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부터 국내업체들도 워크스테이션 생산단계에 들어선다.
워크스테이션은 값비싼 중대형 컴퓨터와 맞먹는 연산처리속도를 가지며 PC상에서 엄두도 못낼 고해상도그래픽과 뛰어난 데이터통신능력을 발휘하는 새로운 차원의 컴퓨터다. 워크스테이션은 마치 기차역에서 손님들을 승차시키고 웬만한 보수작업을 실행할 수 있는 것처럼 주어진 업무(연산 그래픽 통신)를 한대의 컴퓨터로 모두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명칭이 붙여졌다.
이같은 특징 때문에 워크스테이션은 기계 건축설계 등 그래픽을 요하는 CAD(컴퓨터이용설계)분야는 물론 방대한 연산처리를 수반하는 과학기술 연구분야에 주로 사용돼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 또는 '테크니컬 워크스테이션'이라고도 부른다.
워크스테이션은 80년대 말부터 명실상부하게 컴퓨터산업의 핵심상품으로 두각을 나타내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시장규모면에서의 변화가 그렇고 신기술 개발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불과 1,2년 사이에 워크스테이션의 성능은 2배 이상 뛰었고 그 성능에 비해 가격은 1/2이하로 내려가는 등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보다 저렴한 가격에 강력한 성능을 가진 워크스테이션이 경쟁적으로 개발돼 1만달러대의 저가기종이면서도 초당 1백50만 명령어를 처리하는(15MIPS) 데스크톱형(책상위에 놓고 사용하는) 제품이 선보이는가 하면 50MIPS대 고성능 기종들도 개발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주류를 이룬 CISC(복합명령어컴퓨터)칩채용워크스테이션이 명령어처리형태를 단순화시킨 RISC(명령어축소 컴퓨터)칩채용제품으로 전환되면서 이같은 발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1백MIPS를 눈앞에
가장 짧은 라이프사이클에 가장 우수한 성능을 가진 워크스테이션은 종전의 중대형컴퓨터 시장까지 잠식하기에 이르렀다. 세계 유명 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사가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9년 세계 워크스테이션시장규모는 전년동기 대비 40%이상 성장한 61억달러 규모에 달했다. 이러한 신장세는 90년대 중반까지 지속돼 세계 컴퓨터시장의 연평균 증가율 17%를 훨씬 웃도는 30%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89년 국내 워크스테이션 시장규모는 총 2천6백대, 금액으로는 5천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1천3백대)보다 무려 100%이상 급성장한 기록적인 수치다. 비록 시장규모면에서 세계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지만 증가속도는 전자대국인 일본보다 오히려 빠르다는 것이다.
90년 국내 워크스테이션시장은 5천4백대규모, 8천 5백만달러에 이르렀으며, 91년에는 1만대(1억4천만달러)를 훨씬 넘어 외형상 안정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워크스테이션분야가 이같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는 컴퓨터업계 관계자들조차 쉽게 예견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명령어세트를 줄이고 프로세서의 제어방식을 간소화시킨 RISC칩이 등장하면서 워크스테이션분야는 3개월이 멀다하고 신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80년대 후반기만해도 워크스테이션은 모토롤러사의 68000계열 CISC 칩을 채용한 5MIPS 이하의 제품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던 것이 RISC칩의 등장으로 1,2년 사이에 10~20MIPS대로 껑충 뛰었으며, 이제는 슈퍼컴퓨터급인 1백 MIPS대에 도전하고 있다.
1백MIPS의 고성능 제품개발을 위해 현재 세계 유명 워크스테이션업체들이 연구하고 있는 첨단 신기술은 중앙연산처리장치(CPU)의 클록(clock)주파수를 높이는 것과 완벽한 병렬처리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또한 여러개의 CPU를 동시에 사용한 다중(多重)프로세서 채용으로 분산처리를 가능하게 하려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클록주파수향상은 CPU의 주파수를 높여 처리속도를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C모스(MOS)반도체칩의 한계점인 33㎒를 극복하려는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C모스칩을 이중적인 구조로 배열, 클록주파수를 66㎒까지 높여 50MIPS의 처리속도를 갖는 CPU를 탄생시키기에 이르렀으며 현재는 1백㎒의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와 병행해 또다른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는 병렬처리구조는 현재 한 사이클당 1개의 명령어 전송을 3개 이상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워크스테이션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다중프로세서 기술은 그동안 단일 CPU를 사용해온 종래의 개념과 달리 한 대의 컴퓨터에 여러 개의 CPU를 병렬적으로 채용, CPU를 추가할 때마다 처리속도를 배가시키자는 내용이다. 즉 메인보드상에 10MIPS의 처리속도를 갖는 10개의 CPU를 병렬적으로 꽂아 각각의 CPU에서 하나의 프로그램을 10등분으로 분산처리, 1백MIPS의 처리속도와 같은 효과를 거둔다는 것이다.
