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의 털보다 함함한 동물 있으면 나와보라」고 큰 소리치는 고슴도치는 실제로 능청스러운 성격을 갖고 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는 속담이 있다. 자기 자식이 잘났건 못났건 간에 누구나 제 자식은 귀여워한다는 뜻이다. 갓낳은 새끼 고슴도치의 모양은 참으로 꼴불견이지만 어미 고슴도치는 더없이 지극한 모성애로 새끼를 돌본다. 이 밖에도 고슴도치의 특이한 외모때문에 많은 속담이 전해오고 있다.
한국의 고슴도치는 식충목(食虫目) 고슴도치과(科)에 속하는 동물로 학명은 Erinaceus europaeus koreansis이며 영명(英名)은 Korean hedgehog이라고한다.
고슴도치는 아프리카의 열대 및 온대지방 유라시아대륙 필리핀 등지에서 서식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아이슬란드 스웨덴 중부 노르웨이 동남부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와 북쪽의 추운지역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 고슴도치는 추위에 매우 약해 한랭지역에서는 살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두 아종(亞種)이 살고 있다. 북부지방에서 주로 서식하고 있는 희시므르고슴도치(일병 북방고슴도치, Erinaceus amurensis)와 한반도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고슴도치(Korean hedgehog)로 나뉜다.
고슴도치는 일반적으로 몸통이 통통하고 꼬리가 매우 짧다. 그들의 몸길이는 23~32cm이고 꼬리길이는 2.3~3.7cm다. 얼굴과 몸의 배쪽, 꼬리와 짧은 네다리를 제외한 등과 옆구리는 가시털로 덮여 있다. 그러나 아시아의 일부지역에서 사는 어떤 속(屬)의 고슴도치는 이 가시털이 없다.
우리나라 고유의 고슴도치는 북방고슴도치와 비슷하나, 상대적으로 몸이 작고 머리의 털색깔이 좀더 어두운 갈색인 점이 특징이다. 입은 뾰족하며, 검은 색의 눈은 아주 작다. 몸을 움츠리고 있을 때에는 마치 밤송이처럼 느껴진다. 산이나 들에서 이들을 발견하게 되면 너무나 징그럽고 무서워서 소름이 끼칠 정도다.
고슴도치는 밤이 좋아
평야지방이나 산지에 두루 서식하며, 숲 밭 초원 때로는 정원에서 살기도 한다. 그러나 원래는 야산이나 삼림이 우거진 곳을 좋아한다. 대개는 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는 곳, 특히 광릉(光陵)처럼 활엽수가 우거진곳에서 서식한다. 그들은 관목숲 고목 바위 틈에 집을 짓고 사는데 특별히 활동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집 안에서 웅크리고 있다.
주로 야간에 활동하는데 여름 장마철에 밤비가 퍼부어 먹이를 구하지 못하면 하는 수 없이 낮에 먹이를 찾아 나선다.
그들은 땅을 직접 파서 굴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잡목의 뿌리 밑부분이나 고사목 속에 보금자리를 꾸민다. 그 주변에는 마른 잎과 바위 이끼를 둥글게 깔아 안식처를 더욱 포근하게 한다.
동료끼리의 교섭은 별로 없고 단란한 가족단위의 생활을 한다. 행여 다른 고슴도치가 자신의 영역에 침입하면 치열한 싸움을 벌여 내쫓아 버린다. 이들의 행동범위는 2백~3백㎡ 정도다.
물론 고슴도치의 최대의 적은 사람이다. 하지만 개 여우 등 고슴도치의 적은 도처에 깔려 있다. 고슴도치는 적의 공격이 예상되면 몸을 둥글게 구부린다. 자신의 몸을 옆이 약간 납작한 공모양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때 몸을 구부리는 근육의 힘은 매우 강하다. 사람의 힘으로는 아무리 펴려고 해도 쉽게 펴지지 않는다. 위험이 사라지면 금세 원래의 모양으로 되돌아 간다.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나 언덕을 굴러 내려갈 때에도 몸을 둥글게 구부린다.
