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배」는 열흘 정도는 물을 마시지 않고도 견딜 수 있다.
우리는 영화나 관광사진에서 낙타를 타고 황야를 방랑하는 유목민을 자주 보게 된다. 차가운 북서풍이 불어오는 사막에서 유목민들은 낙타등에 가재도구와 기르던 닭까지 싣고 따뜻한 초원을 찾아 한없는 유랑길에 나선다. 이 모습에서 누구나 애처로움을 느낀다.
사막은 곧 죽음을 뜻한다. 사막에 있는 모든 것은 모름지기 죽음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사막의 쥐는 그가 지니고 있는 바늘(針)로 죽음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한다고 한다. 또 사막에 사는 식물은 날카로운 가시로 자신의 생명을 지켜 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 식물을 먹으면 모든 동물이 죽지만 낙타만은 죽지 않는다는 얘기가 전한다.
이러한 연유로 낙타를 흔히 '사막의 배'라고 부르고 있다.
낙타는 적어도 8일 정도는 물을 마시지 않고도 거뜬히 견딜 수 있다. 먹을 풀이라도 있으면 3~4일은 더 지탱한다.
캐러밴(caravan, 隊商)을 하는 유목민에게 낙타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따라서 옛날부터 아주 귀하게 여겼다. 어디 그뿐인가. 낙타의 부드러운 털가죽은 유목민의 천막과 담요 옷가지의 재료로 사용된다. 게다가 젖과 고기는 유목민의 식량이 되어준다. 심지어 분뇨까지 땔감으로 사용되니 유목민의 입장에서 보면 낙타는 너무나 쓸모가 많은 동물이다.
등에 달린 혹, 넓적한 발, 긴 눈썹 등은 낙타가 사막에서 생활하는데 꼭 알맞도록 되어 있다.
낙타를 해부해 보면 그 혹은 전체가 지방질이고 물은 하나도 들어 있지 않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특수한 신장을 갖고 있어서
낙타가 갈증을 잘 참아내는 동물이라지만 사막에서의 엄청난 조갈을 이겨내려면 체내의 수분을 되도록 많이 보존해야 한다. 이는 너무도 뻔한 이치다. 그렇다면 낙타는 다른 동물과 달리 무더위 속에서도 몸 안의 수분을 소모하지 않는 특별한 신체구조를 갖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체내 어디에선가부터 수분을 공급받고 있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동물학자 닐젠은 사하라사막에서 낙타의 생태를 조사한 적이 있다. 그는 낙타가 겨울에는 물을 전혀 마시지 않고도 물기가 있는 풀만으로 2개월을 지냈다고 학계에 보고했다. 또 여름철엔 극히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물을 마실 수 있다고 밝혔다. 불과 10여분만에 자그마치 1백 23ℓ를 들이켰다는 것.
닐젠은 갈증으로 고통을 겪던 사막의 여행자가 낙타등의 혹을 잘라 물을 마셨다는 설(説)은 잘못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닐젠은 낙타의 오줌에는 딴 동물보다 요소성분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이유는 되도록 수분을 절약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다시 말해 보다 많은 노폐물을 걸러내는 동시에 수분의 체외배설을 억제하는 신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한 더위에도 사람보다 탈수상태를 견뎌내는 능력이 월등히 높다.
더구나 땀을 많이 흘리지도 않는다. 무더위 속에서도 체온이 46℃까지 올라가야 비로소 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그때까지는 땀을 흘려 체온을 내리는 일을 하지 않고 체열을 올릴 수 있는 데까지 올려 놓는다.
발바닥도 그 모양이 특이하다. 넓적하고 두툼해 모래밭을 밟아도 빠지지 않는다. 게다가 마치 스펀지처럼 쿠션이 좋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걸어도 좀처럼 피로를 느끼는 법이 없다.
보폭 또한 다른 동물보다 넓다. 듬성 듬성 걷는 것 같아도 속도가 무척 빠르다.
눈과 귀 그리고 코도 사막생활에 적합한 구조를 갖고 있다.
보통 사막에선 하룻밤 사이에도 지형이 바뀔만큼 강한 바람이 분다. 사람들은 도저히 눈을 뜨고 걸을 수도 없을 정도다. 그러나 낙타의 눈에는 긴 눈썹이 있어 모래바람을 막아준다. 뿐만 아니라 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 아래에서 태양의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게 한다. 아울러 눈꺼풀도 이중으로 되어 있어 아무리 모래바람이 불어도 끄떡 않고 사방을 볼 수 있다.
