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립연구기관 연구원의 40%가 몰려 있고 과학기술관련 정부예산의 50%가 투입되는 쓰쿠바는 85년 국제 과학기술박람회로 더욱 유명해졌다.
일본은 1950년대이후 급속한 공업화 과정에서 대도시에 인구와 산업이 대거 집중되었다. 이에 따라 1960년대에 들어서는 대도시 특히 도쿄에서 공해 주택난 교통난 등 많은 도시문제가 발생하계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당시 일본은 자원을 해외에 의존하는 중화학공업 중심의 공업구조를 이루고 있었는데 서구선진국과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자원절약적이고 기술집약적인 산업을 육성시켜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에 일본정부는 도쿄의 연구·교육기관을 체계적으로 이전하여 도쿄의 혼잡을 완화하고 도쿄 대도시지역 전체의 균형개발을 꾀함과 동시에 일본의 과학기술진흥은 물론 고등교육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최고수준의 연구 및 교육의 중심지를 쓰쿠바(筑波)에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쓰쿠바 과학도시의 건설은 1963년 9월에 결정된 이후 국가적인 차원에서 약 20년간 추진되어 1조3천억엔 이상의 투자가 이루어졌으며 1980년 말경에는 이미 쓰쿠바 과학도시건설계획이 거의 완료되기에 이르렀다.
도쿄 동북쪽 60km 거리
쓰쿠바 과학도시는 도쿄중심부로부터 동북쪽으로 약 60km, 그리고 도쿄신국제공항(나리타)에서 서북쪽으로 약 40km 떨어져 위치한 정부주도의 계획적인 신도시다. 신도시의 북쪽에는 쓰쿠바산이 자리잡고 있고 동쪽에는 가스미가우라호수가 위치하여 주변의 자연경관이 매우 양호하다.
쓰쿠바 과학도시는 총면적이 약 2백85㎢로 서울시면적의 약 45%에 이른다. 쓰쿠바 과학도시는 소위 새로운 도시지구에 해당하는 '연구학원지구'와 '주변개발지구'로 나뉘어지는데 연구학원지구는 도시 중앙에 위치해 있다. 쓰쿠바 과학도시의 계획인구는 연구학원지구에 10만명, 주변개발지구에 약 12만명으로 총 22만인데, 현재 이 지역에 거주하는 총인구는 약15만명이다.
연구학원지구는 남북으로 18km, 동서로 6km에 달하는 계획적인 신도시 개발지구로 도심지, 연구 교육시설지, 주택지로 구분된다. 도심지는 연구학원지구의 중앙에 위치하여 주민들이 문화적 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문화시설, 상업 업무시설, 행정 관리
시설, 연구교류를 위한 시설 등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여기에는 과학도시의 상징적 구조물인 쓰쿠바센터건물이 위치해 있다. 연구·교육시설지에는 50여개의 교육·연구기관이 입주해 있는데 이들 각 기관은 문교건설 이공 생물 관련기관 및 협동시설 등으로 분류하여 단지화하였다. 주거지는 도심지 및 연구 교육시설지의 주위에 위치해 있으며 쇼핑센터 은행 병원 우체국 등 각종 생활편익시설이 배치되어 있다.
연구학원지구내에는 94개의 공원 및 녹지가 총 1백ha의 면적에 조성되어 있어서 계획도시인구 1인당 10㎡의 공원 및 녹지공간이 허용되고 있다. 각 공원은 어린이공원 체육공원 등 다양한 형태의 공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연구학원지구에는 보행로와 차도가 분리되어 있고 자전거 전용도로가 형성되어 있다. 연구학원지구내에서는 보행로망이 이루어져 있고 이 보행로를 따라 공원 학교 쇼핑센터 등이 위치해 있다.
