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뇌와 닮은 뇌를 갖고 있는 「마린보이의 친구」는 배가 고파 육지에서 바다로 이사갔다.
지난 여름 서울대공원을 찾은 관람객들이 환성과 감탄사를 연발하며 장사진을 이룬 곳이 있다. 수중서커스의 대가인 돌고래들이 멋진 묘기를 보여준 해양수족관이다.
관람객들은 30℃가 넘는 무더위도 잊었는지 돌고래가족이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하늘로 치솟을 때마다 '와!'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갈채를 보냈다.
평일에는 하루 3회, 휴일에는 4회의 공연을 갖고 있는 이 돌고래쇼는 매회 출연시간이 30분 정도다. 이들의 묘기에 넋을 잃은 관중들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아쉬워하면서 자리를 뜰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돌고래들이 수중쇼를 하기 시작한 것은 1984년 5월 1일부터였다.
당시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돌고래가족은 네살짜리 돌이군과 고리래리양 등 3남매로 구성돼 있었다. 이들은 농구공놀이 링물어오기 굴렁쇠넘기 쌍봉달기 등 24가지나 되는 각종 묘기를 선보여 관람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게 된다. 계속되는 쇼출연과 강훈련 때문에 돌고래 3남매가 몸살을 앓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어떤 때는 조련사가 주는 먹이를 마다하고 쇼출연을 거부하기도 했다.
동물원 의료진은 그때마다 강릉에서 실어온 깨끗한 바닷물로 물갈이를 한 뒤 실내온도를 15~17℃가 되도록 배려해 주었다. 또 비타민제 간장약 항생제 소화제를 투여하는 등 그들의 컨디션조절에 정성을 다 쏟았다.
특히 날씨가 무덥고 주위가 시끄러우면 돌고래들도 사람처럼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때는 괜히 심술을 부리기도 한다.
고리양의 죽음을 애도하며
수중서커스의 스타로 각광받던 돌고래가족들에게 뜻하지 않은 사고가 일어났다. 돌고래쇼가 시작된지 2년 뒤인 86년 초에 3남매중 둘째 고리양이 병사한 것이다. 너무나 애석하고 원통한 일이었다. 사인(死因)은 해부결과 난소낭종으로 밝혀졌다. 그렇다고 돌고래쇼를 중단할 수는 없어 할 수 없이 석달 뒤에 거액 6천만원을 주고 잘 훈련된 암컷 한마리를 수입해 왔다.
사육중인 동물들이 병사(病死)할 때마다 필자는 언제나 안타까움과 죄책감을 느낀다. 좀 더 일찍 원인을 알아내 완치시키지 못한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 대자연속에서 살았다면 천수(天壽)를 다했을 텐데 괜히 사람들이 붙잡아다 쇼를 시키고 귀찮게 해 수명마저 단축시킨 것이 아닌가.
고래목(目)에는 1백여종이 있는데 그중에서 돌고래류만도 67종이나 된다.
학자들에 따르면 고래는 원래 육지에 살던 포유동물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6천만년 전쯤에 바다로 '이사'를 했다. 빙하라는 천재지변 때문이었다. 땅위에 먹을 것이 부족해졌기 때문에 그들은 바다로 찾아갔고 거기서 물고기나 바다생물을 잡아 먹었다. 그러다가 차츰 몸의 구조도 수중생활에 알맞게 변했다는 것이다.
고래의 앞발은 헤엄치기 쉽게 지느러미 모양으로 바뀌었다. 뒷발은 차츰 퇴화돼 몸안에 조그만 뼈만을 흔적으로 남겨 놓고 있다. 몸뚱이의 전체 모양도 커다란 물고기같이 변했지만 몸의 내부구조는 그대로 포유동물인 채로 남아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허파로 공기를 호흡하며 이를 위해 콧구멍이 필요하다. 새끼 때는 콧구멍이 주둥이의 앞부분에 위치하고 있으나 성장하면서 차차 정수리 쪽으로 옮겨간다.
고래는 바다 속을 헤엄치며 다니다가 숨이 차면 수면위로 떠올라 콧구멍을 드러내고 숨을 깊이 내쉰다. 이때 허파 안에 있던 습하고 따뜻한 공기가 밖으로 나오면서 밖의 찬 공기와 마주치므로 그들의 콧바람은 안개처럼 희게 보인다. 또 거센 숨결로 인해 콧구멍 언저리에 있는 물도 같이 딸려올라가 분수같이 보이기도 한다.
고래가 바다 한 가운데에서 분수처럼 물을 뿜어올리는 광경은 생각만 해도 시원한 일이다.