낙타의 눈은 '먼산 바라보기'다. 우직하고 순박하게 생긴 눈은 항상 초점도 없이 먼 데만을 바라본다.
그렇다고 가까운 곳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낙타가 던지는 시선은 늘 향수에 젖어 고향을 그리워하는 듯하다.
코는 개폐가 자유롭다. 그러면서도 후각(嗅覺)은 놀랍게 발달돼 있다. 2km 밖의 오아시스의 냄새를 맡을 정도로 예민한 것이다.
입은 언제나 너덜거린다. 또 입술은 항상 늘어진 상태고 입거품은 마를 새가 없다. 이처럼 깔끔하지는 못하지만 가끔 입을 다물고 있을 때는 풍부하고 잘 발달된 윗입술이 입 전체를 덮어 틈새가 없어 보인다.
과나코·라마·알파카·비쿠나
낙타의 조상은 북아메리카대륙에서 약 4천만년전에 살았던 산토끼와 비슷한 '프로틸로푸스'다. 프로틸로푸스는 4백만년 전부터 진화하기 시작, 몇 종류로 나뉘어 발달해 왔다.
낙타과(科)에는 과나코(학명 Laa guanicoe) 라마(L.g.glama) 알파카(L.g.pacos) 비쿠나(L.vicugna) 단봉낙타(Camelus dromedarius) 그리고 쌍봉낙타(C.ferus bactrianus)가 있다.
과나코와 라마는 낙타과(科) 동물 중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다. 비교적 체구가 작은 이들은 신대륙(남·북아메리카)에서 가축화된 상태로 스페인 탐험대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알파카는 남아메리카에서 사육, 털을 이용해 모직을 제조한다. 하지만 북아메리카와 구대륙인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유럽에서는 알파카와 비쿠나를 발견하기 어렵다.
신대륙의 모든 낙타들은 남아메리카 서부와 남부지역 해발 1천5백m 높이의 고지까지 널리 분포돼 있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사막에서부터 풀이 많은 대초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몸길이는 보통 1.2~1.75m고, 키는 0.9~1.0m, 몸무게는 48~96kg이다. 특히 과나코는 등 옆구리 가슴 그리고 대퇴부가 긴털로 덮여 있으며, 북부는 짧은 털로 덮여 있다.
이들은 한마리의 수컷과 4~10마리의 암컷으로 구성되는 작은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다. 즐겨 먹는 식물은 목초와 콩과식물.
라마는 몸길이 1.2m, 키는 1.2m, 몸무게가 70~140kg이다. 몸 상부 전체가 짙은 털로 덮여 있는데 색은 갈색 흑색 또는 흰색이다.
알파카는 라마보다 몸크기가 훨씬 작으며, 알파카와 라마의 습성은 과나코와 비슷하다.
비쿠나는 횐색 턱받이가 있기 때문에 과나코와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한때 멸종위기에 처한 적도 있지만 남아메리카 국가들이 법으로 보호, 이제 일단 위기는 넘긴 셈이다. 1970년의 1만5천마리에서 1980년대에는 6만마리 이상으로 그 수가 증가했다.
라마는 쉽게 길들여지고 울타리 안에서도 잘 지낼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사육되고 있다. 소형동물원 애완동물원 개인농장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낙타중에 단봉낙타가 가장 일반적이다. 보통 낙타라고 하면 '단봉'을 가리킨다. 이들의 원산지는 아라비아로 추정되며, 진짜 야생종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몸길이가 3.0~3.5m, 키가 1.8~2.1m인 쌍봉낙타는 중앙아시아와 몽고지방이 원산지다. 쌍봉낙타는 몸무게가 4백50~7백kg인 단봉낙타 보다 더 무겁지만 다리는 더 짧고 색은 밤색 또는 회색이다.
임신기간은 3백96일이며 새끼는 한번에 한마리씩 낳는다. 생후 5년이 지나면 암컷은 번식할 수 있는데 일생동안에 5~7마리의 새끼를 분만한다.
낙타는 늦은 봄부터 서서히 환모(換毛, 털갈이)를 하므로 여름철에는 벌거숭이에 약간의 단모만 남아 있다. 낙타의 수명은 30~40년.