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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지내는 것이 최상

발(足)의 재조명

26개의 뼈로 구성돼 우리 몸을 지탱해 주며 걷거나 뛸 때는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해 주는 발. 이를 소중히 여기질 않아 '발병'이 나는 경우가 많은데…

'발바닥 인생'이란 말이 있듯이 발은 우리 몸의 제일 밑바닥에서 누구든지 싫어하는 그야말로 발바닥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발 없이 걸을 수 없다. 그런데도 발은 별로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고 오히려 멸시당하고 있다. 하루 종일 냄새나고 어둡고 습기찬 신발 속에서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이 우리 몸을 사뿐히 들고 이리저리 옮겨 주는 발에 고마움을 나타내지 않으면 멀지않아 발병이 날지도 모른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 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차차 늘어가는 듯하다. 발은 우리가 운신하는데, 즉 걷거나 뛰는데 1차적으로 중요한 부위다. 발을 다쳤다거나 발목을 삐었을 때 불편함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그 옛날 인간이 네발로 걸었을 때는 손과 발의 구별이 없었으나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두 발로 서서 걷게 됨에 따라 손과 발의 기능이 달라지게 됐다. 손은 '제 2의 두뇌' 라고 일컬을 정도로 많은 일을 하고 인류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해 모두가 손에 큰감사를 느끼며 많은 찬사와 더불어 아끼고 위한다. 그러나 실제로 손이 그런 역할을 하게 된 이면에는 말없이 꾸준히 뒤에서 수고한 발의 역할이 크다. 원래 같은 처지에 있었으나 모든 영광을 손에게 양보하고 많은 시간을 사방에서 오는 압력 속에서 고생하고 있는 것이 발이다.

편평족이 허리 아픈 이유

해부구조로 보면 네발 동물과 사람은 손보다도 발에서 더 큰 차이가 난다. 사람의 발은 26개의 뼈로 구성돼 있고 그외 관절이나 연한 조직들이 잘 연결돼서 엄청난 무게가 나가는 몸을 버틸만큼 튼튼한 받침대 기능을 한다. 또한 우리가 걷거나 뛸 때처럼 우리 몸을 앞으로 미는 추진력을 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 외에 동물과 다른 면은 사람의 발은 물건을 잡아 쥐는 기능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필요없게 된 것이다.

우리 발은 앞뒤 방향 그리고 옆 방향으로 오목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를 '궁' '아치'라고 부른다. 이 궁이 없으면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편평족' 혹은 '납작발'이 된다. 반대로 너무 많으면 발등이 높이 올라 오는 보기 흉한 발이 되고 납작발과 더불어 보행시 문제가 생기기 쉽다. 적당한 궁이 있어 탄력을 유지하면 우리가 걷거나 뛸 때 발에서 충격을 흡수할 수 있어 무릎이나 허리를 보호한다.

납작발을 가진 사람들이 자주 허리가 아픈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리고 추진력이 약화돼 뜀뛰기가 어렵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주 모래사장에서 걷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맨발로 지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발 건강이 양호한 편이었는데 요즘은 신발을 신고 있는 시간이 차차 길어져 서양 사람들한테 자주 생기는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가능하면 신발은 단시간 착용함이 바람직하다. 꼭 죄는 신발을 오랫동안 신으면 발의 모양이 변하기도 하고 신발의 압력과 마찰로 인해 피부가 두꺼워지거나 티눈이나 못이 박히게 된다.

티눈이나 못은 주로 발 앞부분에 잘 생기는데 엄지 발가락과 새끼 발가락에서 더 자주 본다. 이를 칼로 베어내거나 살을 녹이는 약으로 빼내는 것이 보통인데 때로는 더 악화될 수도 있으므로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여자들은 굽이 높은, 앞이 뽀족한 구두를 선호하는데 이 때문에 발은 구두의 앞 부분으로 쓸리게 되고 오래되면 엄지 발가락이 둘째 발가락쪽으로 휘어지며 관절염 증세가 나타난다. 일찍부터 굽 높은 하이힐 구두를 신어왔던 서양 여자에게서는 이 변형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할머니와 중년 부인에게서 꽤 나타난다. 이 경우에는 좀 보기 흉하나 굽이 낮고 폭이 넓은, 발이 편한 부드러운 신발을 착용해야 하며 심하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발에 맞는 신발을 신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나 발에 맞는 신발을 구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구두점에서 보면 신발의 크기가 주로 길이를 중심으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구두의 폭도 여러 가지로 나오는 것이 더러 있다고 하니 열심히 찾아 보면 길이와 폭이 알맞는 것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꼭 끼는 신발을 신다 보면 발톱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발톱과 그 주위의 피부가 서로 자극해 붓기도 하고 염증을 일으킨다. 경우에 따라 발톱이 양쪽 끝에서 굽어져 살을 파고 들어가며 또한 염증을 일으켜 보행이 힘들어진다. 이는 발톱을 동그랗게 짧게 자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발톱을 자를 때는 가능한한 모서리가 직각에 기깝도록 하고 너무 바짝 짧게 깎지 않는 것이 좋다. 자꾸 재발하면 간단한 수술을 받으면 된다.
 