저가모델에 치중
최근 국내에서도 컴퓨터업체들이 저가 워크스테이션의 국산화에 성공, 91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계획하고 있어 '자립생산시대'의 개막을 알리고 있다.
특히 국내업계가 선보일 워크스테이션은 데스크톱모델중 가장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한 5천~6천달러급의 제품들이어서 컴퓨터분야에 있어 PC에 이어 두번째 주력 수출상품으로 기대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몇 안되는 워크스테이션 생산국으로 우리나라를 발돋움시킨 주역은 금성사 현대전자 삼보컴퓨터. 이들 3사가 개발한 제품은 세계시장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은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즈사의 '스팍스테이션'과 100% 호환성을 유지하고 있어 생산 즉시 세계무대로 수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이들 업체외에 삼성전자 대우통신 가인시스템 등도 내년중으로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을 개발한다는 목표아래 기술도입과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워크스테이션의 국산화는 지난 85년 현대전자가 선마이크로시스템즈사의 제품을 처음 수입판매하기 시작한지 불과 5년만에 이룬 쾌거여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금성사가 선보일 제품은 12.5MIPS와 15MIPS의 데스크톱 워크스테이션 2개모델. 이 제품은 미국 반도체회사인 LSI로직사와 OS(운용체제) 포팅업체인 옵스사의 협조를 받아 개발됐다. 금성사는 기존 동급모델보다 30% 가량 저렴한 5천~6천달러선으로 제품가격을 책정해 해외시장을 파고든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금성사는 올해초 미국 현지법인인 GSTEC에서 워크스테이션생산을 시작하고 4월경에는 국내에서도 양산체제에 들어가 8천만달러(2만대)의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
현대전자 역시 금성사와 동급모델인 2개모델을 개발, 올부터 이천공장에서 본격 생산에 나설 계획으로 생산라인설치 및 세부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는 또한 이 제품과는 별도로 미국 반도체칩 설계용역회사인 메타플로우와 공동으로 차세대 워크스테이션에 탑재할 독자적인 RISC칩 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삼보의 랩톱워크스테이션
미국 인터액티브사와 OS라이선스계약을 맺고 워크스테이션 개발에 가세한 삼보컴퓨터는 12.5MIPS의 모노(mono)모니터를 채용한 제품외에 국내 최초의 15.7MIPS 컬러 워크스테이션을 개발,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삼보는 엔지니어링 회사인 RDI사와 공동으로 세계 최초로 배터리를 내장한 랩톱형 워크스테이션도 개발,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다.
랩톱형 워크스테이션은 지난해 6월 일본 도시바사가 스팍스테이션과 호환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 것이 처음이나 이 제품에는 전원공급기인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지 않아 휴대할 수 없다는 취약점이 있었다. 또 삼보의 제품에 비해 무게도 무거워 진정한 의미에서 랩톱이라 할 수 없다. 이번에 개발된 제품이 세계 최초의 휴대용 랩톱 워크스테이션으로 인정받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삼보의 랩톱 워크스테이션은(모델명 SLT-100, 200) 12.5MIPS 및 15.8MIPS의 처리속도를 실현하며 액정모니터를 통해 고해상도 그래픽을 출력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8MB의 내장메모리를 32MB까지 확대할 수 있고 1백20MB 3.5인치 하드디스크드라이브를 내장하고 있어 웬만한 어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은 별도의 보조기억장치 없이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7.8㎏인 일본 도시바 제품보다 1.5㎏ 이상 가벼운 6.15㎏에 통신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매우 경쟁력이 뛰어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휴렛팩커드(HP)사와 기술제휴로 RISC칩을 탑재한 워크스테이션을 내년중 생산하기로 하고 현재 20여명의 개발요원을 미국 현지로 파견했다. 특히 삼성은 HP기종과는 별도로 종합기술원내에 인텔사의 i860칩을 베이스로 한 다중프로세서 워크스테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이미 한개의 CPU칩을 탑재한 시제품 개발을 완료했으며, 내년 하반기까지 최소 4개이상의 CPU를 병렬로 꽂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어서 국내 다중프로세서의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우통신과 가인시스템은 워크스테이션분야에 샛별로 등장한 미국 밉스사와 손잡고 워크스테이션 반제품을 들여와 생산에 나서는 한편 이 기술을 발판으로 95년경 독자모델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업체들이 제품개발에 성공했다고는 하나 워크스테이션은 PC와 달리 선진국의 기술이전회피와 과대한 로열티요구, 기반기술력 취약 등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국내 업체가 가장 짧은 기간내에 저가 모델들을 선보이게 된 것은 앞으로 각종 고성능컴퓨터는 물론 슈퍼컴퓨터까지 우리 손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암시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