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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Mars)

「지구밖 생명체」로 관심끌었던

과연 화성에는 생명체가 존재했을까? '지구밖 문명'이 있다면 유일하게 가능한 곳, 화성을 찾아가 보자.

태양계의 아홉개 행성중에서 인간이 오래 전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가졌던 행성이 화성(Mars)이다. 망원경으로 보면 붉게 보이는 이 행성은 옛날에는 지구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천체로 생각됐다.

고대 중국에서는 화성이 '불의 행성'으로 알려졌고, 바빌로니아에서는 죽음과 질병의 상징으로, 그리고 그리스와 로마인들에게는 '전쟁의 신'으로 숭앙됐었다.

17세기 초 망원경이 등장하면서 망원경으로 본 화성은 전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임이 밝혀져 '불의 천체'에 대한 인식은 새로워졌다. 망원경으로 관측한 화성 표면이 지도로 그려졌고, 흰색을 가진 화성 극관(極冠)이 이탈리아 천문학자 카시니(Cassini)에 의해 발견됐다.
 

바이킹1호가 찍은 화성 표면. 황량한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화성인」소문의 진상

그러나 화성이 인간의 관심을 끈 것은 무엇보다도 그곳에 생명체 또는 화성인이 존재할 것이란 가능성 때문이다. 18세기 말에는 영국의 허셀(Herschel)이 화성 극관이 겨울에는 커지고 여름에는 줄어드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로 미루어 극관이 눈과 얼음으로 구성돼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또 화성 표면이 계절에 따라 밝은 빛과 어두운 빛을 띠면서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보아, 그곳에 대기가 있고 생명체가 진화하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1877년에는 화성이 지구에 8천4백만㎞까지 접근했다. 그때 이탈리아 밀라노 천문대의 스키라파렐리(Schiraparelli)가 화성을 관측한 결과, 수많은 직선이 가로 질러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이 선들을 이탈리아어로 카날리(canali)라고 불렀는데, 이는 '수로(水路)'라는 뜻이다. 이 말이 영어로는 운하라는 뜻을 가진 커낼(canal)로 번역돼 전해지면서, 화성에는 인공적으로 파놓은 운하가 있고, 그렇다면 화성인도 살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그 몇년 뒤에 구한말(舊韓末) 주한 미국 영사관에도 근무한 적이 있는 미국의 천문학자 로웰(Lowell)이 미국 애리조나주에 천문대를 세우고 화성 표면 관측에 전념해, 화성 운하의 지도를 그려 발표했다. 그러자 세계에는 화성 선풍이 일었다. 영국의 공상과학 소설가인 웰즈(H.G.Wells)의 '우주 전쟁' 등 화성인을 소재로 한 소설이 등장해 큰 머리와 여섯 개의 다리를 가진 화성인이 지구를 침략하는 모습을 다루었다. 세계는 한때 화성인 침략이 사실인듯 떠들썩하기도 했다.

로웰은 "화성은 한때 지적(知的)동물이 살던 좋은 환경을 가진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죽어가는 행성이다. 가장 큰 이유는 물이 말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화성인은 극관에만 남아있는 물을 끌어다 쓰기 위해서 관개용 운하를 파놓았다. 운하의 선이 자연적으로 생기기에는 너무 직선이다. 또 화성 표면 일부의 색이 여름에는 어두운 색깔로 변하는데, 이것은 식물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소련의 유명한 천문학자 슈클로프스키(Schlovski)같은 사람은 화성의 두 위성 포보스(Phobos)와 데이모스(Deimos)가 화성인이 이주하기 위해서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생명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러한 화성인에 관한 환상은 우주개발이 시작되면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인간의 화성 탐사는 1956년 마리너(Mariner) 4호로 시작됐다. 이 탐사선은 화성 부근을 통과하면서 21장의 화성표면 사진을 보내왔다. 이 사진으로 화성이 달과 같이 운석공과 황무지로 덮인 죽은 행성임이 처음으로 알려지게 됐다.

