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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IV 알라에서 트리할로메탄 까지

생활주변 곳곳에 발암물질 공포

우리생활주변의 식품 의약품 농약 등에는 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 다수 포함돼 있다.

'담배연기에는 발암물질이 있다.' '음식을 싸는 비닐랩이나 농약이 묻은 과일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 '수도물에는 발암물질이 존재한다.' 최근 신문이나 잡지 텔레비전 등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들이다. 이처럼 '발암물질'이란 말은 이제 암을 연구하는 과학자들만이 사용하는 전문용어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용어가 되었다.

사람에게 생기는 암의 약 80% 이상은 화학물질이 그 원인이다. 우리의 생활환경 중에는 의약품 식품첨가물 농약을 비롯 수 많은 화학물질이 존재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약 4백만종에 이르는 화학물질이 등록돼 있고 적어도 1천종 이상의 다양한 화학물질이 널리 사용된다. 거기다가 매년 1천종 이상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쏟아 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화학물질 중에는 인체에 해로운 물질, 특히 암을 유발할지도 모르는 발암물질이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0여종의 화학물질

1977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연구기관(IARC)이 정한 '발암물질'의 정의는 랫(rat)이나 마우스(mouse) 등의 실험동물에 그 물질을 투여했을 경우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암발생 빈도가 높거나 훨씬 짧은 기간에 암을 발생시키는 물질을 말한다. 실험동물에서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발암인자 중에는 방사선과 종양성바이러스 등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발암물질이라고 할때는 화학적 발암물질을 말한다. 어느 특정 물질의 발암성여부는 대부분 동물실험의 결과에 의존하고 있다.

화학물질의 인체 발암성여부에 대해서는 IARC를 중심으로 1971년부터 국제적인 전문가들에 의해 검토가 시작됐다.

현재까지 인체에 대해 발암위험성이 있다고 최종적으로 판정된 발암물질로는 30 종의 화합물 내지는 제조과정의 환경화학물질이 있다.

물질이 탈 때도 발생

지상에 존재하는 환경성 발암물질들은 그 출현 시기에 따라 셋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선사시대부터 있었다고 생각되는 것으로 천연산물에 포함돼 있는 발암물질인 아플라톡신 사이카신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두번째 범주는 인류가 불을 사용하기 시작함으로써 인간과 관계를 맺게 된 것들이다. 물질이 탈 때 생기는 벤조피렌, 조리 가열시 생기는 헤테로사이클릭아민 등이 여기에 속한다. 제 3의 범주는 근대적인 공업화에 의해 우리들의 환경속에 들어 오게 된 물질들이다. 타르공업에 의한 아조(azo)색소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발암물질은 발암작용에 따라 발암개시물질(initiator)과 발암촉진물질(promoter)로 나눌 수 있다. 발암개시물질은 정상세포에 작용하여 유전자(DNA)에 직접 변이를 일으키는 물질이고, 발암촉진 물질은 손상된 유전자를 가진 세포를 악성 암세포로 만들어 주는 물질을 말한다.

현재까지 인체에서 확인된 발암물질은 대부분 생활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들이다. 방향족 탄화수소인 벤젠은 석탄이나 석유에서 생산되어 많은 공업제품의 원료로 쓰이는데, 사람에게서 백혈병을 일으킨다. 방향족 아민류인 2-나프틸아민은 제초제나 산화방지제의 중간 합성원료로 널리 쓰이며, 4-아미노페닐은 고무의 산화방지제로 쓰이는데, 이 두 화합물은 방광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잘 알려져 있다. 그외에도 니켈은 폐암과 비강암, 크롬은 폐암, 석면은 폐암과 중피종, PVC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노비닐클로라이드는 간의 혈관육종을 일으킨다.

땅콩에서 생기는 아플라톡신은 간암을, 콜타르 피치는 피부 및 폐암을, 담배는 구강암 폐암 방광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의약품 중에서도 클로람부실 사이 클로포스파마이드 마이레란 등은 백혈병을 일으키고, 에스트로겐 같은 호르몬제제는 자궁내막암 및 유방암과 관련이 있다.

최근 국내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발암물질 몇가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음식을 싸는 비닐랩을 전자레인지에서 가열 처리 했을 경우 극히 소량의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OP) 디에틸헥실아디페이트(DOA) 모노비닐클로라이드 등이 검출됐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들중 모노비닐클로라이드는 인체에서 간혈관육종을 일으키는 발암 물질로 잘 알려져있고, DOP는 동물에서 발암성이 확인됐으나, DOA의 경우에는 일부의 동물에서만 발암성이 인정되고 있다. 사과를 비롯한 과일의 성숙을 조절해 결실률을 높일 목적으로 사용되는 알라(alar)라는 농약이 발암물질로 알려져,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어린이들에게 암유발 위험성이 지적되고 있다. 알라는 다미노자이드란 화학물질인데, 실험동물 중 랫에서 발암성이 증명됐다. 뿐만아니라 알라의 분해 산물로서 디메틸하이드라진(UDMH)이 생길 수 있는데, 이 UDMH는 동물에서 확실히 발암성을 보인다. 미국의 환경보호국은 알라의 사용금지 문제를 심각히 검토중에 있다.