주변개발지구는 무질서한 도시화를 억제하여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전하도록 되어 있어서 개발이 보류되고 있다. 최근 들어 이 지역에 있는 기존의 촌락은 생활환경시설로 정비되고 있다. 또한 민간연구소와 미래지향산업이 주변개발지구에 입지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일본 연구개발의 중심지
연구학원지구에는 47개의 국립 연구소와 교육기관이 자리잡고 있으며 8개의 민간기업연구소가 입지해 있다. 이 지역에 입지한 국립연구기관에 근무하는 연구원수는 6천5백명에 달하며, 이는 일본 전체 국립연구기관에 근무하는 총 연구원수의 약 40%를 차지한다. 특히 일본의 국립연구기관에서 사용하는 총예산의 50%가 이곳 연구학원지구에 입주한 국립연구기관에 할당되고 있어서, 쓰쿠바 과학도시의 연구학원지구는 명실공히 일본 연구활동의 중심지라 할 수 있다.
교육관계기관은 쓰쿠바대학을 비롯하여 도서정보대학 고에너지물리연구소 등 5개기관이 입주해 있다. 1973년에 설립된 쓰쿠바대학은 현재 학부생 8천여명, 대학원생 2천3백여명, 교수 1천4백여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본의 재래식 교육방식과 전통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상당수의 학생이 대학입학시험제도를 거치지 않고 전국의 고등학교로부터 추천받아 입학한 우수한 학생들이며 연구교수를 많이 확보하여 대학의 연구기능을 활성화하고 있다. 쓰쿠바대학은 외국인 교환교수제도를 최대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현재 외국 유학생이 60여개국에서 6백여명에 이르러 학술 연구의 국제교류에 힘쓰고 있다.
이공계연구소는 기계기술연구소 화학기술연구소 전자기술종합연구소 기상연구소 국립공해연구소 등 17개기관이 입주해 있다. 이들 연구소에서는 기초연구와 신제품개발 등의 응용연구를 행하고 있다.
생물계는 농업기술연구소 축산위생시험장 농업생물자원연구소 농업환경기술연구소 등 16개의 연구기관이 입주해 있다. 이들 연구기관은 주로 농림수산성 및 보건성 산하의 국립연구기관들로 기초연구 및 응용 연구를 활발히 행하고 있다. 건설관계로는 국토지리원 건축연구소 등 5개의 연구기관이 입주해 있다.
이외에 7개의 공동시설기관과 8개의 민간기업연구소가 이 지역에 입주해 있다.
일본 최고의 자살률 기록
연구학원지구에 이와같이 많은 연구기관이 입주해 있으나 이들이 상호교류없이 독자적으로만 활동한다면 이들 연구기관을 한 지역에 모아두는 효과가 없을 것이다. 특수분야 또는 상호관련된 분야의 연구개발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상호협조와 체계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연구 결과의 상호교류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연구학원지구에는 연구교류센터가 설립되어서 연구교류의 촉진을 위해 여러가지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연구교류센터의 적극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연구학원지구내에 있는 연구기관들 사이에 활발한 연구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기술개발에 관한 정보교류는 체계적이고 공식적인 통로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비공식적인 모임에서도 많이 이루어지는데 이 지역에서는 아직 그러한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했다. 쓰쿠바 과학도시 자체가 계획적인 신도시인데다 서구적인 제도 및 도시경관을 도입하였고, 각 연구소간의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어서 자동차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 등이 일본인들에게는 생경한 느낌을 갖게 하고 있다.
