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잃은 검은 기름바다. 열사의 하늘 위로 타오르는 석유구름. 걸프전은 이제 지구생태계를 담보로 한 전쟁이 되고 있다.
하루 8백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세계최대석유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지대인 이 나라가 세계시장에 막대한 양을 공급하는 자원이 또 하나 있다는 사실은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사우디 근해에서 연간 5천t씩 잡히는 새우는 사우디의 제2수출품목으로 미국과 유럽의 미식가들에게 인기높은 해산물이다. 그러나 이제 세계인들의 식탁에서 사우디산 새우를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페르시아만에 솟은 전쟁의 불길은 이 새우들의 서식지마저 생존불가능한 기름바다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81년부터 5년간 사우디수산공사(SF-C)의 수산연구관으로 소속돼 페르시아만의 어종과 그 양을 조사한 바 있는 문충정씨는 "카프지 주베일 등 사우디의 대규모 유전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새우어장에서 84년 이후 세계새우생산량의 32%를 수확해왔다"고 주장한다. 풍부한 석유자원 수입과 비늘없는 생선을 먹지않는 문화적 관습때문에 그간 페르시아만의 해양자원개발은 상대적으로 경시돼 왔지만 새우 뿐 아니라 정어리 빙어 등 이 지역의 어장은 미개척의 보고라는 것. "인류 식량자원의 마지막 희망인 바다가 무참하게 파괴됐다는 것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막대한 손실"이라고 문씨는 안타까워 한다.
푸른 거북 등 멸종위기
지난 1월 17일 새벽 미국을 주축으로 한 다국적군이 바그다드 상공에 첫 폭탄세례를 퍼부은 이래 이라크와 다국적군간의 공방은 종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격화되고 있다. 개전 후 1개월 현재 7만회를 기록한 다국적군의 맹공에 비해 이라크군의 대항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에 각각 30여발의 스커드 미사일을 쏘아보낸 것이 고작일 정도라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계 2위의 석유생산국인 이라크는 자신들의 자원을 무기화하는 방법으로 다국적군을 위협했다. 개전 5일 만에 시작된 이라크군의 쿠웨이트 지역 유전 폭파와 곧이은 해상원유유출이 바로 그것. 특히 유출초기에 한국의 경기도만한 기름띠를 형성한 기름방류 (56㎞X16㎞ 추정)는 해양오염 사상 최대규모다.
이라크 쿠웨이트 사우디 등 중동지역 산유국들이 공유하고 있는 페르시아만은 좁은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인도양과 연결되는 호리병 모양의 폐쇄해역이다. 이 지역의 해류는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을 기점으로 반(反)시계 방향으로 서서히 돈다. (그림P14)이라크가 쿠웨이트의 미나 알 아마디 해상 석유펌프장으로부터 원유를 방류한 것도 쿠웨이트에서 사우디쪽으로 내려가는 해류에 석유를 흘려 보냄으로써 사우디의 식수원인 담수화공장의 가동을 방해하고 해상의 다국적군 전투함대를 무력화시키자는 의도였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작 석유가 위협한 것은 다국적군 이전에 이 지역을 보금자리로 살고있던 수많은 해양생물이었다. '불모'의 사막이라는 주변지역 이미지와는 달리 페르시아만의 해양 환경조건은 석유유출이라는 인위적인 재해가 없다면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어린 고기들의 은신처가 되는 산호초가 사우디 근해에 넓게 발달해있으며 먹이가 되는 해초와 남조류 등이 풍부하다. 특히 이 지역은 종 다양성(species diversity)이 높아 다양한 생물들의 전시장을 이루고 있다. 식용어류만 1백35종에 이르며 푸른 거북(green turtle) 해우(海牛, dugong) 돌고래등 11종의 세계적인 보호동물도 서식하고 있다.
이들 해양생물의 기름에 의한 피해는 물리적인 것과 생리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물리적 피해는 기름과 직접 접촉해 질식하는 것으로 특히 가마우지 제비갈매기 등 조류의 경우 깃털에 기름이 묻으면 날개짓을 제대로 못해 익사하거나 보온력을 잃어 죽게 된다.
기름성분속의 벤젠 톨루엔 등 독성은 물 속에 녹아들어 해양생물의 세포벽을 파괴하고 단백질과 결합해 효소나 구조단백질에도 영향을 준다. 또 기름성분 속에는 생물에게 마취나 마비효과를 가져오는 것도 있다.
해양생물 중 가장 심한 피해를 입는 것은 민감한 산호초와 새우 갯지렁이 등 저생(低生)생물. 서울대 해양학과의 고철환교수는 "기름냄새를 맡고 도망칠 수 있는 어류와는 달리 해저에 반고착상태로 사는 생물은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기름에 해를 입은 생물은 살아남더라도 행동이 둔해지고 번식률이 떨어진다. 이런 영향이 사라지려면 평균 5~7년은 걸린다"고 밝힌다.
