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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외와 공포의 대상이었던 불이 차츰 순화돼 인류의 「친구」가 되기까지

문제

(1) 인류가 불을 언제 쯤부터 사용하게 됐는지 정확한 역사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휠씬 전의 일이다. 예를들면 주구점에서 발견된 북경원인은 벌써 50만년 전에 사용했던 흔적을 남기고 있다. 심지어는 1백만년 전의 원시인류들이 살았던 지역(남아프리카)에서도 불을 사용한 흔적을 찾을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불의 사용은 인류의 역사를 시작하는 위대한 첫걸음이었다. '인류가 처음으로 어떻게 불을 발견했을까'라는 주제로 토론이 벌어졌다. 다음 네 발표자의 의견 중에서 가장 불확실한 것은?

① 궁금이 : 인간이 최초로 만났던 불은 벼락이 나무에 떨어져 붙은 불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을 보고 처음엔 겁을 잔뜩 먹었을 것이다.
② 알쏭이 : 불은 프로메테우스가 하늘에서 훔쳐온 것이다. 그 때문에 카프카즈산에서 독수리에게 그는 간을 쪼이는 벌을 받았다.
③ 달쏭이 : 화산폭발에 의한 자연 발화가 불에 대한 첫경험이었을 것이다.
④ 칠칠이 : 자연적으로 생긴 천연가스 등이 뜨거운 태양열로 점화될 수 있다. 이무튼 자연발화로 처음 불이 난 게 틀림없다.
 

북경의 주구점유적에서 발견된 불에 탄 동물뼈와 식물열매
 

(2) 많은 학자들은 "인류는 나무를 비비는 방법으로 불을 만들기 시작하지 않았을까"라고 상상하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도 뉴기니와 아프리카 오지에서는 나무를 마찰시켜서 불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는 대개 2백60℃에서 발화되므로 마찰을 통해 그 온도까지 올리는 것은 비교적 무난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궁금이네 가족은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러 등산을 갔다. 꼭대기까지 단숨에 올라간 궁금이는 엄마에게 밥을 해 먹자고 졸라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버너를 꺼내 설치하는 순간, 성냥을 가져 오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하는 수 없이 온가족이 흩어져 불을 피우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불을 피울수 있는 사람은?

① 아빠 : 튼튼한 마른 나뭇가지를 구해 뾰족하게 깎은 뒤, 나무판에 야삽으로 홈을 판다. 그런 다음 그 곳을 두 손바닥으로 힘차게 돌리면 된다.
② 엄마 : 부싯돌로 부시를 쳐서 불꽃을 만든 뒤 부드럽고 건조한 풀에 옮겨 붙이면 된다.
③ 궁금이 : 아빠가 만든 뾰족한 나무에 운동화끈을 한번 감은 뒤 양끝을 잡고 교대로 당기면 더 쉽게 불을 피울 수 있다.
④ 달쏭이 : 얼음을 깎아 볼록렌즈를 만든 후 태양광선을 모아 마른 풀에 쬐면 불을 피울 수 있다.

(3) 불을 피우는 방법에는 세가지가 있다. 부시와 부싯돌을 부딪쳐 만든 불꽃을 부싯깃에 떨어뜨리는 타격법, 나무에 홈을 판 뒤 그곳에 나무막대를 넣어 돌리든지 비빔으로써 그 마찰열로 나뭇가루가 타게 하는 마찰법, 대나무 깡통에 꼭맞는 피스톤을 넣고 통바닥에 부싯깃을 넣은 후 갑자기 압축하면 발생하는 열로 불을 붙이는 압착법이 그것이다. 이중 가장 손쉬운 타격법이 먼저 사용됐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마찰법이 먼저라고 한다. 그 이유로 적합한 것은?

① 아빠 : 부싯돌로 적합한 돌을 찾아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
② 엄마 : 돌이 부딪쳐서 생기는 불꽃은 너무 작아서 순간적으로 끝나버리기 때문기 힘들었기 때문
③ 궁금이 : 쉽게 불붙을 수 있는 부싯깃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
④ 알쏭이 : 돌이 쉽게 깨지거나 닳아서 자꾸 바꿔야 했기 때문

(4) 불의 사용처는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인류가 발견한 불의 최초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① 아빠 : 불은 발견초기에 먼저 신앙의 대상으로 다뤄졌을 것이다.
② 엄마 : 불은 뭐니뭐니 해도 맛있는 음식을 조리하는 데 이용했을 것이다.
③ 궁금이 : 불은 먼저 추위를 이겨내는 장작으로 많이 이용됐을 것이다.
④ 알쏭이 : 불은 무서운 어둠을 밝히는 일에 먼저 사용됐을 것이다.