7년 후인 1972년에 마리너 9호가 화성 상공 1천 3백㎞에서 찍은 사진 7천3백여장을 보내왔다. 이 사진들은 화성이 달과는 달리 동적(動的)인 행성으로 격렬한 기후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물이 흘러서 생긴 것으로 믿어지는 하상(河床)을 가지고 있음을 밝혀 주었다. 이에 따라 화성의 생명체 존재에 관한 가능성이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

화성 탐사의 다음 단계는 미국 항공 우주국(NASA)이 10억 달러를 들여 개발한 바이킹(Viking)우주선으로 이어졌다. 바이킹 1 호는 1976년 7월에 크리세(Chryse)평원에, 그리고 바이킹 2호는 그 다음 달에 크리세에서 6천5백㎞ 떨어진 유토피아(Utopia)평원에 연착륙(soft landing)했다.

바이킹 탐사선들의 주요 임무는 화성표면의 지형 촬영, 생물체의 존재 유무에 관한 실험, 기상 실험, 가스 분광기에 의한 분자 분석, X선 분광기에 의한 분광 실험, 지진 실험 등이 있다. 이 여러 실험 중에서 가장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생명체의 존재에 관한 실험이다.

이 실험의 주요 내용은 화성 표면의 토양을 분석하는 것이다. 길이 3.3m의 기계손이 착륙선에서 나와 화성 토양을 퍼내 착륙선 안에 마련된 생물실험실로 옮긴 뒤 이곳에서 조사 분석한다. 토양에서 미생물의 신진대사에 관한 증거를 찾는 것이다. 토양에 탄소 14의 동위원소를 포함한 영양소를 주입시켜 그곳에 포함돼 있을 생물체가 이를 흡수하여 소화시키게 한 후 배출되는 가스를 조사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바이킹은 이 조사에서 살아있는 물체를 발견하는데 실패했다.

우주선에 의한 화성 탐사는 90년대에도 소련의 포보스(Phobos)와 미국의 MOM (Mars Orbiter Mission)우주선에 의해서 계속될 것이다.

지구 크기의 반
 

(그림 1) 화성의 구조
 

화성은 지름이 6천7백88㎞다. 이는 지구 지름의 53%에 지나지 않는다. 수성보다는 약 40%가 더 크다. 그러나 질량은 6.4x${10}^{23}$㎏으로 지구 질량의 약 11%에 지나지 않는다. 화성의 밀도는 1㎤당 3.9g으로 이는 달의 밀도(3.3)보다는 조금 높고 지구의 밀도(5.5)보다는 훨씬 낮다. 화성의 밀도가 낮기 때문에 화성의 구조도 지구와는 달라야 한다. 특히 핵이 작아야 하고 핵을 구성 하고 있는 물질도 지구 핵의 물질보다 밀도가 낮은 철과 황화철의 혼합물로 이루어져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태양에서 네번째 행성으로 지구 바로 바깥 쪽에서 태양을 돌고 있는 화성은 태양으로부터의 평균거리가 지구와 태양 사이 평균거리의 1.52배다. 그러나 화성의 궤도가 약간 찌그러진 타원이므로 이 거리는 약 9%정도 변한다. 지구와 화성 사이의 거리는 태양에서 볼 때 이 두 행성이 같은 방향에 놓일 때 가장 가까운데, 이 때에는 5천6백만㎞로 접근하나 이들이 태양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설 때는 거리가 1억1백만㎞로 멀어진다.

화성의 자전주기는 24시간 37분으로, 그곳의 하루는 지구의 하루보다 37분이 길다. 화성의 자전축도 지구와 마찬가지로 약 25°기울어져 있으므로 그곳에도 지역에 따른 계절의 변화가 뚜렷이 나타난다.

화성을 망원경으로 보면 붉고 오렌지색을 띤 둥근 모습인데 양극에는 흰 극관 그리고 곳곳에 어두운 곳이 보인다. 바이킹 착륙선이 보내온 사진에는 온통 붉게 물든 하늘과 표면, 표면에 널려 있는 바위와 암석, 거대한 화산 분화구, 운석공, 그리고 큰 협곡 등이 보인다.