페르시아만의 오염은 주변국가의 식수공급에도 막대한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바닷물을 끓여 식수로 사용하는 담수화공장들이 오염된 물을 제대로 거르지 못해 이 지역에 콜레라 등의 전염병 발생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모래사장과 개펄로 이루어진 사브카(Sabkha)라는 이 지역의 독특한 지형은 오염회복의 악조건이 된다. 일반적으로 암석이 발달하고 파도가 센 해안에서는 기름띠가 바위에 부딪치며 깨져 미생물이 분해하기 좋은 형태로 변화하지만 개펄과 습지가 발달된 지형에서는 기름이 그대로 침강해 오래도록 유지되기 일쑤다. 우리나라 서해안의 경우가 그 유사한 예로 기름 유출사고 후 수년이 지나도 개펄을 조금만 파들어가면 유출당시의 형태로 남아있는 석유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유출된 석유는 해상에서 증발 분산 에멀션(emulsion)화 박테리아에 의한 생(生)분해 등의 풍화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풍화과정은 유출된 기름의 종류와 해수의 온도 파도높이 등에 좌우되는데 이번에 유출된 쿠웨이트산 경질유의 경우 증발이 빠르나 벤젠 톨루엔 등 물에 녹기 쉬운 유독성분도 많아 해양생물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
방제해도 2차오염 뒤따라
광대한 바다의 경우 석유나 기타오염원에 의해 더럽혀져도 일정한도까지는 고유의 자정능력이나 완충능력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 한계를 넘어서게 되면 치유가 거의 불가능하며 설사 된다해도 막대한 노력과 비용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이번 석유 유출의 경우 다국적군측의 주장으로는 유출된 양이 무려 6백~8백만 배럴에 이르는 것인데다 전시(戰時)라는 특수성 때문에 적절한 방제시기까지 놓쳐 피해가 더 커졌다.
일반적으로 석유나 기타화학물에 의한 오염방제에는 물리적 방법 화학적 방법 또 미생물을 이용한 방법등이 사용된다. 오염초기에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리적인 것. 쉽게 말해 '물위에 뜬 기름'을 걷어내는 것이다. 기름이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오일펜스(oil fence)를 설치해 기름을 모으거나 아직 흩어지지 않은 기름을 펌프로 끌어올려 소각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기름의 두께가 0.1㎜가 되기 전까지만 유효할 뿐 아니라 이번과 같은 대규모 유출에는 방제선이 수백척 동원돼도 쉽게 물위에 퍼진 기름을 걷어낼 수 없어 역부족이다.
화학적 방법에 유(油)분산제를 이용하는 것과 기름덩어리를 유지하도록 응고제를 이용하는 방법이 흔히 쓰인다. 유분산제는 기름 덩어리를 잘게 부수고 기름속에 물이 들어가는 에멀션현상을 막는다. 에멀션이 형성되면 부피가 커질 뿐 아니라 끈적한 타르(tar) 덩어리가 돼 바다밑바닥에 가라앉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분산제에 함유된 솔벤트는 생물에게 독성이 큰 성분이어서 당장에 기름막을 제거하더라도 2차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더 막대해질 수 있다. 67년 영국 근해에서 침몰한 토리캐년호 방제사업이 대표적인 예. 따라서 각국은 유분산제 사용에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다.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것은 미생물을 이용한 방제법이다. 일부 소식통은 미국이 사우디연안에 이 방법을 적용하기 위해 전문가를 급파했다고 전한다.
기름오염이 발생하면 해당지역에서는 자연적으로 기름을 분해하는 박테리아가 늘어난다. 이를 응용해 유전공학으로 대량의 박테리아를 기르거나 자연산 박테리아를 모아 오염지역에 집중살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에는 아직 많은 논란이 따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인위적인 미생물살포가 기존의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미생물이 활발히 활동하려면 질소나 인 등의 영양염이 풍부하게 존재해야 하므로 바다에 인공비료를 뿌려줘야하는데 이 경우 부(當)영양화현상이 초래된다. 실제로 89년알래스카 연안에서 유조선 엑슨 발데즈호가 1천 1백만 갤런의 기름을 유출했을 때 이 방법을 쓰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생태계교란이 초래될 지 모른다는 이유로 토착박테리아의 활동을 돕기 위해. INIPOL이라는 비료만을 뿌려줬다. 한국해양연구소의 강성현 연구원(해양화학)은 "미국의 경우 이미 기름분해 박테리아를 키워 파는 회사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파는 박테리아의 기능이 실험용 탱크 이외의 실제 상황에서 입증된 것이 아니므로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른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이제 페르시아만의 회복은 자연적인 자정능력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그 기간이 최소한 20~30년은 걸릴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일부는 기름에 오염된 해저층 위에 퇴적층이 다시 쌓여 지금과 같은 생태계가 복원되려면 최소한 2백년이 걸릴 것 이라고 비관적인 견해를 편다.
