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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함소리의 1백억 배

소음덩어리, 항공기

전세계 사람이 한꺼번에 고함을 쳐도 하나의 제트엔진 소음을 당해내지 못한다. '호랑이 길들이기'보다 어렵다는 항공기소음을 줄이는 방법은?

항공기 소음공해는 1950년도 말 제트 여객기가 출현함에 따라 보다 심각해졌다. 1960년도에는 선진 여러나라 정부와 각 사회단체들이 대화를 통해 항공소음 규정(certification)을 정했고 1970년에는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개념의 엔진과 비행기를 설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비행기인 DC8은 이미 조기 퇴진했으며 현재 약 8천대의 항공기 여객기 중 상당수가 2000년전까지 강제 퇴역해야 되는 상황이다. 또한 각국 정부는 공항 주변에 소음감시장치 및 방음장치 설치와 공항 이전에 막대한 예산을 쓰고 있다.

1971년에는 미국에서 연방항공규제법을 제정해 소음을 법적으로 규제했고 국제적으로는 같은해 국제민간항공기구가 만들어져 매해 규제조건을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 조약에는 비행기 기종별로, 즉 제트기 프로펠러기 그리고 헬리콥터에 대한 규제내용이 담겨져 있다.

혼성 3중주

1949년 영국 정부는 미래항공기에서 야기될 심각한 문제중 하나로 제트엔진에 의한 소음이 민간 항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고 롤스로이스 엔진회사의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소음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당시만해도 소음 발생의 원인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공학적인 접근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25세의 나이에 대학 강단에 섰던 뛰어난 영국인 과학자 라이트힐은 항공기 소음의 근본 이유를 밝혀냈다. 그 이론이 정립돼 방정식이 유도됐으며 곧이어 공학적인 설계에도 응용되기 시작했다.

소음의 원리는 크게 세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물체가 공기중을 통과해 움직임에 따라 물체 부피만큼 공기가 생겨 소리발생의 원인이 된다. 이를 수학적으로 단극 음원으로 표현하며 물체의 속도가 빠를수록 소리가 크게 발생한다.

둘째는 비행기 날개가 움직이면서 양력(lift)이 발생하는데, 이 힘 방향으로 소리가 전파된다. 이 소리 크기는 힘의 크기에 비례한다. 이것을 씽극 음원이라 한다.

셋째로 물체가 정지해 있어도 공기가 물체를 지나면서 어떤 조건이 만족되면 공기의 흐름이 불안정하게 돼 와류(vortex)가 생긴다. 이것은 주로 제트기류에서 생기며 사방으로 공기흐름의 변화가 있으므로 4중극 음원이라고 한다.

이상 세가지 음원이 항공기 소음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으며, 실제 항공기 소음에서는 이러한 음원이 동시에 나타난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어느 하나의 소음원이 다른 소음원을 압도하는 경우도 있다. 쉬운 예로 회초리를 휘둘렀을 때 공중에서 세가지 음원이 동시에 발생되나 회초리의 힘의 변화에 따라 쌍극 음원이 가장 지배적으로 나타난다.

전체가 소음덩어리

항공기 종류가 다양하듯이 항공기 소음 원인도 항공기 분류만큼이나 다양하다. 크게 분류하면 △날개가 고정된 고정익 항공기에서는 기체 소음, 프로펠러 소음, 그리고 제트엔진 소음으로 나눌 수 있고 △헬리콥터와 같은 회전익 항공기에는 주(主)로터(rotor)와 꼬리 로터소음이 있고, △초음속 항공기에서는 항공기 동체 및 날개에 의한 소닉붐(sonic boom), 그리고 발사체의 로켓에 의한 소음으로 구별할 수 있다.

■기체소음

항공기 이착륙시에는 날개의 유효면적을 늘리기 위해 날개 뒤쪽에 있는 플랩(flap)을 크게 하고, 활주로에서 주행하기 위해 착륙(landing) 기어를 이용한다.

이러한 장치들은 비행기의 유선형 모양을 흐트러뜨려 비행기 주위의 공기 흐름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때 생긴 와류들이 소음의 주요 원인이 된다.

■프로펠러 소음

항공기 추진기관으로서 프로펠러는 여객기용으로는 효율이 가장 좋아 제트엔진의 대체용으로 연구개발 중이다. 프로펠러는 앞으로 힘을 내기 때문에 이 힘의 세기에 따라 소음의 크기가 결정된다. 프로펠러 회전 주기에 따라 기본 주파수가 정해지고 이 주파수의 정수배 주파수들이 합해져 소리가 발생한다. 각 주파수의 세기는 프로펠러 블레이드(blade)의 개수 그리고 모양 등에 따라 결정된다.