연구기관에 근무하는 연구원들간의 개인적인 모임이나 교류가 활발하지 못하고, 근무시간 이외에 어떤 모임을 갖더라도 미리 장소를 예약하고 시간을 엄수해야 하며 자동차를 이용해야 된다는 점 등이 일본 전통문화에 젖은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문화적 충격과 스트레스로 작용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쓰쿠바 과학도시가 건설된 이후 새로운 문화적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여 자살한 사람들이 많았고 이 때문에 쓰쿠바 과학도시의 자살률이 일본에서 제일 높은 기록을 남기기도 하였다. 이러한 환경과 분위기 때문에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루트 128지역(보스톤지역)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첨단기업의 성공사례가 쓰쿠바 과학도시에서는 아직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쓰쿠바 과학도시의 건설이 거의 완성되자 1980년대에 들어서 첨단기술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면서 동시에 지역발전을 꾀하기 위한 전략으로 지방도시들을 중심으로 기술도시(테크노폴리스)를 발전시킨다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20여개 테크노폴리스 건설
일본의 기술도시 구상은 도쿄 나고야 오사카 등 대도시권 이외의 지방에 산업학술 주거의 3박자가 조화를 이루는 도시들을 건설하는 것이다. 즉 대상지역의 대학 및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연구개발기능을 강화하고, 기술 및 지식집약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기술산업을 육성하며, 교육 문화 자연환경 등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여 지역의 산업구조를 개선하고 인구 및 산업의 지방정착을 꾀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본의 기술도시 건설계획은 첨단기술산업발전을 위한 산업정책전략인 동시에 지방의 자립적 발전능력을 높이고 인구정착을 꾀하는 지역개발전략이다. 이때문에 일본의 기술도시 정책은 쓰쿠바 과학 도시건설정책보다 한단계 더나아가 보다 적극적인 첨단기술산업육성 및 지역균형발전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1983년 '고도기술공업집적지역 개발촉진법'이 제정·시행된 이후 1985년까지 16개 지역의 기술도시 개발계획이 승인되었으며, 현재 총 20여개의 기술도시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기술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인구 15만명 이상의 모(母)도시가 있어야 하며 고속운송시설의 이용과 편리성, 연구활동이 활발한 대학의 입지 등이 강조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술도시의 성장은 모두가 명문대학과의 직간접적인 관계를 통해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술도시 건설에서 명문 연구대학의 육성이야말로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본다.
쓰쿠바 과학도시는 연구학원기능을 중심으로 건설된 신도시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테크노폴리스(기술도시)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쓰쿠바 과학도시에도 첨단기술산업기능이 유치되어 산업과 연구기능이 상호 연결된다면 명실공히 일본의 기술도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1980년 이후 쓰쿠바과학도시는 자립적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역특성에 적합한 첨단산업을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 성과가 크지 못하다.
과학기술박람회를 계기로
1985년 쓰쿠바과학도시는 국제과학기술박람회를 개최하여, 쓰쿠바과학도시를 일본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 소개하여 국제적인 학술 및 과학기술정보교류의 중심지로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쓰쿠바 과학도시가 과학기술개발의 중심지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본다.
연구학원지구는 계획인구를 10만명으로 하였으나 아직 계획인구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어 결국 도쿄의 인구분산에 큰 효과를 냈다고는 볼 수 없다. 또한 이 지역의 연구기관에 근무하는 상당수의 연구원들이 가족을 도쿄에 두고 독신으로 아파트에 살면서 주말이 되면 도쿄의 가족에게 간다는 사실은 결국 쓰쿠바의 지역발전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 도쿄에서는 수많은 첨단중소기업들이 활발하게 기술개발활동을 전개하지만 아직 쓰쿠바과학도시에서는 그러한 활기를 찾아볼 수가 없는 것 또한 쓰쿠바과학도시가 안고 있는 취약성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쓰쿠바 과학도시는 연구학술기능이 집중되어 도쿄의 기능분산을 하는데 공헌하였으며, 도쿄 대도시권을 기능별로 다핵화하는 정책에 부응한다는 점에서 건설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현재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고 혁신적인 제도와 접근이 일본의 전통문화에 아직 그 파급효과를 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쓰쿠바 국제과학기술 박람회에 참석했던 무려 2천만인구의 가슴속에는 쓰쿠바 과학도시의 신선한 인상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이는 장차 쓰쿠바 신도시가 세계적인 과학기술 및 학술기능의 중심지로 발돋움하는데 공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의 기술도시들
RTP·루트128·노보시비르스크·루베인·TPA·신주
실리콘밸리의 성공 이후 세계 각국은 산·학·연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테크노폴리스를 건설하는데 큰 힘을 쏟고 있다.
