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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말 배울 수 있나?

열살짜리 천재 원숭이 화제모아

칸지의 신기한 언어습득 능력은 동물학자와 언어학자간의 해묵은 논쟁을 재연시키고 있다.
 

그림판의 상징을 능숙히 다루는 칸지


원숭이는 사람의 말을 익힐 수 있을까. 영장류 동물학자들은 원숭이들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오랜 세월에 걸쳐 보고해왔지만 언어학자들은 그들의 주장을 비웃음으로 묵살해왔다. 원숭이가 제아무리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는 것 같아도 그것은 인간의 말을 이해해서가 아니라 먹이 등에 조련되어서일 뿐이라는게 언어학자들의 얘기다.

최근 미국에서는 열살짜리 '천재' 원숭이가 이 해묵은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주인공은 칸지(Kanzi)라는 이름의 난쟁이원숭이. 칸지는 자기종족 누구보다도 많은 어휘를 알고 있다. 칸지를 연구해 오고 있는 UCLA 심리학과의 패트리시아 그린필드교수는 칸지의 언어능력이나 지적 수준이 '두살짜리 어린애 정도'라고 밝힌다.

칸지가 이런 언어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최초의 원시적인 언어 잠재력이 인간 고유의 것만은 아니고 원인류의 조상에게 공통된 것이었다는 의미를 함축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칸지는 아프리카 자이레(Zaire)의 밀림속을 헤매는 전형적인 보노보(bonobo, 피그미원숭이 일종)가 아니다. 그는 애틀란타에 있는 한 언어연구센터에서 태어나 줄곧 그곳에서 자랐다. 새끼때는 양엄마인 마타타(Matata)곁을 떠나지 않았는데 이 나이든 암원숭이는 당시 언어 숙달훈련을 받고있었다. 즉 인간의 언어를 형상과 연결해 반복해서 듣고 모자이크 그림판같은 상징물 가운데서 그에 맞는 그림을 골라내는 것이다.

연구원들이 2년간 마타타곁에서 쉴새없이 단어를 중얼거리며 상징물을 가르쳐줬지만 마타타는 단 한번도 배운걸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칸지가 상징물 조합에서 '추적'(chase)을 가리키더니 장난스럽게 뛰어 달아났다. "그것은 명백히 추적 놀이를 하자는 신호였다"고 연구책임자인 E. 새비지럼버는 말한다.

이후 칸지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때 늘 같은 행동을 취했다. 몇번씩 반복해서 그림 조합 중에 하나를 가리키고, 말하려는 상대를 바라본 뒤 뛰어 달아나는 것이다. 게다가 놀라운 것은 칸지가 사람들의 말(구어)을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그것도 단어 몇개 수준이 아니라 문장까지도 이해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전자레인지 속에 있는 레티스(미국 양상치)먹으러 가자"는 정도는 쉽게 익힌다고.

연구자들은 언어학자들에 맞서기 위해 칸지가 어떤 단어를 고르는데 아무런 자극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칸지는 곧 그림판을 이용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마침내 여섯살이 됐을 때는 90개의 심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사람들이 말하는 2백개의 단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또하나 놀라운 것은 칸지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두개이상의 단어를 일정한 차례를 두고 조합해서 쓴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양엄마인 마타타가 누군가를 물려고 하면 '마타타 문다'(Matata bite') 식으로 주어진 마타타의 상징을 먼저 두드리고 마타타가 누군가에게 잡히면 '잡다 마타타'(grab Matata)의 차례로 상징을 누르는 것이다.

한편 칸지는 자신이 하고 싶은 행동을 관철시킬 때도 단어의 조합을 이용해 차례를 매긴다. 예를 들어 서로 '쫓기'를 하다가 원숭이들의 놀이인 '물기'를 하자는 식으로 상징을 눌렀는데, 상대방이 물기부터 먼저하려고 들면 칸지는 차례가 틀렸다고 이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칸지가 아무리 영리하다해도 언어학자들을 이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만약 인간 이외의 어떤 동물이 생물학적으로 언어를 익힐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것은 마치 인간이 스스로 날 수 있는 섬을 발견한 것과 같은 기적이다"라고 MIT의 언어학자 촘스키는 말한다.

그러나 칸지의 보호자들은 이 영리한 원숭이가 더 많은 놀라운 일을 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칸지는 이제 6백50개의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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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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