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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제제의 작용과 부작용

수혈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지금은 혈액의 각 성분을 따로 추출, 필요한 성분만 수혈하는 성분수혈시대. 아울러 교차수혈 자가수혈이 행해지고 인조혈액 대용혈액 등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태고 이래로 혈액은 생명의 정수로 인식돼 있다. 치료제로 인간의 혈액이 사용된 것은 고대 이집트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병자 고령자 무능력자들에게 혈액으로 목욕을 시킨 기록이 남아 있다.

중세시대에는 사람의 피를 마시기도 했다. 교황 인노센트8세(1432~1492년)는 혈기왕성한 세 남자의 피로 치료받았다고 전해진다. 불행히도 치료는 실패했고 젊은이들은 혈액소실로 죽고 말았다.

다른 사람의 피를 수혈하자는 최초의 주장은 1615년 리바비우스(Andreas Libavius)에 의해 제기됐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시도했던 것은 아니다. 1628년 윌리엄 하비는 혈액순환에 관한 역사적인 논문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그는 교차수혈을 위한 정맥절개술을 처음 소개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후 영국의사 리처드 로우어는 심하게 피를 흘린 개에게 다른 개의 피를 수혈함으로써 극적으로 소생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방법에 사람에게 적용된 것은 1677년의 일이다. 당시 프랑스 루이 14세의 주치의였던 장 데니스는 정신병을 앓고 있던 한 젊은이의 정맥내로 양의 피 9온스를 주입했다. 그 결과 환자의 오줌이 검댕만큼이나 검어졌다고 그는 기록하고 있다. 환자의 병은 전혀 차도가 없었다고 한다. 데니스는 다른 세사람에게도 자신의 양혈액수혈법을 반복해 시도했으나 결과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실험에 참여한 세사람중 두사람은 생명을 잃기까지 했다. 그는 곧 살인죄로 기소됐다. 그러나 오랜 법정투쟁 끝에 데니스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 죽음이 데니스의 수혈에 의해서라기 보다 중독에 따른 것으로 판결됐기 때문이다. 이 재판을 마친 프랑스법정은 인간에게 행하는 모든 수혈을 금지시켰다.

1900년 유명한 칼 란트스타이너가 사람의 ABO식 혈액형을 발견하기 전까지 수혈은 가끔 치료목적으로 이용되었으나 높은 사망률을 동반했다. 이때부터 '안전한'수혈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하나씩 제거되기 시작했다. 특히 1차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다량의 혈액이 요구되자 이 부문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졌다.

또 이 무렵에 이뤄진 효과적인 항(抗)응고제, 즉 구연산염의 개발은 혈액보존기술 발전사에 큰 획을 긋는 대사건이었다.

잘 알다시피 혈액은 혈장과 혈구로 대별된다. 혈구는 다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으로 나뉜다. 방금 분류한 모든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것이 전혈(全血, whole blood)이다. 쉽게 말해 상처 등을 통해 외부로 나오거나 헌혈을 할 때 즉석에서 얻어지는 피가 전혈이다.

단기간에 일어난 혈액손실은 혈액량의 손실과 적혈구 손실이라는 두가지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이 경우 신속히 전혈을 수혈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은 총혈액량의 60%까지 손실돼도 견뎌낼 수 있으나 환자들에게는 40%정도의 혈액손실도 치명적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사람의 몸 안에는 대체로 체중의 7,8%에 해당하는 피가 돌고 있다.

전혈을 수혈할 경우 여러가지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첫번째 위험은 용혈(溶血)성 반응이다. 이것은 공혈자와 수혈자의 혈액형이 서로 맞지 않아 적혈구가 파괴되는 것이다. 수혈을 하기 전에 ABO혈액형검사와 Rh혈액형검사는 기본적으로 받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ABO와 Rh혈액형이 서로 달라 용혈성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우리의 피 속에는 많은 수의 다른 혈액형군(群)과 용혈성 반응을 일으키는 복잡한 항체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안심은 금물이다. 용혈을 일으키면 급성열 쇼크 등의 통증, 헤모글로빈(hemoglobin)을 함유한 적색 혹은 흑색 오줌이 나오는 등 매우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된다.

