가워지고 저리는 정도이므로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이처럼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으므로 동맥경화 등보다 심각하고 구체적인 이상이 생겨야 비로소 자신이 고지혈증 상태임을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얘기한다.

운좋게 일찍 고지혈증을 발견하면 막바로 식이요법에 들어가야 한다. 그 기간은 최소 6주 이상이어야 어떤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때 적당한 운동을 곁들이면 더욱 효과적이다.

혈중 콜레스테롤치가 높아지면 우리 몸이 '사통팔방'으로 탈을 일으키기 시작하는데 항상 그 로터리에는 동맥경화가 자리잡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경희대 유동준교수(예방의학)는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병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연결돼 각종 심장질환 뇌질환 신장질환 등을 유발한다"고 풀이한다.

원래 우리의 동맥은 매우 탄력있는 조직이다. 그런데 동맥의 내부에 콜레스테롤 등이 쌓이게 되면 노란 덩어리가 생기는데 이것은 콜레스테롤을 비롯해 인지질 칼슘 등이 축적된 것이다. 이 노란 덩어리는 점차 단단해져 플래크(plaque)라 불리는 섬유상의 덩어리가 된다. 이 상태에서 다시 시간이 흘러 플래크의 수가 많아지면 동맥은 탄력성을 완전히 잃고 만다. 이렇게 동맥이 섬유화 석회화의 길을 걸으면 원래의 동맥벽과 혈관이 직접 접촉하기도 어려워질 뿐더러 동맥의 내경도 점점 좁아져 혈액의 이동이 힘들어진다. 동맥이 정상일 때는 '4차선 도로'를 질주하던 혈액이 동맥경화로 인해 '1차선 도로'를 달리게 되면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과영양 특히 지방의 과잉섭취와 고혈압 비만 그리고 운동부족이 겹치면 영락없이 걸리게 돼 있는 동맥경화가 일단 자리잡은 뒤에는 원칙적으로 완전한 복구가 불가능하므로 치료보다 예방에 역점을 둬야 한다.

동맥경화를 예방하려면 두말할 나위없이 그 원인부터 제거해야 한다. 우선 지방섭취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굳이 지방질 음식을 계속 먹기를 원하면 식물성지방 2에 대해 동물성지방 1의 비율로 섭취해야 한다. 체중도 가급적 줄이는 것이 좋다. 국제심장병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체중 10%를 빼면 혈중 콜레스테롤치는 11이 떨어지고 혈압도 현저히 낮아진다고 한다.

또 미국 매사추세츠주 프래밍햄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체중의 증가가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아본 결과도 결국 같은 양상을 보여주었다. 혈중 콜레스테롤치 및 중성지방치 그리고 혈압의 동반상승을 나타낸 것.

뚱뚱한 서양인 가운데 담석증환자가 많다는 점도 비만과 콜레스테롤의 관계를 짐작케 한다. 서양인의 몸에 생긴 담석은 대개가 콜레스테롤이 엉켜서 형성된 것인데 일반적으로 비만→콜레스테롤 증가→담석증 발생의 수순을 밟는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제 쇠고기 돼지고기 등 동물성 지방이 다량 함유된 식품을 제법 많이 섭취하고 있다. 사진은 국내의 한 도살장인데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이 없다.


동맥경화가 심장질환 뇌질환 불러

엄밀히 말해 동맥경화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몸의 동맥 어디에서나 생길 수 있다. 그렇더라도 그 결과가 치명적이고 중대한 곳을 꼽으라면 심장과 뇌의 동맥에서 생긴 동맥경화일 것이다.

심장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동맥을 관상동맥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 동맥경화가 일어나면 심근경색 협심증 등 치사율이 매우 높은 심장질환으로 발전할 소지가 크다. 즉 관상동맥경화가 생기면 관상동맥이 좁아져 심장으로 가는 혈액의 흐름이 방해를 받게 되므로 심장을 움직이는 심근(心筋)에 산소와 영양분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 그러면 관상동맥과 심근의 기능은 점차 떨어지고 노폐물은 혈관내에 계속 쌓이게 된다. 그러다가 혈관이 완전히 막혀 피가 흐르지 못하게 되면 심근이 죽는다. 아울러 심장도 끝장난다.

이것이 악명높은 심근경색이다. 관상동맥에 액체상태로 있어야 할 콜레스테롤이 너무 많아져 죽(粥)같이 엉켜 혈액순환을 막으므로 죽상경화증이라고도 한다.

미국인의 사인중 첫번째로 꼽히는 질환인 협심증은 심근경색의 아우뻘이다. 이를테면 동맥경화로 좁아진 관상동맥 혈관의 구멍을 혈전(혈액내의 혈소판이 응집해 생긴 핏덩어리)이 잠시 막아버려 일시적인 혈액공급 중단현상이 나타난 것을 협심증이라 한다. 만약 관상동맥의 혈관구멍이 정상적인 '4차선도로'였다면 혈전 쯤은 가볍게 통과시켰을테지만 동맥경화로 인해 '1차선도로'가 됨으로써 '대형트럭'(혈전)이 지나가다 옴쭉달싹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미국의 영양학자 스탬러박사는 콜레스테롤과 심장병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7천명의 미국인을 10년간 추적했다. 그는 혈중 콜레스테롤치에 따라 조사대상인원을 5그룹으로(각각 같은 수로) 나눴는데 최저치 그룹중 91명이 조사기간중 심장병에 걸렸고, 최고치 그룹은 1백88명이나 심장병으로 고생했다.