고슴도치는 위험을 느꼈을 때 외에는 주로 밤에만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이다. 예민하게 냄새를 맡는 대신 눈이 매우 나쁘다. 낮에 나무에 올라갈 때나 수영할 때 그리고 잠자리가 편하지 않아서 움직일 때만 눈을 활용한다. 그 경우 외에는 눈의 신세를 거의 지지 않는다.
그러나 새끼를 낳아 보호중일때에는 작은 눈을 부릅뜨고 새끼의 일거일동과 적의 침입을 감시한다. 침입자가 주변에 있다고 느끼면 새끼를 가슴에 안고 온몸의 가시털을 세운다. 마치 밤송이같은 몸을 이용해 새끼와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이 동물의 독특한 방어행동이다.
흔히 음흉한 사람을 가리켜 능구렁이 같다고 한다. 그러나 고슴도치의 음흉함도 이에 못지 않다. 그들의 음흉성을 잘 나타낸 이솝우화가 있다.
어느 추운 겨울날에 가시옷을 입은 고슴도치가 겨울을 지낼만한 집을 찾고 있었다. 그들은 햇볕이 내리쬐는 따스한 굴 속에서 몇 마리의 살모사들이 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고슴도치는 살모사에게 하루만 묶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살모사는 마지못해 허락을 했다. 그런데 고슴도치가 움직일 때마다 찔러대는 가시털 때문에 살모사들은 아파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다음날이 되자 살모사는 고슴도치에게 제발 나가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고슴도치는 능청스럽게 자기는 이곳이 따스하고 안락하게 느껴지므로 함께 있기 싫으면 살모사더러 나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작가가 꾸며낸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이 이솝우화는 능청스럽고 음흉한 고슴도치의 감춰진 성격을 잘 표현하고 있다.
겨울잠을 자기도
고슴도치는 보통 태어난지 8개월~1년이 되면 완전히 다 자란다. 발정기는 5~7월과 8~9월에 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발정기에 접어든 암컷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컷을 찾아 다닌다. 때로는 오줌과 똥 등의 배설물을 사방에다 뿌려서 자신의 위치를 수컷에게 알리기도 한다. 임신을 한 암컷은 35~49일만에 3~7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갓 태어난 새끼는 1개월동안 어미 젖을 먹고 자라고 그후에는 스스로 먹이를 찾아 나선다. 어린 고슴도치의 몸에는 둥근 반점이있는 가시털이 많이 나 있고 흰색의 가시털은 적다. 대신 갈색의 가시털이 많기 때문에 등쪽의 색깔이 현저하게 검은 색을 띤다.
여름철에는 기름기와 영양분이 풍부한 동물성 먹이를 많이 먹는다. 이렇게 지방을 축적한 다음 10월 중순부터 3, 4월 말까지 겨울잠을 잔다. 이때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기 위해 될 수 있는 한 몸의 면적을 작게 한다. 호흡수와 맥박수도 아주 적어진다. 겨울잠을 자고 있는 동안 고슴도치의 감각은 거의 없어진다. 심지어는 머리를 잘라도 심장의 고동이 어느정도 그대로 지속된다는 것이 실험에 의해 증명됐다.
식성은 잡식성으로 여러가지 곤충 작은 포유류 새 지렁이 달팽이 민달팽이 도마뱀 장지뱀 야생조류의 알 들쥐 잡초의 뿌리 과일 등을 좋아한다. 먹이가 없을 때에는 민가에 있는 양계장에 침입, 달걀을 훔쳐 먹는 경우도 있다. 동물원이나 집에서 사육해 보면 미꾸라지 토마토 오이 건빵 참외 식빵 등도 잘 먹는다.
고슴도치는 쥐나 해충 특히 바퀴벌레를 없애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옛날 사람들은 이 동물로부터 약용물질을 뽑아내기도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