수혈된 혈액은 두가지 경로로 전염병을 옮길 수 있다. 부적절한 보관과 채혈 장비의 취급부주의로 인해 세균이 감염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공혈자가 전염병환자여서 전염병을 직접 옮기는 것이다. 공혈자를 아무리 신중히 선택한다 할지라도 많은 질병들이 수혈이라는 '편한'경로를 통해 자주 전파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중 바이러스성 B형 감염은 심각한 위협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공혈자의 혈액에서 간염의 항원을 검사한 뒤부터 감염 발생의 빈도가 현저하게 줄어 들었다. 이밖에 수혈을 통해 잘 전파되는 바이러스로는 천연두 홍역 인플루엔자 등이 있다.

최근에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은 적어도 3주동안은 헌혈을 하지 말아야 한다. 백신을 통해 공혈자의 몸속으로 들어간 바이러스가 '병약한' 수혈자에게 재차 건너가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수혈을 통해 잘 전파되는 세균으로는 파상열을 일으키는 브루셀라와 매독이 있다. 매독균의 전파는 공혈자 혈액에 대한 혈청검사를 함으로써 방지할 수 있다.

말라리아와 트리파노소마병의 원인이 되는 기생충 역시 수혈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 특히 말라리아성 기생충은 4℃에서 3주간 저장해 두어도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다.

또 공혈자의 알레르기반응이 수혈을 통해 수혈자에게 옮겨갈 수 있다. 이때 일어나는 알레르기반응 중 가장 흔한 형태는 담마진이다. 그것은 약 3%의 발생률(총수혈자 대비)을 갖고 있다. 비록 귀찮기는 하지만 담마진은 특별한 해가 없으며 항(抗)히스타민 약물을 미리 투약하면 쉽게 방지할 수 있다.

전혈은 채혈 즉시 신선한 상태로 환자에게 제공되기도 한다. 이것이 이른바 신선혈이다. 신선혈은 산소운반기능을 갖는 적혈구와 지혈기능을 갖는 혈소판, 혈액량을 늘리고 유지시켜 주는 혈장 단백질 그리고 모든 응고인자를 공급한다.

저장하면 금방 질이 떨어지는 혈소판을 손상없이 공급해 준다는 것이 신선혈의 자랑거리다. 또한 응고인자도 '싱싱한'상태로 공급한다. 혈액의 세가지 불안정한 성분, 즉 응고인자5 응고인자8 혈소판은 12시간이 한계다. 12시간 이상 저장하면 전혀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다.

한꺼번에 다량의 혈액을 필요로 할 때, 환자가 산소공급펌프에 의존할 때는 신선혈로 수혈하는 게 일반적이다.

채혈시 항응고제로 널리 사용되는 구연산염은 신선혈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 구연산염이 채취한 혈액의 칼슘농도를 갑자기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신선혈 채혈시에는 헤파린(heparin)을 항응고제로 쓴다.

폭발물을 체내로 주입하는 꼴

수혈은 모자라는 혈액량, 산소운반 능력, 혈액응고인자 등을 보충하는 일종의 조직이식수술이다. 따라서 그 부작용은 사뭇 심각하다.

중앙적십자혈액원 조명준박사는 "수혈을 통해 B형 간염 AIDS 등이 전염될 수 있고 치명적인 용혈(溶血)성 부작용을 비롯해 각종 발열(發熱)부작용, 알레르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한 방울의 혈액은 그 부피만한 폭발물을 체내에 주입해준 것과 같다"고 그 위험성을 지적한다.

특히 AIDS는 대단한 골칫거리다. 우리나라에서도 헌혈된 피를 대상으로 AIDS항체검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AIDS에 감염된 사람의 몸에 항체가 생기려면 6~8주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아직 항체가 형성되지 않은 AIDS환자의 피를 수혈받은 사람은 참으로 억울한 희생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그런 예는 국내에서도 발생했다.

그래서 AIDS왕국 미국에서는 자가수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는 세가지 방법이 있다. 수술환자가 미리 자기 피를 뽑아 냉동시켜두었다가 사용하는 방법, 수술시 흘러나오는 피를 세척해 재사용하는 방법, 수술직전에 채혈한 피를 링거액에 희석시켜 사용하는 방법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3,4년 전부터 서울대병원 등에서 자가수혈은 실시하고 있지만 보급은 더딘 편이다. 왜냐하면 고가의 의료장비가 투입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현재 중앙적십자혈액원은 Rh- 등 희귀혈액형인 사람의 자가수혈을 위해 2년간 무료 보관해 주고 있다.

아직도 우리는 수혈하면 전혈 수혈은 먼저 떠올린다. 실제로 특정성분만 부족한 환자에게 전혈수혈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금부터 불합리한 수혈법인 전혈수혈의 대타(代打), 성분수혈에 대해 알아보자.