■제트엔진 소음

제트엔진은 현재 항공기 추진기관의 대명사로 1950년 말부터 민간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제트엔진의 추진력은 엔진 출구의 면적과 출구에서의 제트 속도의 곱에 의해 결정된다. 반면 제트 소음의 크기는 아래와 같이 속도의 8승에 비례한다.

제트 소음 크기≃${(제트 출구 속도)}^{8}$

따라서 출구속도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뿐만아니라 제트엔진 내부의 압축기, 터빈 등이 발생하는 소음도 각기 다른 크기와 방향성을 갖는다.

■헬리콥터 소음

헬리콥터의 로터는 프로펠러와 비슷한 원리로 작동되나, 전진 비행시는 로터의 면과 헬리콥터 진행방향이 거의 수평이 된다. 따라서 전진 쪽 로터 끝의 상대속도가 다른 쪽보다 크며 음속에 가깝게 접근하므로 로터의 부피로 인한 소음이 발생한다. 이때 발생하는 소음은 앞쪽으로 멀리까지 전파돼 도심지에서 헬리콥터소음이 큰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착륙시에는 블레이드 상호작용으로 또다른 심한 소음, 즉 '블레이드 슬랩'이 발생한다. 꼬리 로터는 회전수가 빨라서 큰 주파수가 생겨 더욱 시끄럽게 나타난다.

■소닉 붐

항공기가 초음속으로 비행할 때는 음이 전파하는 속도, 즉 음속보다 항공기가 빨리 전진하기 때문에 공기가 갑자기 압축돼 충격파(shock)가 생긴다. 실제 항공기에서는 복잡한 형태의 충격파가 생기나 지상으로 전파되면서 단순한 N파 형태로 나타난다. 항공기가 진행하면서 이 파동의 전후에서 순간적인 압력 변화가 있으므로 지상에서는 천둥과 같은 소리가 들린다. 이것을 '소닉 붐'이라 한다. 각 나라에서 초음속 비행기가 자기 영토를 지나가는 것을 규제하는 것은 이 소음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프랑스 비행기인 콩코드 운행을 부분적으로만 허락하고 있다.

■로켓 소음

우주왕복선이나 인공위성 발사체인 로켓은 제트엔진에서의 제트와 같은 원리로 추진된다. 단지 제트엔진 내부와는 다르게 제트 출구의 속도가 크다. 따라서 음속의 10배 이상이 되는 경우가 있어 제트 내에 충격파가 생긴다. 이때 소음은 로켓 출구 속도의 3승에 비례하게 된다.

로켓 소음≃${(로켓의 출구속도)}^{3}$

초기의 제트엔진은 효과적으로 설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위와 같은 충격파가 생겼다.

호랑이 길들이기
 

(표1)소음 수준


항공기 소음 수준은 (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반적인 소음보다 상당히 높다. 여기서 ㏈(데시벨)은 소음 단위로, 20㏈ 차이면 약10배의 압력 변화를 느낀다. 소음을 에너지 단위로 표시하면 (표2)와 같다. 제트 엔진에서 방출되는 소음은 사람 고함소리보다 ${10}^{10}$만큼 크므로 전 세계 인구가 한꺼번에 소리치는 것보다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항공기 소음을 줄이는 것은 '호랑이 길들이기'라고 비유할 만큼 어려운 일이다.

항공기 소음을 감소시키는 목적은 환경규제를 만족시키고 기체 실내에서 쾌적함을 주기 위한 것 외에 항공기 구조물 파괴, 전자 장비 파괴, 나아가서 적에 의한 노출방지 등 다양하다.

소음감소 방법으로는 우선 항공기 엔진을 처음 설계할 때부터 입구에 팬과 팬덮개를 덧붙여 공기의 일부는 제트 안으로 그 외는 제트와 팬 사이로 통과시키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제트 출구 속도를 줄여서 소음을 감소시키고 팬덮개를 소음흡수벽을 장치해 그 효과를 크게 하고 있다.

프로펠러같은 경우는 블레이드 개수와 모양을 바꾸어서 소음을 감소시킨다. 헬기에서는 블레이드 끝 모양을 변화시키거나 꼬리의 사이각도를 변화시켜 소음을 줄이고 있다.

