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수십초 내에 먹어치우는 이 불개미들은 벌처럼 쏘기도 한다.
인간과 불개미의 오랜 싸움은 결국 인간의 판정패로 끝나고 말것인가.
미국 남부지역의 주민들은 날로 숫자가 늘어나는 불개미군단의 극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라틴어로, '무적'(無敵) 이란 뜻의 학명(Solenopsis invicta)을 갖고 있는 무법자들은 1백50년전 남미에서 이 주해 온 1세대 개미들의 후예다. 조상들이 첫 발을 내디뎠던 앨라배마주 모빌에서 무려 11개주 2백50 에이커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을 자기 영토로 확대한 이 불개미떼는 올해 들어 서부의 캘리포니아 곡창지대까지 공략하고 있다.
이들은 다른 곤충이나 곡식은 말할 것도 없고 고속도로 교각 이음새의 고무까지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는 잡식성의 먹보다. 한해에 텍사스주 한 곳에서만도 이들로 인한 농작물피해액이 4천7백만 달러에 이른다. 게다가 이 불개미들은 전기자극을 무척 좋아해 가전제품은 물론 컴퓨터 항공기의 고도계 잠수함의 전기기어에까지 기어들어가 고장을 일으킨다.
그간 미국정부가 이들을 퇴치하기 위해 쏟아 부은 돈만해도 수십억 달러. 그러나 '박멸'을 목표로 강력 살충제를 뿌려댄 결과는 완벽한 실패였다. 불개미의 숫자가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이들의 천적이 되는 다른 곤충이나 새들이 살충제의 희생물이 돼, 불개미의 앞길만 탄탄히 닦아준 셈이 되고 만 것이다.
이런 시행착오 끝에 과학자들이 찾게 된 차선책은 '인간과 불개미가 공존할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불개미에 한번이라도 당해본 사람은 '함께 산다'는 생각을 갖기가 결코 쉽지 않다. 다른 개미들처럼 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쏘기도 하는 이 불개미들은 설상가상으로 침을 쏘면 자신도 죽고마는 벌과는 달리 여러 번을 쏘아도 끄떡없을 뿐 아니라 쏘는 행위 자체를 무척 즐기기 때문이다. 불개미에 쏘인 자리가 부어 오르거나 흉터가 남는 것도 문제지만 더 무서운 것은 알레르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다. 벌침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이 이 불개미에 쏘이면 호흡곤란 발진 등이 나타나며 제때 손을 쓰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짐승들도 이 불개미떼의 극성에 버터내질 못해 생태계마저 변하고 있다. 불개미가 만연하는 지역에서 텃새나 도마뱀 토끼를 비롯, 비교적 덩치 큰 야생동물들까지 이들을 피해 달아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과학자들이 희망을 걸고 있는 구제책(驅除策)은 화학제를 이용한 성장억제방법과 생태학적인 통제방법이다.
곤충학자들은 불개미떼의 우두머리인 여왕개미의 페로몬(pheromone, 수개미 유인물질)속에 다른 개미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신호가 있음을 발견했다. 그 신호는 주로 생식에 관한 것으로 일개미들에게, 라이벌인 다른 여왕개미를 공격하도록 지시하거나 다른 암개미의 성적(性的) 성숙을 막는 것 등이다. 따라서 곤충학자들은 이 페로몬을 이용하면 개미들간의 의사소통체계에 혼란이 와 생식억제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현재 상품화되고 있는 불개미 퇴치용 화학물질은 페녹시카브 에틸(fenoxycarb ethyl)로 여왕 개미의 난소를 파괴해 생식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한편 생태학적인 통제방법은 불개미의 천적이 되는 다른 동물을 적극 육성하는 것이다. 이는 불개미가 원산지인 남미에서는 다른 기생충이나 딱정벌레 말벌 등 천적들의 등쌀로 미국만큼 기승을 부리지 못 한다는 사실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이 천적들이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치 않는다는 것만 확인되면 원산지의 불개미잡이들이 수입될 가능성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