성분수혈이란 냉동원심분리기로 혈액을 분리,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혈장 등 성분을 따로 농축시킨 뒤 치료에 필요한 성분만을 수혈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치료효과가 높아지고 전혈수혈시 생길 수 있는 오한 두드러기 등 부작용을 줄여준다. 또 헌혈자 한명의 피를 여러 사람에게 수혈할 수 있어 훨씬 경제적이다.

또 전체 수혈량이 줄어들어 심장에 부담을 적게 주며 AIDS나 간염 등 수혈로 인한 질병감염도 현저히 예방해 준다.

이처럼 성분수혈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어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돼 있다. 전체 수혈의 90%이상을 성분수혈 방식으로 실시하고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최근 성분수혈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있다. 지난 82년만 해도 성분수혈의 보급률은 전체의 4%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전체혈액공급량의 70%를 넘어섰다.

"빈혈이나 혈우병 환자가 특별히 대량 출혈을 한 경우가 아니라면 혈액성분중 일부분만을 공급, 최소의 신체부담으로 최대의 치료 효과를 거둬야 한다. 쉽게 말해 철결핍성 빈혈이나 악성빈혈로 고생하는 환자에게는 적혈구만, 혈우병환자에게는 혈액응고인자중 일부만 공급해주면 된다."

서울대 의대 김병국교수(내과)의 말이다.

더구나 헌혈량이 절대 부족한 국내의 사정을 비춰볼 때 성분수혈의 확대는 시급한 문제다. 현재 국내의 총 혈액수요량은 연간 2백만명 헌혈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실제 헌혈량은 1백만명분 정도에 불과하다. 겨우 수술환자용 혈액수요를 충당하는 정도다. 따라서 알부민 등 혈액의 일정성분만을 추출해 제조하는 성분혈액제제의 생산에 필요한 혈액을 전량 매혈과 수입혈액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혈액을 성분화하면 각 성분의 보존기간을 늘려 혈액관리의 효율성을 높여주기도 한다.
3백20cc짜리 혈액 한병을 냉동원심분리기로 성분화하면 적혈구가 1백50cc, 혈장이 1백65cc, 백혈구 혈소판 침전물이 5cc 정도 얻어진다. 이중 대부분의 수혈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1백50cc의 적혈구다.

그런데 전혈상태의 혈액은 별 처리를 해도 21일 이상 보존할 수 없다. 혈소판과 백혈구는 72시간, 적혈구도 21일을 넘기지 못한다. 그러나 혈액을 성분화하면 혈장의 보존기간이 1년으로 늘어나 알부민제제의 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하늘높은줄 모르는 알부민 가격도 추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성분화한 각 혈액성분은 어떤 용도로 쓰이게 될까. 먼저 적혈구부터 알아보자. 가장 대표적인 적혈구제제는 농축적혈구다. 이것은 분별원심분리기를 활용, 공혈자의 피에서 혈소판과 백혈구를 제거하면 얻어진다. 실제로 공혈자의 백혈구는 오히려 부담스러운 존재다. 백혈구 때문에 발열과 알레르기 등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번 수혈을 받은 사람에게 그런 부작용이 잘 나타난다. 그러므로 백혈구가 완전히 제거된 농축적혈구가 바람직하다.

드문 예이긴 하지만 아주 민감한 수혈자는 공혈자의 피에 함유된 혈장 단백질에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이 경우를 배제하려면 세척과 원심분리를 활용, 공혈자의 혈장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이렇게 말끔하게 처리한 적혈구제제를 가리켜 세정적혈구라고 부른다.

혈액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적혈구 보존기간을 연장시키는 냉동기술이 발달하게 되었다. 통상 21일이 한계였던 적혈구의 보존기간이 대폭 늘어난 것.

1950년대 초 적혈구를 -79℃의 낮은 온도에서 보관하면 장기간 보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단 이때 적혈구에 글리세롤(glycerol)이라는 반(反)동결물질을 첨가해야 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늘 하는 방식대로 냉동하면 혈액이 얼게 되므로 보통의 냉동은 적혈구의 세포막에 큰 손상을 준다. 그렇지만 글리세롤을 넣어주면 이것이 얼음의 생성을 막아주기 때문에 장기보존이 가능한 것이다. 이제 액체질소냉동법으로 적혈구를 -1백50℃까지 신속하게 냉각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론적으로 냉동적혈구는 무한한 수명을 갖고 있으며 필요할 때 녹여 쓰면 된다.