하루 3억배럴이 불에 탈 수도
페르시아만의 오염이 지형적 특성상 국지적인 피해에 그치는데 반해 유전파괴로 인한 기상이변이나 대기오염은 그 범위가 넓어 유전화재는 즉각 '전 지구적 규모'의 위기의식을 불러 일으켰다.
전쟁이전부터 대기오염 및 기상관계 전문가들은 세계 원유생산량의 15.9%를 담당하는 사우디 이라크 쿠웨이트 유전이 폭파되면 최대 3억배럴이 한달동안 계속 불타게 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 했다. 이 경우 아황산가스는 1백83만t(전 세계 연간발생량의 1.4%) 먼지 14만t(0.06%) 이산화탄소 4천만t(0.18%) 정도가 발생, 중동지역은 물론 전세계가 대기오염과 기상이변에 시달리게 된다. 다행히도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모든 유전을 폭파해 불바다를 만들겠다"던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위협이 현재까지는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나 알 와프라 등 비교적 소규모인 유전에 붙은 불만으로도 검은 기름비를 경험한 인근 국가에서는 대기오염에 대한 공포가 적지않다.
알려진대로 석유나 석탄 등 화석연료가 탈때는 아황산가스와 이산화탄소 질소 미세분진 등의 오염물질이 배출된다. 이들은 산성비와 온실효과 핵겨울 등 환경재해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다.
목구멍이나 눈의 점막을 자극하는 아황산가스는 질소와 함께 산성비를 몰고온다. 이미 유럽에선 산성비의 피해로 독일 최대 삼림인 슈바르츠발트가 고사하거나 스웨덴의 호수들이 아무 것도 살 수 없는 상태로 변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중 스웨덴에 내리는 산성비는 영국의 산업지대에서 내뿜은 황과 질소 매연이 바람을 타고 이동해서 내린 것. 따라서 중동지역의 아황산가스가 급격히 증가할 때 그것이 얼마만큼이나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단 아황산가스는 대기 중에 머물러 있는 기간이 4일 정도에 그친다. 따라서 전쟁이 계속되지 않는다면 피해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온실효과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산화탄소는 매우 안정적인 기체이므로 대기중에 1백년 정도 머물러 있게 된다. 시간적으로는 가장 장기적인 피해를 미치는 셈이다. 그러나 지구 전체에서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고려해 볼 때 이번 전쟁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를 크게 앞당기거나 증폭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트기류 교란, 기아 불러
이번 유전폭파로 생겨난 오염물질 중 영향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검댕과 분진이다. 검댕은 불완전연소한 탄소고체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며 분진은 호흡을 통해 체내에도 들어가는 미세입자다. '핵겨울' 이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유전화재로 생긴 검댕이 지표에서 12~55㎞ 상공에 있는 성층권을 떠돌아다니며 햇빛을 차단, 중동지역의 기온을 크게 떨어뜨리고 피해범위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석유연소로 발생하는 검댕은 지상 2, 3㎞이상을 올라가지 못한다는 이유로 핵 겨울이론을 반박하는 학자도 많다. 검댕이 성층권에 도달하지 못하면 날씨변동을 좌우하는 제트기류에도 영향을 못 미칠 뿐 아니라 북반구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환경처에서도 전쟁 전인 지난 1월7일에는 3억배럴의 석유가 탈 경우 분진이 아시아계절풍을 따라 지구곳곳으로 이동, 기온을 0.5℃ 하강시키고 10일 후에는 한반도에도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1월25일 환경관계전문가들의 합동회의에서는 '유전화재의 오염물질이 지상 2, 3㎞ 이상 올라가기는 힘들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당초의 예측을 번복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 김정우 교수(천문기상학과)는 "검댕이 지상 2, 3㎞이상 올라갈 수 있다"며 "제트기류에 영향여부는 얼마만한 양이 분출되는가에 달렸다"고 의견을 밝힌다. 특히 사하라 사막 북쪽에서 지중해 남쪽에 이르는 제트기류의 머리부분이 이라크 상공에 있어 이 곳에서 검댕이 층을 이루면 제트기류의 순환이 교란돼 기상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지표면의 찬 공기가 따뜻해져 상층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머리부분의 간접순환이 방해받으면 제트기류의 머리가 인도양쪽으로 더 전진하거나 역으로 후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도양계절풍에 영향을 주고 세계의 곡창인 동남아시아지역에 기상이변을 몰고와 식량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중동 상공의 제트기류와 한반도 상공의 것이 위도상 다른 곳에 있다해도 전체 제트기류는 준 균형상태를 이루고 있어 한 곳의 변화는 다른 제트기류의 재배치를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당장 가시적인 대기오염이나 기상이변이 일어나지 않는다해도 우리 나라에 계절풍이 성해지는 장마 시기까지 시간을 두고 그 영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동중인 원자로 파괴
한편 석유로 인한 해양오염이나 대기오염 못지않게 중동지역의 생태를 위협하는 복병이 있다. 바로 화학무기와 방사능의 누출.