화성 표면의 70%는 붉은 오렌지색을 띠고 있다. 표면이 붉게 보이는 것은 토양 표면에 산화철(${Fe}_{2}$${O}_{3}$)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표면 물질중에 산화철은 19%를 차지하고 있고 규토(硅土, ${SiO}_{2}$)가 약 45%로 주성분을 이룬다. 표면의 붉은 모래는 지구 해변의 모래 보다도 훨씬 곱다. 이 가는 모래들이 시속 1백㎞ 이상의 강한 바람에 날려 화성전체에 먼지 폭풍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화성 표면의 일부가 어둡게 보이기도 한다. 화성에서 하늘이 붉게 보이는 것도 이 먼지 폭풍 때문이다. 먼지 구름은 표면에서 50㎞ 높이까지 날린다. 극관은 주로 얼음으로 돼있어 겨울에는 커지고 여름에는 줄어든다. 그러나 겨울에만 얼어붙은 극관의 외곽 부분은 물의 얼음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만 응고하는 이산화탄소의 얼음, 즉 드라이아이스(dryice)로 구성돼 있을 것이다. 특히 여름이면 사라지는 남극관의 주성분은 드라이아이스다. 극관에 있는 얼음의 두께는 수백 m 에 이르고 겨울에는 위도 60~70°까지 확장된다. 만일 극관이 있는 얼음을 녹여서 물로 만들어 화성 전체를 덮는다면 그 깊이는 10m에 이를 것이다. 화성에는 이렇게 물이 풍부한 편이므로 앞으로 화성에 인간의 기지를 만든다해도 물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화성 탐사선들이 찍은 사진을 살펴보면 화성에 지질작용이 많이 있었던 흔적이 나타난다. 남반구는 비교적 평탄하고 많은 운석공으로 덮여있다. 이곳에서는 초기의 표면상태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반면 북반구는 젊은 지형으로 거대한 용암분지와 화산이 많이 분포돼 있다.
 

(그림 2) 포보스와 데이모스의 화성주위 공전궤도


한반도만한 화산

화성에서 가장 큰 화산은 올림푸스 몬스(Olympus Mons)로서 바닥의 직경이 약 6백㎞이고 주변 평원을 기준으로 약 25㎞나 높이 솟아 있다. 그러니까 이 화산의 면적은 한반도를 덮을 정도로 크며, 높이는 에베레스트산 높이의 약 3배에 해당한다. 봉우리 주변에는 용암이 흘러서 생긴 무늬가 보이는데, 이 화산은 약 10억년 전에 활동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화성에는 또한 여러개의 협곡(canyon)이 보이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이 발레스 마리네리스(Valles Marineris)다. 이 협곡의 길이는 5천 ㎞, 폭은 2백㎞, 깊이는 6천㎞다. 미국 그랜드 캐년(Grand Canyon)을 이 협곡과 비교하면, 긁힌 자국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물이 흘러서 패인 옛날에 강이었던 구불구불 한 수로(현재는 물이 없음)가 여러 탐사선에 의해 발견됐다. 그중 가장 큰 것은 길이가 1천5백㎞, 폭이 1백㎞에 이른다. 현재 화성의 온도나 기압이 너무 낮아서 물이 있다해도 흐를 수 없다. 추측컨대 이 계곡들은 온도와 기압이 높고 물이 풍부했을 때인 화성 형성 초기에 흐르던 강자국으로 생각된다.

화성에는 대기가 있기는 하지만 그 밀도가 아주 낮고 성분도 지구 대기와는 전혀 다르다. 바이킹의 측정에 의하면 화성의 대기압은 지구의 2백분의 1에 불과하다. 이 기압은 지구에서 40㎞ 고도의 기압에 해당하니 화성 대기가 얼마나 희박한지 짐작할 수 있다. 대기는 95%가 이산화탄소, 2~3%가 질소분자, 1~2%가 아르곤, 0.1~0.4%가 산소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 구성은 금성의 대기와 아주 비슷하다.