수도물의 발암물질 존재여부도 최근 문제가 된 바 있다. 이는 수도물 중의 푸민질과 소독에 사용된 염소가 반응해 클로로포름을 위시한 트리할로메탄(THM)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트리할로메탄은 동물에서 간암 폐종양을 비롯한 각종 암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천의 생활하수 및 폐수유입의 증가는 수도물중의 푸민질을 증가시키고 트리할로메탄류를 증가시키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농약에는 발암물질이 다수 포함돼 있다.


유전자 돌연변이를 거쳐 암세포로

발암물질 중에는 처음부터 화학적인 반응성이 높은 활성형도 있지만, 대부분은 안정된 타입으로서 신체내에서 대사과정을 거치면서 활성형으로 바뀌게 된다. 신체의 대사 효소는 외부에서 들어온 이물질을 해독, 배설시켜 우리의 몸을 외부 침입자로부터 보호해주는 것이 본래의 기능이다. 그러나 이 대사효소가 극히 일부의 이물질을 활성형으로 바꿈으로써 우리 신체에 해를 끼치게 할 수도 있다.

발암물질 역시 대사과정에서 활성형인 불안정한 이온이나 기(基, radical)가 되는데, 이들 활성 발암물질은 신체내 단백질이나 핵산과 강한 결합을 이룬다. 발암물질이 핵산, 특히 DNA(유전자)와 결함해 잘못된 복제를 하게 되면 돌연변이가 생기게 되고, 이러한 돌연변이가 곧 암의 시발점이 된다. 그러나 발암물질이 DNA에 결합하더라도 복제가 시작되기 전에 잘못된 부분을 잘라버리고 수리를 해버리면 돌연변이는 생기지 않는다. 우리 체내에는 DNA 손상을 수리할 수 있는 많은 수리공들(DNA 수복 효소)이 있어 인공적인 발암물질의 침범에 대항하고 있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암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이 발암의 필요 충분조건은 아니다.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않고도 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의 예로는 에스트로겐, 디에틸스틸베스테롤 같은 호르몬이나 덱스트란 같은 중합체(polymer)가 있다. 이들 발암물질들은 유전자 돌연변이를 거치지 않고, 세포증식 분화 이상 등의 과정을 거쳐 발암에 이르는 것으로써 간접적으로 염색체 이상을 초래하여 암을 만든다고 생각된다.

발암물질에 폭로돼 암을 만들기까지는 발암개시 촉진 진행 등 여러 단계의 발암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DNA 손상에 의한 돌연변이 혹은 세포증식 분화이상 등의 과정에서 생긴 잠재적 암세포가 실제적인 암을 만드는 데는 10년~2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요하게 된다.

미확인된 발암물질 더욱 많다

실험동물에서 환경성 변이원 물질 혹은 화학발암물질의 발암성이 증명됐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물질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실험동물에 발암성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발암물질의 양은 사람에게 적용하면 대부분의 경우 한사람의 인간이 평생을 걸쳐서도 폭로될 수 없는 다량의 용량일 때가 많다. 따라서 동물실험의 결과를 적절히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과 얼마만큼의 발암물질을 섭취하면 어느 정도의 암이 생기는지 예측할 수 있는 방법 등 인체에 대한 발암 물질의 위험도 평가작업은 금후 중요한 연구테마의 하나가 되고 있다.

IARC를 중심으로한 국제적인 협력으로 여러가지 환경발암물질의 인체에 대한 위험성이 밝혀짐으로써, 많은 발암물질들이 우리의 생활환경에서 제거되고 있다. 직업성암을 일으키는 전형적인 발암환경에 대해 적절한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것도 그런 정보에 의해서만이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도 발암성이 미확인된 화합물이 우리 주위에 너무 나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주위 환경에서 이미 알려진 발암물질에 대해서는 철저한 감시를 해야 할 것이고, 앞으로 알려질 발암물질에 대해서는 더욱 신속한 정보 수집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나라는 특정물질의 발암성여부에 대한 판단을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특유의 생활습관이나 식생활에 의한 암발생 요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독자적인 발암성 실험과 판단기준이 확립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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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장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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