잘못된 발들의 모양
 

발에 맞는 신발

요즘 젊은이들은 운동을 좋아한다. 그리고 전문적으로 많은 양의 뜀뛰기를 하는 사람도 많다.

이때 굉장한 압력이 발로 가기 때문에 발 주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피부에 물집이 생길 수 있고 발가락 및 발톱 주위에 멍이 들기도 하며 때때로 발바닥이나 뒤꿈치에 통증이 온다. 우리 몸에서 제일 크고 힘이 센 아킬레스건 주위의 염증이나 또 그 주위의 점액낭에 염증이 생겨 운동하는데 지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알맞는 양의 운동과 꽉 끼지 않는, 탄력이 좋은 신발 사용이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피로한 발인데도 강행군을 시키면 '피로골절'이라고 해 발 안에 있는 뼈가 금이 가는 수도 있다. 운동을 안 하다가 갑자기 많이 하거나 혹은 심한 충격을 가하면 그 힘센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수도 종종 있다. 테니스나 배구를 하다가도 나이 좀 많이 든 사람들은 가끔 아킬레스건을 끊어뜨려 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

출생시부터 발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데 발의 모양이 비뚤어져 발바닥이 옆으로 갈 정도로 돌아가 있는 발도 있고 때때로 발가락이 여섯개 있는 발 또는 발가락들이 서로 붙어있는 발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1960년대 이전에는 소아마비란 병이 꽤 자주 있어서 어린아이들의 발에 근육마비를 일으킨 경우가 많았다. 최근 얼마전부터는 우리나라도 경제사정이 좋아지고 의학도 발달해 선진국 형의 문제가 많아졌는데 다름아닌 뇌성마비 환자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신생아때 호흡 등에 문제가 있어 뇌의 발달이 불완전해져 생기는 마비인데 발뿐만 아니라 4지에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도 수술을 하면 어느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에 당뇨병 환자도 많이 늘었고 고혈압 동 혈액 순환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많아졌다.전에 못먹어 배고프게 살 때에는 별 문제가 없던 병들이다. 특히 당뇨병은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 쉽게 말하면 당뇨병은 소변에 안나와야 할 당(녹말기)이 나오는 것이고 이는 핏속의 당을 적서에 사용하거나 운반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그런데 이 당뇨병을 오랫동안, 대략 10년이상 앓으면서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그 후유증으로 눈에나 콩팔 혹은 발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요즘 당뇨발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강동 성심병원만 봐도 항상 5명 전후의 환자가 이 문제로 장기간 입원하고 있으며 자주 수술도 받는다. 일단 오래된 당뇨병 환자가 발에 어떤 손상을 입게되면 쉽게 낫지 않고 그. 손상이 점점 더 심해지곤 한다. 왜냐하면 당뇨발에는 지각신경의 변화 때문에 감각이상이 생겨 아픔을 느끼지 못하거나 덜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하면 발을 삐거나 데거나 동상이 걸려도 아프지 않으니까 마구 걸어다니고 보호하지 않아 상처는 점점 더 악화되고 깊어진다. 심하면 뼈까지 곪으며 부분적으로 썩게 된다. 지난 몇년간 이런 환자를 수십명 이상 치료하였으며 심한 경우 발을 잘라내기도 했다.

그외에도 발에 자주 나타나는 관절염으로 통풍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엄지 발가락 중간 관절에 잘 나타난다. 증상은 갑자기 발이 붓고 열이 나며 아파서 보행을 못하게 된다. 이는 우리 몸속에서 요산이라는 것이 증가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외에 아직 그리 많지는 않으나 류머티즈성 관절염도 있다.

발은 약간만 부주의해도 외상을 받기 쉬운 곳이다. 때때로 못에 찔려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발을 찌르는 못은 녹이 많이 슨 것이 많기 때문에 잘 치료해야 한다. 피도 별로 나지 않으니까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해 그냥 놔두고 집에서 약이나 바르곤 하는 데 혹시 잘못되면 큰 문제가 생긴다. 파상풍이란 병균도 자랄 수 있고 염증이 발속에 생길 수 있으니 제대로 병원에서 치료하기 바란다.

그리고 대개 경험했겠지만 발목을 쉽게 뻘 수 있다. 이는 발목 바깥쪽의 인대(힘줄)가 약하기 때문에 발을 헛디딘다거나 운동하다가 자주 발생한다. 심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개 3주 전후에 회복되지만 계속해 근육이 피로하면 쉽게 다시 삐는 문제점이 생기게 된다. 이외에도 최근 빈도가 높아지는 교통사고나 높은데서 떨어지는 추락사고에 의해서 발목이나 발 뒤꿈치뼈 등을 부러뜨리는 환자가 많이 있다. 이때에는 병원을 찾아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능한한 발에 압력이 덜가는 신발을 신고 집에 와서는 발을 깨끗이 비누로 씻고 특히 발가락 사이사이를 잘 씻은 후 물기를 말끔히 없애는 것이 좋다. 이때 건성으로 씻으면 효과가 없으니 두손으로 정성스레 씻어야 한다. 이때가 발이 손한테서 봉사를 받는 유일한 시간이다. 그리고 집안에서는 가능한한 맨발로 있어 편히 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다음날의 힘든 노동에 대비히는 좋은 방법이다.
 

「무지외 반증」환자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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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박인헌 정형외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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