1979년 프래밍햄에서 실시된 유명한 역학조사의 결과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 혈중 콜레스테롤치가 2백60 이상인 중년의 경우, 2백 이하인 중년에 비해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6배나 크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질병까지 선진국 닮아가고

다음으로 동맥경화가 뇌동맥에 생긴 경우. 우리나라 사람의 사망원인중 가장 빈도가 높은 질환중 하나인 뇌졸중을 크게 둘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뇌출혈이고 다른 하나는 뇌경색 또는 뇌색전이다.

뇌의 미세한 세포가 터지는 뇌출혈이 현재까지는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여러나라에서 뇌졸중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동양인의 식단이 점차 서구화되고 있는 만큼 멀지않아 뇌경색이나 뇌색전의 발생비율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장차는 뇌졸중의 주종도 동양형에서 서양형으로, 다시 말해 출혈형에서 경색형(막히는 형)으로 옮겨갈 것이 뻔하다. 미국 등 선진국의 음식을 제나라 먹거리보다 좋아하다 보니 이제는 질병의 양상까지 닮아가고 있는 셈이다.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좌우하는 이른바 콜레스테롤 식품(그 안에 포함된 콜레스테롤의 양은 ㎎/1백g, 즉 해당식품 1백g에 몇 ㎎의 콜레스테롤이 들어있느냐로 나타낸다. 이하 단위생략)의 섭취량 조절은 콜레스테롤과 관련된 질환들을 극복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잘 알다시피 동물성 지방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 있다. 또 알류(계란 메추리알 연어알 대구알 청어알) 간류(소간 돼지간) 오징어류 내장류 갑각류(조개 게 새우) 유제품(소시지 버터 베이컨) 등에도 다량 함유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씹을 때 고소한 맛을 내는 식품의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표적인 콜레스테롤식품으로 꼽히는 계란 노른자 1백g에는 콜레스테롤이 1천3백10㎎이나 들어 있다. 이는 같은 양의 생선보다 20~1백배 높은 수치다. 따라서 계란을 1주일에 2, 3개 이상 먹으면 금세 콜레스테롤 과잉상태가 된다.

콜레스테롤의 주공급원인 동물성지방에는 '나쁜 지방산'인 포화지방산이 많아 신체에 2중부담을 안겨준다. 반면 해바라기기름 옥수수기름 잇꽃기름 참기름 대두유 아마인유 등 식물성지방은 콜레스테롤을 적게 함유하고 있을 뿐더러 '좋은 지방산'인 불포화지방산 함량도 높아 이래저래 일거양득.

그래서 미국연방정부 권장식사지침에는 "지방은 하루에 섭취하는 총칼로리량의 30% 미만으로, 그중 포화지방산은 총칼로리량의 10% 이하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명기돼 있다. 이를 풀이하면 포화지방산 10%, 불포화지방산 20% 비율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미국인은 현재 평균잡아 매일 5백50㎎의 콜레스테롤을 섭취하고 있다. 그들은 이런 과다한 하루 섭취량을 3백㎎ 이하로 낮출 것을 권유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권장기준치인 하루 3백㎎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린다. 마땅히 2백~2백50㎎으로 권장기준치를 더 낮춰야 하는데 낙농업자 달걀생산업자들의 로비에 밀려 형편없이 높게 잡아줬다는 것.

다행히 우리는 식물성지방을 선호하는 민족이므로 불포화지방산이 제공하는 각종 '시혜'를 입고 있으나 여기에는 한가지 조건이 따른다. 불포화지방산이 산소와 결합, 과산화지질이 되는 반응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반응을 차단하는 항산화물질이 반드시 함께 존재해야 한다. 예로 곡물의 배아나 씨앗에는 식물성지방이 많은데 그안에 항산화제인 비타민E와 셀레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에 유익한 것이다.

명절 때 기름집에서 참기름짜는 광경을 한번 떠올려 보라. 깨를 눌러서 짜면 항산화물질이 참기름에 섞여 나오므로 그 참기름은 영양적으로나 위생적으로나 훌륭한 식품으로 간주할 수 있다. 하지만 공업용으로 정제된 식용유가 그만큼 몸에 좋을까는 의문이다. 제조공정상 자연적인 항산화물 대신 합성 항산화제가 첨가되기 때문이다.

만약 항산화제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어서 불포화지방산이 산소와 결합하면(산화되면) 과산화지질이 생성되는데, 이 산화물은 동맥경화 간장질환 신장질환 암 노화의 원인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식물성 지방도 선별섭취해야

서울의대 채범석교수는 "라면 등에 들어있는 팜유 야자유 등 식물성지방은 상온에서 고체인 포화지방산이 돼지기름보다 더 많이 들어 있다. 따라서 식물성지방이라도 선별적으로 섭취해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시킨다.