하지만 적혈구의 저장에 쓰이는 글리세롤은 독성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환자에게 주입하기 전에 잘 세척해 글리세롤을 제거해야만 한다. 실제로 적혈구의 냉동과 세척은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그 점은 세정적혈구와 냉동적혈구가 널리 보급되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

백혈구는 한마디로 말해 감염에 대항하는 세포다. 신체 방어의 최일선에 서있는 중요한 혈구인 것이다. 백혈구가 부족해지면 가벼운 감염이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진다. 예를 들면 경미한 세균감염이 패혈증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따라서 백혈구의 부족이 발병원인으로 확인되면 백혈구를 보충해줘야 한다. 성분화된 백혈구제를 투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백혈구는 ABO식 혈액형 구별법만으로는 수혈하기에 적합한 백혈구인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실제로 적합성에 관한 최종판결은 HLA항원형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ABO와 HLA 검사를 거쳐 그 적합성이 인정된, 즉 수혈거부반응이 없음이 확인된 백혈구가 수혈자에게 주입되면 이들 백혈구는 정상적으로 생존하고 자신의 임무를 잘 수행하게 된다.

백혈구는 전혈이나 적혈구와는 다른 방법으로 채혈된다. 즉 공혈자의 혈관에 직접 원심분리기를 연결시켜 얻는다. 공혈자의 혈액을 뽑아 채혈장치속으로 계속 주입함과 동시에 분별원심분리를 실시, 채혈현장에서 막바로 백혈구를 뽑아내는 것이다. 백혈구를 추출한 나머지 혈액은 공혈자의 몸안으로 다시 되돌아 간다.
 

백혈구는 특별한 염색을 하지 않으면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없다.


혈소판의 수가 줄어들면

혈소판은 혈관벽의 출혈을 막아주는 일종의 '지혈마개'다. 그러므로 혈액내 혈소판의 수가 줄어들면 지혈이 어려워진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혈소판 결핍증과 혈소판 감소증의 원인은 아주 많다. 실제로 혈소판 감소증에 의한 출혈은 흔히 일어난다.

대부분의 출혈은 혈소판의 수를 정상수준으로 회복시킴으로써 조절할 수 있다. 혈소판 수의 보충은 비교적 간단히 이뤄진다. 전혈에서 추출한 농축 혈소판을 환자에게 주입하면 된다. 이 농축혈소판도 농축백혈구와 마찬가지로 연속분리기를 이용해 얻는다.

농축혈소판은 한 사람의 공혈자로부터 단숨에 그것도 다량 얻어진다. 농축혈소판 1단위는 체중이 70㎏ 나가는 수혈자의 혈소판 숫자를 1입방㎜당 5천개까지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 원심분리기를 1회 작동시키는 동안 약 10단위의 혈소판을 단일 공혈자로부터 추출할 수 있다.

백혈구처럼 혈소판도 HLA 항원검사를 통해 수혈 가부를 최종 판정한다. 만일 HLA부적합성 혈소판이 수혈되면 수혈자는 그 부적합 혈소판에 대한 면역성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면 수혈자의 몸안에 항체가 형성돼 동일 공혈자의 혈소판 재사용이 불가능해진다.

지난 해 서울대 병원은 혈소판은행을 설치했다. 여기서는 주로 HLA항원형 검사를 실시하는데 이 검사결과는 장기이식이나 혈소판 수혈 등 성분수혈을 할 때 결정적인 자료가 된다. Rh식 ABO식 혈액형이 같다고 해서 무작정 남의 피를 수혈받는 것을 일종의 자살행위. 같은 혈액형일지라도 세포면역체계가 다르면 수혈시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HLA검사는 이를테면 세포면역체계가 서로 일치하는가 여부를 알아내는 검사. HLA항원은 부모로부터 각각 50%씩 유전받게 되므로 같은 형제라 할지라도 완전히 일치될 확률은 25% 밖에 안된다.

이미 언급했다시피 성분수혈제제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농축 적혈구다. 이 농축 적혈구의 추출과정에서 그 부산물로 다량의 혈장을 얻을 수 있다.

과거에는 추출된 여러 사람의 혈장을 한데 모아 보관했다. 그러나 단 한 단위의 혈장이 감염돼도 전체를 모두 버리게 되므로 이제는 그런 보관법을 쓰지 않는다. 대신 공혈자 한 명의 혈장을 채혈 후 6시간내에 개별적으로 신선동결시키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신선동결혈장이다.