다국적군은 개전과 함께 1차공격목표로 이라크의 화학무기공장과 원자로시설을 설정했다. '가난한 나라의 핵무기'란 별칭을 가진 화학무기는 이번 전쟁에서 다국적군이 가장 두려워한 존재다. 현재 이라크가 보유하고 있는 화학무기는 약 6천~7천t으로 추정되며 그 중 90%가 수포제인 머스타드(겨자)가스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포제에 닿으면 피부와 호흡기에 물집이 생기고 이것이 썩어들어 생존하더라도 호흡기장애를 얻게 된다. 타분 사린 소만등의 신경가스는 체내 교감, 부교감신경을 마비시키는 것으로 직접 접촉하면 수분후 발작을 일으킨 뒤 죽게 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화학무기의 효과 지속성은 그리 길지 않아 수시간에서 수일만 지나면 대기중으로 확산돼 오염상태를 벗어 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화학무기의 독성은 사후에 밝혀지는 것이 더 많다는 점이 문제다. 베트남 참전 미군들이 기형아를 출산한 사건이 있고서야 고엽제 속에 들어있던 불순물 다이옥신(TCDD)의 유독성이 밝혀진 것처럼 이번에도 장기적인 피해가 뒤늦게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화학연구소의 김용화박사(환경독성)는 "현재로선 머스타드 가스의 동물실험결과 발암성이 확인된 정도다. 그러나 이것을 인간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다"고 밝힌다. 기타 신경가스는 직접 접촉시 피해는 크나 화학구조상 환경이나 인체에 장기잔류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화학무기의 사용이전에 이것이 환경이나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충분히 검토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김박사는 덧붙인다. 한편 다국적군은 이라크의 신경가스공장을 폭격해 '위험할' 정도는 아니지만 가스누출이 있었다고 전황을 밝힌 바 있다.
다국적군이 이라크의 1천 ㎾급 미만의 연구용 원자로2기(基)를 파괴한 이유는 이곳에서 사용하는 농축우라늄이 핵무기의 원료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90년 IAEA(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는 이라크가 핵무기를 제조하려 하고 있다는 추측을 뒷받침해주었다. 그러나 이번의 원자로 폭격은 군사적 용도도 아닌 연구용 원자로를 파괴함으로써 무고한 시민을 방사능에 노출시켰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핵전쟁방지의사연합회원 이명근씨(예방의학)는 "연구용 원자로는 서울원자력 연구소 안에도 소규모의 것이있다. 그러나 이것이 폭발한다고 해서 서울 전역이 피해지역이 되지는 않는다"고 이라크의 원자로파괴 위험성을 비유해 설명한다. "방사능 피해정도는 결국 누출된 양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해도 원자로 주변지역 주민들의 방사능 피해와 식생의 오염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게다가 다국적군의 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방사능 누출의 위험은 계속 도사리고 있다. 체르노빌(1 백만 ㎾급 발전소)사고 이후 그 영향이 멀리 떨어진 스웨덴과 일본에서도 발견됐던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핵무기가 사용된다면 주변 중동국가는 물론 아시아도 안심할 수는 없다.
인류사에 환경테러(ecoterror)란 가공할 신조어를 낳은 걸프전은 국지적인 환경파괴가 결코 한 지역의 문제에 그치지 않음을 확인시켰다. 최악의 경우를 예상한 '죽음의 시나리오'들은 환경문제에 대한 인류의 경각심을 고취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나 주로 다국적군측이 제공한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급조한 시나리오에는 '신뢰성' 문제가 제기된다. 환경단체인 '자연의 친구들' 회원 구자건씨(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는 한 예로 "대기오염의 정도를 제대로 예측하려면 풍향 대기안정도 오염물질의 착지지점 주야 온도차 등의 기초적인 내용이 밝혀져야 하며, 지형적 특성에 맞는 모델이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내용이 없다면 각종 시나리오는 자칫 서방측의 이라크 여론재판용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