소음감소는 기존 항공기의 비행항로를 변경시켜서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특히 이륙 시 소음이 심한 지역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그림). 이 경우 경로 변경에 의한 연료 소비 증가 등이 수반된다.
 

(그림) 항공기 비행경로 변경에 따른 소음피해지역


기체 내에서의 소음은 기체 구조형태 또는 재료의 변경으로 소음전달을 방지할 수 있으며 엔진 위치를 변경시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요사이는 기체 내부에 인위적으로 소리를 내서 기체 외부의 소음을 실내에서 상쇄시키는 '능동소음제어'방법이 연구 응용되고 있다.

항공기가 고속·대형화되고 대수와 운항 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항공기 소음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따라서 항공기 설계 단계부터 소음문제를 고려해야 된다. 또한 대륙간 수송뿐만 아니라 공항과 거주지역 그리고 도심지간의 수송이 필요함에 따라 새로운 개념의 항공기인 수직 이착륙기(VTOL)의 출현 또한 필연적이다. 현재 시도되고 있는 경사로터식 항공기는 수직이착륙기의 대표적인 항공기로서 성능과 소음면에서 기존항공기(CTOL)보다 우수하다. 따라서 미래의 항공기는 성능 향상뿐만 아니라 소음을 줄이기 위해 국제 공동협조로 연구개발될 것이다.
 

(표2)소음 에너지


들리지 않는 소음 초저주파 아파트가 갈라지고 빌딩이 흔들린다

1973년 파리에서 초저주파음에 대한 국제토론회가 열렸다. 여기에서는 인간과 건물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많이 미치는 초저주파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에 대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당시까지만 해도 그 특성상(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음) 주목받지 못했던 초저주파가 일반인들의 중요 관심사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초저주파(infrasound)란 0.1〜20㎐의 주파수 범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청주파수는 20㎐~20㎑다. 따라서 초저주파는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주파수를 가진 소리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인간이 느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파동원리에서 공기의 전파속도와의 관계로 부터 λ=c/f(λ는파장, c는 음속, f는 주파수)로 정의되는 식에서 알 수 있듯이, 저주파수를 갖는 경우는 파장이 긴 것으로, 고주파수의 경우는 파장이 짧은 것으로 계산된다. 파장이 길다는 것은 멀리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파장이 긴 음을 초저주파 공기진동이라고 하는데, 이는 비행기가 지나간 뒤 창문으로 전달돼 오는 진동을 생각하면 잘 알 수 있다.

대형건물, 에너지 흐름을 차단

이와같은 초저주파 공기진동은 공장 교통기관 건축설비 등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초저주파 공기진동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서울 여의도 63빌딩이 건설됨으로써 여의도 시범아파트 자체가 갖고 있는 초저주파 진동에너지(보일러 등 자체에서 보유하고 있는 여러회전기계에서 발생)가 한강변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되돌아와 아파트에 균열이 생긴 사례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여의도 쌍둥이빌딩이 생김으로써 바로 이웃인 공작아파트에 영향을 미쳤다. 이 두가지 예는 대형 건물로 인해 초저주파에너지가 반사돼 건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경우다.

이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지만 교량진동이 초저주파 공기진동을 통해 주변 아파트단지나 빌딩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예를들면 성수대교를 건설할 때 교량진동이 인근 건물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사전에 검토한 바 있다. 이것도 일종의 초저주파에 관한 환경영향평가라 할 수 있다.

교통기관에서 발생하는 초저주파로서는 전철 진동이 적절한 예다. 지하철 1호선과 4호선이 중첩돼 지나가는 동대문은 전철진동에 의한 초저주파 에너지로 손상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문화재다. 따라서 3, 4호선 건설 때는 지하철 레일 위에 일종의 진동흡수기인 방진패드를 설치해 진동으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했다. 최근 상계동에 건설중인 미도파백화점도 4호선 전철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진설계가 요구되고 있다.

초저주파 공기진동은 건축물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인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호흡곤란 두통 현기증 불쾌감 등이 주요 증상인데, 강도가 높아질수록 신경피로 구역질 균형감상실 등을 느끼게 된다. 더욱 심하면 인체 내부기관까지 진동을 받아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일본 공업기술원에서는 초저주파의 인체영향을 조사한 바 있는데, 일반적으로 호흡이 가빠지고 불쾌감을 느끼며 뇌파도 영향을 받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여기서 실험한 초저파 대역 및 강도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초저주파였다는 것. 그런데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진하다. 앞으로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초저주파 공기진동에 관한 인체의 감각 한계 측정, 생리적 분석, 치료법 등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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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덕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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