화성의 대기는 극히 건조하다. 즉 바이킹 측정에 의하면 북반구의 고위도 영역이 대기 중에 가장 많은 수분을 포함하고 있는데 그 곳 대기가 가지고 있는 수분이 모두 비로 내릴 경우라도 강수량은 0.01㎜에 불과하다. 지구의 경우 대기중의 수분이 비로 내리면 그 양은 적어도 수 ㎝는 될 것이다. 화성에서는 비가 내릴수 없다. 대기압이 높은 깊은 협곡에서만 수분이 액체상태로 존재할 수 있을 뿐이다. 수분은 대부분 얼음이나 서리의 형태로 극관과 지하에 얼어 붙어 있고 대기와 표면에는 극히 적은 양만이 존재한다.

화성에는 대기가 희박하기 때문에 온도의 변화가 크다. 화성이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을 때 적도에서 밤과 낮의 온도차는 거의 1백℃에 이른다. 이 지역에서 여름에는 온도가 37℃까지 올라간다. 바이킹 1호가 착륙한 북위 23°의 표면에 가까운 대기의 온도는 -29℃~-85℃이고, 이보다 훨씬 북쪽인 바이킹 2호의 착륙 지점에서는 겨울 밤의 온도가 -1백℃까지 내려간다. 표면의 바위와 토양에는 서리가 내린다. 이 서리는 봄이 돼야 녹는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아낸 모든 정보를 종합하면 화성이 형성된 후 현재까지의 내력을 대강 짐작할 수 있다.

물질이 모여서 화성이 형성된 후 운석이 충돌해 생긴 운석공이 표면을 덮게 된다. 그 얼마후 화성은 층상 구조를 이루게 되어 핵맨틀 화성각(火星殼)이 형성된다. 그후 지각이 균열을 일으켜서 타르시스(Tharsis)산맥과 같은 거대한 산맥의 지형이 생긴다. 이때 현재보다 더 짙고 온도가 높은 원시대기가 형성되어 화산폭발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를 상당량 잡아둔다. 이 수증기로 인해 비가 내리고, 흐르는 물이 골짜기를 파이게 하고 표면을 침식해 원시 표면을 조금 바꾸어 놓는다.

그 다음 단계로 일어난 것이 대대적인 화산 활동이다. 대부분의 분화구와 용암이 흐른 자국이 이때 생긴 것이다. 그후는 화성 표면이 바람에 의해서 조금씩 침식당했을 뿐이다.

화성에는 포보스와 데이모스라는 두개의 위성이 있다. 이 위성들은 마치 감자와 비슷하게 매끄럽지 못한 타원체의 모습에, 표면은 검은 색깔의 운석공으로 덮여있다. 포보스의 크기는 27㎞x21㎞x19㎞이고, 데이모스는 15㎞x12㎞x11㎞의 크기로 포보스 보다 조금 작다.

이 위성들은 화성에 아주 가까운 궤도를 돌고 있으므로 공전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 바깥쪽 궤도를 도는 데이모스는 30시간 30분에, 그 안쪽을 도는 포보스는 7시간 39분에 각각 화성을 한 바퀴씩 돈다. 포보스는 화성의 자전보다 더 빠르게 궤도를 돌고 있다. 그래서 데이모스는 지구의 달과 같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지만, 포보스는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지는, 우리에게는 기이한 현상을 보인다. 지구의 달과 같이 이 위성들은 모두 한쪽 면만을 화성에 면하고 있다.

극관(polar cap)

화성의 양극어서 볼 수 있는 희고 빛나는 부분. 지구와는 달리 양극에서 동시에 볼 수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겨울에 형성된 극관은 이른 봄에 가장 커지며(위도 60°~70°까지 번짐) 늦여름에 완전히 없어진다. 극관의 성분은 얼음이 주성분이며, 이산화탄소가 언 드라이아이스가 극관의 외각을 형성하고 있다고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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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민영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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