한편 필수지방산(사람의 몸안에서 만들어지지 않거나 극히 소량 생성되기 때문에 음식을 통해 공급해야 하는 지방산)은 식이성 콜레스테롤의 배설을 도와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낮추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예컨대 필수지방산의 하나인 리놀렌산은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저하시켜 주므로 적당량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리놀렌산이 많이 함유된 식품으로는 옥수수기름 콩기름 등이 꼽힌다.

한편 콜레스테롤의 함량은 비록 높지만(64㎎/1백g) 굴을 먹는 것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 굴은 HDL을 높여주고 LDL을 낮추는 장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술도 너무 폭음하지만 않으면 괜찮다. 많은 양의 술을 마시면 두말할 나위없이 혈중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치를 상승시키지만 하루 20g 정도의 알코올은 오히려 HDL치를 높여준다. 즉 소주 2잔 또는 맥주 1병 정도는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그리 악화시키지 않는다는 얘기다.

반면 식물성이라서 콜레스테롤 함량이 극히 적은 것으로 알려진 마가린(0~2㎎/1백g)이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크게 상승시킬 수 있다는 연구보고도 나와 있다. 영국의 의학전문지 '뉴 잉글랜드 의학 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근호에 따르면 제조공정중에 수소가 첨가되면 그런 마가린은 HDL치를 낮춰 혈중 콜레스테롤치의 상승을 초래할수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HDL을 높여주고 LDL을 낮추는 영양물질로는 비타민E 비타민C 셀레늄 리놀렌산 레시틴 EPA 등이 꼽히고 있다.

등푸른 생선과 대두 들깨 등에는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낮춰주는 것으로 알려진 영양물질인 EPA와 레시틴이 들어 있다.
 

동물성 지방식품의 섭취량이 적고 대신 식물성 지방식품을 즐기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동맥경화에 걸리는 일은 거의 없다.


야생동물은 콜레스테롤치 낮아

아무튼 불포화지방산이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감소시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밖에도 야채류에 다량 함유된 섬유소가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다소 떨어뜨린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 아직 실제로 사람에 적용해보진 않았으나 동물실험결과, 섬유소의 일종인 사과의 펙틴이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현저히 낮추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요구르트가 콜레스테롤치를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돼 있으나 학자들의 의견일치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그런가 하면 운동요법도 효과적인 콜레스테롤 대책의 하나로 꼽힌다. 원로 생화학자인 성낙응박사는 "조깅과 같은 산소호흡운동이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낮출 개연성은 아주 높다. 그러나 운동이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치료에도 효과적인가는 아직 미지수"라고 밝혔다.

수년 전 미국 스탠퍼드연구소에서 행한 조사결과도 성박사의 말을 뒷받침한다. 9개월 이상 하루에 1마일의 거리를 달리면 HDL과 LDL의 구성비가 바뀐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물론 HDL이 높아지고 LDL은 낮아졌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관상동맥질환의 발병률이 25~30% 감소한다고 한다. 운동을 열심히 하면 음식으로 섭취한 콜레스테롤이 에너지원으로 다 소모되므로 미처 동맥혈관 내벽에 달라붙을 틈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야생동물의 혈중 콜레스테롤치가 높지 않은 까닭도 온종일 세차게 운동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성인 뿐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의 혈중 콜레스테롤치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우리의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이 성인병에 걸리는 사례가 현저히 늘고 있다. 대도시의 아파트촌을 중심으로 그 발생빈도가 증가일로에 있는 어린이 비만과 어린이 당뇨병이 그 단적인 예다. 이미 우리나라 어린이의 8.9%가 어린이 기준의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초과하고 있다. 선진국 어린이들의 약 10%가 콜레스테롤 위험상태를 보이고 있는데 우리도 그 수준에 거의 육박한 것이다.

본격적으로 조사된 통계는 아직 없지만 관련학자들은 우리 청소년의 혈중 콜레스테롤치가 예사롭지 않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공식품 특히 지방질이 많은 라면 햄버거 등을 즐겨먹고 열량이 높은 과자류나 청량음료에 탐닉하고 있다는 것이 그 추측근거다. 게다가 지나친 수험경쟁으로 운동부족 상태이므로 콜레스테롤이 체내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은 무척 크다. 학자들은 연령이 낮아도 콜레스테롤 함유식품을 다량 섭취할 경우, 동맥경화 등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톨릭 의대 맹광호교수(예방의학)는 "콜레스테롤을 지식으로만 알고 있을 뿐 실제적인 건강행동에 적용하는 사람은 적다"고 국내의 현상황을 지적하면서 이런 현상을 '콜레스테롤 불감증'이라고 꼬집었다.

사실 한국인의 사인중 심장병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년 증가추세다. 반면 미국인이 심장병에 걸리는 사례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저지방 저칼로리 저콜레스테롤을 지향하는 이른바 3저 식품이 미국내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데, 우리는 뒤늦게 고지방 인스턴트식품에 빠져 고유의 입맛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무척 안타깝다는 것이 콜레스테롤 관련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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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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