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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한 번만이라도 한데서 밤을 새워 본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인간이 모두 잠든 깊은 밤중에는 또 다른 세계가 고독과 적막 속에 눈을 뜬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낮은 생물들의 세상이지만요 그러나 밤이 오면 그것은 물건들의 세상이랍니다."

19세기 프랑스의 소설가 알풍스 도데의 유명한 단편 '별'에 나오는 한 귀절이다. 여름은 야외에서 잠을 잘 일이 많고 그만큼 밤하늘의 아름다움과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계절이다. 이 기회에 말로만 듣던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실제로 느껴보고 자신의 별을 하나쯤 만들어 보기 바란다.

여름 밤하늘은 거대한 숨은 그림 찾기 판이다. 무수히 많은 별들 속에 작고 귀여운 동물들과 신화 속의 위대한 인물들이 숨어 있다. 그리고 감동적인 사연을 간직한 멋진 물건들도 군데군데 있다. 그러나 시골의 밤 하늘 뭇 별들 속에서 이들 별자리를 찾아내는 것은 숨은 그림 찾기의 달인이라 해도 무척 힘든 일이다.

요행은 없다

밤하늘의 숨은 그림 찾기 판에는 요행이라는 것이 없다. 우선 기준이 되는 밝은 별들을 찾고 서서히 다른 별들로 모양을 맞춰나 가는 것이 필요하다. 여름 하늘에서 가장 기준이 되는 별은 역시 여름철의 대삼각형 이다. 여름밤 별자리 여행의 등대격인 이 삼각형은 1등성인 직녀 견우 그리고 백조자리의 데네브가 만드는 커다란 직각 삼각형으로 머리 위에서 남쪽 방향으로 찾을 수 있다.

삼각형 별에서 가장 동쪽에 놓인 데네브를 기점으로 삼각형 안에 약간 밝은 별들이 커다란 십자가 모양으로 놓여 있다. 이들은 북십자성으로 알려져 있으며 백조자리의 뼈대를 만드는 별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십자성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 보았고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북쪽하늘을 가로질러 커다란 십자가가 있다는 사실은 별로 아는 사람이 없다.

여름밤 백조가 목을 길게 내밀고 남서쪽 방향을 향해 은하수의 눈부신 띠를 따라 날아가는 모습은 한폭의 그림같은 멋진 장면이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백조자리는 신들의 제왕 제우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를 유혹하기 위해 변한 모습이라고 한다.

백조의 꼬리에 놓인 알파별 데네브(Deneb)는 꼬리를 의미하는 아라비아 말에서 유래됐다. 데네브는 1.3등급으로 여름철의 대삼각형을 구성하는 별 중 가장 희미한별 이다. 그러나 삼각형의 다른 두 별, 즉 견우(알타이르)와 직녀(베가)가 태양에 아주 가까이 있는 별인데 반해 데네브는 거의 2천광 년이나 떨어져 있는 먼 곳의 별이다. 이것은 가장 멀리 있는 1등급 별이다.

이러한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쉽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은 데네브가 아주 밝은 별임을 말해준다. 이 별은 실제로 가장 밝은 별에 속하며 태양보다 8만배 이상 밝은 백색의 뜨거운 초거성이다. 만일 데네브가 시리우스 정도의 가까운 거리(약 9광년)에 있었다면 이것은 반달 정도의 밝기를 가졌을 것이고 우리는 여름 밤 데네브의 빛에 가려 아름다운 은하수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하늘의 교통신호등

백조자리에는 전하늘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중성인 알비레오(Albireo)가 있다. 알비레오는 백조의 머리, 즉 십자가의 끝에 해당 한다. 아주 작은 망원경이나 쌍안경으로도 알비레오가 황금빛 주성(3.1등급)과 푸른빛 작은 별(5.1등급)의 환상적인 쌍이라는 것을 알아 볼 수 있다. 이들은 마치 '하늘의 교통 신호등'인양 서로 붙어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알비레오의 두 별에 대한 대부분의 측정 결과는 이들이 4백광년 거리에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따라서 그들은 서로 연관이 있을 것이며 10만년 마다 서로의 주위를 돌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푸른 빛을 띤 작은 별이 황금빛의 큰 별보다 0.5배 더 멀리 있으며 이들이 단순한 광학 이중성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가 옳든지 간에 알비레오는 빔하늘의 여행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큰 유혹중의 하나다.