(5) 성냥의 발명은 인(P)의 발견이 계기가 되었다. 공기에 닿으면 자연발화하는 황린의 성질을 이용, 최초의 성냥을 만든 것이다. 최초의 흰 인(황린)성냥은 1832년 독일의 칸 멜러와 1827년 영국의 J.워커가 각각 따로 발표했다. 한편 염소산칼륨과 유황을 섞은 발화약을 바른 뒤 이것을 진한 황산에 적시면 안전하고 편리한 침적성냥이 된다. 1848년 독일의 R.뵈트거가 붉은 인 안전성냥을 발명했는데 이것을 실용화한 사람은 스웨덴의 리엔드스트롬이다. 그는 1866년 성냥갑의 측면에 붉은 인과 모래를 발라두고 거기에 성냥개비를 비벼서 불을 켜는 방법을 개발했다.
다음의 성냥에 대한 이야기 중 잘못 말한 것은?

① 흰 인성냥은 불붙이기에는 편리했지만 그 자체가 독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위험했다.
② 흰 인성냥은 성냥개비 머리에 유황을 칠한 뒤, 그 위에 약간의 흰 인을 묻혀 놓은 것이다.
③ 침적성냥은 염소산칼륨을 미리 묻혀둔 뒤 그것을 붉은 인에 비벼 불을 붙이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④ 흰 인보다 붉은 인을 사용하면 발화점이 낮고 독성도 없어 안전한 성냥을 만들 수 있다.
 

화산폭발로 발생한 불은 아마도 공포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정답

(1) ② 인간이 불을 이용하게 된 것은 자연발화된 불을 보고 처음에는 공포를 느꼈으나 차츰 두려움을 무릅쓰고 불 가까이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벼락맞은 나무에 불이 붙는다든지 화산을 자주 볼 수 있는 지역에서는 그런 방법으로 접근이 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조로아스터교의 발상지는 유전지대였으므로 천연가스의 불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알쏭이의 이야기는 그리스신화에 의한 것이므로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다.

(2) 답은 '잘 만하면 전부 피울 수 있다'이다.
아빠의 의견은 아프리카의 '부싯막대 방법'이다. 즉 마찰에 의해 나뭇가루가 생기고 그 마찰열로 불을 붙이는 방법이다. 엄마는 '타격법'을 이용한 것으로 조선조 말 보부상들이 흔히 사용했던 방법이다. 궁금이의 발화술은 마찰법이 발전된 형태이고, 알쏭이의 발화법은 실제로 보이스카웃에서 활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3) ② 얼핏 생각하면 타격법이 마찰법보다 더 쉽기 때문에 먼저 이용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나무를 비벼서 불을 낸다는 것은 숙련된 기술자가 아니면 연기를 내는 것조차도 어렵다. 그러나 원주민들은 마찰법으로 10초 이내에 불을 붙인다. 그럼 왜 타격법을 한발 늦게 이용하게 되었을까. 직접 해 보면 알 수 있듯이 돌만 부딪쳐서는 불꽃을 일으키기 어렵다. 부싯돌끼리 쳐서 불꽃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너무 작은 불꽃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꺼지고 만다. 그러나 강철을 사용하면 작은 쇳가루가 생길 때 공기에 닿아 연소하면서 높은 온도의 불알갱이가 되므로 불 붙이기가 쉬워진다. 부싯깃으로는 대개 부들풀 이삭의 부드러운 털, 소와 낙타의 똥을 말려 굳힌 것 등을 이용했다.

(4) ① 고대 사람들은 어느 민족이든 태양을 숭상했다. 어떤 생물도 태양 빛을 받지 않으면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처음 발견한 불은 그것을 이용하기에 앞서 경외의 대상이었다. 힌두교의 이구니신, 영국의 스톤헨지, 잉카제국의 거대건축물들을 봐도 당시 사람들이 태양신앙을 갖고 있었음을 나타내 준다. 인도의 힌두교에서는 아직도 불을 신성시, 화장풍습을 지키고 있다.

(5) ③ 염소산칼륨을 묻혀두고 그것을 붉은 인에 비벼 불을 붙이는 것은 붉은 인 성냥의 원리다. 침적성냥은 염소산칼륨과 진한 황산을 사용, 염소산칼륨이 진한 황산과 섞일 때 폭발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이 성냥에 불편했던 점은 액체인 진한 황산을 갖고 다니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게다가 진한 황산은 위험하기 짝이 없었을 뿐더러 습기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오래되면 묽어져서 사용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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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현종오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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