세계적인 테크노폴리스들은 공통점이 명문대학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는 점인데 실리콘밸리와 케임브리지 사이언스파크가 스탠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를 중심으로 자생적으로 발달돼 왔다면 쓰쿠바나 대덕연구단지는 정부가 주도하여 인위적으로 가꾼 계획도시라는 점이 특징. 이외에 실리콘밸리나 소피아 안티폴리스 등이 강력한 모험기업군(群)의 존재로 첨단기술의 상품화가 활발한데 비해 쓰쿠바나 대덕연구단지는 산업시설이 전무하다는 것이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TP)는 실리콘밸리와 설립배경이 판이하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는 50년대 1인당 소득이 미국에서 가장 낮은편에 속했던 이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스캐롤라이나대 듀크대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등 상대적으로 풍부한 대학의 시설과 인력을 활용, 59년부터 연구단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65년 IBM연구소와 국립환경보건연구소가 이곳에 입주하면서 RTP는 아연 활기를 띠기 시작해 현재는 미국에서 대표적인 계획·연구단지로 손꼽힌다. 쓰쿠바와 대덕연구단지는 주로 RTP를 모델로 구상됐다. 지난 30년간 RTP는 주요기업의 연구소를 유치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으며 상대적으로 산업 및 생산시설이 빈약하다.
실리콘밸리형성과 비슷한 시기에 미국 동북부 해안의 보스톤지역에서는 '루트128'(Route 128)이란 연구단지가 틀을 갖추었다. 명문 MIT를 중심으로 발달한 이 연구단지는 그러나 그 추진력이 MIT보다 모험자본가들로부터 나왔다. 또 산업기반도 실리콘밸리가 반도체 컴퓨터 분야인데 비해 군사기술이 중심이 됐다. 루트 128은 보스톤시의 한 거리 이름에서 유래됐다.
소련의 과학단지건설은 특이한 배경에서 출발한다. 보통 테크노폴리스의 성립이 산업구조의 변화와 첨단기술에 의한 기술혁신을 수용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면 소련의 과학단지구상은 지역간 격차 해소와 시베리아개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소련의 과학연구시설은 지나치게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에 집중돼 있는데 한 예로 대학연구기관의 73%가 이 지역에 몰려 있다.
소련과학아카데미는 56년 시베리아에 새로운 연구단지를 설립할 것을 제안했고 이를 정부가 받아들여 시베리아의 중심도시인 노보시비르스크에 과학단지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이 단지는 노보시비르스크시의 남쪽 25km 지점에 3백90만평 규모로 건설됐다. 현재 2만여명의 과학두뇌 및 직원이 수용됐으며 입주기관은 20여 군데.
벨기에의 루베인(Louvain) 과학도시는 68년 루베인카톨릭대학이 설립되면서 융성하기 시작했다. 파리 본 런던을 잇는 완충지대에 위치한 이 도시는 2만명의 인구를 가진 작은 연구단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구호아래 도시 자체도 고밀도의 저층건물들로 꾸며져 있다.
호주의 아델라이드 과학공원(TPA)은 남부 아델라이드시의 남쪽 13km지점에 26만평 규모로 건설중인 과학도시. 82년부터 개발이 시작됐으며 연구인력은 7백50명 정도에 불과하다. 아델라이드대학과 플린더스대학이 고급두뇌의 양성을 맡고 있다.
아시아의 신흥공업국 대만도 80년부터 타이베이(臺北) 남쪽 70km 지점에 위치한 신주(新竹)시에 과학공원을 건설하고 있다. 6백30만평의 면적에 1만3천여명의 연구인력을 수용한 이 도시에는 국립청화(淸華)대학 국립교통대학 및 그 부설 연구소들이 주로 입주해 있다. 대만은 완벽한 국가 계획에 의해 신주과학공원을 개발중인데 특히 외국에서 활동중인 중국계 과학자 기업인들을 유치하는데 큰 힘을 쏟고 있다. 주요 유치산업은 컴퓨터 반도체 통신 자동화분야.
이외에도 세계적으로 알려진 기술도시로는 아일랜드외 플래시기술공원, 뉴질랜드의 켄터베리기술공원, 독일의 하이델베르크과학공원, 말레이지아의 테크놀로지파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