백조자리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멋진 이중성은 알파 별과 감마 별, 그리고 엡실론별과 사변형을 이루는 위치에 있는 오렌지색의 별이다. 이 별은 백조자리 61번 별로 불리는데 작은 망원경으로 쉽게 구별해 볼 수 있는 5등성과 6등성의 쌍이다. 두 별은 6백50년을 주기로 서로의 주위를 돌고 있다. 이 별은 특별히 밝거나 눈에 띄는 아름다움을 가진 별은 아니지만 역사 속에서 매우 유명한 별로 오랜 시간 관심의 대상이 돼 왔다.

1792년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피아치(Piazzi)는 이 별이 매년 5.22″(초)나 되는 비정상적으로 큰 고유운동을 하는 것을 발견해 '나는 별'(The Flying Star)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마 이 별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이 때부터가 아니었나 본다. 그 후 이 별이 결정적으로 유명해지게 된 것은 1838년 독일의 천문학자 베셀(F.W.Bessel)이 삼각 측량법을 이용해 처음으로 별의 거리를 측정한 것이 이 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측정 된 바로는 이 별까지의 거리가 10.3광년이 었다. 현재의 정밀한 측정 방법에 의해 조사된 결과가 11.1광년이니 당시의 장비를 고려 해 보았을 때 상당히 놀랄만한 관측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백조자리 61번 별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이 별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에 우주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다.

블랙홀 후보 1호
 

백조자리 X-1이 HDE 226868로부터 가스를 빨아들이는 모습(상상도)
 

백조자리의 모든 천체들 중에서 가장 신비한 것은 백조자리 X-1(Cygnus X-1)으로 불리는 것인데, 이름은 백조자리에 있는 'X-레이 근원 1'을 뜻한다. 이것은 우리 은하에서 블랙홀로 믿어지는 가장 가능성 있는 후보다. 이 천체는 1965년 지구 대기 위로 쏘아 올린 X-레이 감지 위성에 의해 최초로 발견됐다.

그후 1970년 미항공우주국 NASA에서 쏘아 올린 X-레이 망원경 위성에 의해 집중적으로 연구된 결과 이 곳에서 방사되는 X-레이의 강도는 초당 수천 번의 '깜박임'으로 밝혀졌다. 천체가 이런 속도로 깜박이기 위해서는 지름이 3백20㎞보다 작아야 한다. 1971년 전파 천문학자들은 백조자리 X-1의 위치를 더욱 정확하게 밝혀냈다. 그것은 9등급의 청색 거성 HDE 226868과 일치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질량의 별은 그렇게 빨리 깜박거리는 X-레이의 근원지가 될 수 없다. 그후 HDE 226868의 스펙트럼 분석으로 그 옆에 질량이 태양보다 4,5배쯤 무거운 동반별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러나 동반별에서는 어떠한 빛도 보이지 않는다. 많은 천문학자들은 이제 이 청색거성의 보이지 않는 동반별을 블랙홀, 즉 검은 구멍으로 믿고 있다.

비록 블랙홀 자체는 볼 수 없지만 이 별은 근처의 9등급 별 HDE 226868로부터 뜨거운 가스를 빨아들이는 것으로 자신을 나타내고 있다. 블랙홀로 빨려들어간 가스는 가열 돼 X-선을 방출하고 이것이 인공위성에 감지된 것이다. 백조자리 X-1은 지구로부터 대략 8천광년 거리에 있으며 그 위치는 백조자리의 에타(η)별에서 좌측으로 약 0.5˚(보름달 정도 크기) 만큼 떨어진 곳이다.
 

백조자리 X-1의 X선화상
 

거꾸로 붙인 이름

밤하늘에서 가장 귀엽고 예쁜 별자리를 찾는다면 단연코 여름 하늘의 돌고래자리다. 전부 4등급의 희미한 별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모습은 아주 선명하고 그럴듯하다. 성도를 보면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가지런히 놓여 있는 작은 별들이 있고 그 아래에 약간 떨어져서 별이 하나 더 있는 것이 보인다. 약간의 상상력을 동원한다면 이 모양에서 돌고래를 연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각형의 별이 돌고래의 몸통에 해당하고 그 아래의 별이 꼬리를 나타낸다. 돌고래가 물을 박차고 뛰어 오르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이 별자리의 알파와 베타별은 매우 재미있는 사연을 가지고 있다. 19세기 초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중에 별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것이 소원인 사람이 있었다. 그는 별들의 목록을 정리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돌고래 자리의 두 별에 자신의 이름을 거꾸로 뒤집어 붙였다. 수알로킨(Sualocin)과 로타네브(Rotanev)가 바로 그들인데 이것은 이 천문학자의 이름인 니콜라우스 베나토르(Nicolaus Venator)를 거꾸로 읽은 것이다.