신선동결혈장은 혈액량을 유지시켜 주는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로 혈액량이 부족한 환자에게 투여된다. 또 피브리노겐 응고인자 5 응고인자8을 공급해주기 때문에 응고인자 부족으로 인해 출혈을 하고 있는 환자에게도 유용하다.
 

오랜된 혈액의 운명


「흰 피」의 등장

혈액형과 무관하게 아무에게나 수혈할 수 있는 대용혈액이 개발돼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 해 미국의 유전공학업체인 바이오퓨어사(社)가 선보인 이 대용혈액을 수혈에 활용하면 AIDS나 간염같은 혈액감염성 질환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소의 혈액에서 추출한 헤모글로빈(Hb)을 고도로 정제한 이 대용혈액은 현재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거치고 있다. 이미 쥐 원숭이 등에게 적용한 동물실험에서는 합격점을 받아놓은 상태.

사람의 혈액보다 수명도 훨씬 긴 이 대용혈액은 몇가지 기술적 난관을 극복해야 얻을 수 있다. 첫째 몸안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어떠한 독성도 유발하지 않도록 헤모글로빈을 고도로 정제해야 한다.

둘째 헤모글로빈의 분자구조가 체내에서 깨지지 않고 장기간 효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헤모글로빈은 잘 알다시피 철을 함유하는 색소체인 헴(heme)분자 8개와 글로빈(globin)이라는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바이오퓨어사는 소의 헤모글로빈중 헴분자를 하나씩 추출, 정제한 뒤 다시 이 헴분자들을 결합시켜 진짜 인간의 헤모글로빈처럼 산소를 전달하게 했다.

그런가 하면 '흰 피'로 알려진 인공혈액도 많이 연구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KIST 박영우박사팀(화공연구부)은 지난 89년 헤모글로빈과 동일한 산소운반기능을 가진 탄불화물(PFC)계 인공혈액을 3년여의 연구끝에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인공혈액은 인체에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혈구를 분리해 얻기도 하고 PFC와 인조적혈구를 만들어 이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혈구분리술과 인조적혈구 제조기술은 둘다 큰 약점을 안고 있어 실용화하는데 난관이 많다. 즉 전자는 보관이 어렵고 후자는 독성이 강하다. 그래서 현재 전세계적으로 PFC를 널리 이용하는 추세다.

박영우박사는 "PFC 인공혈액은 폐를 통해 호흡기로 배설되기 때문에 배설기관에 어떤 부작용도 끼치지 않는다. 또한 혈액형과도 무관하기 때문에 대용혈액으로도 유망하다."라고 자신의 작품을 설명한다. 이 PFC는 탄수화물의 수소를 불소로 대체한 것인데 겉보기에는 물과 비슷하다.

하지만 인공혈액은 그 어느 것도 아직 수혈용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유일하게 수혈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가한 나라는 중국 뿐이다. 그 이유는 안전성이 확보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약효의 메커니즘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을 뿐더러 분자량이 큰 인공혈액이 포함돼 있는 경우 그것이 몸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위험천만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혈액 연구가 가장 활발한 곳은 일본. 그러나 일본에서도 관상동맥경화증과 후두암 치료제로만 인공혈액을 쓸 수 있다.

작년 말에는 프랑스에서 색다른 인공혈액을 개발, 학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프랑스 남부 낭시생화학연구소의 클로드 비네롱박사가 그 주역.

이 인공혈액은 적혈구로부터 헤모글로빈을 추출, 이를 동결보관했다가 유사시에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이 헤모글로빈 추출물은 물에 타 사용하게 돼 있어 기존의 인공혈액인 탄불화물보다 훨씬 간편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 개발자의 자랑이다. 또 성분이 천연혈액과 유사하고 수혈시의 'ABO Rh 컴플렉스'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고 있다. 현재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이 진행중인 이 새 인공혈액은 천연혈액보다 오히려 우수한 점도 있다고 한다. 경련 등 인체의 이상으로 천연혈액이 통과하기 어려운 부위에도 자유로이 도달할 수 있고 내출혈에 대한 치료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근래에는 혈액을 교환수혈에 이용하기도 한다. 교환수혈이란 환자의 혈액 다량을 뽑아내고 공혈자의 혈액으로 보충해 넣는 것을 말한다. 교환수혈은 배설되거나 투석되지 않는 몸에 좋지 않은 물질을 환자의 혈액순환체계 내에서 완전히 제거하려고 할 때 시도된다. 예컨대 고분자글로블린혈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실시한 교환수혈은 성공을 거두었다. 교환수혈 결과 다량의 비정상 거대 글로블린이 환자의 몸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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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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