고래는 심장이 네개의 방으로 돼 있고 암컷은 새끼를 낳으면 제몸에서 나오는 젖으로 새끼를 기른다. 뿐만 아니라 살갗에는 비록 적지만 털이 보송보송 나 있는 놈도 있다. 그들이 물살을 힘차게 가르며 헤엄치는 모습은 '돛을 달고 달린다'는 표현 그대로다.
앞으로 나아갈 때는 물속에 몸을 가라앉히고 꼬리를 수직으로 움직이며 전진한다. 고래의 지능은 대단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자에 따라서는 사람의 뇌의 능력에 가깝다고 보기도 한다. 특히 돌고래의 지능은 굉장히 높다. 게다가 행동까지 익살스러워 수중묘기를 잘 부린다.
대부분의 돌고래는 고래목의 이빨고래아목(亞目)의 참돌고래과(학명 Delphinoidea)에 속한다. 이 '델피누스'라는 학명은 고대 그리스전설에서 따온 것이다. 아폴로 신이 돌고래 모습으로 바다에 나와 이주자들을 아폴로 신전이 있는 도시인 '델피'로 데리고 갔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우리 말로는 단순히 '돌고래'라고 부르지만 영어에는 '돌핀'(dolphin)과 '포퍼스'(porpoise)라는 두가지 이름이 있다. 돌핀과 포퍼스의 차이는 돌핀은 입술이 있고 포퍼스의 머리는 둥글다는 점이다. 돌고래중에서 뛰어난 지능과 학습능력을 갖고 있는 놈은 병코돌고래와 흰줄박이돌고래 그리고 파일럿돌고래다.
또 하버돌고래는 코가 짧고 몸길이가 약 1.8m, 무게는 45㎏ 쯤 된다. 이들은 북아메리카의 대서양 태평양 두 연안에만 살고 있다.
북반구에서 서식하고 북태평양의 동서연안에 잘 나타나는 댈돌고래는 묵직하고 균형잡힌 몸집을 자랑하고 있다. 이 고래는 배부분에 흰 얼룩이 크게 찍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새끼의 버릇을 고쳐주고
고래중 가장 큰 흰 긴수염고래의 몸길이는 30m, 무게는 1백50t이나 된다. 이 고래의 갓낳은 새끼도 몸길이가 7m, 무게는 2t. 자그만치 성인의 30배 가량 나가는 셈이다.
병코돌고래는 주로 대서양에서 서식하고 있다. 이들이 바로 수족관에서 멋진 연기를 보여주고 '플리퍼'라는 이름으로 영화나 TV에 출연하는 놈들이다. 이들은 늘 무리를 지어 행동하는데 동료가 상처를 입으면 재빨리 바다 위에 뜨게 한다. 바다위에서 마음껏 숨을 쉬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 돌고래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한 이야기가 많이 전해진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 돌고래의 뇌가 사람의 뇌와 닮았다는 이유로 이들을 보호하고 있다. 아울러 뇌의 지능을 알아내는 실험도 계속하고 있다.
돌고래는 10년이 성숙연령인데 보통 임신한지 12~13개월만에 새끼 한마리를 낳는다. 어미 돌고래는 새끼를 낳을 때가 가까워지면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각별한 조심성을 보인다. 이때 다른 어미돌고래들이 다가와 뒷바라지를 해주는데 새끼를 낳은 뒤까지도 얼마동안은 같이 있어준다.
대부분의 포유동물과는 달리 돌고래 새끼는 꼬리부터 태어난다. 허파속에 공기가 없으므로 곧 가라앉기 쉽고 질식해서 죽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새끼는 곧바로 젖을 빨기 시작하고, 2주일이 지나면 수영을 익혀 어미를 따라다닌다. 이때 어미의 앞지느러미(앞발)나 등지느러미에 붙어다니기 때문에 마치 손을 잡거나 '엄마'에게 매달린 것 같은 모습이다. 생후 6개월이 지나면 오징어 등 물고기를 잡아 먹는다.
위험이 닥치면 어미 돌고래는 얼른 제 새끼를 감싸고 딴 어미돌고래들이 위험을 막아준다. 어미돌고래가 잠수하는 시간은 6분 정도인데 새끼 돌고래는 30초 정도밖에 물속에 잠겨 있지 못한다. 새끼가 장난치면 어미는 새끼를 입에 물고 물속 깊이 들어가 새끼의 호흡이 거칠어질 때까지 머물러 새끼의 버릇을 고쳐준다고 한다.
종류에 따라서는 어미가 되는데 6년이 걸리는 것도 있고 보통 수명은 15~30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