이 사실은 몇십년이 지난 후에야 밝혀졌는데 그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이름에 익숙해진 후여서 다시 바꿀 수 없었다. 결국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욕은 먹었지만 자신의 소원은 이룬 셈이 되었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 이 돌고래는 그리스 제일의 하프 연주자 아리온을 구한 영물로 나온다. 아리온이 해적을 만나 보물을 모두 빼앗기고 바다로 던져졌을 때 그의 음악에 감동된 돌고래 한 마리가 그를 구해냈다. 결국 해적들은 모두 잡히고 돌고래는 신들에 의해 하늘의 별자리가 되었다. 다른 이야기에는 이 돌고래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데리고 다니던 심부름꾼이라고 전하기도 한다.

작은 별들이 구름처럼 무수히 모여 있는 여름의 은하수 속에는 우리들이 잘 모르는 조그마한 별자리들도 많이 있다. 그중 독수리자리 북쪽으로 견우와 직녀의 중간에 놓인 화살자리는 모양이 확실해서 약간만 주의를 기울이면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는 별자리다.

화살자리는 그리스 시대부터 있어 왔던 별자리로 신화 속에서 사랑의 신 에로스(큐피드)가 쏘아 올린 화살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 화살이 누구를 겨냥해서 쏘아 올려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화살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보아 에로스가 안드로메다와 페르세우스의 사랑을 이뤄주기 위해 쏘아 올린 화살이 아닌가 싶다. 올 여름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화살자리의 또다른 표적이 되어 멋진 추억을 만들기 바란다.

기타 문의 사항이 있거나 아마추어 천문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Korean Amateur Astronomical Society, 약칭 KAAS, 전화 (02)453-8158)로 연락하거나,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오후 4시에 서강대학교 RA 204호실로 오시기 바람.
 

돌고래자리를 찾는법
 

이달의 길잡이별

직녀 견우 그리고 백조자리의 데네브가 만드는 여름철의 대삼각형이 8월 저녁 어둠이 깃들면서 하늘 높은 곳에 보이기 시작한다. 오렌지 색의 아크투루스는 서쪽 지평선으로 잠기고 있고, 북두칠성의 일곱 국자 별은 북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붉은 색을 띤 전갈의 심장 안타레스는 남서쪽 지평선 위에서 유난히 반짝이고 있으며, 잠시 후 남동쪽 지평선 위 공허한 공간으로 포말하우트가 외로이 빛을 발하며 나타난다. 동쪽하늘에는 가을철의 대표적 별자리 페가수스가 날개짓하며 올라오고 있고 그 뒤를 전설 속의 미녀 안드로메다가 따르고 있다.

이달의 행성

금성/저녁 하늘에 사자자리 아래 쪽으로 보인다. 밝기는 -4.0등급(직녀의 약 40배)으로 지난달보다 약간 흐려졌다. 그러나 중순경에는 점차 저녁의 황혼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화성/사자자리에서 처녀자리로 옮겨가고 밝기는 2.0등급이다.

목성/방향이 태양과 너무 근접해 이달에는 볼 수 없다. 17일이 합(지구 태양 목성의 순서로 놓이게 되는 때)이다.

토성/0.4등급으로 염소자리에서 보인다.

이달의 유성우

더운 여름 밤은 유성우를 관측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시간이다. 더욱이 8월은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유성우인 페르세우스 유성군이 출현하는 시기이다. 페르세우스 유성군은 매년 8월13일경에 최고치에 달하며 이때는 매년 한개 이상의 유성이 이 별자리의 북쪽에서 흰 줄을 그으며 나타난다. 이 유성군의 정확한 복사점은 감마(γ)별 근처이기 때문에 이 별이 하늘 높이 올라오는 자정 이후에야 환상적인 유성우를 구경할 수 있다. 새벽이 가까와지면서 복사점은 더 높이 올라가고 유성우의 양은 점차 많아지게 된다. 이 유성군의 유성들은 한마디로 장관 그 자체다. 그들은 매우 밝으며 종종 섬광을 발하며 대부분은 긴 꼬리를 남긴다. 이 유성우의 주기는 매우 길어서 최고점 전후 1주일 동안 이곳에서 많은 양의 유성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은 1862년에 발견된 스위프트 튜틀 혜성과 같은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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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태형 총무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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